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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변덕으로 2년 만의 재개. 언제 갑자기 해석 중단할지는 아무도 모름~(-_-)~
Commented by losco at 2008/03/04 03:54
역시 니트로는 이런 분위기가 좋음...
Commented by 카이 at 2008/03/04 13:13
losco님/
멋지죠. 저도 이런 분위기엔 껌벅 죽습니다-ㅅ-)bb
갑작스런 변덕으로 2년 만의 재개. 언제 갑자기 해석 중단할지는 아무도 모름~(-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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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안 되겠느냐며 고민하는 케이스케를 간신히 돌려보내고 이부자리에 든 몇 시간 후.
잠은 또 다시 갑작스런 방문자에게 방해받았다.
2일 연속으로 이래서는 아무래도 기분도 나쁠 수밖에 없다.
아키라는 두통으로 눈을 찌푸리며 느릿느릿 상반신을 일으켰다.
발치에서 찬 기운이 기어올라온다.
냉장고 위에 둔 디지털 시계를 확인하자 아직 해도 제대로 안 떴을 시간이었다.
방문자들은 아키라의 수면뿐만 아니라 방 안까지 제멋대로 짓밟으며 다가왔다.
감시A 「일어나. 출발이다」
어제와 같은 검은 양복 2인조가 침대 옆에 서서 아키라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감시인 한 사람이 뭔가를 가볍게 던졌다.
꽤 무게가 나가는 그것은 자그마한 가방이었다.
안에는 고형 타입 비상식, 500ml 물병이 3개, 지폐 몇 장이 든 봉투, 칼집에 든 나이프, 휴대전화와 닮은 통신기기, 그리고 이그라 참가증인 도그택 5개 1세트가 들어 있었다.
택에는 각각 숫자와 기호가 새겨져 있다.
하트 3, J, 스페이드 6, 7, 클럽 2.
그웬이라는 남자 말로는 이것들과 같은 택을 다른 참가자에게서 빼앗아 포커와 같은 요령으로 패를 만든다고 했다.
즉 지금 갖고 있는 택 중에서 의미 있는 것은 하트 J.
나머지 4장은 모두 무효 택……소용없는 것이다.
앞으로 모아야 하는 택은 10, K, Q, A……
만약 J가 겹치게 된다면 풀하우스를 노리는 선택지도 생긴다.
아키라 「비켜」
아키라는 감시인들을 양손으로 물리치고 준비를 시작했다. 가뜩이나 좁은 방에 답답한 검은 양복 차림의 남자가 2사람이나 들어오면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가방의 약간 빈 공간에 최소한의 의복을 쑤셔 넣고 졸음을 물리치려 냉장고에서 꺼낸 탄산수를 가볍게 들이켰다.
평소에는 식도를 시원하게 빠져나가는 감각도 오늘은 우울하게 느껴졌다.
나갈 준비를 끝낸 후 문득 책상 쪽으로 시선이 갔다.
언젠가부터 내팽개쳐 둔 낡아빠진 가죽 칼집에 싸인 나이프.
집어들고 쌓인 먼지를 가볍게 불어낸 후 그 도신(刀身)을 꺼냈다.
무겁지 않고, 장식적인 디자인으로 폭이 좁고 날씬한 실루엣이 아름답다.
꽤 흠집이 나 있지만 칼날 시작 부분에는 해독불능의 문자가 새겨져 있다.
아마도 이국(異國)의 말일 것이다.
확실히 군사교육을 받던 시절에 지급된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그것치고는 실전에 맞지 않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의외로 외견과는 반대로 내구성이 높고 어중간한 나이프보다도 다루기 쉽다.
모양도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계속 갖고 있었다.
―――이 나이프를 갖고 갈까.
손에 익은 것은 단연 이쪽이었고, 다루기 쉬운 것이 당연히 좋다. 가방에 들어 있던 나이프를 책상에 두고 대신에 다루기 익숙한 쪽을 홀더에 넣고 벨트에 걸었다.
아키라는 준비를 마치고 한 손에 가방을 들고 집에서 나왔다.
문은 잠그지 않았다.
추억도 미련도 집착도, 아무것도 없는 집이었다.
드디어 떠오른 햇빛은 부옜지만, 그래도 충분히 눈이 부셔 눈을 가늘게 떴다.
감시A 「지금부터 토시마로 가는 루트를 설명하겠다」
감시인은 자못 예상대로라는 어조로 담담히 길을 설명했다.
CFC에서 토시마까지는 거의 외길로 길을 잃을 걱정은 없었다.
다만, 구조지구 일대는 부흥의 손길이 닿지 못한 탓에 치안이 나빠 토시마까지 혼자서 가기는 어렵다는 것이었다.
감시A 「안내인을 구해 놓았다. 국경에서 합류해라」
아키라 「안내인?」
감시A 「분위기가 조금 특이한 남자다.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그 녀석이 있으면 구조지구도 통과할 수 있을 거다」
구조지구를 통과할 수 있다는 것은 토시마로 가는 길을 알고 있는 것은 당연하고, 실력도 상당한 사람이라는 것일까.
아무래도 수상했지만 달리 의지할 것도 없어 아키라는 마지못해 지정된 국경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는 부흥이 진행된 CFC라도 교외로 나감에 따라 풍경은 호젓하고 궁색하게 변모해 간다.
