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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근처는 아무리 봐도 황폐한 느낌이었지만 점차 군립한 빌딩과 폐옥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옛날에는 일본의 주요도시로서 번영했던 이곳도 퇴폐해버린 지금 옛 모습은 간데없다.
남겨진 고층 빌딩 무리가 마치 묘비처럼 하늘로 검게 치솟아 있고, 구름이 갈라진 틈으로 얼굴을 보이는 달이 파르스름한 빛을 거리에 숨기고 있었다.
사람 대신 넘쳐나는 것은 쓰레기와 자갈과 먼지였다.
미친 듯한 큰 웃음소리, 노성과 욕설. 그것들이 때때로 무거운 밤하늘에 울렸다.
코를 찌르는 쉰 냄새.
아키라는 발을 멈추고 깨진 아스팔트로 시선을 떨어뜨렸다.
어두운 탓에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검은 얼룩이 구석구석 점점이 퍼져 있다.
혈흔인가. ―――감도는 것은 죽음의 냄새인가.
항상 누군가에게 감시받는 듯한 감각에 신경이 곤두서고 소름이 끼친다.
마음 깊은 곳에 도사린 기분 나쁜 긴장감.
……그러고 보니.
문득 깨닫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없다. 길 어디에도 굴러다니는 기색은 없다.
그렇지 않으면 이그라는 어딘가 구분된 필드에서 행해지는 것일까.
아니. 그렇다고 해도 치안이 이렇게나 나쁜 도시에서 하나도 없는 것은 역시 이상했다.
보이지 않는다―――시체가.
셀 수 없을 정도의 혈흔이 아스팔트에 번져 있는데 기묘했다.
아키라가 지금 있는 길은 도시를 동서남북으로 종단하는 큰길인 듯했지만 달리 사람이 있는 기미는 없었다.
꿈틀거리는 기척만은 전해져 온다.
골목의 어둠에 숨어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키라는 안내인의 친절한 충고대로 경계심 덩어리가 되어 다시 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사람 없는 건물이 길 좌우에 늘어선 모습은 마치 죽은 자의 장례 같았다.
허무를 내포하고 침묵한 채 아키라가 지나가는 것을 조용히 보고 있다.
혹은 조소하고 있다.
앞쪽에 십자로가 보이기 시작한 곳에서 시야 끝에서 움직이는 무엇인가를 잡았다.
발길을 멈추고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처마끝에 큰 쇼윈도가 있는 점포의 잔해.
산산이 깨진 그 안쪽에 무언가의 그림자가 율동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사람, 일 것이다. 아마도.
이런 도시이니 어떤 사람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그렇게 생각하고 지나치려 한 아키라의 귀에 짐승과 같은 숨소리가 희미하게 닿았다.
아키라 「……?」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율동을 멈추지 않고 숨소리도 조금씩 거칠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아키라는 그것에서 무언가를 연상할 정도로 흥미를 갖게 된 것은 아니지만, 그저 샘솟는 호기심에 쇼윈도 쪽으로 다가갔다.
겨우 인식할 수 있는 위치에 서서 안쪽을 살폈다.
마구 어질러진 가게 안은 텅 빈 책상이 몇 개 놓여 있는 상태이고 사람 그림자는 그 안에 있었다.
바닥을 문지르는 듯한 소리와 흐트러진 호흡이 번갈아 났다.
때때로 섞이는 희미한 신음은 고통의 그것이라기보다는 콧소리처럼 느껴졌다.
사람 그림자는 1개가 아닌 듯했다.
하나 더, 겹쳐져 있었다.
아키라 「…………」
차츰 어떤 것에 생각이 미치자 서둘러 떠나려 시선을 돌리려다 갑자기 멈추었다.
아키라의 식별능력이 이상해지지 않았다면, ……아니.
2개의 그림자 어느 쪽이나, 저것은…….
쇼윈도와의 거리를 좁혔다.
희미한 달빛이 섞인 어둠에 그 광태(狂態)가 떠올랐다.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곳에는 남자가 서로 뒤얽힌 모습이 있었다.
엎드린 쪽은 허리를 높이 든 모습이고, 또 한 명의 남자에게 당하고 있었다.
올라탄 남자가 가슴을 뒤로 젖히자 무언가가 달빛을 날카롭게 반사했다.
도그택처럼 보였다.
충격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새나오는 한숨과 신음은 허리를 흔드는 남자 쪽에서 나오는 것 같았다.
당하는 쪽은 축 늘어져서 움직이지 않는다.
귀에서 흘러나온 붉은 선―――
아키라 「……윽」
당장 얼굴을 돌렸다.
기묘한 초조함에 사로잡혀 목 뒤가 뜨거워졌다.
아키라는 소리를 내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조용히 뒤로 물러서 그대로 밤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어디를 걷고 있는지 모르게 되려 한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죽었다고 확인한 게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그 광경이 눈에 남아 떠나지 않았다.
확실히 본 것이 아닌데 어째서인지 실제보다도 선명한 윤곽을 갖고 뇌리에서 몇 번이나 재생된다.
―――진정해.
아키라는 혼란한 사고에서 냉정한 판단력을 되살려 길가에 늘어선 잔해 중 하나, 작은 가게로 걸어갔다.
문은 떨어져 있었고, 사방에 뚫린 입구를 통해 안에 인기척이 없는지 확인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 흔적에서 아담한 찻집 같은 것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안으로 들어갈 때마다 곳곳에 쌓인 먼지가 날렸다.
가게 안에 2인용 소파가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녹슨 스프링에 몸을 맡겼다.
가방에서 물병을 꺼내 메마른 목에 한 번에 물을 흘려보냈다.
위로 떨어지는 물이 동요도 흘려보내는 듯한 기분이 들어, 아키라는 천천히 깊은숨을 내뱉었다.
