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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이 밝아지고 나서야 겨우 찾아온 졸음에, 아키라는 몇 십분 정도 눈을 붙이고 선잠을 잤다.
그것으로 어느 정도 머리가 맑아져 있었다.
출입구에서 들어오는 뿌연 빛에 비추어지자 가게 안도, 약간 보이는 토시마 거리도, 밤과는 또 다른 인상을 받았다.
어차피 살벌한 분위기인 것은 변함없지만.
등받이에서 몸을 일으켰다. 날리는 먼지가 시야를 하얗게 덮었다.
들이마시지 않으려 얼굴을 돌리자 시선 끝에서 케이스케가 아직 곤히 잠자고 있었다.
토시마에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평화롭게 자는 얼굴.
이런 식으로 평온한 수면을 탐하는 밤이 앞으로도 찾아올 수 있을까.
아키라는 그런 것을 생각하면서 케이스케의 몸을 가볍게 흔들었다.
아키라 「……어이」
케이스케 「……응」
작게 콧소리를 내며 몸을 움직인 케이스케는 일어날 기색을 보이다가 다시 잠들어 버렸다.
기가 막혀 하면서, 이번에는 조금 세게 흔들었다.
아키라 「일어나」
케이스케 「……응―……」
눈꺼풀이 몇 번 경련하고 겨우 살짝 뜨였다.
케이스케는 눈을 비비면서 아키라를 보고 잠에 취한 미소를 띠었다.
케이스케 「아키라……, ……잘 잤어」
아주 평화롭다.
아키라는 너무 평화로워 더 얄밉다고조차 생각하며 케이스케의 등을 손바닥으로 가볍게 때렸다.
케이스케 「……! 콜록……, 갑자기 무슨 짓이야!」
아키라 「잠 깼어? 간다」
눈물 맺힌 눈으로 쏘아보는 시선을 무시하고, 아키라는 가방을 한 손에 들고 일어섰다.
케이스케 「가다니, 어디로?」
케이스케도 당황하며 몸을 일으키고 바닥에 놓았던 럭색을 거머잡았다.
아키라 「당연히 이그라지」
케이스케 「…………」
갑자기 케이스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케이스케 「이그라……」
아키라 「참가증 택도 이미 준비됐어」
아키라는 그렇게 말하고 가슴에 건 택을 가볍게 쳤다.
케이스케 「지면 죽을지도 모르지……」
―――아직도 그런 소리를 하는 건가.
아키라는 화가 치밀어 올라 케이스케 쪽으로 몸을 내밀듯이 얼굴을 가까이했다.
아키라 「몇 번이나 말했잖아, 이건 놀이가 아니야. 나도 사람을 죽이게 돼」
케이스케 「…………」
눈앞의 표정이 확실히 굳어졌다.
생사를 건 싸움이니 당연했다.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타인의 목숨을 빼앗는다.
필사적으로 발버둥치는 목숨이 이 손 안에서 부서지는 순간. 그 미지의 감각―――
희미한 고양이 아키라의 가슴을 스치고 지나갔다.
아키라 「그것이 여기의 룰이다. 죽이지 않으면 죽어. 그 외의 길은 없다」
이그라의 정점인 이르레를 처치한다.
무패(無敗)의 왕―――
아키라 안에 뿌리를 내리는 아직 보지 못한 존재와의 해후.
싸움터에 몸담는 사람으로서 순수하게 흥미가 있었다.
그곳에 다다를 때까지는 다수의 피를 밟게 된다.
케이스케는 얼굴에서 서서히 핏기가 가셔갔다.
이제야 일의 중대함을 안 것이리라.
케이스케 「사람을 죽이는 거구나……」
아키라 「그렇지 않으면 이길 수 없어」
아키라는 조금 퉁명스레 말하고 출입구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케이스케 「어디로 가는 건데」
아키라 「이그라가 실제로는 어떤 식으로 행해지고 있는지, 토시마 주민이나 다른 참가자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조금 보고 오지. 너는 여기에서 기다려」
필요 최저한의 정보도 없는 상태로는 함부로 움직일 수 없다.
케이스케 「나도 갈래」
밖으로 나가려 하는 아키라를 다급한 목소리가 가로막았다.
아키라 「안돼. 무기가 없잖아」
케이스케 「하지만, 혼자서 기다리기 싫어」
이런 일로 말싸움하고 있는 것도 헛수고라 생각되어, 아키라는 짧은 한숨을 내쉬고는 케이스케 곁으로 돌아갔다.
허리 홀더에서 나이프를 칼집 채로 빼내 내밀었다.
아키라 「갖고 있어」
케이스케 「아키라는? 예비 나이프 같은 거 갖고 있어?」
아키라 「아니」
처음에 가방에 들어있던 나이프는 방에 두고 왔다.
나이프를 막 잡으려던 케이스케의 손이 움츠러들었다.
케이스케 「그래서는, 이번에는 아키라가 맨손이 되잖아. 의미가 없어」
아키라 「나는 됐어」
애당초 Bl@ster에서는 무기 사용은 일절 금지, 주먹 하나로 승리해 왔다.
이그라도 총화기 사용은 금지되어 있으니 근접계 무기라면 대응할 수 있었다.
아키라 「한 가지 약속해」
케이스케 「에?」
아키라 「자기 몸은 자기가 지켜」
케이스케는 눈을 조금 크게 떴지만 금세 입을 굳게 다물고 강하게 끄덕였다.
케이스케 「알았어」
그리고 다시 나이프로 손을 뻗었다.
받아든 그것을 칼집에서 뽑아 칼날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케이스케 「……이거 어쩐지 특이한 나이프네. 문자가 써져 있어」
아키라 「옛날에 군에서 지급된 거야」
케이스케 「이런 거였던가?」
아키라 「……아마도」
결국 실전에서 휘두를 일은 없었고, 솔직히 아키라도 애매했다.