확대일로를 걷는 빈부의 차.
부흥으로 새로이 지어진 건조물과 폐옥과의 부조화.
이 나라에는 필요 없는 것만 흘러넘치고 필요한 것은 녹슬어 사라져간다.
구조지구 쪽에 가 본 적은 없었지만 이 이상 심각하다면 대단할 것이다.
이윽고 전방에 구역의 경계를 표시하는 망가진 간판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옆에 사람 모습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팔을 꼬고 과묵하게 아키라를 보고 있는 남자.
―――안내인.
감시인이 말 한 대로 한눈에 그라는 것을 알았다.
풍모가 눈에 띄는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CFC 사람은 아니다. 분위기가 너무 다르다.
가혹한 상황을 극복해 온 사람만이 지니는 조용한 위압이 있었다. 작은 오한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아키라 「나를 토시마까지 안내해 주는 것은 당신인가」
안내인 「…………」
남자는 대답하지 않고 묵묵히 아키라를 응시했다.
꿰뚫어 버릴 듯이 사나워 보이는 눈동자였다.
남자는 그대로 말없이 등을 돌리고는 구조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아키라는 기분 나빠하면서도 달리 의지할 것 없이 경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그 뒤를 따랐다.
안내해 준다고는 하지만 정체를 알 수 없다.
여기에서 토시마까지 대체로 꼬박 하루는 걸어야 한다고 들었다.
단순하지만 거리 자체는 그 나름대로 있었다.
드디어 들어서게 되었다.
인제야 심장이 강하게 요동쳤다.
보이는 것은 온통 폐허.
그 밖에는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 정도로 구조지구는 무참히 파괴되어 있었다.
안내인과 만났을 때는 아직 날도 밝았건만, 그 참상을 한탄하듯 하늘은 구름 낀 하늘을 드러내고 있었다.
잊혀진 건축물의 잔해들이 떨어뜨리는 그림자는 어둠보다도 검고 깊다.
미로도 아닌데 잘못하면 길을 잃고 영원히 방황하게 된다.
그렇게 돌아오지 않은 사람도 많다.
덧붙여 구조지구에 드나드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이유.
그것은『난민』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난민』―――대전 후, 2개로 분단된 일본에서 CFC에도 일흥련에도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구조지구로 흘러들어온 국민이 그렇게 불리고 있었다.
폐허로 화한 이 지역에서 생활해 가기는 어렵다.
굶주림이나 죽음과 늘 함께하는 나날.
그 때문에 난민들은 이 지구를 사람이 지나가려 하면 사냥감을 갈취하는 늑대 무리처럼 습격해 왔다.
잡히면 끝, 살아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은밀히 충만한 굶주린 숨소리.
짐승의 신음 소리와도 닮은 목소리. 달리는 발소리.
그렇게 시야에 비치는 것은 폐허와 그림자뿐,『난민』들의 모습은 알 수 없다.
너무 기분 나쁠 정도로 불온한 공기에 아키라는 몸이 경직되었지만 안내인은 익숙한지 경계도 하지 않고 앞을 걸어갔다.
때때로 그림자에 마음이 쏠려 앞서가는 안내인을 잃어버릴 것 같아져 방심할 수 없었다.
문득 어딘가에서 기묘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발걸음을 멈추고 의식을 주위로 향했다.
쇠를 두드리거나 할퀴는 듯한 귀에 거슬리는 소리.
이상하게 일그러진 물체 뒤편에서 들려오는 듯했다.
반사적으로 발길을 향하고 발을 내디뎠을 때였다.
안내인 「신경 쓰지 마!」
갑자기 안내인이 돌아서 아키라 쪽으로 달려왔다.
아키라 「……!?」
남자 「크아아아아아아악!!!」
무엇을, 이라고 생각했을 때에는 이미 늦었다. 소리를 내던 그림자에서 무언가가 무서운 속도로 튀어나왔다.
안내인이 팔을 끌어당겨 휘청하고 몸이 옆으로 기울어진다.
그 어깨와 아슬아슬하게 떨어진 곳을 무겁고 예리한 바람이 지나갔다.
바람은 사냥감을 잡지 못해 땅에 손을 대고는 튕기듯이 훌쩍 몸을 돌려 착지했다.
바로 가까이에서 울리는 거친 숨결. 어둠 속에서 빛나는 눈. 낮게 으르렁거리는 소리.
느껴지는 것은 짐승의 양상인데, 4발로 기는 실루엣은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다.
1명의 기척이―――증식해 간다.
하나, 또 하나.
마치 분열이라도 하고 있는 것처럼 순식간에 주위는 사나운 낌새로 가득 차 있었다.
안내인 「이 바보. 생각 없이 가면 어떡해」
안내인이 혀를 차고 냉담히 말하고는 아키라 쪽으로 다가왔다.
그 손에는 칼날이 15cm 정도인 아미 나이프가 쥐여 있었다.
서서히 포위된 원 중앙으로 몰렸다.
공기는 일촉즉발의 긴박감을 품고 서로가 서로의 동향을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
상대가 기세에 눌리지 않는지 타이밍을 잘못 읽으면 끝이다.
