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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눈에 띄지 않는 골목으로 들어갔을 때, 린은 부탁받았다는 인물이 있는 곳을 확인한다고 말하고 어딘가로 달려갔다.
여기저기 휘적휘적 돌아다니고 있어 붙잡기가 곤란한지, 행선지는 짚이는 곳이 있으니 전화로 확인할 생각인 듯했다.
이 나라에서는 대전의 영향으로 무선 전화……휴대전화 류는 거의 사용할 수 없다.
전쟁 전에 절멸할뻔한 유선전화가 다시 각광을 받게 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직 수가 한참 적었다.
엠마와 그웬에게 받은 통신기기는 휴대형이었지만 특별한 사양인 듯 아주 작은 전파라도 수신할 수가 있는 듯했다.
슬슬 해가 산속으로 떨어질 시각이라 하늘이 오렌지색과 푸른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아키라와 케이스케는 서로 마주보고 벽에 기대어 린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키라 「어땠어?」
케이스케 「응?」
아키라 「참가등록」
케이스케 「……아아」
케이스케의 눈빛이 약간 어두워졌다.
케이스케 「우선 간단한 룰 설명이 있고, 적당한 질문 응답이 있고, 그 이상한 가면, ……알비트로였던가. 그 녀석이 묘하게 야단스러웠다, 정도이려나」
보지 않았어도 알비트로의 행동거지가 눈에 선했다.
케이스케 「듣고 온 것, 이야기 해 줄까?」
아키라 「응」
그웬에게 들은 설명은 정말로 간결한 것이었다.
케이스케는 표정이 어두운 채 한동안 고개를 숙이고 있었으나 이윽고 입을 열었다.
케이스케 「먼저, 이 택 게임은 포커 형식으로 되어 있어. 이것은 알고 있지」
아키라 「그래」
케이스케 「어떤 5종류의 조합으로 택을 모으면 이르레에게 도전권을 획득할 수 있어. 이것은?」
아키라 「알고 있어」
케이스케 「그럼 처형인에 대한 것은?」
아키라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키라 「자세히는 몰라」
케이스케 「그렇구나. 글쎄, 뭐랄까. 룰 위반자의 사형집행인이랄까.
부정기적으로 토시마를 도는 것 같은데, 이그라 룰을 위반한 녀석을 발견하면 즉시 처리한다, ……즉, 죽이는 것 같아.
위반이란 총화기 소지, 목격자가 없는 배틀……야습이라든가, 비겁한 수단을 쓴다든가. 그리고 이그라를 기권하는 것이라든가」
아키라 「위반자는 문답 무용으로 사형인가」
케이스케 「그래……. 그리고 택 쟁탈전을 했을 때의 승패인데, 등이 지면에 완전히 닿으면 지는 거래.
그래서, 이긴 녀석은 당연히 진 녀석의 택을 빼앗고, 그 이외에……」
케이스케가 그 부분에서 말을 멈추고 시선을 발치로 떨어뜨렸다.
우울한 공기가 전해져 왔다.
아키라 「그 이외에?」
케이스케 「…………」
아키라 「뭔데 그래」
케이스케 「……그, 그 이외에, ……진 녀석을 마음대로 할 수 있대」
케이스케는 무척 말하기 어려운 듯 시선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승자의 특권이란 왕왕 그런 것이다.
말하기 어려운 것일까.
케이스케 「그, ……뭐랄까.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은 즉, ……강제로, 무언가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는 것 같아」
아키라 「강제로?」
케이스케 「……그러니까!」
갑자기 케이스케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말미를 흐렸다.
그 얼굴을 보고 왠지 생각이 미쳤다.
케이스케 「……그러니까, 여기는 여자 수가 극단적으로 적으니까, 형무소 같은 상태이고. 다만, 그것은 알비트로가 농담처럼 말했으니까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농담이 아닐 것이다.
아키라의 뇌리에는 어젯밤의 악몽이 되살아나 있었다.
역시 그것도 이그라의 승자와 패자였던 것일까.
죽은 후에도 패자의 프라이드를 한층 땅으로 떨어뜨리고, 자기 안의 일그러진 정복욕을 채우는 행위.
이긴 자가 진 자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룰은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지만 과연 빈 껍데기까지 더럽힐 필요가 있는 것일까.
아키라 「이해할 수 없군」
케이스케 「……응. 하지만, 그런 것도 진 녀석을 멸시하는 수단으로서는 유효하다나…….
그렇지만……, 확실히 그렇지. 좋아하지도 않는 녀석을……」
아키라 「이게 좋아하고 말고의 문제야?」
케이스케 「……엑!?」
케이스케가 큰 소리를 내며 눈을 크게 떴다.
석양 탓만이 아니라, 순식간에 뺨이 홍조를 띠었다.
케이스케 「에, 아니야! 착각하지 말라고! 그게 아니라……!」
아키라 「착각?」
케이스케 「……아, 아니……」
과도하게 허둥댄 케이스케가 입을 막더니 금세 부자연스러운 기침을 하고는 룰 설명을 재개했다.
케이스케 「……그리고 5개 이상이라 필요 없는 택은 알비트로에게 갖고 가면 상품과 교환해 준대. ……뭐, 이 정도일까」
케이스케는 말을 마친 후 꽤 힘든 일을 끝낸 것처럼 크게 숨을 내쉬었다.
지독히 불공평한 게임이라고 생각했다.
확고히 정해진 룰과 어색한 룰과의 차.
그런데도 성립되어 있는 것은 오로지 이르레의 힘이 있기 때문일까.
케이스케 「……아키라」
얼굴을 들자 케이스케의 망설이는 눈빛과 부딪혔다.
아키라 「뭔데」
케이스케 「……저기. 여기까지 오면 이제 와서……, 이제 무리라는 것은 알고 있어. 알고 있지만 역시…….
……나, 아키라가 참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룰을 듣고 얼마나 위험한 게임인지도 잘 알았고……」
미약한 석양빛에 희미하게 비추어진 케이스케가 주먹을 느릿하게 꽉 쥐었다.