아키라 일행이 병사로서 전장의 흙을 밟기 전에 대전은 종결되었다.
케이스케 「……그래? 그랬던가」
케이스케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이프를 칼집에 넣었다.
아키라 「간다」
케이스케 「아, 응」
문이 떨어진 출입구를 지나 토시마 거리로 나아갔다.
하늘은 맑다고도 흐리다고도 할 수 없는 애매한 엷은 잿빛으로 덮여 있었다.
무엇보다 국경 파괴 영향으로 대전 후에는 쾌청할 때가 거의 없었다.
큰길을 둘러보아도 밤과 같이 사람 그림자는 없었다.
그래도 밤에 비하면 당연히 전망은 좋았고 거리도 확실히 확인할 수 있었지만.
공기가 같다. 사람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역시 인기척은 확실히 느껴졌다.
골목 안쪽 어두운 곳에서 숨을 죽이고 있는 듯한……억누른 살기.
설령 해가 높게 뜬다 해도 길 한가운데로 드러내고 걸을 생각은 들지 않았다.
케이스케 「밤에도 생각했지만, 이 동네, 사람이 전혀 안 보이는구나」
케이스케가 중얼거리고는 길 한가운데로 가려 했다.
아키라 「어이……!」
순간적으로 케이스케의 팔을 잡아 찻집 앞으로 끌어당겼다.
아키라 「무방비 하게 돌아다니지 마」
케이스케 「……아, 응」
기세에 눌렸는지 케이스케가 눈을 깜박이며 끄덕였다.
목구멍을 틀어막는 듯한 기분 나쁜 긴장감이 가득 차 있다.
될 수 있는 한 길가를 따라 연이은 가게 그림자에 바싹 붙어 걷기로 했다.
때때로 지나가려는 골목 입구를 들여다 보아도 안쪽은 어둑해 잘 알 수 없었다.
네 방향의 길이 교차하는 지점까지 와서 오른쪽―――동쪽 골목에서 간판이 튀어나와 있는 것이 보였다.
완전히 빛바래 있지만 화려한 색채의 흔적이 있는 그것은 주점가나 유흥가에 많이 있을 법한 간판이었다.
흘낏 보고 시선을 돌린 그때, 새된 목소리 같은 것이 들린 기분이 들어 시선을 되돌렸다.
간판이 나와 있는 근처―――아마도 골목이 안으로 이어져 있는 것이리라.
케이스케 「무슨 소리 안 들렸어? 지금. 목소리 같은 느낌의……」
아키라 「그래」
케이스케도 눈치챈 듯 간판을 응시하고 있었다.
들린 것 같은 정도이니 단언은 할 수 없지만 왠지 이 살벌한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인상을 남기는 목소리였다.
아키라는 꺼림칙해하면서 간판이 있는 쪽으로 발길을 향했다.
케이스케 「아, 아키라……!?」
당황하는 케이스케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벽에 등을 대고 골목 안을 살짝 엿보았다.
생각보다 넓은 길로, 그 양옆에는 가게가 빈틈없이 빽빽하게 처마를 잇대고 늘어서 있었다.
상상대로 술집이나 유흥가가 모인 뒷골목인 듯했다.
물론 모두 제대로 된 상태가 아니라, 점등하면 눈부실 듯한 네온 장식은 태반이 깨져 있었다.
다른 곳과 같이 사람 인기척은 없는 듯했지만 예전의 번창함을 상상할 수 있는 만큼 더욱 황폐해 보였다.
조금 전의 목소리 같은 것은 역시 기분 탓이었을까.
벽에서 몸을 떼고 유흥가 골목으로 발을 내디뎠다.
골목은 어디나 양쪽으로 치솟은 벽에 빛이 차단되어 어두침침했다.
혼잡스러운 가게의 잔해들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존재가 한두 사람 서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케이스케 「이런, 사람이 확실히 있었다는 것을 상상할 수 있는 곳은 더 기분 나쁘지. 어쩐지 생생하달까……」
가깝게 느끼면 느낄수록 공포는 더해간다.
반대로 아무리 무서운 연출을 한다 해도 공감할 수 없으면 실감도 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아키라에 한해서는, 무엇에 대해서도 도무지 강하게 실감한 적이 없지만.
무엇이든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는 정도였다.
길을 중간쯤까지 간 근처에서 갑자기 안 좋은 예감을 느끼고 멈춰섰다.
아키라 「……?」
케이스케 「아키라?」
―――사람의 인기척.
잘 억제하고 있기에 미약하지만, 느껴졌다.
어디에서지?
희미한 소리. ―――뒤쪽인가.
아키라가 돌아보려 한 그때였다.
??? 「거기, 잠깐!」
새된 목소리가 골목에 울려 퍼졌다.
바로 탁탁하고 경쾌한 발소리가 이어졌다.
케이스케 「뭐, 뭐야……!?」
선택지 →돌아보지 않는다
→돌아본다
쇠퇴한 거리의 공기에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
상관하지 않는 게 좋다.
직감적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케이스케 쪽으로 시선을 보내자 눈이 마주쳤다.
케이스케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대로 뿌리쳐 버리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달려나가려 한 그때.
??? 「잠깐! 무시하는 거야!?」
거친 목소리와 함께 발소리가 갑자기 뛰어왔다.
그 기세에 무심코 돌아보았다.
아키라와 케이스케의 앞길을 막듯 나타난 것은 자그마한 소녀였다.
금발머리, 가냘픈 체구, 날씬하게 빠진 손발.
푸르고 큰 눈동자가 인상적이었다.