안내인 「이런 곳에서 같이 죽기는 싫다」
아키라 「……기우로군. 나도 마찬가지야」
서로 등을 맞대면서 아키라는 주위를 노려보았다.
안내인 「수가 너무 많아. 제대로 상대하지 마라」
아키라 「알고 있어」
안내인 「너 Bl@ster 챔피언이잖아. 그렇다면, 식은 죽 먹기겠군」
아키라 「…………」
야유를 담은 말에 아키라는 복잡한 침묵으로 답했다.
남자 「그으으으으으으……」
사나운 울음소리가 차례로 거칠고 높아져 간다.
안내인이 낮게 자세를 취하는 기척.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우고 틈을 놓치지 않도록 아키라도 태세를 갖추었다.
폐허의 무리, 완전히 물든 그림자, 숨어 있는 것은 사냥감을 놓치지 않으려는 많은 수의 흉포한 눈.
역경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이성 따위를 남겨 두어도 아무런 의미도 없다.
인간의 모습을 지녔으면서 인간의 마음을 버린다.
그렇게 짐승에게도 이길 수 있는 능력을 몸에 익혀 온 자들.
잡히면 끝이다.
가방을 어깨에 꽉 메고 허리 홀더에 꽂혀 있는 나이프 자루를 천천히 움켜쥐었다.
등 뒤 안내인의 기척이 한순간 흔들리며 움직인다.
―――지금인가.
남자 「크아아아악!!!」
아키라와 안내인이 앞으로 뛰어가는 것과 거의 동시에 굶주린 늑대들이 일제히 덤벼들었다.
아키라 「……큭」
날카롭게 가공된 쇳조각과 유리 파편이 사방에서 날아온다.
집단으로 사냥하는 짐승과 같이, 아무리 피해도 연이은 추격은 멈추지 않는다.
눈앞에 불쑥 튀어나온 팔을 피해 빠져나간 후 칼로 찔렀다.
남자 「크악!!」
울려 퍼지는 비명과 흩날리는 붉은 물보라.
Bl@ster에서도 피를 보는 일은 많이 있었다.
덧없는 일상 중 이 한순간만큼은―――피를 본 맨 처음 한순간만큼은 고양되는 자신이 있는 듯한 기분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흔들리지 않는 긴장감 깊은 곳에서 희미하게 욱신거리는 것을 느꼈다.
하늘에 그려지는 붉은 얼룩이 시야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한 번 그때가 지나가면 나중에는 아무리 대량으로 피가 흘러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지만.
『난민』들의 움직임은 난잡했지만 익숙해지면 어떻게든 읽을 수 있었다.
아키라 「……!」
남자 「그아아아아!」
등으로 달려들었다.
흔들어 떨어뜨리기를 시도해 보지만 어깨를 붙잡고 있는 손톱이 파고들어 통증이 엄습한다.
아키라 「큭……」
아키라는 옆구리를 노리고 달려드는 한 명을 순간적으로 가방으로 때리고, 자신의 어깨를 붙잡은 손을 겨냥해 나이프를 내려쳤다.
남자 「크아아아악!!」
아키라의 나이프가 어깨의 손을 찌르기 직전.
귓전에서 단발마의 절규가 울리고 등에 실렸던 무게가 미끄러져 사라졌다.
돌아보자 상대의 피에 물든 안내인이 험악한 얼굴로 서 있었다.
안내인 「신경 쓰지 마, 뛰어」
아키라에게서 떨어진『난민』의 등은 목덜미에서 허리까지 깨끗이 잘려 있었다.
엉겨 붙는 팔을 뿌리치고 아키라는 안내인의 뒤를 따라 전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등 뒤에서 뱃속 깊은 곳에서 울리는 듯한 포효가 추격해 온다.
거대한 폐허로 된 미로. 앞도, 뒤도, 왼쪽도, 오른쪽도.
어디까지 이어지는 것인가, 이대로 영원히 깊은 어둠까지 이어져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망상을 품었다.
숨이 가빠지기 시작했을 때 뒤쫓아오는 소리도 서서히 멀어져, 안내인이 서서히 질주를 멈추고 느릿한 발걸음이 되었다.
이 정도로 오래 달린 것은 오랜만이라, 아키라는 어깨를 크게 들썩이며 숨을 쉬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안내인 「놈들도 끈덕지게 쫓아오지는 않아」
확실히 아까처럼 불온한 웅성거림은 사라져 있었다.
피가 묻은 나이프를 가볍게 털고 허리 홀더에 넣었다.
그 후 한동안은 말없이 걸었다.
별세계로 이어지는 이곳은 마치 격리된 다른 차원의 공간과 같았다.
약간 하얘진 흐린 하늘은 해가 지는 것과 함께 조금씩 흐린 잿빛으로 변해갔다.
장래 불안이라고도 할 수 있는 날씨.
그러나 쾌청도 토시마에 어울리지 않는 기분이 들었다.
아키라는 길을 걸으며 조금 전의『난민』들에 대한 것을 회상하면서 앞서가는 안내인을 향해 멀리 있는 것을 보듯 눈을 가늘게 뜨고 입을 열었다.
아키라 「……당신, 대체 뭐 하는 사람이야」
엠마와 그웬의 사주를 받았으니 어차피 그쪽 사람인 것은 틀림없겠지만, 그것치고는―――
『난민』들을 돌파했을 때 시야 끝에서 본 남자의 모습.