케이스케 「그렇지만 그만 둘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어. 이미 참가해 버렸고, 기권은 이그라 룰 위반이야. 게다가 무엇보다 목숨이 걸려 있으니까.
그래서……, 나, 앉지도 서지도 못하겠어서 그냥 여기까지 따라와 버렸지만, 그……」
케이스케는 말끝을 흐리고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이윽고 천천히 얼굴을 들었다.
중대한 결의를 담은 눈동자가 정면에서 아키라를 사로잡았다.
케이스케 「……나, 나 말이야. ……나, 이그라에, ……참가할래」
아키라 「…………」
너무나 의외인 말은 이해하기까지 몇 초가 걸렸다.
아키라 「……안 해도 된다고 했잖아」
케이스케 「내가, 참가하고 싶어」
아키라 「싫지 않았나?」
케이스케 「……하지만, 이제 결심했어」
아키라 「…………」
설마 스스로 참가하고 싶어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옛날부터 싸움에 관련되는 것을 싫어했는데.
케이스케 「……나 말이야, 어떻게 하면 아키라에게 도움이 될지 계속 생각했었어. 여기에 와 보고 토시마가 어떤 도시이고 이그라가 어떤 게임인지도 알았지.
솔직히……, 무서워. 참가하는 것은 절대 무리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나……」
거기서 말이 멈추었다.
주먹을 꽉 쥐고, 케이스케는 짐짓 천천히 입을 열었다.
케이스케 「……나, 아키라를 지키고 싶어」
아키라 「……누구를 지켜?」
케이스케 「……아키라를」
아키라 「바보 같은 소리 마」
케이스케 「…………」
케이스케가 입술을 꽉 물고 풀죽은 듯 고개를 숙였다.
아키라는 그 얼굴을 조용히 응시했다.
아키라 「내가 이그라에 참가한 것은 누명을 벗기 위해서야. 하지만, 이그라에는 그런 것이 관계없어. 들어오면 끝, 죽느냐 죽이느냐 밖에 없어.
어차피 나는 이그라 참가를 거부해도 감옥 안에서 죽게 됐어. 이렇게 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었다. 그렇지만, 너는 달라.
자신이 얼마나 바보 같은 소리 하고 있는지 알고 있어? 자살 예고를 하고 있는 것과 같아」
케이스케 「…………」
아키라가 이르레를 쓰러뜨리면 이 도시에서 함께 나가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그때까지 케이스케가 무사할 것이라는 보증이 어디에 있지?
만약의 때, 지켜낼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었다.
아키라 「이그라에는 참가하지 마」
케이스케 「……, ……싫어」
무거운 침묵 후, 잠긴 목소리를 내며 케이스케가 얼굴을 들었다.
케이스케 「참가하면 확실히 이기거나 시체가 되지 않으면 나갈 수 없어. ……하지만, 아키라, 죽을 생각은 없잖아? 이르레를 이기고 살아 돌아갈 생각이잖아?
그렇다면, 아키라가 이르레를 이길 때까지 살아 남아서 함께 여기에서 나가면 돼.
나, 그때까지 할 수 있는 것을 해서 아키라가 빨리 이르레를 쓰러뜨릴 수 있도록 협력하고 싶어. ……돕고 싶어」
아키라 「……, 어쩔 생각인데」
케이스케 「나도 택을 모아서 전부 아키라에게 줄게. 그렇게 하면 이르레에게로의 도전권을 빨리 획득할 수 있을 거 아니야.
그리고 내가 등록해서 내 몫의 택도 아키라에게 주면 그것만으로도 5개가 자동적으로 들어오게 돼.
……응? 그렇게 하는 것이 아키라 혼자서 싸우는 것보다 빠를 거야, 아마도」
아키라 「택을 모은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아?」
케이스케의 눈동자에 불안이 흔들렸다.
아키라 「상대를 죽여야 할 때도 있어. 네가 그런 각오를 했나?」
케이스케 「룰로는 등이 지면에 닿으면 지는 거잖아. 그렇다면……」
아키라 「네가 지면 어쩌려고. 상대는 너를 죽일지도 몰라」
케이스케 「…………」
케이스케는 한 번 입술을 깨물고 단호하게 얼굴을 들었다.
아키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케이스케 「……각오했어」
아키라 「경솔하게 말하지 마」
케이스케 「……나 혼자 방관자로 있을 수 없어. 조금이라도 아키라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방해되지 않게 할 테니까……, 부탁이야」
무심코 입에서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언제나 이렇다.
평소에는 소심하면서, 특히 아키라에게 도움이 된다면 고집스레 의지를 굽히지 않는다.
흔들리지 않는 눈동자는 지지 않겠다는 듯 필사적으로 아키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이상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
아니, 이런 눈을 하고 있을 때는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었다.
아키라는 팔을 꼬고, 화가 남도 그대로 드러낸 채 얼굴을 옆으로 돌렸다.
아키라 「……마음대로 해」
케이스케 「……나 농담한 거 아니야」
그대로 대화가 끊겼다. 지독히 복잡한 심경이었다.
이것으로 됐을 리가 없다
충고는 했다. 그래도 굽히지 않은 것은 케이스케 자신이다.
정말로……어떻게 되든 알 바 아니다.
거북한 분위기 중, 멀리에서 가벼운 구두 소리와 활기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린 「많이 기다렸지―――」
석양에 번진 작은 그림자가 눈 깜짝할 사이에 커졌다.
린이 숨을 몰아쉬며 달려오고 있었다.
린 「진짜―, 그 망할 아저씨! 너무 싸돌아 다녀서. 여기저기 너무 많이 간단 말이야, 정말―」
아키라 「찾았어?」
린 「그야 당연히 찾았지! 자기가 시간과 장소 지정해 두고 없는 건 뭐야!? ……어라?? 왜 그래, 두 사람 다 어두운 얼굴이야」
조금 전까지 공기가 달랐던 것을 깨달았는지, 린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케이스케가 쓴웃음을 띄웠다.
