성인용 게임으로 유명한 회사 Nitro+에서 작년 여성향 브랜드로 새로 내건 Nitro+CHiRAL에서 발매한 "咎狗の血"(우리 말로 해석 어려움;; '죄 지은 개의 피' 정도?) 로그입니다.
장르가 비쥬얼 노블인지라 로그 양이 어마어마한데다 단어와 한자도 범상치 않은 것들만 골라 써 놓아서(-_-;) 해석에 애로사항이 꽃피어, 지금은 방치 상태입니다(...)
작년에 푹 빠져 지낼 때 심심풀이로 조금씩 해석 해 놓았던 것들을 그냥 굴리기도 그렇고 해서 도입부 정도까지밖에 안 되지만 일단 여기에 올려 둡니다.
로그 펌은 하지 마시고 필요하시다면 그냥 여기에 링크나 트랙백을 걸어 주십시오.
여성향이기는 하지만 초, 중반에는 오히려 남성향 게임 틱한 분위기가 나기도 합니다. 주제 자체가 '여성향' 이라는 단어에서 떠오르는 이미지와는 달리 꽤 무겁기도 합니다만.
기본 해석은 제가, 일부분 우리말로 좀 더 자연스럽게 다듬는 것은 친구 무씨(-_-)가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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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푹 빠져 지낼 때 심심풀이로 조금씩 해석 해 놓았던 것들을 그냥 굴리기도 그렇고 해서 도입부 정도까지밖에 안 되지만 일단 여기에 올려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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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해석은 제가, 일부분 우리말로 좀 더 자연스럽게 다듬는 것은 친구 무씨(-_-)가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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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그것은 집합적인 아이덴티티의 관리자.
국민, 그들은 그 상징인 태내에서 의문조차 갖지 않는다.
그리고 에고이즘의 말로.
―The 3rd division―
인류 역사상 3번째 세계 규모 전쟁.
서력 20XX년. 이데올로기의 성립 · 발전과 함께 고도성장의 물결을 타고 있던 작은 섬 국가 일본은 완전한 군사국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전체주의적인 국가사상.
자궁내 태아 상태일 때부터 행해진다 해도 좋을 국민 관리.
교육에 따른 철저한 군인 육성.
하나부터 열까지 만전을 기한 체제 아래에서 시작된 전쟁. 각본대로라면 그것은 완벽할 터였다.
악몽은 사람들의 예상을 초월하여 자국의 회복조차도 자신들의 뜻대로 되지 않는 괴멸적인 상처를 남기고 종막을 맞이했다.
전후(戰後)의 일본은 국회의 심의를 충분히 거치지 않고 체결 · 시행된 부흥정책에 의해 일시적으로 분단되었다.
동과 서. 각각의 지도자를 필두로 비교적 피해가 적었던 지역부터 피해가 큰 도심을 향해 재건 활동이 진행되었다.
뼈를 깎아내는 듯한 부흥정책은 성공을 거두고 이 나라는 이윽고 다시 기능을 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사상을 내걸고 과거라는 족쇄로부터 달아나는 행위로,
예전 수도를 구조(舊祖)라 부르며 악몽과 함께 망각 저편에 매장하는 행위로.
그들은 다시 태어나 엄연히 존재할 새로운 미래를 열어갔어야 했다.
―――5년 후.
외면하고 있던 터진 상처는 착실히 곪기를 거듭해 현실이 되어 일본을 덮쳐왔다.
너무나 성급한 사상의 전환에 혼란스러운 국민들.
퇴폐해 범죄도시로 화한 예전 수도, 구조.
나라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부랑자 소굴.
아직도 동서로 분단된 채인 나라.
결국에는 어느 한쪽 지도자가 일본 전체를 통치하게 되겠지만 그에 관련된 책임의 무게는 가늠할 수 없는 수준이기에 어느 쪽이나 주저하고 있었다.
또한, 각 지도자가 지향하는 국가의 형태가 상이해 목전에 둔 국토 통일 문제는 결렬 직전의 긴박한 상태였다.
틈새로 비춰 들어오던 미래로 나아가는 빛은 실수의 대가로 검게 물들려 하고 있었다.
―――죽음이란.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했다.
부드럽게 감싸 덮는 봉투는 살며시 사람의 모습에 가까워진다.
은폐된 장식품을 서서히 내리면 균열을 따라 나타나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것」들.
쉘터로 귀환하는 전사들의 말로.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잠자고 있는 것만 같이 보였다.
모든 활동의 정지.
심장이 멈추고 호흡이 멈추고 뇌의 회전이 멈춘다.
영원한 잠에 드는. 그것이 「죽음」……인 것일까.
―――그것뿐일까. 단지 그것뿐인 것인지 모르겠다.
죽고 싶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사는 것에 특별한 감개도 없다.
어느 날 아침, 돌연 죽는다 해도.
그것은 그것대로 좋겠다고 생각한다.
죽고 싶지 않다고 그렇게 강하게 원한다면―――
살아서 무엇이 하고 싶어?
몸의 기능이 정지하는 것 외에 「삶」과 「죽음」의 차이는 무엇인가?
그런 것을 두서없이 생각한다.
얇은 살을 뚫고 그 아래의 단단한 뼈와 주먹이 서로 만나는 소리를 들으며.
「으, 그……윽, ……」
목에 뭔가 걸린 것 같은 분명치 않은 소리를 내고 남자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손에 전해지는 뼈가 부서지는 확실한 느낌. 상쾌함과 함께 저릿함이 탄산 기포처럼 주먹에서 뇌로 퍼져간다.
남자의 무릎은 본체를 지탱하기를 포기하고 지면으로 천천히 끌려들어 갔다.
부자연스러운 침묵의 슬로우 재생 영상은 남자가 쓰러지는 순간 해제된다.