담담히, 마치 몰려오는 개미를 쫓아내듯이 냉정히 대처하고 있었다.
실력은 갈고 닦을 수 있지만 임기응변의 판단력은 많은 싸움을 거치지 않으면 익힐 수 없다.
안내인 「관할은 구조와 토시마다」
구조와 토시마―――
과연, 그렇다면 납득이 갔다.
아키라 「토시마에서 바보 같은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사실인가」
특별히 거짓말이라고 의심하고 물은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는 엠마와 그웬이 신분을 숨기고 일부러 아키라에게 거래를 하러 온 의미가 없다.
다만 실제로 토시마를 보고 있는 사람의 입에서 진실을 듣고 싶을 뿐이었다.
안내인은 어깨너머로 아키라를 흘깃 보고는 바로 앞쪽을 턱으로 가리켰다.
안내인 「가면 안다. 이제 코앞이다」
그를 따라 앞쪽으로 시선을 향하자 구름이 무겁게 드리워진 하늘 아래 고층 빌딩의 잔해가 애매하게 들여다보이고 있었다.
안내인 「누구씨가 실수한 덕분에 뛰어서 말이야, 예정보다 이른 도착이다」
아키라는 다시 한 번 신기루 같은 토시마의 원경(遠景)을 바라보았다.
퇴폐한 범죄의 소굴 토시마.
그리고 살인 가능한 배틀 게임, 이그라.
아직도 멀게 느껴지는「죽음」의 감각.
―――죽음의 구렁이 여기에서는 약간은 보일지도 모른다.
또 다시 피를 보았을 때에 느껴지는 듯한 희미한 고양이 아키라를 덮쳤다.
지구의 경계를 알리는 녹슨 간판이 보이자 안내인은 토시마로 발을 들이지 않고 멈춰 섰다.
아키라 쪽을 향하고 양팔을 크게 벌리고는 일부러인 듯한 동작으로 천천히 머리를 숙인다.
안내는 여기까지라는 것이리라.
아키라 「……, 고마웠어. 그럼」
과장된 몸짓에 내심 쓴웃음을 지으며 안내인에게 등을 돌리고 걸으려 했다.
다음 순간.
아키라 「!?」
갑자기 등 뒤에서 양팔을 붙잡혀 몸의 자유를 빼앗겼다.
힘들게 고개를 돌리자 바로 눈앞에 깊은 미소를 띤 안내인의 얼굴이 있었다.
기묘한 위압감을 느끼게 하는 시선에 꿰 뚫려 압도된다.
아키라 「이거 놔……!」
흔들어 빼려고 저항하지만 아키라를 붙잡은 팔은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한쪽 팔이 아키라의 머리로 옮겨가 강제로 자신을 향하게 한다.
아키라 「……읏」
부하가 걸려 쑤시는 목에 눈썹을 찌푸렸다.
안내인 「한 가지 충고해 두지」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가 울린다.
안내인 「이렇게 무방비 하게 등을 드러내고 다니면 금세 잡아먹힌다」
아키라 「……!」
속삭임 같은 말과 함께 뜨겁고 축축한 감촉이 귀를 덮쳤다.
고막에 끈적하게 울리는 물소리에 소름이 끼친다.
혼신의 힘으로 속박에서 도망쳐 뒤돌아보듯이 팔꿈치를 세게 내질렀다.
안내인은 재빨리 뒤로 물러서고는 구조지구 쪽으로 한 걸음 더 물러났다.
노려보는 아키라에게 도전하는 듯한 눈빛으로 윗입술을 핥으며 기분 나쁘게 웃고는 아까와 같은 동작으로 천천히 인사를 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발을 돌려 뒤돌아보지 않고 구조지구 쪽으로 되돌아갔다.
아키라는 남자의 등이 보이지 않게 되고 나서야 겨우 시선을 돌리고 작게 한숨을 쉬었다.
혀를 넣었던 귀를 손바닥으로 난폭하게 닦았다. 아직 기분 나쁜 감촉이 남아 있다.
동시에 안내인이 마지막에 보인 기분 나쁜 웃음도 뇌리에 되살아났다.
아키라 「……빌어먹을」
아키라는 발치에 떨어져 있던 자갈을 발로 차고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전도다난(前途多難). 무엇보다 간단히 등을 잡혀 제대로 저항하지 못하고 하는 대로 당했다는 것이 굴욕적이었다.
아키라는 땅 밑까지 떨어진 긴장감을 끌어올리지도 않고 토시마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거리가 있는 탓에 안개가 낀 줄 알았던 광경은 가까이 다가가자 더욱 애매모호해졌다.
구조지구도 충분히 기분 나빴지만 토시마에서는 무엇인가 또 다른 공기가 느껴지는 기분이 들었다.
더 독살스럽고 썩은 배덕의 냄새가 감돈다―――
품고 있는 인상이 그렇게 생각하게 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국경을 넘어 마침내 토시마로 발을 디뎠다.
아마도 도시 중심부로 이어져 있을 폭이 넒은 길에는 시든 초목 이외에 눈에 띄는 것은 보이지 않고 내방자를 환영하는 간판이 세워져 있을 뿐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표면 칠은 벗겨져 녹이 드러나고, 고정 쇠붙이는 떨어져 간신히 걸려 있는 상태인 무참한 물건이었다.