케이스케 「괜찮아. 조금 피곤해서」
린 「아, 그래? 그렇다면 괜찮지만. 조금 더 쉬고 갈래?」
아키라 「아니, 가자」
린 「……흠」
린은 한동안 의아한 눈으로 아키라와 케이스케를 번갈아 보다, 이윽고 손짓하며 걷기 시작했다.
어색한 분위기 그대로, 아키라와 케이스케도 걷기 시작했다.
남은 석양빛도 사라지고 토시마에 밤이 찾아오려 하고 있었다.
길을 되돌아가 유흥가로 돌아왔다.
처마를 잇대고 늘어선 가게 지하에 있는 바에 린이 약속한 인물이 있는 듯했다.
도중에 길 한가운데에 군중이 모여 있는 것을 깨닫고 발을 멈추었다.
린 「잠깐, 잠깐, 이게 뭐야―. 비켜, 좀 지나가자」
린이 인상을 쓰고 군중의 등을 헤치려 했다.
처음에는 이그라 관중인 줄 알았으나 그것치고는 이상하게 조용했다.
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구경꾼의 원이 흐트러져 중심 상황이 보이게 되었다.
남자……아마도 이그라 참가자가 우뚝 솟은 듯한 장신 2인조에게 무언가 당하고 있는 듯했다.
몸 여기저기를 만지고 있는 것을 보면 신체검사를 방불케 하지만, 2인조의 손놀림은 지독히 난폭했다.
우뚝 서서 하는 대로 당하고 있는 남자의 뺨은 굳어져 있어, 당장에라도 부르짖을 것 같았다.
남자 「으……, 으, 으……우와아아아아아!!!」
끝내 긴장의 실이 끊어졌는지 견디지 못한 남자의 절규가 공기를 갈랐다.
구경꾼을 헤치고 도망치려 하는 남자에게 2인조 중 한쪽이 덤벼들었다.
??? 「이 자식, 기다려!!!」
귀청을 찢는 노호가 울렸다.
도망치려 한 남자의 목덜미가 잡혀 지면으로 쓰러졌다.
주위 사람은 미동도 안 하고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저 보고 있다.
2인조 중 남자를 쓰러뜨린 쪽은 흑발을 짧게 자르고 카키색 코트를 입고 군인 같이도 보이는 옷차림으로 손에 조금 더러운 쇠 파이프를 들고 있었다.
두툼한 코트를 입고 있어도 그 아래에 숨겨진 체구를 상상하기는 쉬웠다.
짙은 갈색 피부의 용모가 악마와 같은 미소를 머금고 있다.
뒤에서 느긋하게 다가온 또 한 명의 남자는 탈색을 반복해 다 상한 푸석푸석한 금발로, 핑크색 파카를 걸치고 앞섶을 풀어헤쳤다. 가슴팍의 문신이 눈을 끌었다.
흑발 남자보다는 날씬한 옷차림으로, 눈가는 너무 많이 자란 앞머리에 덮여 있다.
그만큼 크게 웃는 입술이 유난히 인상적이고 기분 나빴다.
린 「……엑」
린의 표정이 얼어붙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린 「처형인이잖아」
남자 「그, 그만……, 용서해 줘!! 살려줘어어어어!!!」
남자의 애처롭게 목숨을 애걸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저 2명이―――처형인.
다시 눈길을 준 아키라의 귀에 쇠로 후려갈기는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남자가 얼굴부터 지면으로 쓰러졌다.
남자 「으으, 흐, 윽……, 아파……, ……」
자갈과 먼지투성이인 아스팔트로 미끄러진 뺨은 피와 눈물과 콧물과 침으로 엉망이었다.
??? 「도망치면 안 되지……, 어이」
남자 「히이이이!! 그만, 그만해 주세……!!!」
??? 「자기 엉덩이 정도는 자기가 닦으라고 말이야―, 엄마한테 배웠을 거 아니야? 응?」
남자의 얼굴이 더 이상은 안 될 정도로 일그러지고 공포로 굳어져 덜덜 떨고 있었다.
린 「저 검은 녀석이 키리오이고 금발이 군지라고 해. 저 녀석들은 조심해. 변덕이 심하고, 무책임하고, 위반하지 않았어도 생트집 잡아서 죽여 버릴 때가 있으니까」
린이 혐오를 담아 내뱉듯이 말했다.
케이스케는 핏기가 가신 얼굴로 눈앞의 광경을 응시하고 있었다.
케이스케 「…………」
린 「사람을 죽이는 것에서 쾌감을 느끼는 거야. 저 녀석들 즐거워 견딜 수 없어하고 있어」
처형인들은 웃음소리를 사방에 흩뜨리며 납작 엎드린 남자를 몇 번이나 걷어 차고 있었다.
키리오 「이봐!! 득의양양하지 마!!」
군지 「가버려!! 아아!?」
소리, 비명, 소리, 비명, 소리, 소리, 소리……
의식이 멀어진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영혼이 꺼지고 만 것인가.
남자는 비명 대신 입에서 피와 거품을 쏟아내고 있었다.
주위가 숨을 삼키는 소리까지 들릴 듯이 긴장된 정적.
모두 처형인의 흉행(兇行)을 눈앞에 두고 그저 자신의 차례가 오지 않기를, 자신만은 살기를 기도하고 있는……그런 것처럼 생각되었다.
도망치면 광견처럼 쫓아와 물어 죽인다.
그래서 공교롭게 여기에 있게 된 사람은 「처형인의 검사」가 끝날 때까지 움직일 수 없었다.
키리오 「벌써 끝인가……. 재미없군」
쇠 파이프를 지닌 남자……키리오가 움찔움찔 경련하는 몸을 재미없다는 듯 발로 굴렸다.
엄청난 혈흔이 지면에 검붉은 얼룩을 만들고 있었다.
케이스케 「……미안, 좀, 이제 틀렸을지도……」
창백해진 케이스케가 입가를 손으로 막고 얼굴을 돌렸다.
군지 「어이, 바둑아!」
금발 남자……군지가 뒤돌아보고 무언가를 불렀다.