일제히 터져 나오는 잡음, 잡음, 잡음의 폭풍. 몇몇 소리가 조화를 무시하고 중복되면 이렇게나 귀에 거슬리는 건가.
그것이 굵은 목소리라면 더더욱.
신장 · 체격 모두 아키라를 웃도는 거구의 남자였다.
아키라를 내려다보는 그 눈에는 마치 밟아 죽이기 직전의 개미를 향한 연민의 정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도 길게는 가지 못했다.
시합은 개시하고 곧 싱겁게 끝났다.
내기에 진 것을 분해하는 노호와 승리에 흥분한 환성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와이드쇼의 리포터 부탁해, 감상을 물으려 다가오는 기분 나쁜 웃는 얼굴들. 오랜 시간 함께한 전우의 귀환을 칭송하듯 제멋대로 어깨를 두드리는 무례한 주먹.
어슴푸레하게 흔들리는 갓 없는 전구의 빛이 그림자와 공모해 관객들의 윤곽을 기묘하게 떠올렸다.
이상한 열기가 소용돌이치는 좁지도 넓지도 않은 추레한 골목 한구석.
모여있는 것은 아무리 보아도 외관에서 아직 풋내나는 젊은이 등 여러 가지다.
다종다양한 집합체의 공통항목은 「힘 겨루기」.
피묻은 주먹을 털고 휘감기는 다수의 시선에서 도망치듯, 아키라는 구경꾼들을 밀어내고 차가운 골목 안으로 발을 향했다.
방금 쓰러뜨린 남자 따위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들이마신 공기가 차갑다. 가볍게 재킷 옷깃을 여민다.
비슷한 장소인데도 다른 인상을 받는 것은 평온한 정적 때문일 것이다.
좁은 길을 3개 정도 지나가면 싸움에 지친 Bl@ster(블래스터) 참가자들이 모이는 곳이 있다.
누가 쓴 것인지 벽에 얼룩진 새빨간 「Rest Room」이라는 글자.
그것을 계기로 왠지 모르게 사람이 모여 지금에 이르렀다.
모두 유유히 담배를 피우고 안주를 혀로 굴리며 싸구려 술을 혀로 굴리면서 소문이나 실없는 소리에 흥겨워한다.
현 참가자가 많지만 그 중에는 이미 은퇴해 과거의 영광을 자랑스레 피로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한편으로 보면 부랑자들의 회합이라는 광경일 것이다.
반드시 틀렸다고도 할 수 없지만.
길에 드문드문 주저앉은 참가자들을 피해 걸어, 아키라는 평소대로의 정위치, 안쪽 벽 가장자리에 앉았다.
청바지 천 너머로 전해지는 아스팔트의 차가운 온도가 기분 좋다.
자연히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온다.
시합 후인데도 아키라는 자신 안에 하나의 열도 없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대단한 상대가 아니었다, 정도 밖에 감상이 없다.
대단한 상대가 아니다. 조금 강했을지도 모른다―――
시합의 감상을 조금 더 말하면 그 정도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주변이 고조되면 고조될수록 더욱 냉정해진다. 참가 이유라면 상금이 나오니까. 그뿐이다.
아키라는 다시 숨을 토해내고는 벽에 머리를 대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드물게도 티 하나 없는 깨끗한 달이 떠 있었다.
이런 식으로 하늘을 볼 수 있게 된 것은 제3차대전이 끝나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부터였다.
그때까지는 모든 위험 가능성을 고려해 지하의 거대 쉘터에 갇혀 있었다.
대전이 일어나기 전에 시행된 체제. 아이는 부모와 갈라져 미래의 병사를 육성하는 철저한 군사교육이 행해졌다.
가르치는 것은 죽이는 것―――죽는 것.
『적을 죽인 자에게 영광 있으리,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쳐라』
그러나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전장에서 활약하기 전에 대전은 종결됐다.
동시에, 그때까지 끊임없이 죽고 죽이라 외치던 나라가 웃는 얼굴로 한 말에 사람들은 놀라고 말았다.
『한 번 더 사랑으로 가득한 미래를 우리 손으로 만듭시다』
너무나 난폭한 사상의 급전환.
국민은 돌연 「가족을 만드는 것」을 강요당했다.
보통은 대전 전에 헤어진 부모와 자식이 원래대로 생활할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았다.
서로 처음 보는 「부모」와 「자식」이 랜덤으로 배당되어 어느 날 갑자기 한 지붕 아래에서 사는 것이다. 진짜 가족으로서.
당연히 그런 「가족 놀이」가 간단히 성립할 리가 없었다.
횡행하는 학대. 무관심. 가정 내 폭력.
싸우는 것 밖에 배우지 못한 아이들은 크게 당황했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이해하지 못한 채 강요당해 「가족」과의 어색한 나날이 흘러간다.
조금씩 마모되어 가는 신경은 이윽고 큰 고통을 가져오기 시작한다.
그런 당혹감의 탈출구로서 어느새 시작된 것이 흔히 말하는 스트리트 파이트, 통칭 「Bl@ster(블래스터)」였다.
적의 섬멸이 최고의 명예라 주입되어 전장에 설 날을 향해 힘든 훈련도 참고 견뎌왔건만 그것이 돌연 종전(終戰)이라는 형태로 없어진 것이다.
아이들에게 있어 전장이란 자신의 힘을 마음껏 시험할 곳이기도 했다.
목숨을 걸고 싸울 때 어떤 기분일까.
죽음으로 내몰고 내몰리는 그 한순간.
죽음의 극한에서 보이는 것은 무엇인가.
갈 곳을 잃은 아이들은 그것을 추구하듯 Bl@ster에서 맞붙었다.