반까지 줄어든 물병을 가방에 던져 넣었다.
아직 고동의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다시 숨을 토하고 등받이에 몸을 맡겼다.
어째서 이렇게까지나 동요하고 말았는지 자신도 이해되지 않았다.
동성끼리의 행위는 전쟁이 빈발했던 근래에는 자주 있는 일이라고 들었다.
전장에 여자는 거의 없고 철저한 군사국가의 엄격한 규율에 묶여 있었다면, 성적욕구가 극한에 달했을 경우 그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토시마에도 여자는 거의 없다고 들었다.
가뜩이나 무법자가 모여있건만 살인 게임까지 행해지고 있다.
여자가 굶주린 남자들 눈에 띄면 호되게 농락당한 후 결국 버림받고 끝일 것이다.
그러나 아키라가 충격을 받은 것은 무엇보다―――
강간당하던 남자가 살아있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죽음 그 자체에 대해서가 아니라 이미 숨이 끊어져 있었다, 혹은 끊어지려 하던 상대를 유린한다…….
그것이 아키라를 동요시킨 요인이었다.
성적 행위는 때로 사랑을 나누기 위해서가 아니라 마음을 짓밟는 목적으로 이용될 때가 있다.
그 목적이라면 살려두는 것이 확실하다.
동성이라면 더더욱.
죽으면 육체는 그저 물체가 된다.
죽은 자를 일부러 범하는 것은 악취미적인 성벽(性癖)인가, 그렇지 않으면―――
물체가 된 시신조차도 용서하지 않는 최고의 굴욕을 주는 행위……, 인가.
생각할 수 없는 일도 아니다.
그러나 이해는 할 수 없었다.
올라타고 있던 남자는 확실히 도그택을 걸고 있었다.
아키라는 가방에서 5개 1세트로 나란히 있는 택을 꺼냈다.
택은 이 도시에서는 이그라의 참가를 표시한다.
이그라―――
살인 가능한 배틀 게임. 약육강식의 세계.
그 남자가 이그라의 승자이고 당하고 있던 남자가 패자, 그런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살인이 인정되는데 그 외의 무엇을 한다 한들 비난받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철저하게 멸시하기 위한 어떠한 수단도 실행 가능, 이라고 한다면.
평범하게 생각하면 어쨌든 있을 수 없다.
……아니, 있을 수 있는 건가. 이 도시라면.
여기에서 일반적인「평범」따위가 통용될 리 없다.
안내인의 충고가 가리키던 것은 확실히 이것이 아닌가.
아키라는 귀에 남은 그 기분 나쁜 감촉이 살아나 아까의 광경을 한층 생생하게 떠올리고는 작게 혀를 찼다.
이런 곳에서 머뭇거릴 상황이 아니다.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 그 때문에 여기에 온 것이다.
설령 아무리 광기에 차 있다고 해도.
질 생각은 없다.
게다가 Bl@ster에서 실력을 뽐낸 정도로는 비교되지 않는 녀석들이 모여 있다는 확실한 증거도 되었다.
지면 죽음보다도 괴로운 굴욕을 맛보게 될지도 모른다.
어설픈 각오로 참가하면 눈 깜짝할 사이에 부서진다.
혼란과 동요도 그럭저럭 진정되었을 무렵에는 조금 기대에 찬 각오조차 생겨났다.
뇌도 신경도 모두가 달궈질 정도로 피가 끓어 오르는 순간이 여기에는 있을지도 모른다―――
아키라는 솟아오른 엷은 고양을 한숨으로 내쉬고 등받이에 파묻혀 있던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반동으로 움직인 발끝에 무언가가 닿았다.
팔을 뻗어 잡은 그것은 플라스틱 감촉에 둥그스름한 모양이었다.
먼지를 턴 후 가볍게 들어올려 보았다.
구형 회중전등이었다.
아키라가 잘 아는 회중전등은 손바닥만한 크기인데, 이것은 아마도 대전 이전부터 있던 것일 것이다.
손가락으로 전원을 밀자 빛의 원이 낡은 가게 안을 비추기 시작했다.
전지가 아직 남아 있다.
하지만, 어설프게 조명을 켜는 것은 오히려 위험했다.
여기에 사람이 있다고 주위에 알리는 것과 같다.
어둠에 뒤섞여 있는 것이 현명하다.
바로 불을 끄고 가방 옆에 두었다.
아까 꺼낸 택에서 하트 J를 고르고 같이 들어 있던 긴 체인을 가방에서 꺼냈다.
선택한 택을 걸고 남은 4개는 상의 주머니에 넣었다.
이것으로 아키라도 주위에서 이그라 참가자로 인식되게 된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라고 라도 해야 할까.
가슴의 택을 손끝으로 만져 보았다.
약간 차가운 감촉이 전해져 왔다.
그때.
웅성거리는 밤의 떠들썩한 소리가 흘러들어오는 출입구에서 분명히 특이한 소리가 울렸다.
무언가를 밟거나 찬 것 같은 소리였다.
아키라는 몸을 일으키고 조용히 출입구 쪽을 응시하며 허리 홀더에 꽂은 나이프로 손을 뻗었다.
인기척을 감지했다. ―――누군가, 있다.
상대의 거동을 파악하려 주의 깊게 살폈다.
문이 떨어진 출입구에서는 길을 사이에 둔 반대쪽 어둠에 녹은 늘어선 상점들이 보인다.
얇은 막처럼 엷게 쏟아져 내리는 달빛.
갑자기 검은 사람 그림자가 그 광경을 차단했다.
아키라 「…………」
전신에 긴장감이 넘쳤다.
이대로 물러가면 그걸로 됐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온다면―――
천천히 나이프 자루를 움켜쥐었다.