키리오 「아니야, 저건 나비야, 나비」
군지 「나비는 보통 고양이에 붙이는 이름이잖아!」
처형인들이 아무래도 좋을 것으로 입씨름하는 동안에 대형견 같은 동물이 달려왔다.
……아니. 개가 아니다.
개처럼 네발로 기고 구속구(拘束具)를 몸에 단―――
인간이었다.
눈 가리게, 재갈, 바디피어스, 봉합자국. 검은 가죽이 병적일 정도로 흰 피부에 죄어들어 대비를 강조하고 있었다.
특히 불쌍하게 눈에 들어온 것은 목 언저리의 큰 수술자국이었다.
일그러진 모양으로 살이 불거져 나와 있다.
다른 부위의 상처는 장식으로 낸 것 같은 기분도 들었지만, 목의 그것만은 분명히 무언가를 의도하고 한 것 같이 보였다.
재갈에서 타액이 똑똑 방울져 떨어진다.
키리오 「나중에 주인님에게 귀여움받으라고……. 저쪽으로……, 가」
키리오가 큰 손으로 난폭하게 개……의 머리를 쓰다듬고 이미 경련조차 하지 않게 된 남자에게 덤벼들게 했다.
개는 보이지 않는 꼬리가 떨어질 듯 흔들고 남자에게 덤벼들어 코를 비비며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린 「저렇게 해서 택의 소지를 확인하는 거야. 택에는 특수한 냄새가 가공되어 있어서 저 녀석은 그것을 구별해내지. 그러기 위해 알비트로에게 개조되어 조교 되고 있어.
성대는 취미로 떼 버린 것 같지만……」
하나에서 열까지 진심으로 알비트로라는 남자의 정신을 의심했다.
군지 「아? 뭐? 에? ……, 갸하하하하하, 부정 저지르지 않았대!! 택 전부 있었다는데――――!!」
개의 제스처를 보고 군지가 정말 우습다는 듯 웃기 시작했다.
그곳에 있던 참가자들이 움찔하고 몸을 떨었다.
키리오 「뭐, 기분 좋은 듯한 얼굴 하고 있으니 된 거 아니야……」
남자는 흰자를 드러내고 공포로 입을 크게 벌린 채 절명해 있었다.
키리오 「나비야……, 다른 녀석들은 어때. 내친김에 알아볼까아?」
키리오의 말에 주위가 움츠러들었다.
군지 「나비 아니라니까. 바둑이는 배가 고프대―」
개가 웅크려 앉은 군지의 무릎에 계속해서 머리를 들이대고 있다.
그 몸짓은 그야말로 『개』 그 자체였다.
사람인 것을 잊을 정도로 미치고 만 것일까.
키리오 「오늘은 그만 돌아갈까……」
군지 「가서 밥 먹자―, 밥―」
완만하게 말끝을 늘이는 독특한 어조에 키리오가 쇠 파이프를 어깨에 졌다.
크게 기지개를 켜고 걷기 시작한 군지의 뒤를 『개』가 뒤따랐다.
얼어붙은 공기와 너무나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느긋한 텐션.
엇갈림과 동시에 그때까지 경쾌했던 『개』의 발걸음이 딱 멈추었다.
―――아키라 앞에서.
군지 「아?」
군지가 『개』에게 의아한 듯한 시선을 던졌다.
키리오 「경계태세라니……. 뭔가 있나……그 녀석에게 말이야」
『개』가 만약 정말로 동물이었다면 이를 드러내고 위협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발각된 것은―――아키라의 택이다.
엠마와 그웬이 갖고 온 것으로 출처는 불명이다.
굉장히 초조하고 긴장되었다.
키리오 「너 말이야, 나비가 반응하고 있는데……」
키리오가 아키라 앞으로 얼굴을 들이밀고 그 가슴에 코를 가까이 댔다.
천천히 얼굴을 들고 히죽 웃는다.
키리오 「무슨 냄새가 나는 건가……」
아키라 「…………」
오싹하게 뼈 속까지 스며드는 듯한 오한이 솟아올랐다.
남자의 눈빛은 굉장히 즐거운 듯했다.
일그러진 즐거움이라기보다 아이 같은―――순수한 광기.
피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군지 「간다, 영감! 슬슬 바둑이 데리고 돌아가지 않으면 비트로가 폭발해. 밥 먹을 시간이야」
군지가 구조(鉤爪)를 크게 흔들고 손짓하는 시늉을 했다.
키리오 「……그래」
키리오는 나른한 듯 낮게 으르렁거리고 아키라에게서 떨어져서는 군지 일행 쪽으로 돌아갔다.
『개』는 아직 신경이 쓰이는지 가다가 몇 번이고 뒤돌아 아키라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 눈가는 천에 덮여 있었지만.
3명의 모습이 멀어지자 얼어붙어 있던 그곳의 공기가 단번에 용해되었다.
아키라 역시 가슴에 고여 있던 숨을 깊이 뱉어냈다.
만약 그대로 탐색 당했다면―――위험했다.
린과 케이스케가 즉시 옆으로 다가왔다.
린 「위험했어, 아키라」
케이스케 「진짜 초조했어……, 정말 어쩌나 했다니까……」
주위에서도 호기심에 찬 시선이 쏟아졌다.
아키라는 단순한 참가자가 아니다.
비스키오 섬멸이라는 목적이 있다.
잘못해서 의심받으면 불리해진다.
린 「자 그럼, 생각지도 못하게 방해받았지만. 목적지는 이제 코앞이야. 가자」
흩어지는 구경꾼들 속에서 조금 전 남자의 시체는 길 한가운데에 방치되어 있었다.
아키라 「저것은 저대로 두는 건가」
린 「응? 아아―, 응. 시체 처리도 처형인의 일이니까. 나중에 돌아와서 치우지 않으려나」
시체 처리―――그래서 시체를 거의 보지 못했던 것인가.
마치 길가의 돌멩이처럼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굴러다니고 있는 남자의 유해.
대량의 피를 흘리며 발버둥치고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 절규에 모두 등줄기가 서늘했을 터이다.
변덕이라는 까닭 없는 죄로 죽고, 하지만 마음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키라가 보아 온 시체와는 달랐다.