정부도 묵인하고 있었지만 살인만은 가장 무거운 죄로서 법률로 전면적으로 금지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인기를 얻어 CFC 쪽에서 시작된 것이 지금은 일흥련(日興連)도 휩쓸려 참가자가 모이게 되었다.
면밀한 룰이 생겨나 개인전 외에 그룹전까지 행해지고 있다.
그럴 정도로 아이들의 마음은 굶주려 있었다.
아키라 또한 그 중 한 명이었다.
아키라는 떠들썩한 목소리와 발소리가 가까워지는 것을 깨닫고 머리 위의 달에서 시선을 돌렸다.
2개의 긴 실루엣이 눈앞까지 와 멈춘다.
에이스 「여, 아키라―」
닭볏을 노랗게 칠한 것 같은 모히칸 남자가 히죽 웃으며 한 손을 들었다.
디 「여어」
또 한 사람 긴 흑발을 이마 정중앙에서 가른 안색 나쁜 남자도 옆에 서서 히죽 웃으며 아키라를 들여다본다.
각각 술병을 손에 들고 있다.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아키라였지만 이 두 사람과는 비교적 면식이 있는 사이였다.
아키라가 처음 여기에 왔을 때부터 친한 척 하는 태도로, 처음에는 대충 흘려들으며 무시했다. 그러나 두 사람에게 있어서 아키라의 사정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듯했다.
결국 깨닫고보니 여기에 올 때마다 이야기하게 되어 있었다.
에이스 「야야야, 아키라, 또― 이겼다면서? 그것도 한 방에 KO? 너 진짜 세다니까― 정말」
절뚝 하고 한쪽 다리를 끄는 독특한 발걸음으로 모히칸 남자 · 통칭 에이스가 아키라 옆에 털썩 앉았다.
디 「보고 싶었는데. 에이스 때문에 늦었지만」
장발 남자 · 통칭 디는 두 사람 정면에 서서 히죽히죽 입 끝을 올리고 있다.
에이스는 디에게 가운뎃손가락을 세우고 자랑스러운 얼굴로 마시려던 병을 아키라 앞에 내밀었다. 붉은 라벨이 붙은 그것은 맥주인 듯했다.
에이스 「뭐일 것 같아?」
그렇게 물어도 술에 흥미가 없어 전혀 모른다. 쌀쌀맞게 고개를 흔들자 에이스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에이스 「뭐야, 진짜, 축하한 보람이 없네―. 이건 말이야, 어지간해서는 손에 안 들어오는 레어품 맥주라고. 이거 비싼 거야. 아키라가 이겼다니까 단골 가게에 신신부탁해서 받아 온 거야」
디 「그렇지만, 아키라 안 마시지 않았던가」
에이스는 턱을 들고 으스대며 흔들흔들 한쪽 손을 흔들었다.
에이스 「괜찮아, 괜찮아. 이런 건 마음이 중요한 거라고. 아키라의 승리를 위해 분발한 이 몸의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을 말이야……」
디 「LOST에게 건배!」
에이스의 말을 무시하고 디가 맥주병을 머리 위로 높이 들었다.
에이스 「앗! 이 자식!! 사람 말 좀 들으라고! 말이 끝나고 나서 해, 바보! 왜 맘대로 건배는 하고 그래!!」
에이스가 눈을 부릅뜨고 디에게 달려든다.
디 「너무 긴 걸, 질렸어. 자, 빨리 건배하라고」
에이스는 히죽히죽 웃는 디를 째려보고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
에이스 「……그럼 분위기를 바꾸고. LOST의 승리에 건배!」
힘차게 머리 위로 병을 든 후 디가 든 병과도 가볍게 부딪혀 에이스는 맥주를 한번에 마셔 버렸다.
LOST(러스트)란 Bl@ster에서의 통칭으로, 누가 붙였는지 어느새 그렇게 불리게 되었다.
그렇지만 아키라 자신은 그런 것에 관심이 없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에이스「부하―――, 역시 맛있어!」
에이스가 술냄새 섞인 숨을 토해내고 호쾌하게 웃었다. 디가 반대편에서 홀짝홀짝 병을 기울이며 어깨를 으쓱했다.
디 「이번에는 못 봤지만 상대는 완전 근육 인형이었겠지? 어차피 또 안색 하나 안 바꾸고 가볍게 쓰러뜨려 버렸겠지」
아키라는 이 근처 지구, 통칭 AREA:RAY의 개인전 우승자였다. 연전연승 · 무패의 왕으로서 LOST의 이름은 널리 알려져 있었다.
원래는 Bl@ster 참가에 열정을 느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도 없다.
불길은 완전히 사라져 재조차 남지 않은 상태였다.
최근 들어 아키라의 텐션이 일정치 이상으로도 이하로도 흔들린 적은 없다.
단지 딱히 재미있는 것이 없는 것과 생활을 꾸려가기 위한 이유로 참가하고 있었다.
Bl@ster의 승자에게는 상금이 나온다. 그러나 필요 이상의 돈은 필요하지 않다.
장대한 꿈이라 할 만한 것도 없다. 죽을 생각도 없고 필요성도 느끼지 않으니 일단 살아 있다.
에이스 「게다가 말이야, 또 찼다면서? 이번에는, ……아―, 뭐였더라. 그거, 꽤 유명한 큰 데……」
디「혼도(本堂) 그룹?」
에이스 「아, 맞아맞아! 그거그거. 모처럼의 스카웃을 말이야」
딱 하고 손을 치고 에이스가 디를 향해 손가락질을 했다.
Bl@ster의 승자는 그 실력을 인정받아 기업에서 불릴 때가 있다.
대부분은 뒷세계 회사에서의……소위 야쿠자나 보디가드류이지만, 그래도 지금 세상에서 먹고사는 데에 지장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이야기였다.