케이스케 「여, 여자애?」
완전히 당황한 케이스케의 중얼거림에, 소녀는 입술을 가로로 넓혔다.
소년 「아쉽지만 달려 있습니다―」
케이스케 「달려……」
품위 없는 대답에 케이스케의 말문이 막힌다.
확실히 잘 보니 손가락과 무릎 뼈마디가 울퉁불퉁해 남자 골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피부의 매끈함 등은 무심코 만지고 싶어질 정도로, 잘못 보지 않기가 어렵다.
소년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고. 형들 말이야, 여기 내 구역인데. 마음대로 들어오면 곤란해―」
케이스케 「구, 구역?」
소년 「그래그래. 남의 구역에 무단으로 들어온 녀석은 통행료 받는다고」
케이스케 「통행료, 라니」
케이스케가 난처한 얼굴로 아키라를 돌아보았다.
소년 「그보다, 몰랐어? 혹시 이제 막 왔어?」
양손을 허리에 대고 미간에 주름살을 짓고 있던 소년이 문득 놀란 얼굴로 눈을 깜박였다.
소년 「아, 하지만 그쪽에 있는 괜찮은 남자인 형은 이그라에 참가중이네」
소년이 아키라의 가슴팍에 걸려있는 택을 가리키며 도전적인 미소를 띠었다.
소년의 가슴에도 택이 흔들리고 있었다.
―――이그라 참가자. 그렇다면, 적이 되는 존재인가.
소년은 아키라의 경계를 느꼈는지 설레설레 손을 흔들었다.
소년 「그런 얼굴 안 해도 지금은 별로 싸울 생각 없으니까 안심해. 형, 괜찮은 남자고 말이야―. 이 외에 두들겨 패도 되고, 아무래도 되는 것은 얼마든지 있고」
케이스케 「…………」
케이스케가 어안이벙벙한 얼굴로 소년을 보고 있었다.
성별을 착각할 용모인데도 불온한 공기가 넘치는 이 거리에서 경계심은 조금도 품지 않았다.
게다가 이 남의 눈을 꺼리지 않는 시끄러운 모습.
확실히 실력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 해도 대체 정체가 무엇인가.
무언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소년은 그런 아키라의 심중 따위는 전혀 모르고 악의없는 미소를 방긋방긋 띠고 있었다.
소년 「뭐, 초보라면 어쩔 수 없지. 그럼 통행료는 면제해 줄게. 형 얼굴을 봐서」
소년은 아까부터 아키라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몹시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소년 「그리고 무언가 묻고 싶은 것은 있어? 가르쳐 줄 수 있는 거라면 가르쳐 줄게」
아무 조건 없이 도와준다는 말이다.
아무리 아키라 일행을 대전자로 간주하지 않는다고는 해도 무상으로 도움을 주다니……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을 거의 의심하지 않는 케이스케도 조금 불안했는지 눈썹을 찡그리고 아키라를 보고 있었다.
그러나 꿍꿍이가 있을 것이라 의심하면서도 만약 무언가 정보를 준다면 설령 음모가 있다 한들 응해 보는 것도 방법이기는 했다.
어쨌든 아키라 일행은 여기에서는 의지가 되는 것도 실마리도 무엇 하나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한순간 흐른 불온한 침묵을 끊고 입을 열었다.
아키라 「……어딘가 무기를 구할 수 있는 곳을 모르나」
소년 「무기?」
케이스케의 무기가 조금 마음에 걸렸었다.
아키라의 나이프를 계속 갖고 있게 할 수도 없었다.
소년 「무기라……」
소년은 으―음 하고 신음하고 고개를 기울였다.
처음부터 대답을 기대하고 물은 것은 아니었다.
언뜻 보기에는 폐허밖에 없는 듯한 도시라도 사람이 있는 한 반드시 뒤에서 끈질기게 장사를 계속하는 녀석들이 있다.
대부분 그런 가게가 있다고 알고 있어도 입에 담지 않는 것이 철칙이다.
하물며 배틀 게임이 진행되는 이 도시에서 승패를 좌우하는 무기 입수 장소를 생판 남에게 가르쳐 주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아키라는 이그라의 참가자―――
머지않아 적이 될지도 모르는 존재이다.
소년 「왜? 설마 맨손은 아니겠지. 뭐, 스타일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키라 「내가 아니야. 이쪽이다」
턱으로 가리킨 케이스케는 어딘지 모르게 겸연쩍은 듯한 얼굴을 했다.
소년 「아―, 참가하지 않은 형이구나. 아무것도 없어?」
아키라 「그래」
소년 「그렇구나. 그럼 이런 것은 어때?」
소년이 힙색을 뒤져 무언가를 잡아 꺼냈다.
접이식 나이프였다.
레버 조작 하나로 칼날이 튀어나오는 구조로 한 손으로도 다룰 수 있을 것 같았다. 칼날을 뺀 상태로 20cm 정도의 크기였다.
소년 「이거라면 초보라도 다루기 쉽고 가벼우니까. 줄게」
케이스케 「……에?」
소년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기에 케이스케는 놀라서 얼굴 앞에서 양손을 흔들었다.
케이스케 「아니아니, 받기 미안해」
소년 「그렇지만―, 거의 안 쓰는 걸. 괜찮아」
그래도 케이스케는 눈썹 꼬리를 내리고 갈팡질팡했으나 이윽고 손을 뻗었다.
케이스케 「……고마워」
소년 「천만에―」
소년이 우쭐대며 웃었다.
예비품이라고는 하나 생판 남에게 악의없이 무기를 주는 시원스러운 성격.
아키라는 소년이 어떤 생각으로 그러는 지 이해하지 못해 살짝 곤혹스러워했다.
케이스케 「아, 그럼 이거 돌려줄게. 자」
케이스케가 아키라의 나이프를 럭색에서 꺼내 내밀었다.