아키라가 알고 있는 시체는 마치 잠자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정중히 장사 되었다.
그 시체들도―――실은 이런 식으로 더러웠던 것일까?
이런 식으로 방치되고 있었던 것일까?
아키라 「…………」
아키라는 눈을 감고 비참한 유해를 시야에서 천천히 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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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휘적휘적 돌아다니고 있어 붙잡기가 곤란한지, 행선지는 짚이는 곳이 있으니 전화로 확인할 생각인 듯했다.
이 나라에서는 대전의 영향으로 무선 전화……휴대전화 류는 거의 사용할 수 없다.
전쟁 전에 절멸할뻔한 유선전화가 다시 각광을 받게 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직 수가 한참 적었다.
엠마와 그웬에게 받은 통신기기는 휴대형이었지만 특별한 사양인 듯 아주 작은 전파라도 수신할 수가 있는 듯했다.
슬슬 해가 산속으로 떨어질 시각이라 하늘이 오렌지색과 푸른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아키라와 케이스케는 서로 마주보고 벽에 기대어 린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키라 「어땠어?」
케이스케 「응?」
아키라 「참가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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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케의 눈빛이 약간 어두워졌다.
케이스케 「우선 간단한 룰 설명이 있고, 적당한 질문 응답이 있고, 그 이상한 가면, ……알비트로였던가. 그 녀석이 묘하게 야단스러웠다, 정도이려나」
보지 않았어도 알비트로의 행동거지가 눈에 선했다.
케이스케 「듣고 온 것, 이야기 해 줄까?」
아키라 「응」
그웬에게 들은 설명은 정말로 간결한 것이었다.
케이스케는 표정이 어두운 채 한동안 고개를 숙이고 있었으나 이윽고 입을 열었다.
케이스케 「먼저, 이 택 게임은 포커 형식으로 되어 있어. 이것은 알고 있지」
아키라 「그래」
케이스케 「어떤 5종류의 조합으로 택을 모으면 이르레에게 도전권을 획득할 수 있어. 이것은?」
아키라 「알고 있어」
케이스케 「그럼 처형인에 대한 것은?」
아키라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키라 「자세히는 몰라」
케이스케 「그렇구나. 글쎄, 뭐랄까. 룰 위반자의 사형집행인이랄까.
부정기적으로 토시마를 도는 것 같은데, 이그라 룰을 위반한 녀석을 발견하면 즉시 처리한다, ……즉, 죽이는 것 같아.
위반이란 총화기 소지, 목격자가 없는 배틀……야습이라든가, 비겁한 수단을 쓴다든가. 그리고 이그라를 기권하는 것이라든가」
아키라 「위반자는 문답 무용으로 사형인가」
케이스케 「그래……. 그리고 택 쟁탈전을 했을 때의 승패인데, 등이 지면에 완전히 닿으면 지는 거래.
그래서, 이긴 녀석은 당연히 진 녀석의 택을 빼앗고, 그 이외에……」
케이스케가 그 부분에서 말을 멈추고 시선을 발치로 떨어뜨렸다.
우울한 공기가 전해져 왔다.
아키라 「그 이외에?」
케이스케 「…………」
아키라 「뭔데 그래」
케이스케 「……그, 그 이외에, ……진 녀석을 마음대로 할 수 있대」
케이스케는 무척 말하기 어려운 듯 시선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승자의 특권이란 왕왕 그런 것이다.
말하기 어려운 것일까.
케이스케 「그, ……뭐랄까.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은 즉, ……강제로, 무언가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는 것 같아」
아키라 「강제로?」
케이스케 「……그러니까!」
갑자기 케이스케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말미를 흐렸다.
그 얼굴을 보고 왠지 생각이 미쳤다.
케이스케 「……그러니까, 여기는 여자 수가 극단적으로 적으니까, 형무소 같은 상태이고. 다만, 그것은 알비트로가 농담처럼 말했으니까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농담이 아닐 것이다.
아키라의 뇌리에는 어젯밤의 악몽이 되살아나 있었다.
역시 그것도 이그라의 승자와 패자였던 것일까.
죽은 후에도 패자의 프라이드를 한층 땅으로 떨어뜨리고, 자기 안의 일그러진 정복욕을 채우는 행위.
이긴 자가 진 자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룰은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지만 과연 빈 껍데기까지 더럽힐 필요가 있는 것일까.
아키라 「이해할 수 없군」
케이스케 「……응. 하지만, 그런 것도 진 녀석을 멸시하는 수단으로서는 유효하다나…….
그렇지만……, 확실히 그렇지. 좋아하지도 않는 녀석을……」
아키라 「이게 좋아하고 말고의 문제야?」
케이스케 「……엑!?」
케이스케가 큰 소리를 내며 눈을 크게 떴다.
석양 탓만이 아니라, 순식간에 뺨이 홍조를 띠었다.
케이스케 「에, 아니야! 착각하지 말라고! 그게 아니라……!」
아키라 「착각?」
케이스케 「……아, 아니……」
과도하게 허둥댄 케이스케가 입을 막더니 금세 부자연스러운 기침을 하고는 룰 설명을 재개했다.
케이스케 「……그리고 5개 이상이라 필요 없는 택은 알비트로에게 갖고 가면 상품과 교환해 준대. ……뭐, 이 정도일까」
케이스케는 말을 마친 후 꽤 힘든 일을 끝낸 것처럼 크게 숨을 내쉬었다.
지독히 불공평한 게임이라고 생각했다.
확고히 정해진 룰과 어색한 룰과의 차.
그런데도 성립되어 있는 것은 오로지 이르레의 힘이 있기 때문일까.
케이스케 「……아키라」
얼굴을 들자 케이스케의 망설이는 눈빛과 부딪혔다.

케이스케 「……저기. 여기까지 오면 이제 와서……, 이제 무리라는 것은 알고 있어. 알고 있지만 역시…….
……나, 아키라가 참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룰을 듣고 얼마나 위험한 게임인지도 잘 알았고……」
미약한 석양빛에 희미하게 비추어진 케이스케가 주먹을 느릿하게 꽉 쥐었다.