간판에 써진 일변도의 선전문구에는 누군가가 스프레이 도료로 덧써놓았다.
아키라는 스펠이 틀린 영문을 흘깃 보고는 도시 중심부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Welcam to MUDHATRE's carniBal!!!!!(미친 모자장수의 축제에 어서 오십시오)
잠은 또 다시 갑작스런 방문자에게 방해받았다.
2일 연속으로 이래서는 아무래도 기분도 나쁠 수밖에 없다.
아키라는 두통으로 눈을 찌푸리며 느릿느릿 상반신을 일으켰다.
발치에서 찬 기운이 기어올라온다.
냉장고 위에 둔 디지털 시계를 확인하자 아직 해도 제대로 안 떴을 시간이었다.
방문자들은 아키라의 수면뿐만 아니라 방 안까지 제멋대로 짓밟으며 다가왔다.
감시A 「일어나. 출발이다」
어제와 같은 검은 양복 2인조가 침대 옆에 서서 아키라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감시인 한 사람이 뭔가를 가볍게 던졌다.
꽤 무게가 나가는 그것은 자그마한 가방이었다.
안에는 고형 타입 비상식, 500ml 물병이 3개, 지폐 몇 장이 든 봉투, 칼집에 든 나이프, 휴대전화와 닮은 통신기기, 그리고 이그라 참가증인 도그택 5개 1세트가 들어 있었다.
택에는 각각 숫자와 기호가 새겨져 있다.
하트 3, J, 스페이드 6, 7, 클럽 2.
그웬이라는 남자 말로는 이것들과 같은 택을 다른 참가자에게서 빼앗아 포커와 같은 요령으로 패를 만든다고 했다.
즉 지금 갖고 있는 택 중에서 의미 있는 것은 하트 J.
나머지 4장은 모두 무효 택……소용없는 것이다.
앞으로 모아야 하는 택은 10, K, Q, A……
만약 J가 겹치게 된다면 풀하우스를 노리는 선택지도 생긴다.
아키라 「비켜」
아키라는 감시인들을 양손으로 물리치고 준비를 시작했다. 가뜩이나 좁은 방에 답답한 검은 양복 차림의 남자가 2사람이나 들어오면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가방의 약간 빈 공간에 최소한의 의복을 쑤셔 넣고 졸음을 물리치려 냉장고에서 꺼낸 탄산수를 가볍게 들이켰다.
평소에는 식도를 시원하게 빠져나가는 감각도 오늘은 우울하게 느껴졌다.
나갈 준비를 끝낸 후 문득 책상 쪽으로 시선이 갔다.
언젠가부터 내팽개쳐 둔 낡아빠진 가죽 칼집에 싸인 나이프.

무겁지 않고, 장식적인 디자인으로 폭이 좁고 날씬한 실루엣이 아름답다.
꽤 흠집이 나 있지만 칼날 시작 부분에는 해독불능의 문자가 새겨져 있다.
아마도 이국(異國)의 말일 것이다.
확실히 군사교육을 받던 시절에 지급된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그것치고는 실전에 맞지 않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의외로 외견과는 반대로 내구성이 높고 어중간한 나이프보다도 다루기 쉽다.
모양도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계속 갖고 있었다.
―――이 나이프를 갖고 갈까.
손에 익은 것은 단연 이쪽이었고, 다루기 쉬운 것이 당연히 좋다. 가방에 들어 있던 나이프를 책상에 두고 대신에 다루기 익숙한 쪽을 홀더에 넣고 벨트에 걸었다.
아키라는 준비를 마치고 한 손에 가방을 들고 집에서 나왔다.
문은 잠그지 않았다.
추억도 미련도 집착도, 아무것도 없는 집이었다.
드디어 떠오른 햇빛은 부옜지만, 그래도 충분히 눈이 부셔 눈을 가늘게 떴다.
감시A 「지금부터 토시마로 가는 루트를 설명하겠다」
감시인은 자못 예상대로라는 어조로 담담히 길을 설명했다.
CFC에서 토시마까지는 거의 외길로 길을 잃을 걱정은 없었다.
다만, 구조지구 일대는 부흥의 손길이 닿지 못한 탓에 치안이 나빠 토시마까지 혼자서 가기는 어렵다는 것이었다.
감시A 「안내인을 구해 놓았다. 국경에서 합류해라」
아키라 「안내인?」
감시A 「분위기가 조금 특이한 남자다.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그 녀석이 있으면 구조지구도 통과할 수 있을 거다」
구조지구를 통과할 수 있다는 것은 토시마로 가는 길을 알고 있는 것은 당연하고, 실력도 상당한 사람이라는 것일까.
아무래도 수상했지만 달리 의지할 것도 없어 아키라는 마지못해 지정된 국경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는 부흥이 진행된 CFC라도 교외로 나감에 따라 풍경은 호젓하고 궁색하게 변모해 간다.
확대일로를 걷는 빈부의 차.
부흥으로 새로이 지어진 건조물과 폐옥과의 부조화.
이 나라에는 필요 없는 것만 흘러넘치고 필요한 것은 녹슬어 사라져간다.