받아서 홀더를 벨트에 꽂았다.
소년 「빌려준 것으로 칠게. 언젠가 돌려줘―」
그리 말하면서 소년은 천천히 이상한 미소를 띄웠다.
소년 「몸으로」
케이스케 「뭐어!?」
엉뚱한 소리를 내지른 것은 케이스케였다.
케이스케 「그, 그게 뭐야……, 그렇지만, 너, ……남자잖아!?」
소년 「정말―, 뭘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그래? 농담이라고」
케이스케 「…………」
벌레라도 씹은 듯한 얼굴이 된 케이스케를 보고 소년이 키득키득 웃었다.
갑자기 그때 팔이 끌어당겨 졌다.
케이스케 「우왁!?」
소년 「헤헤헤―」
소년이 아키라와 케이스케의 팔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악의없는 미소를 띠고 올려다본다.
아키라 「…………」
묘하게 붙임성이 있어 정말로 평정을 잃게 된다.
아키라는 곤혹을 뛰어 넘어 어이가 없다는 한숨을 쉬었다.
소년 「뭐, 그건 그렇다 치고―. 모처럼이니까 형도 참가하는 게 어때?」
케이스케 「무엇에?」
소년 「이그라에」
케이스케 「아아, 응, 이그라, ……엑!?」
아무렇지 않게 한 말에 휩쓸릴 뻔한 케이스케가 더 이상은 안 될 정도로 눈을 크게 떴다.
케이스케 「그거야말로 농담이지!? 당연히 무리야!」
소년 「그런 것은 참가해 보지 않으면 모르잖아. 그치―?」
동의를 구했지만, 솔직히 말려들고 싶지 않았다. 일이 귀찮아진다.
그런 아키라의 낯빛을 읽었는지 케이스케가 말을 더했다.
케이스케 「좀, 그렇잖아? 무리야. 나도 참가하고 싶지 않아」
소년 「에―, 그렇지만」
거기에서 말을 끊고, 소년은 의미 있는 듯 부츠 발부리를 흔들었다.
소년 「이 도시에서는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고. 이그라에 참가하든, 안 하든 말이야. ―――그렇다면, 즐기는 게 낫잖아」
케이스케 「…………」
유난히 무겁게 느껴지는 말에 케이스케가 입을 다물었다.
올려다보는 소년의 큰 눈동자는 웃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런 표정도 환상처럼 느껴질 정도로 금세 웃는 얼굴로 변했다.
소년 「일단 설명만이라도 들어보는 게 어때―? 알비트로에게 가서, 아, 그쪽 형에게서 자세히 들었으려나」
―――알비트로.
확실히 구치소에서 만난 2인조 중……그웬이 이그라 설명을 했을 때에 나온 이름이었다.
이그라를 도맡아 관리하고 있다는 인물.
이르레에게 도전하기 위해서는 모은 5개의 택을 알비트로에게 갖고 간다고 했으나, 어디에 있는지, 무엇보다 이르레와는 어디에서 싸우는지 모른다.
아키라 「할 수 있는 만큼 해 봐」
케이스케 「……에」
케이스케가 믿을 수 없는 것을 본 것 같은 눈으로 완전히 굳었다.
케이스케 「……아키라까지」
소년 「그래그래. 남자라면 배짱이지! 할 수 있는 만큼 해라―」
케이스케 「……하아」
케이스케는 한순간 원망스러운 눈으로 아키라를 쏘아보고는, 이어서 불쌍할 정도로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무거운 한숨을 쉬었다.
소년 「그럼 결정인가? 괜찮아? 간다?」
케이스케 「…………」
기합을 넣고 걷기 시작한 소년이 우뚝 멈춰서서 돌아보았다.
소년 「그러고 보니까. 나는 린이라고 하는데―. 형들은?」
과연 이름까지 밝혀도 되는 걸까……
한순간 망설였지만 이 소년을 상대로 깊이 의심하는 것은 헛수고인 기분도 들었다.
무엇보다 소년의 등장으로 긴장감도 경계도 완전히 약해져 있었다.
사실인지 거짓인지 모를 페이스에 휩쓸려 평소의 상태를 유지할 수가 없다.
아키라 「……아키라다. 이쪽은 케이스케」
린 「아키라와 케이스케구나」
뿅 하고 힘차게 뛰어오르는 기세로 소년……린은 걷기 시작했다.
뒤따라 걸으면서 케이스케가 안색을 바꾸고 작은 소리로 다그쳤다.
케이스케 「이봐, 아키라, 어쩔 생각이야……! 나는 참가한다는 말은 한마디도 안 했다고……!」
아키라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된 거잖아. 등록 필수인 것도 아닐 거고, 설명만 듣고 와」
케이스케 「만약 등록 필수라면 어쩔 건데……!」
아키라 「화장실이라도 뛰어가서 그대로 도망쳐 와」
케이스케 「……, 너 남의 일이라고……」
린 「뭐야, 무슨 이야기 해?」
린이 멈춰 돌아보고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개를 갸우뚱했다.
케이스케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케이스케가 어색한 미소를 띠고 살짝 고개를 흔들었다.
린 「그래? ……아, 그렇지. 아까 통행료 이야기는 거짓말이었어」
케이스케 「……거짓말!?」
린 「그래―」
린이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거짓말을 해서 어쩌자는 걸까. 단순한 변덕인가.
……정말 마음을 알 수 없다.
지긋지긋한 표정의 케이스케가 길을 가면서 여러 번 원망스러운 시선을 향했지만 아키라는 모르는 척하는 얼굴로 앞서갔다.
유흥가에서 더 안으로 들어가 골목을 하나 돌아 직진했다.