케이스케 「그렇지만 그만 둘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어. 이미 참가해 버렸고, 기권은 이그라 룰 위반이야. 게다가 무엇보다 목숨이 걸려 있으니까.
그래서……, 나, 앉지도 서지도 못하겠어서 그냥 여기까지 따라와 버렸지만, 그……」
케이스케는 말끝을 흐리고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이윽고 천천히 얼굴을 들었다.
중대한 결의를 담은 눈동자가 정면에서 아키라를 사로잡았다.

아키라 「…………」
너무나 의외인 말은 이해하기까지 몇 초가 걸렸다.
아키라 「……안 해도 된다고 했잖아」
케이스케 「내가, 참가하고 싶어」
아키라 「싫지 않았나?」
케이스케 「……하지만, 이제 결심했어」
아키라 「…………」
설마 스스로 참가하고 싶어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옛날부터 싸움에 관련되는 것을 싫어했는데.
케이스케 「……나 말이야, 어떻게 하면 아키라에게 도움이 될지 계속 생각했었어. 여기에 와 보고 토시마가 어떤 도시이고 이그라가 어떤 게임인지도 알았지.
솔직히……, 무서워. 참가하는 것은 절대 무리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나……」
거기서 말이 멈추었다.
주먹을 꽉 쥐고, 케이스케는 짐짓 천천히 입을 열었다.
케이스케 「……나, 아키라를 지키고 싶어」
아키라 「……누구를 지켜?」
케이스케 「……아키라를」
아키라 「바보 같은 소리 마」
케이스케 「…………」
케이스케가 입술을 꽉 물고 풀죽은 듯 고개를 숙였다.
아키라는 그 얼굴을 조용히 응시했다.
아키라 「내가 이그라에 참가한 것은 누명을 벗기 위해서야. 하지만, 이그라에는 그런 것이 관계없어. 들어오면 끝, 죽느냐 죽이느냐 밖에 없어.
어차피 나는 이그라 참가를 거부해도 감옥 안에서 죽게 됐어. 이렇게 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었다. 그렇지만, 너는 달라.
자신이 얼마나 바보 같은 소리 하고 있는지 알고 있어? 자살 예고를 하고 있는 것과 같아」
케이스케 「…………」
아키라가 이르레를 쓰러뜨리면 이 도시에서 함께 나가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그때까지 케이스케가 무사할 것이라는 보증이 어디에 있지?
만약의 때, 지켜낼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었다.
아키라 「이그라에는 참가하지 마」
케이스케 「……, ……싫어」
무거운 침묵 후, 잠긴 목소리를 내며 케이스케가 얼굴을 들었다.
케이스케 「참가하면 확실히 이기거나 시체가 되지 않으면 나갈 수 없어. ……하지만, 아키라, 죽을 생각은 없잖아? 이르레를 이기고 살아 돌아갈 생각이잖아?
그렇다면, 아키라가 이르레를 이길 때까지 살아 남아서 함께 여기에서 나가면 돼.
나, 그때까지 할 수 있는 것을 해서 아키라가 빨리 이르레를 쓰러뜨릴 수 있도록 협력하고 싶어. ……돕고 싶어」
아키라 「……, 어쩔 생각인데」
케이스케 「나도 택을 모아서 전부 아키라에게 줄게. 그렇게 하면 이르레에게로의 도전권을 빨리 획득할 수 있을 거 아니야.
그리고 내가 등록해서 내 몫의 택도 아키라에게 주면 그것만으로도 5개가 자동적으로 들어오게 돼.
……응? 그렇게 하는 것이 아키라 혼자서 싸우는 것보다 빠를 거야, 아마도」
아키라 「택을 모은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아?」
케이스케의 눈동자에 불안이 흔들렸다.
아키라 「상대를 죽여야 할 때도 있어. 네가 그런 각오를 했나?」
케이스케 「룰로는 등이 지면에 닿으면 지는 거잖아. 그렇다면……」
아키라 「네가 지면 어쩌려고. 상대는 너를 죽일지도 몰라」
케이스케 「…………」
케이스케는 한 번 입술을 깨물고 단호하게 얼굴을 들었다.
아키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케이스케 「……각오했어」
아키라 「경솔하게 말하지 마」
케이스케 「……나 혼자 방관자로 있을 수 없어. 조금이라도 아키라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방해되지 않게 할 테니까……, 부탁이야」
무심코 입에서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언제나 이렇다.
평소에는 소심하면서, 특히 아키라에게 도움이 된다면 고집스레 의지를 굽히지 않는다.
흔들리지 않는 눈동자는 지지 않겠다는 듯 필사적으로 아키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이상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
아니, 이런 눈을 하고 있을 때는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었다.
아키라는 팔을 꼬고, 화가 남도 그대로 드러낸 채 얼굴을 옆으로 돌렸다.
아키라 「……마음대로 해」
케이스케 「……나 농담한 거 아니야」
그대로 대화가 끊겼다. 지독히 복잡한 심경이었다.
이것으로 됐을 리가 없다
충고는 했다. 그래도 굽히지 않은 것은 케이스케 자신이다.
정말로……어떻게 되든 알 바 아니다.
거북한 분위기 중, 멀리에서 가벼운 구두 소리와 활기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린 「많이 기다렸지―――」
석양에 번진 작은 그림자가 눈 깜짝할 사이에 커졌다.
린이 숨을 몰아쉬며 달려오고 있었다.
린 「진짜―, 그 망할 아저씨! 너무 싸돌아 다녀서. 여기저기 너무 많이 간단 말이야, 정말―」
아키라 「찾았어?」
린 「그야 당연히 찾았지! 자기가 시간과 장소 지정해 두고 없는 건 뭐야!? ……어라?? 왜 그래, 두 사람 다 어두운 얼굴이야」
조금 전까지 공기가 달랐던 것을 깨달았는지, 린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케이스케가 쓴웃음을 띄웠다.