구조지구 쪽에 가 본 적은 없었지만 이 이상 심각하다면 대단할 것이다.
이윽고 전방에 구역의 경계를 표시하는 망가진 간판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옆에 사람 모습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안내인.
감시인이 말 한 대로 한눈에 그라는 것을 알았다.
풍모가 눈에 띄는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CFC 사람은 아니다. 분위기가 너무 다르다.
가혹한 상황을 극복해 온 사람만이 지니는 조용한 위압이 있었다. 작은 오한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아키라 「나를 토시마까지 안내해 주는 것은 당신인가」
안내인 「…………」
남자는 대답하지 않고 묵묵히 아키라를 응시했다.
꿰뚫어 버릴 듯이 사나워 보이는 눈동자였다.
남자는 그대로 말없이 등을 돌리고는 구조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아키라는 기분 나빠하면서도 달리 의지할 것 없이 경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그 뒤를 따랐다.
안내해 준다고는 하지만 정체를 알 수 없다.
여기에서 토시마까지 대체로 꼬박 하루는 걸어야 한다고 들었다.
단순하지만 거리 자체는 그 나름대로 있었다.
드디어 들어서게 되었다.
인제야 심장이 강하게 요동쳤다.

그 밖에는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 정도로 구조지구는 무참히 파괴되어 있었다.
안내인과 만났을 때는 아직 날도 밝았건만, 그 참상을 한탄하듯 하늘은 구름 낀 하늘을 드러내고 있었다.
잊혀진 건축물의 잔해들이 떨어뜨리는 그림자는 어둠보다도 검고 깊다.
미로도 아닌데 잘못하면 길을 잃고 영원히 방황하게 된다.
그렇게 돌아오지 않은 사람도 많다.
덧붙여 구조지구에 드나드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이유.
그것은『난민』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난민』―――대전 후, 2개로 분단된 일본에서 CFC에도 일흥련에도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구조지구로 흘러들어온 국민이 그렇게 불리고 있었다.
폐허로 화한 이 지역에서 생활해 가기는 어렵다.
굶주림이나 죽음과 늘 함께하는 나날.
그 때문에 난민들은 이 지구를 사람이 지나가려 하면 사냥감을 갈취하는 늑대 무리처럼 습격해 왔다.
잡히면 끝, 살아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은밀히 충만한 굶주린 숨소리.
짐승의 신음 소리와도 닮은 목소리. 달리는 발소리.
그렇게 시야에 비치는 것은 폐허와 그림자뿐,『난민』들의 모습은 알 수 없다.
너무 기분 나쁠 정도로 불온한 공기에 아키라는 몸이 경직되었지만 안내인은 익숙한지 경계도 하지 않고 앞을 걸어갔다.
때때로 그림자에 마음이 쏠려 앞서가는 안내인을 잃어버릴 것 같아져 방심할 수 없었다.
문득 어딘가에서 기묘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발걸음을 멈추고 의식을 주위로 향했다.
쇠를 두드리거나 할퀴는 듯한 귀에 거슬리는 소리.
이상하게 일그러진 물체 뒤편에서 들려오는 듯했다.
반사적으로 발길을 향하고 발을 내디뎠을 때였다.
안내인 「신경 쓰지 마!」
갑자기 안내인이 돌아서 아키라 쪽으로 달려왔다.
아키라 「……!?」
남자 「크아아아아아아악!!!」
무엇을, 이라고 생각했을 때에는 이미 늦었다. 소리를 내던 그림자에서 무언가가 무서운 속도로 튀어나왔다.
안내인이 팔을 끌어당겨 휘청하고 몸이 옆으로 기울어진다.
그 어깨와 아슬아슬하게 떨어진 곳을 무겁고 예리한 바람이 지나갔다.
바람은 사냥감을 잡지 못해 땅에 손을 대고는 튕기듯이 훌쩍 몸을 돌려 착지했다.
바로 가까이에서 울리는 거친 숨결. 어둠 속에서 빛나는 눈. 낮게 으르렁거리는 소리.
느껴지는 것은 짐승의 양상인데, 4발로 기는 실루엣은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다.
1명의 기척이―――증식해 간다.
하나, 또 하나.
마치 분열이라도 하고 있는 것처럼 순식간에 주위는 사나운 낌새로 가득 차 있었다.
안내인 「이 바보. 생각 없이 가면 어떡해」
안내인이 혀를 차고 냉담히 말하고는 아키라 쪽으로 다가왔다.
그 손에는 칼날이 15cm 정도인 아미 나이프가 쥐여 있었다.
서서히 포위된 원 중앙으로 몰렸다.
공기는 일촉즉발의 긴박감을 품고 서로가 서로의 동향을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
상대가 기세에 눌리지 않는지 타이밍을 잘못 읽으면 끝이다.
안내인 「이런 곳에서 같이 죽기는 싫다」
아키라 「……기우로군. 나도 마찬가지야」
서로 등을 맞대면서 아키라는 주위를 노려보았다.
안내인 「수가 너무 많아. 제대로 상대하지 마라」
아키라 「알고 있어」
안내인 「너 Bl@ster 챔피언이잖아. 그렇다면, 식은 죽 먹기겠군」
아키라 「…………」
야유를 담은 말에 아키라는 복잡한 침묵으로 답했다.