린 말로는 이제부터 가는 곳―――『성』이라 불리는 듯하다―――으로 가는 지름길이라 했다.
거리가 짧은 탓도 있었지만, 린은 어두운 길을 막힘 없이 나아가 무사히 큰길로 나왔다.
그 행동을 보고 있자 신중하게 움직이기보다 차라리 빨리 뛰어가는 것이 안전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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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으로 어느 정도 머리가 맑아져 있었다.
출입구에서 들어오는 뿌연 빛에 비추어지자 가게 안도, 약간 보이는 토시마 거리도, 밤과는 또 다른 인상을 받았다.
어차피 살벌한 분위기인 것은 변함없지만.
등받이에서 몸을 일으켰다. 날리는 먼지가 시야를 하얗게 덮었다.
들이마시지 않으려 얼굴을 돌리자 시선 끝에서 케이스케가 아직 곤히 잠자고 있었다.
토시마에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평화롭게 자는 얼굴.
이런 식으로 평온한 수면을 탐하는 밤이 앞으로도 찾아올 수 있을까.
아키라는 그런 것을 생각하면서 케이스케의 몸을 가볍게 흔들었다.
아키라 「……어이」
케이스케 「……응」
작게 콧소리를 내며 몸을 움직인 케이스케는 일어날 기색을 보이다가 다시 잠들어 버렸다.
기가 막혀 하면서, 이번에는 조금 세게 흔들었다.
아키라 「일어나」
케이스케 「……응―……」
눈꺼풀이 몇 번 경련하고 겨우 살짝 뜨였다.
케이스케는 눈을 비비면서 아키라를 보고 잠에 취한 미소를 띠었다.
케이스케 「아키라……, ……잘 잤어」
아주 평화롭다.
아키라는 너무 평화로워 더 얄밉다고조차 생각하며 케이스케의 등을 손바닥으로 가볍게 때렸다.
케이스케 「……! 콜록……, 갑자기 무슨 짓이야!」
아키라 「잠 깼어? 간다」
눈물 맺힌 눈으로 쏘아보는 시선을 무시하고, 아키라는 가방을 한 손에 들고 일어섰다.
케이스케 「가다니, 어디로?」
케이스케도 당황하며 몸을 일으키고 바닥에 놓았던 럭색을 거머잡았다.
아키라 「당연히 이그라지」
케이스케 「…………」
갑자기 케이스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케이스케 「이그라……」
아키라 「참가증 택도 이미 준비됐어」
아키라는 그렇게 말하고 가슴에 건 택을 가볍게 쳤다.
케이스케 「지면 죽을지도 모르지……」
―――아직도 그런 소리를 하는 건가.
아키라는 화가 치밀어 올라 케이스케 쪽으로 몸을 내밀듯이 얼굴을 가까이했다.
아키라 「몇 번이나 말했잖아, 이건 놀이가 아니야. 나도 사람을 죽이게 돼」
케이스케 「…………」
눈앞의 표정이 확실히 굳어졌다.
생사를 건 싸움이니 당연했다.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타인의 목숨을 빼앗는다.
필사적으로 발버둥치는 목숨이 이 손 안에서 부서지는 순간. 그 미지의 감각―――
희미한 고양이 아키라의 가슴을 스치고 지나갔다.
아키라 「그것이 여기의 룰이다. 죽이지 않으면 죽어. 그 외의 길은 없다」
이그라의 정점인 이르레를 처치한다.
무패(無敗)의 왕―――
아키라 안에 뿌리를 내리는 아직 보지 못한 존재와의 해후.
싸움터에 몸담는 사람으로서 순수하게 흥미가 있었다.
그곳에 다다를 때까지는 다수의 피를 밟게 된다.
케이스케는 얼굴에서 서서히 핏기가 가셔갔다.
이제야 일의 중대함을 안 것이리라.
케이스케 「사람을 죽이는 거구나……」
아키라 「그렇지 않으면 이길 수 없어」
아키라는 조금 퉁명스레 말하고 출입구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케이스케 「어디로 가는 건데」
아키라 「이그라가 실제로는 어떤 식으로 행해지고 있는지, 토시마 주민이나 다른 참가자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조금 보고 오지. 너는 여기에서 기다려」
필요 최저한의 정보도 없는 상태로는 함부로 움직일 수 없다.
케이스케 「나도 갈래」
밖으로 나가려 하는 아키라를 다급한 목소리가 가로막았다.
아키라 「안돼. 무기가 없잖아」
케이스케 「하지만, 혼자서 기다리기 싫어」
이런 일로 말싸움하고 있는 것도 헛수고라 생각되어, 아키라는 짧은 한숨을 내쉬고는 케이스케 곁으로 돌아갔다.
허리 홀더에서 나이프를 칼집 채로 빼내 내밀었다.
아키라 「갖고 있어」
케이스케 「아키라는? 예비 나이프 같은 거 갖고 있어?」
아키라 「아니」
처음에 가방에 들어있던 나이프는 방에 두고 왔다.
나이프를 막 잡으려던 케이스케의 손이 움츠러들었다.
케이스케 「그래서는, 이번에는 아키라가 맨손이 되잖아. 의미가 없어」
아키라 「나는 됐어」
애당초 Bl@ster에서는 무기 사용은 일절 금지, 주먹 하나로 승리해 왔다.
이그라도 총화기 사용은 금지되어 있으니 근접계 무기라면 대응할 수 있었다.
아키라 「한 가지 약속해」
케이스케 「에?」
아키라 「자기 몸은 자기가 지켜」
케이스케는 눈을 조금 크게 떴지만 금세 입을 굳게 다물고 강하게 끄덕였다.
케이스케 「알았어」
그리고 다시 나이프로 손을 뻗었다.