사람 그림자가 움직인다. 자갈을 밟는 소리가 울렸다.
또 한 걸음, 자갈을 밟는 소리.
사람 그림자는 가게 안으로 들어온 것 같았다.
―――할 수밖에 없나.
나이프를 홀더에서 뽑고 자세를 잡으려 할 때였다.
??? 「……, ……아키라……?」
아키라 「……!?」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모깃소리 같은 성량은 알아듣기 어려웠지만 자주 듣던 목소리였다.
설마―――
환청이라고도 생각했지만 목소리의 주인공은 그곳에 있는데다가 확실히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
무심코 조금 전의 회중전등을 끌어당겨 불을 켰다.
케이스케 「……!? 우와, 눈부셔……!」
……틀림없다.
빛의 원 중심에 비친 것은 눈부신 듯 얼굴을 찌푸린 케이스케의 모습이었다.
어째서? 왜 여기에.
아키라는 너무나 엉뚱한 전개에 자기도 모르게 얼떨떨하게 케이스케를 바라보았다.
케이스케 「……아키라? 아키라 맞지?」
그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회중전등을 끄고 내던진 후 케이스케 곁으로 뛰어가 팔을 붙잡아 힘껏 안으로 끌어당겼다.
케이스케 「에? 잠깐, ……아야!」
중심을 잃은 케이스케가 비틀거리다 옆에 있던 테이블에 야단스럽게 부딪혔다.
아키라 「바보, 큰 소리 내지 마……!」
아키라는 한숨뿐인 목소리로 나무라며 가게 안쪽까지 오고는 케이스케의 팔을 놓았다.
케이스케 「아아……, 역시 아키라구나. 다행이다, 아니면 어쩌나……」
안도의 미소를 짓는 케이스케를 곧바로 다그쳤다.
아키라 「네가 왜 이런 곳에 있는 거야」
케이스케 「……에, 왜냐니……」
아키라 「어떻게 여기에 왔어? 구조지구를 지나온 거야?」
토시마는 CFC 어디에서 가든 구조지구를 지나야만 한다.
아키라 자신이 안내인 없이는 무리였다고 생각하는 위험한 곳을 설마 혼자서 지나왔다는 걸까.
케이스케는 아키라의 눈치에 시선을 떨어뜨리고 겸연쩍은 듯 더듬더듬 말하기 시작했다.
케이스케 「……아키라는 어쩔 수 없다고 했지만, 역시 너무 걱정돼서. 어떻게든 하고 싶어서, 저번에 내게 이야기해 준 날 다음 아침이 출발이라고 했잖아. 그래서……」
아키라 「뒤를 밟은 거야?」
마음 약한 눈으로 아키라를 힐끔 보고는 작게 끄덕인다.
아키라 「…………」
아키라는 말도 안 나올 정도로 기가 막혀 무심코 큰 한숨을 토해냈다.
무모하다. 너무나 무모하다.
케이스케의 차림새는 평소의 낡은 파란 작업복에 가벼워 보이는 럭색 뿐이었다.
아키라 「무기는」
케이스케 「……, ……아무것도」
아키라 「…………」
기가 막힌 것을 뛰어 넘어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모를 기분이었다.
아키라 「그러고도 잘도 아무 일도 없었군」
케이스케 「그야 위험한 적은 있었어. 그 녀석들『난민』이었던가. 굉장한 기세로 뛰어들어서, 이대로는 아키라도 잃어버리고 위험하다고 생각해서, 그래서……
……전속력으로 뛰어서 도망쳤어」
아키라 「……도망쳤어? 도망칠 수 있었다는 말이야?」
케이스케 「그렇지 않았다면 난 여기에 없지」
그렇게나 발이 빨랐던가.
다만, 확실히 안내인이 끈덕지게 쫓아오지는 않는다고 했다.
길만 틀리지 않고 토시마 영역 근처까지 도망칠 수 있다면 어떻게든 될 가능성도 있다.
어쩌면 케이스케는 정말 굉장히 강한 운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과 이것은 이야기가 다르다.
아키라는 팔을 꼬고 노려보듯 매서운 눈초리로 케이스케를 보았다.
아키라 「……그래서, 어쩔 건데」
케이스케 「……무엇을?」
심기가 안 좋은 것을 느꼈는지, 케이스케는 쭈뼛쭈뼛하며 반문했다.
아키라 「이런 곳까지 따라와서 어쩔 생각이야?」
케이스케 「그러니까, 무언가 도움이 될 일이 있으면 좋겠다고……」
도움이 될만한 일 따위는 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괜한 약점이 늘어나 움직이기 힘들어질 뿐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소꿉친구에게 희미한 화가 더해졌다.
아키라 「……돌아가」
케이스케 「어째서……!」
아키라 「어제도 말했잖아. 이것은 놀이가 아니야」
케이스케 「…………」
케이스케의 얼굴이 무언가를 참듯 일그러졌다.
아키라 「나는 종신형으로 비참하게 죽음을 기다리기보다는 낫기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 금세 끝내고 돌아갈 거야. 누구 도움도 필요 없어」
실망할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아키라는 굳이 날카로운 말로 찔렀다.
……옛날부터 그랬다.
케이스케는 어딘가 핀트가 어긋난 구석이 있다.
본인은 잘한다고 필사적으로 하고 있지만, 결과는 모두 반대로 나오고 만다.
요령이 나쁘면서도 이상하게 고집 불통이기도 했다.
분명 지금도 이런 식으로 말하지 않으면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이해하지 못할 터였다.
당연히 이그라에서 질 생각은 없다.
그렇지만, 살아 돌아간다는 보증도 없다.
케이스케가 아키라와 동등하게 싸울 수 있다면 또 조금 다르겠지만 그것도 아니다.