케이스케 「괜찮아. 조금 피곤해서」
린 「아, 그래? 그렇다면 괜찮지만. 조금 더 쉬고 갈래?」
아키라 「아니, 가자」
린 「……흠」
린은 한동안 의아한 눈으로 아키라와 케이스케를 번갈아 보다, 이윽고 손짓하며 걷기 시작했다.
어색한 분위기 그대로, 아키라와 케이스케도 걷기 시작했다.
남은 석양빛도 사라지고 토시마에 밤이 찾아오려 하고 있었다.
길을 되돌아가 유흥가로 돌아왔다.
처마를 잇대고 늘어선 가게 지하에 있는 바에 린이 약속한 인물이 있는 듯했다.
도중에 길 한가운데에 군중이 모여 있는 것을 깨닫고 발을 멈추었다.
린 「잠깐, 잠깐, 이게 뭐야―. 비켜, 좀 지나가자」
린이 인상을 쓰고 군중의 등을 헤치려 했다.
처음에는 이그라 관중인 줄 알았으나 그것치고는 이상하게 조용했다.
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구경꾼의 원이 흐트러져 중심 상황이 보이게 되었다.
남자……아마도 이그라 참가자가 우뚝 솟은 듯한 장신 2인조에게 무언가 당하고 있는 듯했다.
몸 여기저기를 만지고 있는 것을 보면 신체검사를 방불케 하지만, 2인조의 손놀림은 지독히 난폭했다.
우뚝 서서 하는 대로 당하고 있는 남자의 뺨은 굳어져 있어, 당장에라도 부르짖을 것 같았다.
남자 「으……, 으, 으……우와아아아아아!!!」
끝내 긴장의 실이 끊어졌는지 견디지 못한 남자의 절규가 공기를 갈랐다.
구경꾼을 헤치고 도망치려 하는 남자에게 2인조 중 한쪽이 덤벼들었다.
??? 「이 자식, 기다려!!!」
귀청을 찢는 노호가 울렸다.
도망치려 한 남자의 목덜미가 잡혀 지면으로 쓰러졌다.
주위 사람은 미동도 안 하고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저 보고 있다.

두툼한 코트를 입고 있어도 그 아래에 숨겨진 체구를 상상하기는 쉬웠다.
짙은 갈색 피부의 용모가 악마와 같은 미소를 머금고 있다.
뒤에서 느긋하게 다가온 또 한 명의 남자는 탈색을 반복해 다 상한 푸석푸석한 금발로, 핑크색 파카를 걸치고 앞섶을 풀어헤쳤다. 가슴팍의 문신이 눈을 끌었다.
흑발 남자보다는 날씬한 옷차림으로, 눈가는 너무 많이 자란 앞머리에 덮여 있다.
그만큼 크게 웃는 입술이 유난히 인상적이고 기분 나빴다.
린 「……엑」
린의 표정이 얼어붙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린 「처형인이잖아」
남자 「그, 그만……, 용서해 줘!! 살려줘어어어어!!!」
남자의 애처롭게 목숨을 애걸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저 2명이―――처형인.
다시 눈길을 준 아키라의 귀에 쇠로 후려갈기는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남자가 얼굴부터 지면으로 쓰러졌다.
남자 「으으, 흐, 윽……, 아파……, ……」
자갈과 먼지투성이인 아스팔트로 미끄러진 뺨은 피와 눈물과 콧물과 침으로 엉망이었다.
??? 「도망치면 안 되지……, 어이」
남자 「히이이이!! 그만, 그만해 주세……!!!」
??? 「자기 엉덩이 정도는 자기가 닦으라고 말이야―, 엄마한테 배웠을 거 아니야? 응?」
남자의 얼굴이 더 이상은 안 될 정도로 일그러지고 공포로 굳어져 덜덜 떨고 있었다.
린 「저 검은 녀석이 키리오이고 금발이 군지라고 해. 저 녀석들은 조심해. 변덕이 심하고, 무책임하고, 위반하지 않았어도 생트집 잡아서 죽여 버릴 때가 있으니까」
린이 혐오를 담아 내뱉듯이 말했다.
케이스케는 핏기가 가신 얼굴로 눈앞의 광경을 응시하고 있었다.
케이스케 「…………」
린 「사람을 죽이는 것에서 쾌감을 느끼는 거야. 저 녀석들 즐거워 견딜 수 없어하고 있어」
처형인들은 웃음소리를 사방에 흩뜨리며 납작 엎드린 남자를 몇 번이나 걷어 차고 있었다.
키리오 「이봐!! 득의양양하지 마!!」
군지 「가버려!! 아아!?」
소리, 비명, 소리, 비명, 소리, 소리, 소리……
의식이 멀어진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영혼이 꺼지고 만 것인가.
남자는 비명 대신 입에서 피와 거품을 쏟아내고 있었다.
주위가 숨을 삼키는 소리까지 들릴 듯이 긴장된 정적.
모두 처형인의 흉행(兇行)을 눈앞에 두고 그저 자신의 차례가 오지 않기를, 자신만은 살기를 기도하고 있는……그런 것처럼 생각되었다.
도망치면 광견처럼 쫓아와 물어 죽인다.
그래서 공교롭게 여기에 있게 된 사람은 「처형인의 검사」가 끝날 때까지 움직일 수 없었다.

쇠 파이프를 지닌 남자……키리오가 움찔움찔 경련하는 몸을 재미없다는 듯 발로 굴렸다.
엄청난 혈흔이 지면에 검붉은 얼룩을 만들고 있었다.
케이스케 「……미안, 좀, 이제 틀렸을지도……」
창백해진 케이스케가 입가를 손으로 막고 얼굴을 돌렸다.
군지 「어이, 바둑아!」
금발 남자……군지가 뒤돌아보고 무언가를 불렀다.
키리오 「아니야, 저건 나비야, 나비」
군지 「나비는 보통 고양이에 붙이는 이름이잖아!」
처형인들이 아무래도 좋을 것으로 입씨름하는 동안에 대형견 같은 동물이 달려왔다.
……아니. 개가 아니다.

인간이었다.
눈 가리게, 재갈, 바디피어스, 봉합자국. 검은 가죽이 병적일 정도로 흰 피부에 죄어들어 대비를 강조하고 있었다.