받아든 그것을 칼집에서 뽑아 칼날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케이스케 「……이거 어쩐지 특이한 나이프네. 문자가 써져 있어」
아키라 「옛날에 군에서 지급된 거야」
케이스케 「이런 거였던가?」
아키라 「……아마도」
결국 실전에서 휘두를 일은 없었고, 솔직히 아키라도 애매했다.
아키라 일행이 병사로서 전장의 흙을 밟기 전에 대전은 종결되었다.
케이스케 「……그래? 그랬던가」
케이스케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이프를 칼집에 넣었다.
아키라 「간다」
케이스케 「아, 응」
문이 떨어진 출입구를 지나 토시마 거리로 나아갔다.
하늘은 맑다고도 흐리다고도 할 수 없는 애매한 엷은 잿빛으로 덮여 있었다.
무엇보다 국경 파괴 영향으로 대전 후에는 쾌청할 때가 거의 없었다.
큰길을 둘러보아도 밤과 같이 사람 그림자는 없었다.
그래도 밤에 비하면 당연히 전망은 좋았고 거리도 확실히 확인할 수 있었지만.
공기가 같다. 사람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역시 인기척은 확실히 느껴졌다.
골목 안쪽 어두운 곳에서 숨을 죽이고 있는 듯한……억누른 살기.
설령 해가 높게 뜬다 해도 길 한가운데로 드러내고 걸을 생각은 들지 않았다.
케이스케 「밤에도 생각했지만, 이 동네, 사람이 전혀 안 보이는구나」
케이스케가 중얼거리고는 길 한가운데로 가려 했다.
아키라 「어이……!」
순간적으로 케이스케의 팔을 잡아 찻집 앞으로 끌어당겼다.
아키라 「무방비 하게 돌아다니지 마」
케이스케 「……아, 응」
기세에 눌렸는지 케이스케가 눈을 깜박이며 끄덕였다.
목구멍을 틀어막는 듯한 기분 나쁜 긴장감이 가득 차 있다.
될 수 있는 한 길가를 따라 연이은 가게 그림자에 바싹 붙어 걷기로 했다.
때때로 지나가려는 골목 입구를 들여다 보아도 안쪽은 어둑해 잘 알 수 없었다.
네 방향의 길이 교차하는 지점까지 와서 오른쪽―――동쪽 골목에서 간판이 튀어나와 있는 것이 보였다.
완전히 빛바래 있지만 화려한 색채의 흔적이 있는 그것은 주점가나 유흥가에 많이 있을 법한 간판이었다.
흘낏 보고 시선을 돌린 그때, 새된 목소리 같은 것이 들린 기분이 들어 시선을 되돌렸다.
간판이 나와 있는 근처―――아마도 골목이 안으로 이어져 있는 것이리라.
케이스케 「무슨 소리 안 들렸어? 지금. 목소리 같은 느낌의……」
아키라 「그래」
케이스케도 눈치챈 듯 간판을 응시하고 있었다.
들린 것 같은 정도이니 단언은 할 수 없지만 왠지 이 살벌한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인상을 남기는 목소리였다.
아키라는 꺼림칙해하면서 간판이 있는 쪽으로 발길을 향했다.
케이스케 「아, 아키라……!?」
당황하는 케이스케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벽에 등을 대고 골목 안을 살짝 엿보았다.
생각보다 넓은 길로, 그 양옆에는 가게가 빈틈없이 빽빽하게 처마를 잇대고 늘어서 있었다.
상상대로 술집이나 유흥가가 모인 뒷골목인 듯했다.
물론 모두 제대로 된 상태가 아니라, 점등하면 눈부실 듯한 네온 장식은 태반이 깨져 있었다.
다른 곳과 같이 사람 인기척은 없는 듯했지만 예전의 번창함을 상상할 수 있는 만큼 더욱 황폐해 보였다.
조금 전의 목소리 같은 것은 역시 기분 탓이었을까.
벽에서 몸을 떼고 유흥가 골목으로 발을 내디뎠다.

혼잡스러운 가게의 잔해들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존재가 한두 사람 서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케이스케 「이런, 사람이 확실히 있었다는 것을 상상할 수 있는 곳은 더 기분 나쁘지. 어쩐지 생생하달까……」
가깝게 느끼면 느낄수록 공포는 더해간다.
반대로 아무리 무서운 연출을 한다 해도 공감할 수 없으면 실감도 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아키라에 한해서는, 무엇에 대해서도 도무지 강하게 실감한 적이 없지만.
무엇이든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는 정도였다.
길을 중간쯤까지 간 근처에서 갑자기 안 좋은 예감을 느끼고 멈춰섰다.
아키라 「……?」
케이스케 「아키라?」
―――사람의 인기척.
잘 억제하고 있기에 미약하지만, 느껴졌다.
어디에서지?
희미한 소리. ―――뒤쪽인가.
아키라가 돌아보려 한 그때였다.
??? 「거기, 잠깐!」
새된 목소리가 골목에 울려 퍼졌다.
바로 탁탁하고 경쾌한 발소리가 이어졌다.
케이스케 「뭐, 뭐야……!?」
선택지 →돌아보지 않는다
→돌아본다
쇠퇴한 거리의 공기에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
상관하지 않는 게 좋다.
직감적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케이스케 쪽으로 시선을 보내자 눈이 마주쳤다.
케이스케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대로 뿌리쳐 버리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달려나가려 한 그때.
??? 「잠깐! 무시하는 거야!?」
거친 목소리와 함께 발소리가 갑자기 뛰어왔다.
그 기세에 무심코 돌아보았다.

금발머리, 가냘픈 체구, 날씬하게 빠진 손발.
푸르고 큰 눈동자가 인상적이었다.