케이스케 「……, 하지만」
시선을 발치로 떨어뜨린 채 케이스케의 손이 느릿하게 주먹을 꽉 쥐었다.
케이스케 「돌아가려면 다시 구조지구를 지나가야 해. 이제까지는 아키라를 쫓아왔으니까 겨우 올 수 있었고……」
……그랬다.
이번에는 케이스케 혼자서 구조지구를 지나가야 한다.
게다가 길도 틀리지 않고.
아키라 「길은, ……기억 못 하나」
아키라의 입에서 무심코 낙담의 한숨이 새 나왔다.
자업자득이라고 하고 내팽개칠까도 했지만, 일단은 아키라를 생각한 행동이고, 그렇게까지 하는 것은 역시 마음에 걸렸다.
게다가 나중에 시체와 대면하게 되기라도 하면 마음이 개운치 않을 것이다.
어쩌지…….
선택지 →역시 안돼
→…………
아키라 「……역시 안돼」
작게 한숨을 쉰 후 조용히 말했다.
케이스케 「그러니까 어째서……!」
아키라 「여기에 남아서 무엇을 할 수 있는데?」
케이스케 「에……」
애원하는 듯한 눈빛이 당황으로 흔들리며 움직였다.
아마 막연히 도움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을 뿐 무엇을 어떻게 할 지까지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케이스케 「그러니까……」
말문이 막혀 우물쭈물 한 손으로 머리카락을 만졌다.
케이스케가 곤란해 할 때의 버릇이다.
케이스케 「사, 상처 치료라든가」
아키라 「나 혼자서도 할 수 있어」
케이스케 「뭔가 사러 간다든가……」
아키라 「굳이 네 도움을 받을 필요가 없어」
케이스케 「……아」
무언가 떠올렸는지 작은 소리와 함께 케이스케가 고개를 들었다.
케이스케 「맞다. 만약 아키라가 위기에 몰렸을 때 내가 뛰어가서 도움을 요청하러 간다든가」
아키라 「…………. ……누구에게」
케이스케 「그것은, ……」
결국, 금세 풀이 죽어 입을 다물고 말았다.
어리석은 입씨름에 아키라의 입에서 오늘 몇 번째가 되는지 모를 한숨이 나왔다.
케이스케 「……역시 안 되려나」
케이스케가 지독히 딱한 표정으로 시선을 위로 향한다.
안된다. ……고, 사실은 말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길을 모르는 사람이 혼자서 구조지구를 지나가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였다.
아키라 「…………」
케이스케 「……아키라?」
갑자기 입을 꾹 다문 아키라의 기색을 살피려는 듯 케이스케가 가볍게 몸을 굽혔다.
어쩔 수 없다.
돌아갈 수 없다면 있을 수밖에 없다.
아키라는 다분히 본의가 아닌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무거운 입을 열었다.
아키라 「……돌아갈 수 없다면 있을 수밖에 없잖아」
케이스케 「에……」
그리되길 바라던 것은 누구보다 케이스케일 텐데 그 장본인은 아키라의 답변에 굉장히 놀란 듯했다.
케이스케 「괜찮아? ……정말로?」
아키라 「…………」
괜찮고 어쩌고 할 것도 없었다.
케이스케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의 아키라의 얼굴을 한동안 바라본 후 작게 미소를 띠었다.
케이스케 「……다행이다. 고마워, 아키라」
고마워할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케이스케는 정말 진심으로 기쁜 듯했다.
이렇게까지 솔직히 기뻐하면 묘한 기분이 든다.
케이스케 「무슨 일이 있으면 도울게」
아키라는 대답할 수 없어 말없이 소파에 앉았다.
이미 저질렀으니 어쩔 수 없었다.
케이스케 「내일부터는 어떻게 할 거야……, ……」
아키라 옆에 앉은 케이스케는 말하다가 이야기 도중에 입을 다물고 목에서 기묘한 신음 소리를 냈다.
하품을 눌러 참았는지 눈가를 비비고 있었다.
케이스케는 상체를 등받이에 기대고 느릿하게 아키라에게 시선을 향했다.
눈을 뜨고 있는 것이 고작인 느낌이었다.
케이스케 「……미안. 어쩐지 안심이 되니까 갑자기 졸려졌어. 좀 자도 될까」
이런 곳에서 잘도 금세 잘 수 있구나 하고, 아키라는 탈력감조차 느꼈다.
역시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안된다고 한다 한들 자 버릴 것이다.
어린 아이 돌보기라도 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케이스케 「아키라는?」
아키라 「나는 됐어」
피곤하기는 했지만 신경이 이상하게 날카로워져 한동안 잠이 올 것 같지 않았다.
케이스케 「그렇구나. 좀 쉬어 두는 게 좋아」
배 위에 양손을 깍지낀 케이스케의 눈꺼풀은 이미 거의 감겨 있었다.
케이스케 「그렇지, 그리고……, 아키라」
한 번 감긴 눈꺼풀이 다시 올라간다.
가볍게 몸을 움직이고 케이스케가 아키라 쪽을 향했다.
졸려서 견딜 수 없다는 얼굴로 그 입가가 작게 미소를 만들었다.
케이스케 「……꼭 이겨서 함께 돌아가자」
아키라 「…………」
무거운 눈꺼풀이 이번에야말로 확실히 감기고 금세 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려왔다.
그 자는 얼굴을 복잡한 심경으로 바라보았다.
―――오늘 그 쇼윈도 너머로 본 광경.
자신들이 발을 디딘 것은 그런 세계이다.
케이스케가 그것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이 가장 큰 불안이었다.