더더욱 우승자라면 프로 스포츠 세계에서 말을 꺼낼 때도 있다.
그러나 역시 아키라에게는 전혀 흥미가 없는 이야기였다.
이제까지 대체 몇 번의 제의를 거절했는지. 다섯 손가락으로는 부족한듯하다.
그 혼도 그룹인가의 스카웃맨은 정말이지 야쿠자를 선전하고 다니는 것 같은 외관이었다. 엄청나게 화려하게 벼락부자 같았다는 것 이외에는 얼굴 생김새도 말도 기억나지 않는다.
싸우는 것이 싫지 않아 참가하고 있는 것뿐이고 장래 어떻게 할 것인지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상금과, 그 외에는 만약 부족해지면 당일치기 아르바이트라도 하면 된다. 그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았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아키라가 잠자코 있든 아니든 자동으로 대화가 진행되는 이 두 사람도 껑충한 인상과는 정반대로 잘 보면 그 나름대로 체격이 좋다.
두 손은 상처투성이, 손톱 사이는 흙이나 모래가 끼어 새까맣다.
흘린 땀과 혹사한 근육이 아까울 정도의 임금. 기분 전환으로도, 일확천금을 노리는 의미로도 Bl@ster의 참가자는 줄을 잇는다.
디 「우리끼리 팀 만들어서 우승이라도 노릴까, 최강 바보 3의형제(義兄弟) 같은 팀 명으로 말이야―」
에이스 「짝퉁 팀이냐!」
홀짝홀짝 티도 안 나게 다 마셔 버린 듯 빈 병을 흔들며 익살을 떠는 디에게 에이스가 으하하 하고 소리 높여 웃었다.
완전히 술에 취한 페이스가 됐다.
에이스 「……아―, 최강이라니까 말인데, 조금쯤 페스카 코시카 같이 돼 보고 싶어―」
에이스가 너무 웃어 눈꼬리에 맺힌 눈물을 닦으며 멍하게 꿈꾸는 듯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페스카……?
익숙하지 않은 말이라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에이스 「……응?」
디 「에, 거짓말」
의아해하는 아키라를 깨닫고 에이스도 디도 순식간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디 「아키라 설마, 페스카 코시카 몰라!? 꼬맹이들도 안다고!? 아마」
에이스 「있을 수 없어! 진짜 있을 수 없어!! Bl@ster 챔피언이……. 과연 대단해, 신선 같아……」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바보 취급당하면 아무래도 기분이 나빠진다.
아키라는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챔피언보다 박식한 것이 기뻤는지, 에이스는 의기양양한 얼굴이 되어 검지 손가락을 좌우로 흔들었다.
에이스 「친절한 이 몸께서 보스에게 설명해 주지. 페스카 코시카라는 건 말이야, 통칭 코트가 이끈 좀 예전에 세상을 풍미한 AREA:GHOST 출신 팀이야. 정말 지금의 아키라 같이 연전연승 진 적이 없고 대항하는 적 없음! 이라는 최강 팀」
당시의 감동을 떠올리고 있는지 에이스는 주먹을 쥐고 떨고 있다.
듣고 보니 들은 적이 있는 듯한 기분도 들었지만 역시 잘 모르겠다.
디 「뭐, 흉악의 『흉(凶)』을 따서 최『흉』이라고도 불렸지만 말이야」(※일본어로 최강(最強)과 최흉(最凶)의 발음은 さいきょう(사이쿄오)로 동일)
디가 덧붙인 말에 기합이 들어가 있던 에이스의 얼굴이 갑자기 굳어졌다.
에이스 「악명 높은 것으로도 유명했으니까. 무지막지하게 심한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했었지」
디 「……그래서, 그런 흉악한 짓을 한번 해 보고 싶다는 건가」
에이스 「……엥?」
디가 심술궂은 얼굴로 웃으며 팔짱을 끼었다.
에이스가 손과 머리를 동시에 굉장한 기세로 흔들고는 소리쳤다.
에이스 「누가 그런 말을 했다고 그래! 그 정도로 강해져 보고 싶다는 거라고, 이 문어!!」
디 「아야!」
디의 머리 위로 주먹 일격이 날아들었다.
에이스 「너는 경찰과 용감히 싸운 내 무용담도 못 들은 거냐! 너야말로 말이야, 그 기분 나쁜 머리나 빨랑 자르란 말이다!」
에이스가 자칭 명예의 부상을 입은 부자유한 오른쪽 무릎을 몇 번 치고 팔을 뻗어 디의 긴 머리를 잡아당겼다.
디 「아야!! 아야야야야……, 그렇지만 바이크로 소매치기 하다 걸려서 쫓기다 사고 난 것뿐이잖아! 뭘 어떻게 하면 무용이 되는 거야!」
잡아 당겨진 머리 때문에 몸이 기울어진 채 디가 소리를 질러댔다.
아키라는 벽에 기대어 말 그대로 바보 놀음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공기는 싫지 않았다.
아키라가 어떤 태도로 있든 개념치 않고 나아간다.
눈치를 보는 것보다 훨씬 마음이 편하다.
아키라는 그 다가가기 어려운 분위기 때문인지 주위에서 적대시될 때가 많았다.
애초에 타인에게 맡기는 것으로밖에 자신이 있을 곳을 확보할 수 없는, 허상뿐인 하찮은 친구 따위는 이쪽에서 사양했겠지만.
그런 것을 일부러 말하지는 않지만 태도에 드러나 있는지 이유 없이 시비 걸리는 일은 일상 다반사였다.
디 「어이, 아키라―, 이 녀석한테 뭐라고 좀 해 봐! 제일 바보인 건 에이스지!?」
이마 정중앙에서 가른 머리카락 끝을 양쪽 다 잡힌 디가 필사적으로 아키라를 보았다.