케이스케 「여, 여자애?」
완전히 당황한 케이스케의 중얼거림에, 소녀는 입술을 가로로 넓혔다.

케이스케 「달려……」
품위 없는 대답에 케이스케의 말문이 막힌다.
확실히 잘 보니 손가락과 무릎 뼈마디가 울퉁불퉁해 남자 골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피부의 매끈함 등은 무심코 만지고 싶어질 정도로, 잘못 보지 않기가 어렵다.
소년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고. 형들 말이야, 여기 내 구역인데. 마음대로 들어오면 곤란해―」
케이스케 「구, 구역?」
소년 「그래그래. 남의 구역에 무단으로 들어온 녀석은 통행료 받는다고」
케이스케 「통행료, 라니」
케이스케가 난처한 얼굴로 아키라를 돌아보았다.
소년 「그보다, 몰랐어? 혹시 이제 막 왔어?」
양손을 허리에 대고 미간에 주름살을 짓고 있던 소년이 문득 놀란 얼굴로 눈을 깜박였다.

소년이 아키라의 가슴팍에 걸려있는 택을 가리키며 도전적인 미소를 띠었다.
소년의 가슴에도 택이 흔들리고 있었다.
―――이그라 참가자. 그렇다면, 적이 되는 존재인가.
소년은 아키라의 경계를 느꼈는지 설레설레 손을 흔들었다.
소년 「그런 얼굴 안 해도 지금은 별로 싸울 생각 없으니까 안심해. 형, 괜찮은 남자고 말이야―. 이 외에 두들겨 패도 되고, 아무래도 되는 것은 얼마든지 있고」
케이스케 「…………」
케이스케가 어안이벙벙한 얼굴로 소년을 보고 있었다.
성별을 착각할 용모인데도 불온한 공기가 넘치는 이 거리에서 경계심은 조금도 품지 않았다.
게다가 이 남의 눈을 꺼리지 않는 시끄러운 모습.
확실히 실력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 해도 대체 정체가 무엇인가.
무언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소년은 그런 아키라의 심중 따위는 전혀 모르고 악의없는 미소를 방긋방긋 띠고 있었다.
소년 「뭐, 초보라면 어쩔 수 없지. 그럼 통행료는 면제해 줄게. 형 얼굴을 봐서」
소년은 아까부터 아키라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몹시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소년 「그리고 무언가 묻고 싶은 것은 있어? 가르쳐 줄 수 있는 거라면 가르쳐 줄게」
아무 조건 없이 도와준다는 말이다.
아무리 아키라 일행을 대전자로 간주하지 않는다고는 해도 무상으로 도움을 주다니……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을 거의 의심하지 않는 케이스케도 조금 불안했는지 눈썹을 찡그리고 아키라를 보고 있었다.
그러나 꿍꿍이가 있을 것이라 의심하면서도 만약 무언가 정보를 준다면 설령 음모가 있다 한들 응해 보는 것도 방법이기는 했다.
어쨌든 아키라 일행은 여기에서는 의지가 되는 것도 실마리도 무엇 하나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한순간 흐른 불온한 침묵을 끊고 입을 열었다.
아키라 「……어딘가 무기를 구할 수 있는 곳을 모르나」
소년 「무기?」
케이스케의 무기가 조금 마음에 걸렸었다.
아키라의 나이프를 계속 갖고 있게 할 수도 없었다.
소년 「무기라……」
소년은 으―음 하고 신음하고 고개를 기울였다.
처음부터 대답을 기대하고 물은 것은 아니었다.
언뜻 보기에는 폐허밖에 없는 듯한 도시라도 사람이 있는 한 반드시 뒤에서 끈질기게 장사를 계속하는 녀석들이 있다.
대부분 그런 가게가 있다고 알고 있어도 입에 담지 않는 것이 철칙이다.
하물며 배틀 게임이 진행되는 이 도시에서 승패를 좌우하는 무기 입수 장소를 생판 남에게 가르쳐 주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아키라는 이그라의 참가자―――
머지않아 적이 될지도 모르는 존재이다.
소년 「왜? 설마 맨손은 아니겠지. 뭐, 스타일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키라 「내가 아니야. 이쪽이다」
턱으로 가리킨 케이스케는 어딘지 모르게 겸연쩍은 듯한 얼굴을 했다.
소년 「아―, 참가하지 않은 형이구나. 아무것도 없어?」
아키라 「그래」
소년 「그렇구나. 그럼 이런 것은 어때?」
소년이 힙색을 뒤져 무언가를 잡아 꺼냈다.
접이식 나이프였다.
레버 조작 하나로 칼날이 튀어나오는 구조로 한 손으로도 다룰 수 있을 것 같았다. 칼날을 뺀 상태로 20cm 정도의 크기였다.
소년 「이거라면 초보라도 다루기 쉽고 가벼우니까. 줄게」
케이스케 「……에?」
소년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기에 케이스케는 놀라서 얼굴 앞에서 양손을 흔들었다.
케이스케 「아니아니, 받기 미안해」
소년 「그렇지만―, 거의 안 쓰는 걸. 괜찮아」
그래도 케이스케는 눈썹 꼬리를 내리고 갈팡질팡했으나 이윽고 손을 뻗었다.
케이스케 「……고마워」
소년 「천만에―」
소년이 우쭐대며 웃었다.
예비품이라고는 하나 생판 남에게 악의없이 무기를 주는 시원스러운 성격.
아키라는 소년이 어떤 생각으로 그러는 지 이해하지 못해 살짝 곤혹스러워했다.
케이스케 「아, 그럼 이거 돌려줄게. 자」
케이스케가 아키라의 나이프를 럭색에서 꺼내 내밀었다.
받아서 홀더를 벨트에 꽂았다.