아키라는 전도다난의 바람을 느끼며 잠들지 못하고 출입구 바깥이 밝아져 가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Commented by losco at 2008/03/05 05:17
오늘도 잘봤습니다~ (*´Д`*)
Commented by 카이 at 2008/03/05 11:57
losco님/
잘 보셨다니 기뻐요~ (*´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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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일본의 주요도시로서 번영했던 이곳도 퇴폐해버린 지금 옛 모습은 간데없다.
남겨진 고층 빌딩 무리가 마치 묘비처럼 하늘로 검게 치솟아 있고, 구름이 갈라진 틈으로 얼굴을 보이는 달이 파르스름한 빛을 거리에 숨기고 있었다.
사람 대신 넘쳐나는 것은 쓰레기와 자갈과 먼지였다.
미친 듯한 큰 웃음소리, 노성과 욕설. 그것들이 때때로 무거운 밤하늘에 울렸다.
코를 찌르는 쉰 냄새.
아키라는 발을 멈추고 깨진 아스팔트로 시선을 떨어뜨렸다.
어두운 탓에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검은 얼룩이 구석구석 점점이 퍼져 있다.
혈흔인가. ―――감도는 것은 죽음의 냄새인가.
항상 누군가에게 감시받는 듯한 감각에 신경이 곤두서고 소름이 끼친다.
마음 깊은 곳에 도사린 기분 나쁜 긴장감.
……그러고 보니.
문득 깨닫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없다. 길 어디에도 굴러다니는 기색은 없다.
그렇지 않으면 이그라는 어딘가 구분된 필드에서 행해지는 것일까.
아니. 그렇다고 해도 치안이 이렇게나 나쁜 도시에서 하나도 없는 것은 역시 이상했다.
보이지 않는다―――시체가.
셀 수 없을 정도의 혈흔이 아스팔트에 번져 있는데 기묘했다.
아키라가 지금 있는 길은 도시를 동서남북으로 종단하는 큰길인 듯했지만 달리 사람이 있는 기미는 없었다.
꿈틀거리는 기척만은 전해져 온다.
골목의 어둠에 숨어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키라는 안내인의 친절한 충고대로 경계심 덩어리가 되어 다시 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사람 없는 건물이 길 좌우에 늘어선 모습은 마치 죽은 자의 장례 같았다.
허무를 내포하고 침묵한 채 아키라가 지나가는 것을 조용히 보고 있다.
혹은 조소하고 있다.

발길을 멈추고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처마끝에 큰 쇼윈도가 있는 점포의 잔해.
산산이 깨진 그 안쪽에 무언가의 그림자가 율동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사람, 일 것이다. 아마도.
이런 도시이니 어떤 사람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그렇게 생각하고 지나치려 한 아키라의 귀에 짐승과 같은 숨소리가 희미하게 닿았다.
아키라 「……?」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율동을 멈추지 않고 숨소리도 조금씩 거칠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아키라는 그것에서 무언가를 연상할 정도로 흥미를 갖게 된 것은 아니지만, 그저 샘솟는 호기심에 쇼윈도 쪽으로 다가갔다.
겨우 인식할 수 있는 위치에 서서 안쪽을 살폈다.
마구 어질러진 가게 안은 텅 빈 책상이 몇 개 놓여 있는 상태이고 사람 그림자는 그 안에 있었다.
바닥을 문지르는 듯한 소리와 흐트러진 호흡이 번갈아 났다.
때때로 섞이는 희미한 신음은 고통의 그것이라기보다는 콧소리처럼 느껴졌다.
사람 그림자는 1개가 아닌 듯했다.
하나 더, 겹쳐져 있었다.
아키라 「…………」
차츰 어떤 것에 생각이 미치자 서둘러 떠나려 시선을 돌리려다 갑자기 멈추었다.
아키라의 식별능력이 이상해지지 않았다면, ……아니.
2개의 그림자 어느 쪽이나, 저것은…….
쇼윈도와의 거리를 좁혔다.
희미한 달빛이 섞인 어둠에 그 광태(狂態)가 떠올랐다.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곳에는 남자가 서로 뒤얽힌 모습이 있었다.
엎드린 쪽은 허리를 높이 든 모습이고, 또 한 명의 남자에게 당하고 있었다.
올라탄 남자가 가슴을 뒤로 젖히자 무언가가 달빛을 날카롭게 반사했다.
도그택처럼 보였다.
충격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새나오는 한숨과 신음은 허리를 흔드는 남자 쪽에서 나오는 것 같았다.
당하는 쪽은 축 늘어져서 움직이지 않는다.
귀에서 흘러나온 붉은 선―――
아키라 「……윽」
당장 얼굴을 돌렸다.
기묘한 초조함에 사로잡혀 목 뒤가 뜨거워졌다.
아키라는 소리를 내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조용히 뒤로 물러서 그대로 밤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어디를 걷고 있는지 모르게 되려 한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죽었다고 확인한 게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그 광경이 눈에 남아 떠나지 않았다.
확실히 본 것이 아닌데 어째서인지 실제보다도 선명한 윤곽을 갖고 뇌리에서 몇 번이나 재생된다.
―――진정해.
아키라는 혼란한 사고에서 냉정한 판단력을 되살려 길가에 늘어선 잔해 중 하나, 작은 가게로 걸어갔다.
문은 떨어져 있었고, 사방에 뚫린 입구를 통해 안에 인기척이 없는지 확인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갈 때마다 곳곳에 쌓인 먼지가 날렸다.
가게 안에 2인용 소파가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녹슨 스프링에 몸을 맡겼다.
가방에서 물병을 꺼내 메마른 목에 한 번에 물을 흘려보냈다.
위로 떨어지는 물이 동요도 흘려보내는 듯한 기분이 들어, 아키라는 천천히 깊은숨을 내뱉었다.
반까지 줄어든 물병을 가방에 던져 넣었다.