확실히 이런 공기는 싫지 않았지만 그래도 너무 오래 지속하면 확실히 질린다.
아키라는 한숨을 쉬고 무거운 입을 열었다.
아키라 「안심하라고. 다 비슷한 사람들끼리니까」
에이스 「…………」
디 「…………」
필시 아키리가 여기에 오고 나서 처음으로 한 말.
두 사람이 미리 짠 것처럼 같은 표정, 같은 움직임으로 아키라를 보았다.
어깨를 축 늘어뜨리는 모습도 두 사람이 똑같다.
알고 보니 주위에서 쉬고 있던 몇몇 사람이 이 바보 놀음을 재미있는 듯 보고 있었다.
언뜻 하늘을 올려다보고는 생각한다.
달 따위는 보이지 않아도―――별로 특별한 일은 없다.
설령 빛이 비치지 않아도 땅을 기는 자는 땅을 기는 자대로 어떻게든 해나갈 방법을 찾아낸다.
연속되는 긴장과 피폐한 나날에 찾아오는 잠깐의 평온함.
그래서 깨닫고 보니 아키라도 이곳으로 빈번히 발길을 옮기게 되었었다.
멈추지 않는 두 사람의 입씨름은 한동안 골목의 온화한 어둠에 울려 퍼졌다.
국민, 그들은 그 상징인 태내에서 의문조차 갖지 않는다.
그리고 에고이즘의 말로.
―The 3rd division―
인류 역사상 3번째 세계 규모 전쟁.
서력 20XX년. 이데올로기의 성립 · 발전과 함께 고도성장의 물결을 타고 있던 작은 섬 국가 일본은 완전한 군사국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전체주의적인 국가사상.
자궁내 태아 상태일 때부터 행해진다 해도 좋을 국민 관리.
교육에 따른 철저한 군인 육성.
하나부터 열까지 만전을 기한 체제 아래에서 시작된 전쟁. 각본대로라면 그것은 완벽할 터였다.

전후(戰後)의 일본은 국회의 심의를 충분히 거치지 않고 체결 · 시행된 부흥정책에 의해 일시적으로 분단되었다.
동과 서. 각각의 지도자를 필두로 비교적 피해가 적었던 지역부터 피해가 큰 도심을 향해 재건 활동이 진행되었다.

새로운 사상을 내걸고 과거라는 족쇄로부터 달아나는 행위로,
예전 수도를 구조(舊祖)라 부르며 악몽과 함께 망각 저편에 매장하는 행위로.
그들은 다시 태어나 엄연히 존재할 새로운 미래를 열어갔어야 했다.
―――5년 후.

너무나 성급한 사상의 전환에 혼란스러운 국민들.
퇴폐해 범죄도시로 화한 예전 수도, 구조.
나라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부랑자 소굴.
아직도 동서로 분단된 채인 나라.
결국에는 어느 한쪽 지도자가 일본 전체를 통치하게 되겠지만 그에 관련된 책임의 무게는 가늠할 수 없는 수준이기에 어느 쪽이나 주저하고 있었다.
또한, 각 지도자가 지향하는 국가의 형태가 상이해 목전에 둔 국토 통일 문제는 결렬 직전의 긴박한 상태였다.
틈새로 비춰 들어오던 미래로 나아가는 빛은 실수의 대가로 검게 물들려 하고 있었다.
―――죽음이란.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했다.
부드럽게 감싸 덮는 봉투는 살며시 사람의 모습에 가까워진다.
은폐된 장식품을 서서히 내리면 균열을 따라 나타나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것」들.
쉘터로 귀환하는 전사들의 말로.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잠자고 있는 것만 같이 보였다.
모든 활동의 정지.
심장이 멈추고 호흡이 멈추고 뇌의 회전이 멈춘다.
영원한 잠에 드는. 그것이 「죽음」……인 것일까.
―――그것뿐일까. 단지 그것뿐인 것인지 모르겠다.
죽고 싶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사는 것에 특별한 감개도 없다.
어느 날 아침, 돌연 죽는다 해도.
그것은 그것대로 좋겠다고 생각한다.
죽고 싶지 않다고 그렇게 강하게 원한다면―――
살아서 무엇이 하고 싶어?
몸의 기능이 정지하는 것 외에 「삶」과 「죽음」의 차이는 무엇인가?
그런 것을 두서없이 생각한다.
얇은 살을 뚫고 그 아래의 단단한 뼈와 주먹이 서로 만나는 소리를 들으며.
「으, 그……윽, ……」
목에 뭔가 걸린 것 같은 분명치 않은 소리를 내고 남자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남자의 무릎은 본체를 지탱하기를 포기하고 지면으로 천천히 끌려들어 갔다.
부자연스러운 침묵의 슬로우 재생 영상은 남자가 쓰러지는 순간 해제된다.
일제히 터져 나오는 잡음, 잡음, 잡음의 폭풍. 몇몇 소리가 조화를 무시하고 중복되면 이렇게나 귀에 거슬리는 건가.
그것이 굵은 목소리라면 더더욱.

아키라를 내려다보는 그 눈에는 마치 밟아 죽이기 직전의 개미를 향한 연민의 정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도 길게는 가지 못했다.
시합은 개시하고 곧 싱겁게 끝났다.
내기에 진 것을 분해하는 노호와 승리에 흥분한 환성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와이드쇼의 리포터 부탁해, 감상을 물으려 다가오는 기분 나쁜 웃는 얼굴들. 오랜 시간 함께한 전우의 귀환을 칭송하듯 제멋대로 어깨를 두드리는 무례한 주먹.
어슴푸레하게 흔들리는 갓 없는 전구의 빛이 그림자와 공모해 관객들의 윤곽을 기묘하게 떠올렸다.