남자 「그으으으으으으……」
사나운 울음소리가 차례로 거칠고 높아져 간다.
안내인이 낮게 자세를 취하는 기척.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우고 틈을 놓치지 않도록 아키라도 태세를 갖추었다.
폐허의 무리, 완전히 물든 그림자, 숨어 있는 것은 사냥감을 놓치지 않으려는 많은 수의 흉포한 눈.
역경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이성 따위를 남겨 두어도 아무런 의미도 없다.
인간의 모습을 지녔으면서 인간의 마음을 버린다.
그렇게 짐승에게도 이길 수 있는 능력을 몸에 익혀 온 자들.
잡히면 끝이다.
가방을 어깨에 꽉 메고 허리 홀더에 꽂혀 있는 나이프 자루를 천천히 움켜쥐었다.
등 뒤 안내인의 기척이 한순간 흔들리며 움직인다.
―――지금인가.
남자 「크아아아악!!!」
아키라와 안내인이 앞으로 뛰어가는 것과 거의 동시에 굶주린 늑대들이 일제히 덤벼들었다.
아키라 「……큭」
날카롭게 가공된 쇳조각과 유리 파편이 사방에서 날아온다.
집단으로 사냥하는 짐승과 같이, 아무리 피해도 연이은 추격은 멈추지 않는다.

남자 「크악!!」
울려 퍼지는 비명과 흩날리는 붉은 물보라.
Bl@ster에서도 피를 보는 일은 많이 있었다.
덧없는 일상 중 이 한순간만큼은―――피를 본 맨 처음 한순간만큼은 고양되는 자신이 있는 듯한 기분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흔들리지 않는 긴장감 깊은 곳에서 희미하게 욱신거리는 것을 느꼈다.
하늘에 그려지는 붉은 얼룩이 시야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한 번 그때가 지나가면 나중에는 아무리 대량으로 피가 흘러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지만.
『난민』들의 움직임은 난잡했지만 익숙해지면 어떻게든 읽을 수 있었다.
아키라 「……!」
남자 「그아아아아!」
등으로 달려들었다.
흔들어 떨어뜨리기를 시도해 보지만 어깨를 붙잡고 있는 손톱이 파고들어 통증이 엄습한다.
아키라 「큭……」
아키라는 옆구리를 노리고 달려드는 한 명을 순간적으로 가방으로 때리고, 자신의 어깨를 붙잡은 손을 겨냥해 나이프를 내려쳤다.
남자 「크아아아악!!」
아키라의 나이프가 어깨의 손을 찌르기 직전.
귓전에서 단발마의 절규가 울리고 등에 실렸던 무게가 미끄러져 사라졌다.
돌아보자 상대의 피에 물든 안내인이 험악한 얼굴로 서 있었다.
안내인 「신경 쓰지 마, 뛰어」
아키라에게서 떨어진『난민』의 등은 목덜미에서 허리까지 깨끗이 잘려 있었다.
엉겨 붙는 팔을 뿌리치고 아키라는 안내인의 뒤를 따라 전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등 뒤에서 뱃속 깊은 곳에서 울리는 듯한 포효가 추격해 온다.
거대한 폐허로 된 미로. 앞도, 뒤도, 왼쪽도, 오른쪽도.
어디까지 이어지는 것인가, 이대로 영원히 깊은 어둠까지 이어져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망상을 품었다.
숨이 가빠지기 시작했을 때 뒤쫓아오는 소리도 서서히 멀어져, 안내인이 서서히 질주를 멈추고 느릿한 발걸음이 되었다.
이 정도로 오래 달린 것은 오랜만이라, 아키라는 어깨를 크게 들썩이며 숨을 쉬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안내인 「놈들도 끈덕지게 쫓아오지는 않아」
확실히 아까처럼 불온한 웅성거림은 사라져 있었다.
피가 묻은 나이프를 가볍게 털고 허리 홀더에 넣었다.
그 후 한동안은 말없이 걸었다.
별세계로 이어지는 이곳은 마치 격리된 다른 차원의 공간과 같았다.

장래 불안이라고도 할 수 있는 날씨.
그러나 쾌청도 토시마에 어울리지 않는 기분이 들었다.
아키라는 길을 걸으며 조금 전의『난민』들에 대한 것을 회상하면서 앞서가는 안내인을 향해 멀리 있는 것을 보듯 눈을 가늘게 뜨고 입을 열었다.
아키라 「……당신, 대체 뭐 하는 사람이야」
엠마와 그웬의 사주를 받았으니 어차피 그쪽 사람인 것은 틀림없겠지만, 그것치고는―――
『난민』들을 돌파했을 때 시야 끝에서 본 남자의 모습.
담담히, 마치 몰려오는 개미를 쫓아내듯이 냉정히 대처하고 있었다.
실력은 갈고 닦을 수 있지만 임기응변의 판단력은 많은 싸움을 거치지 않으면 익힐 수 없다.
안내인 「관할은 구조와 토시마다」
구조와 토시마―――
과연, 그렇다면 납득이 갔다.
아키라 「토시마에서 바보 같은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사실인가」
특별히 거짓말이라고 의심하고 물은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는 엠마와 그웬이 신분을 숨기고 일부러 아키라에게 거래를 하러 온 의미가 없다.