아직 고동의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다시 숨을 토하고 등받이에 몸을 맡겼다.
어째서 이렇게까지나 동요하고 말았는지 자신도 이해되지 않았다.
동성끼리의 행위는 전쟁이 빈발했던 근래에는 자주 있는 일이라고 들었다.
전장에 여자는 거의 없고 철저한 군사국가의 엄격한 규율에 묶여 있었다면, 성적욕구가 극한에 달했을 경우 그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토시마에도 여자는 거의 없다고 들었다.
가뜩이나 무법자가 모여있건만 살인 게임까지 행해지고 있다.
여자가 굶주린 남자들 눈에 띄면 호되게 농락당한 후 결국 버림받고 끝일 것이다.
그러나 아키라가 충격을 받은 것은 무엇보다―――
강간당하던 남자가 살아있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죽음 그 자체에 대해서가 아니라 이미 숨이 끊어져 있었다, 혹은 끊어지려 하던 상대를 유린한다…….
그것이 아키라를 동요시킨 요인이었다.
성적 행위는 때로 사랑을 나누기 위해서가 아니라 마음을 짓밟는 목적으로 이용될 때가 있다.
그 목적이라면 살려두는 것이 확실하다.
동성이라면 더더욱.
죽으면 육체는 그저 물체가 된다.
죽은 자를 일부러 범하는 것은 악취미적인 성벽(性癖)인가, 그렇지 않으면―――
물체가 된 시신조차도 용서하지 않는 최고의 굴욕을 주는 행위……, 인가.
생각할 수 없는 일도 아니다.
그러나 이해는 할 수 없었다.
올라타고 있던 남자는 확실히 도그택을 걸고 있었다.
아키라는 가방에서 5개 1세트로 나란히 있는 택을 꺼냈다.
택은 이 도시에서는 이그라의 참가를 표시한다.
이그라―――
살인 가능한 배틀 게임. 약육강식의 세계.
그 남자가 이그라의 승자이고 당하고 있던 남자가 패자, 그런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살인이 인정되는데 그 외의 무엇을 한다 한들 비난받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철저하게 멸시하기 위한 어떠한 수단도 실행 가능, 이라고 한다면.
평범하게 생각하면 어쨌든 있을 수 없다.
……아니, 있을 수 있는 건가. 이 도시라면.
여기에서 일반적인「평범」따위가 통용될 리 없다.
안내인의 충고가 가리키던 것은 확실히 이것이 아닌가.
아키라는 귀에 남은 그 기분 나쁜 감촉이 살아나 아까의 광경을 한층 생생하게 떠올리고는 작게 혀를 찼다.
이런 곳에서 머뭇거릴 상황이 아니다.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 그 때문에 여기에 온 것이다.
설령 아무리 광기에 차 있다고 해도.
질 생각은 없다.
게다가 Bl@ster에서 실력을 뽐낸 정도로는 비교되지 않는 녀석들이 모여 있다는 확실한 증거도 되었다.
지면 죽음보다도 괴로운 굴욕을 맛보게 될지도 모른다.
어설픈 각오로 참가하면 눈 깜짝할 사이에 부서진다.
혼란과 동요도 그럭저럭 진정되었을 무렵에는 조금 기대에 찬 각오조차 생겨났다.
뇌도 신경도 모두가 달궈질 정도로 피가 끓어 오르는 순간이 여기에는 있을지도 모른다―――
아키라는 솟아오른 엷은 고양을 한숨으로 내쉬고 등받이에 파묻혀 있던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반동으로 움직인 발끝에 무언가가 닿았다.
팔을 뻗어 잡은 그것은 플라스틱 감촉에 둥그스름한 모양이었다.
먼지를 턴 후 가볍게 들어올려 보았다.
구형 회중전등이었다.
아키라가 잘 아는 회중전등은 손바닥만한 크기인데, 이것은 아마도 대전 이전부터 있던 것일 것이다.
손가락으로 전원을 밀자 빛의 원이 낡은 가게 안을 비추기 시작했다.
전지가 아직 남아 있다.
하지만, 어설프게 조명을 켜는 것은 오히려 위험했다.
여기에 사람이 있다고 주위에 알리는 것과 같다.
어둠에 뒤섞여 있는 것이 현명하다.
바로 불을 끄고 가방 옆에 두었다.
아까 꺼낸 택에서 하트 J를 고르고 같이 들어 있던 긴 체인을 가방에서 꺼냈다.
선택한 택을 걸고 남은 4개는 상의 주머니에 넣었다.
이것으로 아키라도 주위에서 이그라 참가자로 인식되게 된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라고 라도 해야 할까.

약간 차가운 감촉이 전해져 왔다.
그때.
웅성거리는 밤의 떠들썩한 소리가 흘러들어오는 출입구에서 분명히 특이한 소리가 울렸다.
무언가를 밟거나 찬 것 같은 소리였다.
아키라는 몸을 일으키고 조용히 출입구 쪽을 응시하며 허리 홀더에 꽂은 나이프로 손을 뻗었다.
인기척을 감지했다. ―――누군가, 있다.
상대의 거동을 파악하려 주의 깊게 살폈다.
문이 떨어진 출입구에서는 길을 사이에 둔 반대쪽 어둠에 녹은 늘어선 상점들이 보인다.
얇은 막처럼 엷게 쏟아져 내리는 달빛.
갑자기 검은 사람 그림자가 그 광경을 차단했다.
아키라 「…………」
전신에 긴장감이 넘쳤다.
이대로 물러가면 그걸로 됐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온다면―――
천천히 나이프 자루를 움켜쥐었다.
사람 그림자가 움직인다. 자갈을 밟는 소리가 울렸다.
또 한 걸음, 자갈을 밟는 소리.