이상한 열기가 소용돌이치는 좁지도 넓지도 않은 추레한 골목 한구석.
모여있는 것은 아무리 보아도 외관에서 아직 풋내나는 젊은이 등 여러 가지다.
다종다양한 집합체의 공통항목은 「힘 겨루기」.
피묻은 주먹을 털고 휘감기는 다수의 시선에서 도망치듯, 아키라는 구경꾼들을 밀어내고 차가운 골목 안으로 발을 향했다.
방금 쓰러뜨린 남자 따위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비슷한 장소인데도 다른 인상을 받는 것은 평온한 정적 때문일 것이다.
좁은 길을 3개 정도 지나가면 싸움에 지친 Bl@ster(블래스터) 참가자들이 모이는 곳이 있다.
누가 쓴 것인지 벽에 얼룩진 새빨간 「Rest Room」이라는 글자.
그것을 계기로 왠지 모르게 사람이 모여 지금에 이르렀다.
모두 유유히 담배를 피우고 안주를 혀로 굴리며 싸구려 술을 혀로 굴리면서 소문이나 실없는 소리에 흥겨워한다.
현 참가자가 많지만 그 중에는 이미 은퇴해 과거의 영광을 자랑스레 피로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한편으로 보면 부랑자들의 회합이라는 광경일 것이다.
반드시 틀렸다고도 할 수 없지만.


자연히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온다.
시합 후인데도 아키라는 자신 안에 하나의 열도 없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대단한 상대가 아니었다, 정도 밖에 감상이 없다.
대단한 상대가 아니다. 조금 강했을지도 모른다―――
시합의 감상을 조금 더 말하면 그 정도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주변이 고조되면 고조될수록 더욱 냉정해진다. 참가 이유라면 상금이 나오니까. 그뿐이다.
아키라는 다시 숨을 토해내고는 벽에 머리를 대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드물게도 티 하나 없는 깨끗한 달이 떠 있었다.
이런 식으로 하늘을 볼 수 있게 된 것은 제3차대전이 끝나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부터였다.
그때까지는 모든 위험 가능성을 고려해 지하의 거대 쉘터에 갇혀 있었다.
대전이 일어나기 전에 시행된 체제. 아이는 부모와 갈라져 미래의 병사를 육성하는 철저한 군사교육이 행해졌다.
가르치는 것은 죽이는 것―――죽는 것.
『적을 죽인 자에게 영광 있으리,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쳐라』
그러나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전장에서 활약하기 전에 대전은 종결됐다.
동시에, 그때까지 끊임없이 죽고 죽이라 외치던 나라가 웃는 얼굴로 한 말에 사람들은 놀라고 말았다.
『한 번 더 사랑으로 가득한 미래를 우리 손으로 만듭시다』
너무나 난폭한 사상의 급전환.
국민은 돌연 「가족을 만드는 것」을 강요당했다.
보통은 대전 전에 헤어진 부모와 자식이 원래대로 생활할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았다.
서로 처음 보는 「부모」와 「자식」이 랜덤으로 배당되어 어느 날 갑자기 한 지붕 아래에서 사는 것이다. 진짜 가족으로서.
당연히 그런 「가족 놀이」가 간단히 성립할 리가 없었다.
횡행하는 학대. 무관심. 가정 내 폭력.
싸우는 것 밖에 배우지 못한 아이들은 크게 당황했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이해하지 못한 채 강요당해 「가족」과의 어색한 나날이 흘러간다.
조금씩 마모되어 가는 신경은 이윽고 큰 고통을 가져오기 시작한다.
그런 당혹감의 탈출구로서 어느새 시작된 것이 흔히 말하는 스트리트 파이트, 통칭 「Bl@ster(블래스터)」였다.
적의 섬멸이 최고의 명예라 주입되어 전장에 설 날을 향해 힘든 훈련도 참고 견뎌왔건만 그것이 돌연 종전(終戰)이라는 형태로 없어진 것이다.
아이들에게 있어 전장이란 자신의 힘을 마음껏 시험할 곳이기도 했다.
목숨을 걸고 싸울 때 어떤 기분일까.
죽음으로 내몰고 내몰리는 그 한순간.
죽음의 극한에서 보이는 것은 무엇인가.
갈 곳을 잃은 아이들은 그것을 추구하듯 Bl@ster에서 맞붙었다.
정부도 묵인하고 있었지만 살인만은 가장 무거운 죄로서 법률로 전면적으로 금지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인기를 얻어 CFC 쪽에서 시작된 것이 지금은 일흥련(日興連)도 휩쓸려 참가자가 모이게 되었다.
면밀한 룰이 생겨나 개인전 외에 그룹전까지 행해지고 있다.
그럴 정도로 아이들의 마음은 굶주려 있었다.
아키라 또한 그 중 한 명이었다.
아키라는 떠들썩한 목소리와 발소리가 가까워지는 것을 깨닫고 머리 위의 달에서 시선을 돌렸다.
2개의 긴 실루엣이 눈앞까지 와 멈춘다.

닭볏을 노랗게 칠한 것 같은 모히칸 남자가 히죽 웃으며 한 손을 들었다.
디 「여어」
또 한 사람 긴 흑발을 이마 정중앙에서 가른 안색 나쁜 남자도 옆에 서서 히죽 웃으며 아키라를 들여다본다.
각각 술병을 손에 들고 있다.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아키라였지만 이 두 사람과는 비교적 면식이 있는 사이였다.
아키라가 처음 여기에 왔을 때부터 친한 척 하는 태도로, 처음에는 대충 흘려들으며 무시했다. 그러나 두 사람에게 있어서 아키라의 사정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듯했다.