다만 실제로 토시마를 보고 있는 사람의 입에서 진실을 듣고 싶을 뿐이었다.
안내인은 어깨너머로 아키라를 흘깃 보고는 바로 앞쪽을 턱으로 가리켰다.
안내인 「가면 안다. 이제 코앞이다」
그를 따라 앞쪽으로 시선을 향하자 구름이 무겁게 드리워진 하늘 아래 고층 빌딩의 잔해가 애매하게 들여다보이고 있었다.
안내인 「누구씨가 실수한 덕분에 뛰어서 말이야, 예정보다 이른 도착이다」
아키라는 다시 한 번 신기루 같은 토시마의 원경(遠景)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살인 가능한 배틀 게임, 이그라.
아직도 멀게 느껴지는「죽음」의 감각.
―――죽음의 구렁이 여기에서는 약간은 보일지도 모른다.
또 다시 피를 보았을 때에 느껴지는 듯한 희미한 고양이 아키라를 덮쳤다.
지구의 경계를 알리는 녹슨 간판이 보이자 안내인은 토시마로 발을 들이지 않고 멈춰 섰다.
아키라 쪽을 향하고 양팔을 크게 벌리고는 일부러인 듯한 동작으로 천천히 머리를 숙인다.
안내는 여기까지라는 것이리라.
아키라 「……, 고마웠어. 그럼」
과장된 몸짓에 내심 쓴웃음을 지으며 안내인에게 등을 돌리고 걸으려 했다.
다음 순간.
아키라 「!?」
갑자기 등 뒤에서 양팔을 붙잡혀 몸의 자유를 빼앗겼다.
힘들게 고개를 돌리자 바로 눈앞에 깊은 미소를 띤 안내인의 얼굴이 있었다.
기묘한 위압감을 느끼게 하는 시선에 꿰 뚫려 압도된다.
아키라 「이거 놔……!」
흔들어 빼려고 저항하지만 아키라를 붙잡은 팔은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한쪽 팔이 아키라의 머리로 옮겨가 강제로 자신을 향하게 한다.
아키라 「……읏」
부하가 걸려 쑤시는 목에 눈썹을 찌푸렸다.
안내인 「한 가지 충고해 두지」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가 울린다.
안내인 「이렇게 무방비 하게 등을 드러내고 다니면 금세 잡아먹힌다」
아키라 「……!」
속삭임 같은 말과 함께 뜨겁고 축축한 감촉이 귀를 덮쳤다.
고막에 끈적하게 울리는 물소리에 소름이 끼친다.
혼신의 힘으로 속박에서 도망쳐 뒤돌아보듯이 팔꿈치를 세게 내질렀다.
안내인은 재빨리 뒤로 물러서고는 구조지구 쪽으로 한 걸음 더 물러났다.
노려보는 아키라에게 도전하는 듯한 눈빛으로 윗입술을 핥으며 기분 나쁘게 웃고는 아까와 같은 동작으로 천천히 인사를 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발을 돌려 뒤돌아보지 않고 구조지구 쪽으로 되돌아갔다.
아키라는 남자의 등이 보이지 않게 되고 나서야 겨우 시선을 돌리고 작게 한숨을 쉬었다.
혀를 넣었던 귀를 손바닥으로 난폭하게 닦았다. 아직 기분 나쁜 감촉이 남아 있다.
동시에 안내인이 마지막에 보인 기분 나쁜 웃음도 뇌리에 되살아났다.
아키라 「……빌어먹을」
아키라는 발치에 떨어져 있던 자갈을 발로 차고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전도다난(前途多難). 무엇보다 간단히 등을 잡혀 제대로 저항하지 못하고 하는 대로 당했다는 것이 굴욕적이었다.
아키라는 땅 밑까지 떨어진 긴장감을 끌어올리지도 않고 토시마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거리가 있는 탓에 안개가 낀 줄 알았던 광경은 가까이 다가가자 더욱 애매모호해졌다.
구조지구도 충분히 기분 나빴지만 토시마에서는 무엇인가 또 다른 공기가 느껴지는 기분이 들었다.
더 독살스럽고 썩은 배덕의 냄새가 감돈다―――
품고 있는 인상이 그렇게 생각하게 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국경을 넘어 마침내 토시마로 발을 디뎠다.
아마도 도시 중심부로 이어져 있을 폭이 넒은 길에는 시든 초목 이외에 눈에 띄는 것은 보이지 않고 내방자를 환영하는 간판이 세워져 있을 뿐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표면 칠은 벗겨져 녹이 드러나고, 고정 쇠붙이는 떨어져 간신히 걸려 있는 상태인 무참한 물건이었다.
간판에 써진 일변도의 선전문구에는 누군가가 스프레이 도료로 덧써놓았다.
아키라는 스펠이 틀린 영문을 흘깃 보고는 도시 중심부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Welcam to MUDHATRE's carniBal!!!!!(미친 모자장수의 축제에 어서 오십시오)
Commented by losco at 2008/03/04 03:54
역시 니트로는 이런 분위기가 좋음...
Commented by 카이 at 2008/03/04 13:13
losco님/
멋지죠. 저도 이런 분위기엔 껌벅 죽습니다-ㅅ-)bb
2008/03/03 20:01
2008/03/03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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