사람 그림자는 가게 안으로 들어온 것 같았다.
―――할 수밖에 없나.
나이프를 홀더에서 뽑고 자세를 잡으려 할 때였다.
??? 「……, ……아키라……?」
아키라 「……!?」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모깃소리 같은 성량은 알아듣기 어려웠지만 자주 듣던 목소리였다.
설마―――
환청이라고도 생각했지만 목소리의 주인공은 그곳에 있는데다가 확실히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
무심코 조금 전의 회중전등을 끌어당겨 불을 켰다.

……틀림없다.
빛의 원 중심에 비친 것은 눈부신 듯 얼굴을 찌푸린 케이스케의 모습이었다.
어째서? 왜 여기에.
아키라는 너무나 엉뚱한 전개에 자기도 모르게 얼떨떨하게 케이스케를 바라보았다.
케이스케 「……아키라? 아키라 맞지?」
그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회중전등을 끄고 내던진 후 케이스케 곁으로 뛰어가 팔을 붙잡아 힘껏 안으로 끌어당겼다.
케이스케 「에? 잠깐, ……아야!」
중심을 잃은 케이스케가 비틀거리다 옆에 있던 테이블에 야단스럽게 부딪혔다.
아키라 「바보, 큰 소리 내지 마……!」
아키라는 한숨뿐인 목소리로 나무라며 가게 안쪽까지 오고는 케이스케의 팔을 놓았다.
케이스케 「아아……, 역시 아키라구나. 다행이다, 아니면 어쩌나……」
안도의 미소를 짓는 케이스케를 곧바로 다그쳤다.
아키라 「네가 왜 이런 곳에 있는 거야」
케이스케 「……에, 왜냐니……」
아키라 「어떻게 여기에 왔어? 구조지구를 지나온 거야?」
토시마는 CFC 어디에서 가든 구조지구를 지나야만 한다.
아키라 자신이 안내인 없이는 무리였다고 생각하는 위험한 곳을 설마 혼자서 지나왔다는 걸까.
케이스케는 아키라의 눈치에 시선을 떨어뜨리고 겸연쩍은 듯 더듬더듬 말하기 시작했다.
케이스케 「……아키라는 어쩔 수 없다고 했지만, 역시 너무 걱정돼서. 어떻게든 하고 싶어서, 저번에 내게 이야기해 준 날 다음 아침이 출발이라고 했잖아. 그래서……」
아키라 「뒤를 밟은 거야?」
마음 약한 눈으로 아키라를 힐끔 보고는 작게 끄덕인다.
아키라 「…………」
아키라는 말도 안 나올 정도로 기가 막혀 무심코 큰 한숨을 토해냈다.
무모하다. 너무나 무모하다.
케이스케의 차림새는 평소의 낡은 파란 작업복에 가벼워 보이는 럭색 뿐이었다.
아키라 「무기는」
케이스케 「……, ……아무것도」
아키라 「…………」
기가 막힌 것을 뛰어 넘어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모를 기분이었다.
아키라 「그러고도 잘도 아무 일도 없었군」
케이스케 「그야 위험한 적은 있었어. 그 녀석들『난민』이었던가. 굉장한 기세로 뛰어들어서, 이대로는 아키라도 잃어버리고 위험하다고 생각해서, 그래서……
……전속력으로 뛰어서 도망쳤어」
아키라 「……도망쳤어? 도망칠 수 있었다는 말이야?」
케이스케 「그렇지 않았다면 난 여기에 없지」
그렇게나 발이 빨랐던가.
다만, 확실히 안내인이 끈덕지게 쫓아오지는 않는다고 했다.
길만 틀리지 않고 토시마 영역 근처까지 도망칠 수 있다면 어떻게든 될 가능성도 있다.
어쩌면 케이스케는 정말 굉장히 강한 운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과 이것은 이야기가 다르다.
아키라는 팔을 꼬고 노려보듯 매서운 눈초리로 케이스케를 보았다.
아키라 「……그래서, 어쩔 건데」
케이스케 「……무엇을?」
심기가 안 좋은 것을 느꼈는지, 케이스케는 쭈뼛쭈뼛하며 반문했다.
아키라 「이런 곳까지 따라와서 어쩔 생각이야?」
케이스케 「그러니까, 무언가 도움이 될 일이 있으면 좋겠다고……」
도움이 될만한 일 따위는 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괜한 약점이 늘어나 움직이기 힘들어질 뿐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소꿉친구에게 희미한 화가 더해졌다.
아키라 「……돌아가」
케이스케 「어째서……!」
아키라 「어제도 말했잖아. 이것은 놀이가 아니야」
케이스케 「…………」
케이스케의 얼굴이 무언가를 참듯 일그러졌다.
아키라 「나는 종신형으로 비참하게 죽음을 기다리기보다는 낫기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 금세 끝내고 돌아갈 거야. 누구 도움도 필요 없어」
실망할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아키라는 굳이 날카로운 말로 찔렀다.
……옛날부터 그랬다.
케이스케는 어딘가 핀트가 어긋난 구석이 있다.
본인은 잘한다고 필사적으로 하고 있지만, 결과는 모두 반대로 나오고 만다.
요령이 나쁘면서도 이상하게 고집 불통이기도 했다.
분명 지금도 이런 식으로 말하지 않으면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이해하지 못할 터였다.
당연히 이그라에서 질 생각은 없다.
그렇지만, 살아 돌아간다는 보증도 없다.
케이스케가 아키라와 동등하게 싸울 수 있다면 또 조금 다르겠지만 그것도 아니다.
케이스케 「……, 하지만」
시선을 발치로 떨어뜨린 채 케이스케의 손이 느릿하게 주먹을 꽉 쥐었다.