소년 「빌려준 것으로 칠게. 언젠가 돌려줘―」
그리 말하면서 소년은 천천히 이상한 미소를 띄웠다.
소년 「몸으로」
케이스케 「뭐어!?」
엉뚱한 소리를 내지른 것은 케이스케였다.
케이스케 「그, 그게 뭐야……, 그렇지만, 너, ……남자잖아!?」
소년 「정말―, 뭘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그래? 농담이라고」
케이스케 「…………」
벌레라도 씹은 듯한 얼굴이 된 케이스케를 보고 소년이 키득키득 웃었다.
갑자기 그때 팔이 끌어당겨 졌다.

소년 「헤헤헤―」
소년이 아키라와 케이스케의 팔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악의없는 미소를 띠고 올려다본다.
아키라 「…………」
묘하게 붙임성이 있어 정말로 평정을 잃게 된다.
아키라는 곤혹을 뛰어 넘어 어이가 없다는 한숨을 쉬었다.

케이스케 「무엇에?」
소년 「이그라에」
케이스케 「아아, 응, 이그라, ……엑!?」
아무렇지 않게 한 말에 휩쓸릴 뻔한 케이스케가 더 이상은 안 될 정도로 눈을 크게 떴다.
케이스케 「그거야말로 농담이지!? 당연히 무리야!」
소년 「그런 것은 참가해 보지 않으면 모르잖아. 그치―?」
동의를 구했지만, 솔직히 말려들고 싶지 않았다. 일이 귀찮아진다.
그런 아키라의 낯빛을 읽었는지 케이스케가 말을 더했다.
케이스케 「좀, 그렇잖아? 무리야. 나도 참가하고 싶지 않아」
소년 「에―, 그렇지만」
거기에서 말을 끊고, 소년은 의미 있는 듯 부츠 발부리를 흔들었다.
소년 「이 도시에서는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고. 이그라에 참가하든, 안 하든 말이야. ―――그렇다면, 즐기는 게 낫잖아」
케이스케 「…………」
유난히 무겁게 느껴지는 말에 케이스케가 입을 다물었다.
올려다보는 소년의 큰 눈동자는 웃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런 표정도 환상처럼 느껴질 정도로 금세 웃는 얼굴로 변했다.
소년 「일단 설명만이라도 들어보는 게 어때―? 알비트로에게 가서, 아, 그쪽 형에게서 자세히 들었으려나」
―――알비트로.
확실히 구치소에서 만난 2인조 중……그웬이 이그라 설명을 했을 때에 나온 이름이었다.
이그라를 도맡아 관리하고 있다는 인물.
이르레에게 도전하기 위해서는 모은 5개의 택을 알비트로에게 갖고 간다고 했으나, 어디에 있는지, 무엇보다 이르레와는 어디에서 싸우는지 모른다.
아키라 「할 수 있는 만큼 해 봐」
케이스케 「……에」
케이스케가 믿을 수 없는 것을 본 것 같은 눈으로 완전히 굳었다.
케이스케 「……아키라까지」
소년 「그래그래. 남자라면 배짱이지! 할 수 있는 만큼 해라―」
케이스케 「……하아」
케이스케는 한순간 원망스러운 눈으로 아키라를 쏘아보고는, 이어서 불쌍할 정도로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무거운 한숨을 쉬었다.
소년 「그럼 결정인가? 괜찮아? 간다?」
케이스케 「…………」
기합을 넣고 걷기 시작한 소년이 우뚝 멈춰서서 돌아보았다.
소년 「그러고 보니까. 나는 린이라고 하는데―. 형들은?」
과연 이름까지 밝혀도 되는 걸까……
한순간 망설였지만 이 소년을 상대로 깊이 의심하는 것은 헛수고인 기분도 들었다.
무엇보다 소년의 등장으로 긴장감도 경계도 완전히 약해져 있었다.
사실인지 거짓인지 모를 페이스에 휩쓸려 평소의 상태를 유지할 수가 없다.
아키라 「……아키라다. 이쪽은 케이스케」
린 「아키라와 케이스케구나」
뿅 하고 힘차게 뛰어오르는 기세로 소년……린은 걷기 시작했다.
뒤따라 걸으면서 케이스케가 안색을 바꾸고 작은 소리로 다그쳤다.
케이스케 「이봐, 아키라, 어쩔 생각이야……! 나는 참가한다는 말은 한마디도 안 했다고……!」
아키라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된 거잖아. 등록 필수인 것도 아닐 거고, 설명만 듣고 와」
케이스케 「만약 등록 필수라면 어쩔 건데……!」
아키라 「화장실이라도 뛰어가서 그대로 도망쳐 와」
케이스케 「……, 너 남의 일이라고……」
린 「뭐야, 무슨 이야기 해?」
린이 멈춰 돌아보고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개를 갸우뚱했다.
케이스케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케이스케가 어색한 미소를 띠고 살짝 고개를 흔들었다.
린 「그래? ……아, 그렇지. 아까 통행료 이야기는 거짓말이었어」
케이스케 「……거짓말!?」
린 「그래―」
린이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거짓말을 해서 어쩌자는 걸까. 단순한 변덕인가.
……정말 마음을 알 수 없다.
지긋지긋한 표정의 케이스케가 길을 가면서 여러 번 원망스러운 시선을 향했지만 아키라는 모르는 척하는 얼굴로 앞서갔다.

린 말로는 이제부터 가는 곳―――『성』이라 불리는 듯하다―――으로 가는 지름길이라 했다.
거리가 짧은 탓도 있었지만, 린은 어두운 길을 막힘 없이 나아가 무사히 큰길로 나왔다.
그 행동을 보고 있자 신중하게 움직이기보다 차라리 빨리 뛰어가는 것이 안전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2008/03/07 00:30
2008/03/07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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