결국 깨닫고보니 여기에 올 때마다 이야기하게 되어 있었다.
에이스 「야야야, 아키라, 또― 이겼다면서? 그것도 한 방에 KO? 너 진짜 세다니까― 정말」
절뚝 하고 한쪽 다리를 끄는 독특한 발걸음으로 모히칸 남자 · 통칭 에이스가 아키라 옆에 털썩 앉았다.
디 「보고 싶었는데. 에이스 때문에 늦었지만」
장발 남자 · 통칭 디는 두 사람 정면에 서서 히죽히죽 입 끝을 올리고 있다.
에이스는 디에게 가운뎃손가락을 세우고 자랑스러운 얼굴로 마시려던 병을 아키라 앞에 내밀었다. 붉은 라벨이 붙은 그것은 맥주인 듯했다.
에이스 「뭐일 것 같아?」
그렇게 물어도 술에 흥미가 없어 전혀 모른다. 쌀쌀맞게 고개를 흔들자 에이스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에이스 「뭐야, 진짜, 축하한 보람이 없네―. 이건 말이야, 어지간해서는 손에 안 들어오는 레어품 맥주라고. 이거 비싼 거야. 아키라가 이겼다니까 단골 가게에 신신부탁해서 받아 온 거야」
디 「그렇지만, 아키라 안 마시지 않았던가」
에이스는 턱을 들고 으스대며 흔들흔들 한쪽 손을 흔들었다.
에이스 「괜찮아, 괜찮아. 이런 건 마음이 중요한 거라고. 아키라의 승리를 위해 분발한 이 몸의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을 말이야……」
디 「LOST에게 건배!」
에이스의 말을 무시하고 디가 맥주병을 머리 위로 높이 들었다.
에이스 「앗! 이 자식!! 사람 말 좀 들으라고! 말이 끝나고 나서 해, 바보! 왜 맘대로 건배는 하고 그래!!」
에이스가 눈을 부릅뜨고 디에게 달려든다.
디 「너무 긴 걸, 질렸어. 자, 빨리 건배하라고」
에이스는 히죽히죽 웃는 디를 째려보고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
에이스 「……그럼 분위기를 바꾸고. LOST의 승리에 건배!」
힘차게 머리 위로 병을 든 후 디가 든 병과도 가볍게 부딪혀 에이스는 맥주를 한번에 마셔 버렸다.
LOST(러스트)란 Bl@ster에서의 통칭으로, 누가 붙였는지 어느새 그렇게 불리게 되었다.
그렇지만 아키라 자신은 그런 것에 관심이 없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에이스「부하―――, 역시 맛있어!」
에이스가 술냄새 섞인 숨을 토해내고 호쾌하게 웃었다. 디가 반대편에서 홀짝홀짝 병을 기울이며 어깨를 으쓱했다.
디 「이번에는 못 봤지만 상대는 완전 근육 인형이었겠지? 어차피 또 안색 하나 안 바꾸고 가볍게 쓰러뜨려 버렸겠지」
아키라는 이 근처 지구, 통칭 AREA:RAY의 개인전 우승자였다. 연전연승 · 무패의 왕으로서 LOST의 이름은 널리 알려져 있었다.
원래는 Bl@ster 참가에 열정을 느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도 없다.
불길은 완전히 사라져 재조차 남지 않은 상태였다.
최근 들어 아키라의 텐션이 일정치 이상으로도 이하로도 흔들린 적은 없다.
단지 딱히 재미있는 것이 없는 것과 생활을 꾸려가기 위한 이유로 참가하고 있었다.
Bl@ster의 승자에게는 상금이 나온다. 그러나 필요 이상의 돈은 필요하지 않다.
장대한 꿈이라 할 만한 것도 없다. 죽을 생각도 없고 필요성도 느끼지 않으니 일단 살아 있다.
에이스 「게다가 말이야, 또 찼다면서? 이번에는, ……아―, 뭐였더라. 그거, 꽤 유명한 큰 데……」
디「혼도(本堂) 그룹?」
에이스 「아, 맞아맞아! 그거그거. 모처럼의 스카웃을 말이야」
딱 하고 손을 치고 에이스가 디를 향해 손가락질을 했다.
Bl@ster의 승자는 그 실력을 인정받아 기업에서 불릴 때가 있다.
대부분은 뒷세계 회사에서의……소위 야쿠자나 보디가드류이지만, 그래도 지금 세상에서 먹고사는 데에 지장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이야기였다.
더더욱 우승자라면 프로 스포츠 세계에서 말을 꺼낼 때도 있다.
그러나 역시 아키라에게는 전혀 흥미가 없는 이야기였다.
이제까지 대체 몇 번의 제의를 거절했는지. 다섯 손가락으로는 부족한듯하다.
그 혼도 그룹인가의 스카웃맨은 정말이지 야쿠자를 선전하고 다니는 것 같은 외관이었다. 엄청나게 화려하게 벼락부자 같았다는 것 이외에는 얼굴 생김새도 말도 기억나지 않는다.
싸우는 것이 싫지 않아 참가하고 있는 것뿐이고 장래 어떻게 할 것인지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상금과, 그 외에는 만약 부족해지면 당일치기 아르바이트라도 하면 된다. 그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았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아키라가 잠자코 있든 아니든 자동으로 대화가 진행되는 이 두 사람도 껑충한 인상과는 정반대로 잘 보면 그 나름대로 체격이 좋다.
두 손은 상처투성이, 손톱 사이는 흙이나 모래가 끼어 새까맣다.
흘린 땀과 혹사한 근육이 아까울 정도의 임금. 기분 전환으로도, 일확천금을 노리는 의미로도 Bl@ster의 참가자는 줄을 잇는다.