케이스케 「돌아가려면 다시 구조지구를 지나가야 해. 이제까지는 아키라를 쫓아왔으니까 겨우 올 수 있었고……」
……그랬다.
이번에는 케이스케 혼자서 구조지구를 지나가야 한다.
게다가 길도 틀리지 않고.
아키라 「길은, ……기억 못 하나」
아키라의 입에서 무심코 낙담의 한숨이 새 나왔다.
자업자득이라고 하고 내팽개칠까도 했지만, 일단은 아키라를 생각한 행동이고, 그렇게까지 하는 것은 역시 마음에 걸렸다.
게다가 나중에 시체와 대면하게 되기라도 하면 마음이 개운치 않을 것이다.
어쩌지…….
선택지 →역시 안돼
→…………
아키라 「……역시 안돼」
작게 한숨을 쉰 후 조용히 말했다.
케이스케 「그러니까 어째서……!」
아키라 「여기에 남아서 무엇을 할 수 있는데?」
케이스케 「에……」
애원하는 듯한 눈빛이 당황으로 흔들리며 움직였다.
아마 막연히 도움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을 뿐 무엇을 어떻게 할 지까지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케이스케 「그러니까……」
말문이 막혀 우물쭈물 한 손으로 머리카락을 만졌다.
케이스케가 곤란해 할 때의 버릇이다.
케이스케 「사, 상처 치료라든가」
아키라 「나 혼자서도 할 수 있어」
케이스케 「뭔가 사러 간다든가……」
아키라 「굳이 네 도움을 받을 필요가 없어」
케이스케 「……아」
무언가 떠올렸는지 작은 소리와 함께 케이스케가 고개를 들었다.
케이스케 「맞다. 만약 아키라가 위기에 몰렸을 때 내가 뛰어가서 도움을 요청하러 간다든가」
아키라 「…………. ……누구에게」
케이스케 「그것은, ……」
결국, 금세 풀이 죽어 입을 다물고 말았다.
어리석은 입씨름에 아키라의 입에서 오늘 몇 번째가 되는지 모를 한숨이 나왔다.
케이스케 「……역시 안 되려나」
케이스케가 지독히 딱한 표정으로 시선을 위로 향한다.
안된다. ……고, 사실은 말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길을 모르는 사람이 혼자서 구조지구를 지나가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였다.
아키라 「…………」
케이스케 「……아키라?」
갑자기 입을 꾹 다문 아키라의 기색을 살피려는 듯 케이스케가 가볍게 몸을 굽혔다.
어쩔 수 없다.
돌아갈 수 없다면 있을 수밖에 없다.
아키라는 다분히 본의가 아닌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무거운 입을 열었다.
아키라 「……돌아갈 수 없다면 있을 수밖에 없잖아」
케이스케 「에……」
그리되길 바라던 것은 누구보다 케이스케일 텐데 그 장본인은 아키라의 답변에 굉장히 놀란 듯했다.
케이스케 「괜찮아? ……정말로?」
아키라 「…………」
괜찮고 어쩌고 할 것도 없었다.
케이스케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의 아키라의 얼굴을 한동안 바라본 후 작게 미소를 띠었다.
케이스케 「……다행이다. 고마워, 아키라」
고마워할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케이스케는 정말 진심으로 기쁜 듯했다.
이렇게까지 솔직히 기뻐하면 묘한 기분이 든다.
케이스케 「무슨 일이 있으면 도울게」
아키라는 대답할 수 없어 말없이 소파에 앉았다.
이미 저질렀으니 어쩔 수 없었다.
케이스케 「내일부터는 어떻게 할 거야……, ……」
아키라 옆에 앉은 케이스케는 말하다가 이야기 도중에 입을 다물고 목에서 기묘한 신음 소리를 냈다.
하품을 눌러 참았는지 눈가를 비비고 있었다.
케이스케는 상체를 등받이에 기대고 느릿하게 아키라에게 시선을 향했다.
눈을 뜨고 있는 것이 고작인 느낌이었다.
케이스케 「……미안. 어쩐지 안심이 되니까 갑자기 졸려졌어. 좀 자도 될까」
이런 곳에서 잘도 금세 잘 수 있구나 하고, 아키라는 탈력감조차 느꼈다.
역시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안된다고 한다 한들 자 버릴 것이다.
어린 아이 돌보기라도 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케이스케 「아키라는?」
아키라 「나는 됐어」
피곤하기는 했지만 신경이 이상하게 날카로워져 한동안 잠이 올 것 같지 않았다.
케이스케 「그렇구나. 좀 쉬어 두는 게 좋아」
배 위에 양손을 깍지낀 케이스케의 눈꺼풀은 이미 거의 감겨 있었다.
케이스케 「그렇지, 그리고……, 아키라」
한 번 감긴 눈꺼풀이 다시 올라간다.
가볍게 몸을 움직이고 케이스케가 아키라 쪽을 향했다.
졸려서 견딜 수 없다는 얼굴로 그 입가가 작게 미소를 만들었다.
케이스케 「……꼭 이겨서 함께 돌아가자」
아키라 「…………」
무거운 눈꺼풀이 이번에야말로 확실히 감기고 금세 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려왔다.
그 자는 얼굴을 복잡한 심경으로 바라보았다.
―――오늘 그 쇼윈도 너머로 본 광경.
자신들이 발을 디딘 것은 그런 세계이다.
케이스케가 그것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이 가장 큰 불안이었다.
아키라는 전도다난의 바람을 느끼며 잠들지 못하고 출입구 바깥이 밝아져 가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Commented by losco at 2008/03/05 05:17
오늘도 잘봤습니다~ (*´Д`*)
Commented by 카이 at 2008/03/05 11:57
losco님/
잘 보셨다니 기뻐요~ (*´Д`*)
2008/03/05 01:47
2008/03/05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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