특히 불쌍하게 눈에 들어온 것은 목 언저리의 큰 수술자국이었다.
일그러진 모양으로 살이 불거져 나와 있다.
다른 부위의 상처는 장식으로 낸 것 같은 기분도 들었지만, 목의 그것만은 분명히 무언가를 의도하고 한 것 같이 보였다.
재갈에서 타액이 똑똑 방울져 떨어진다.
키리오 「나중에 주인님에게 귀여움받으라고……. 저쪽으로……, 가」
키리오가 큰 손으로 난폭하게 개……의 머리를 쓰다듬고 이미 경련조차 하지 않게 된 남자에게 덤벼들게 했다.
개는 보이지 않는 꼬리가 떨어질 듯 흔들고 남자에게 덤벼들어 코를 비비며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린 「저렇게 해서 택의 소지를 확인하는 거야. 택에는 특수한 냄새가 가공되어 있어서 저 녀석은 그것을 구별해내지. 그러기 위해 알비트로에게 개조되어 조교 되고 있어.
성대는 취미로 떼 버린 것 같지만……」
하나에서 열까지 진심으로 알비트로라는 남자의 정신을 의심했다.
군지 「아? 뭐? 에? ……, 갸하하하하하, 부정 저지르지 않았대!! 택 전부 있었다는데――――!!」
개의 제스처를 보고 군지가 정말 우습다는 듯 웃기 시작했다.
그곳에 있던 참가자들이 움찔하고 몸을 떨었다.
키리오 「뭐, 기분 좋은 듯한 얼굴 하고 있으니 된 거 아니야……」
남자는 흰자를 드러내고 공포로 입을 크게 벌린 채 절명해 있었다.
키리오 「나비야……, 다른 녀석들은 어때. 내친김에 알아볼까아?」
키리오의 말에 주위가 움츠러들었다.
군지 「나비 아니라니까. 바둑이는 배가 고프대―」
개가 웅크려 앉은 군지의 무릎에 계속해서 머리를 들이대고 있다.
그 몸짓은 그야말로 『개』 그 자체였다.
사람인 것을 잊을 정도로 미치고 만 것일까.
키리오 「오늘은 그만 돌아갈까……」
군지 「가서 밥 먹자―, 밥―」
완만하게 말끝을 늘이는 독특한 어조에 키리오가 쇠 파이프를 어깨에 졌다.
크게 기지개를 켜고 걷기 시작한 군지의 뒤를 『개』가 뒤따랐다.
얼어붙은 공기와 너무나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느긋한 텐션.
엇갈림과 동시에 그때까지 경쾌했던 『개』의 발걸음이 딱 멈추었다.
―――아키라 앞에서.
군지 「아?」
군지가 『개』에게 의아한 듯한 시선을 던졌다.
키리오 「경계태세라니……. 뭔가 있나……그 녀석에게 말이야」
『개』가 만약 정말로 동물이었다면 이를 드러내고 위협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발각된 것은―――아키라의 택이다.
엠마와 그웬이 갖고 온 것으로 출처는 불명이다.
굉장히 초조하고 긴장되었다.
키리오 「너 말이야, 나비가 반응하고 있는데……」
키리오가 아키라 앞으로 얼굴을 들이밀고 그 가슴에 코를 가까이 댔다.
천천히 얼굴을 들고 히죽 웃는다.
키리오 「무슨 냄새가 나는 건가……」
아키라 「…………」
오싹하게 뼈 속까지 스며드는 듯한 오한이 솟아올랐다.
남자의 눈빛은 굉장히 즐거운 듯했다.
일그러진 즐거움이라기보다 아이 같은―――순수한 광기.
피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군지 「간다, 영감! 슬슬 바둑이 데리고 돌아가지 않으면 비트로가 폭발해. 밥 먹을 시간이야」
군지가 구조(鉤爪)를 크게 흔들고 손짓하는 시늉을 했다.
키리오 「……그래」
키리오는 나른한 듯 낮게 으르렁거리고 아키라에게서 떨어져서는 군지 일행 쪽으로 돌아갔다.
『개』는 아직 신경이 쓰이는지 가다가 몇 번이고 뒤돌아 아키라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 눈가는 천에 덮여 있었지만.
3명의 모습이 멀어지자 얼어붙어 있던 그곳의 공기가 단번에 용해되었다.
아키라 역시 가슴에 고여 있던 숨을 깊이 뱉어냈다.
만약 그대로 탐색 당했다면―――위험했다.
린과 케이스케가 즉시 옆으로 다가왔다.
린 「위험했어, 아키라」
케이스케 「진짜 초조했어……, 정말 어쩌나 했다니까……」
주위에서도 호기심에 찬 시선이 쏟아졌다.
아키라는 단순한 참가자가 아니다.
비스키오 섬멸이라는 목적이 있다.
잘못해서 의심받으면 불리해진다.
린 「자 그럼, 생각지도 못하게 방해받았지만. 목적지는 이제 코앞이야. 가자」
흩어지는 구경꾼들 속에서 조금 전 남자의 시체는 길 한가운데에 방치되어 있었다.
아키라 「저것은 저대로 두는 건가」
린 「응? 아아―, 응. 시체 처리도 처형인의 일이니까. 나중에 돌아와서 치우지 않으려나」
시체 처리―――그래서 시체를 거의 보지 못했던 것인가.
마치 길가의 돌멩이처럼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굴러다니고 있는 남자의 유해.
대량의 피를 흘리며 발버둥치고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 절규에 모두 등줄기가 서늘했을 터이다.
변덕이라는 까닭 없는 죄로 죽고, 하지만 마음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키라가 보아 온 시체와는 달랐다.
아키라가 알고 있는 시체는 마치 잠자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정중히 장사 되었다.
그 시체들도―――실은 이런 식으로 더러웠던 것일까?
이런 식으로 방치되고 있었던 것일까?
아키라 「…………」
아키라는 눈을 감고 비참한 유해를 시야에서 천천히 차단했다.
2008/03/11 01:05
2008/03/11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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