디 「우리끼리 팀 만들어서 우승이라도 노릴까, 최강 바보 3의형제(義兄弟) 같은 팀 명으로 말이야―」
에이스 「짝퉁 팀이냐!」
홀짝홀짝 티도 안 나게 다 마셔 버린 듯 빈 병을 흔들며 익살을 떠는 디에게 에이스가 으하하 하고 소리 높여 웃었다.
완전히 술에 취한 페이스가 됐다.
에이스 「……아―, 최강이라니까 말인데, 조금쯤 페스카 코시카 같이 돼 보고 싶어―」
에이스가 너무 웃어 눈꼬리에 맺힌 눈물을 닦으며 멍하게 꿈꾸는 듯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페스카……?
익숙하지 않은 말이라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에이스 「……응?」
디 「에, 거짓말」
의아해하는 아키라를 깨닫고 에이스도 디도 순식간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디 「아키라 설마, 페스카 코시카 몰라!? 꼬맹이들도 안다고!? 아마」
에이스 「있을 수 없어! 진짜 있을 수 없어!! Bl@ster 챔피언이……. 과연 대단해, 신선 같아……」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바보 취급당하면 아무래도 기분이 나빠진다.
아키라는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챔피언보다 박식한 것이 기뻤는지, 에이스는 의기양양한 얼굴이 되어 검지 손가락을 좌우로 흔들었다.
에이스 「친절한 이 몸께서 보스에게 설명해 주지. 페스카 코시카라는 건 말이야, 통칭 코트가 이끈 좀 예전에 세상을 풍미한 AREA:GHOST 출신 팀이야. 정말 지금의 아키라 같이 연전연승 진 적이 없고 대항하는 적 없음! 이라는 최강 팀」
당시의 감동을 떠올리고 있는지 에이스는 주먹을 쥐고 떨고 있다.
듣고 보니 들은 적이 있는 듯한 기분도 들었지만 역시 잘 모르겠다.
디 「뭐, 흉악의 『흉(凶)』을 따서 최『흉』이라고도 불렸지만 말이야」(※일본어로 최강(最強)과 최흉(最凶)의 발음은 さいきょう(사이쿄오)로 동일)
디가 덧붙인 말에 기합이 들어가 있던 에이스의 얼굴이 갑자기 굳어졌다.
에이스 「악명 높은 것으로도 유명했으니까. 무지막지하게 심한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했었지」
디 「……그래서, 그런 흉악한 짓을 한번 해 보고 싶다는 건가」
에이스 「……엥?」
디가 심술궂은 얼굴로 웃으며 팔짱을 끼었다.
에이스가 손과 머리를 동시에 굉장한 기세로 흔들고는 소리쳤다.
에이스 「누가 그런 말을 했다고 그래! 그 정도로 강해져 보고 싶다는 거라고, 이 문어!!」
디 「아야!」
디의 머리 위로 주먹 일격이 날아들었다.
에이스 「너는 경찰과 용감히 싸운 내 무용담도 못 들은 거냐! 너야말로 말이야, 그 기분 나쁜 머리나 빨랑 자르란 말이다!」
에이스가 자칭 명예의 부상을 입은 부자유한 오른쪽 무릎을 몇 번 치고 팔을 뻗어 디의 긴 머리를 잡아당겼다.
디 「아야!! 아야야야야……, 그렇지만 바이크로 소매치기 하다 걸려서 쫓기다 사고 난 것뿐이잖아! 뭘 어떻게 하면 무용이 되는 거야!」
잡아 당겨진 머리 때문에 몸이 기울어진 채 디가 소리를 질러댔다.
아키라는 벽에 기대어 말 그대로 바보 놀음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공기는 싫지 않았다.
아키라가 어떤 태도로 있든 개념치 않고 나아간다.
눈치를 보는 것보다 훨씬 마음이 편하다.
아키라는 그 다가가기 어려운 분위기 때문인지 주위에서 적대시될 때가 많았다.
애초에 타인에게 맡기는 것으로밖에 자신이 있을 곳을 확보할 수 없는, 허상뿐인 하찮은 친구 따위는 이쪽에서 사양했겠지만.
그런 것을 일부러 말하지는 않지만 태도에 드러나 있는지 이유 없이 시비 걸리는 일은 일상 다반사였다.
디 「어이, 아키라―, 이 녀석한테 뭐라고 좀 해 봐! 제일 바보인 건 에이스지!?」
이마 정중앙에서 가른 머리카락 끝을 양쪽 다 잡힌 디가 필사적으로 아키라를 보았다.
확실히 이런 공기는 싫지 않았지만 그래도 너무 오래 지속하면 확실히 질린다.
아키라는 한숨을 쉬고 무거운 입을 열었다.
아키라 「안심하라고. 다 비슷한 사람들끼리니까」
에이스 「…………」
디 「…………」
필시 아키리가 여기에 오고 나서 처음으로 한 말.
두 사람이 미리 짠 것처럼 같은 표정, 같은 움직임으로 아키라를 보았다.
어깨를 축 늘어뜨리는 모습도 두 사람이 똑같다.
알고 보니 주위에서 쉬고 있던 몇몇 사람이 이 바보 놀음을 재미있는 듯 보고 있었다.
언뜻 하늘을 올려다보고는 생각한다.
달 따위는 보이지 않아도―――별로 특별한 일은 없다.
설령 빛이 비치지 않아도 땅을 기는 자는 땅을 기는 자대로 어떻게든 해나갈 방법을 찾아낸다.
연속되는 긴장과 피폐한 나날에 찾아오는 잠깐의 평온함.
그래서 깨닫고 보니 아키라도 이곳으로 빈번히 발길을 옮기게 되었었다.
멈추지 않는 두 사람의 입씨름은 한동안 골목의 온화한 어둠에 울려 퍼졌다.
2006/07/06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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