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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 기기를 쓸 수 없었기 때문에 개인 간의 연락은 전적으로 단골 가게로의 전화나 전언, 혹은 미리 시간과 장소를 정해두지 않으면 어려웠다.
린을 아직 완전히 신용하는 것은 아니다―――본인도 말했듯이 여기에서는 늘 타인을 절반은 의심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앞으로의 행선지는 가볍게 전했지만 이 이상 행동을 함께하는 것은 삼갔다.
케이스케의 이그라 등록 요청을 위해 다시 알비트로가 있는 『성』으로 가기로 했다.
우선 오늘 밤은 큰길의 그 찻집에서 보내기로 했다.
케이스케는 모토미와 이야기했을 때부터 계속 긴장한 얼굴로 무언가 깊이 생각하고 있는 듯해 특별히 아키라가 말을 걸지는 않았다.
이그라 참가에 대한 두려움, 곤혹, 양보할 수 없는 결의……여러 가지 감정이 그 가슴을 왕래하고 있으리라.
아키라 「좀 자」
케이스케 「……응」
오간 말은 그뿐, 후에는 말이 없었다.
토시마에서의 2일째 밤은 그렇게 지나갔다.
누군가의 목소리.
목소리가 들린다.
……부르고 있다.
……아니.
잘 모르겠다.
그것이 누구의 목소리인지, 목소리가 아닌 단순한 소리인지, 불리고 있는지……모르겠다.
가슴이 답답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감정의 바다에 잠겨 있다.
불안하다.
무언가를 생각하려 하면 머릿속이 하얗게 돼 버린다.
굳게 닫힌 문틈으로 저편을 엿보고 있는 듯한.
그러나 아무것도 인식할 수 없다.
―――그때, ……다면.
……그때?
그때, 무엇일까.
모르겠다.
그저―――어쨌든 오직 가슴이 옥죄이는 듯이 괴로웠다.
문이 떨어진 입구로 들어오는 빛에, 아키라는 눈을 떴다.
무언가 꿈을 꾼 듯한 기분이 들었다.
분명 또 늘 꾸던 꿈이다.
내용은 전부 잊어버리지만 일어나면 기묘한 감각에 사로잡힐 때가 있었다.
아마도 몇 번이나 같은 꿈을 꾸고 있는 것이리라.
그러나 이렇다 하게 특별히 신경 쓴 적은 없었다.
벽에 기댄 채 케이스케를 보니 멍한 얼굴로 입구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키라 「괜찮아?」
케이스케 「……응? 응. 배가 좀 고프네」
작게 미소 짓는 표정에는 피로가 스며 있었지만 어제까지의 긴장한 얼굴에 비하면 어느 정도 진정된 것처럼 보였다.
그러고 보니 어제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은 것을 깨달았다.
알게 모르게 긴장된 신경이 식욕을 잊게 했던 것이리라.
솔직히 지금도 그렇게 먹고 싶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우선 배를 채우기로 했다.
가방에서 고형 식품을 모두 꺼내 반을 케이스케에게 건넸다.
케이스케 「아, 그린 카레 맛이 있네」
케이스케가 기쁜 듯 진녹색을 띤 10cm 정도의 고형물을 들었다.
전후, 심각한 식량부족에 빠졌을 때에 개발된 고형식품 「솔리드」. 10년쯤 전에 돌던 고형 영양 보조 식품이 충실한 타입이라는 표현이 가장 알기 쉬울 것이다.
그대로 먹을 수 있고 맛도 여러 종류 있었다. 영양 밸런스도 좋고 렙틴 분비도 촉진시켜 만복 중추를 자극하는 작용도 있어 싼값에 금세 만복감을 얻을 수 있기에 국민 사이에 보급되어 있었다.
역시 천연의 것에 비하면 맛은 떨어지지만 젊은이에게는 이 화학적인 맛이 상당히 인기있는 듯했다.
케이스케 「아키라는? 무엇으로 할 거야?」
아키라 「뭐든 상관없어」
케이스케 「하지만, 항상 오므라이스 맛 먹지 않았어?」
아키라 「……우연이겠지」
정말로 솔리드 맛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었지만 오므라이스 맛은 비교적 좋아하는 편이라 있으면 먹는다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새삼스럽게 지적받으니 묘하게 쑥스러워 조금 망연해하며 담담히 입을 움직였다.
케이스케 「이미 꽤 오래 알고 지낸 사이인데도 나는 아키라의 취향이나 취미에 대해 거의 모르는구나. 지금 것은 어쩐지 새로운 발견을 한 느낌이었어」
아키라 「남의 취향 같은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잖아」
케이스케 「그렇지도 않아」
빨리 없애 버리려 오로지 씹고만 있던 중, 문득 케이스케가 이쪽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먹는 손을 멈추고 미소 짓고 있었다.
아키라 「……뭐야」
케이스케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어쩐지 조금 기쁜 듯이 웃고 케이스케도 다시 솔리드를 먹기 시작했다.
간단한 식사를 끝낸 오후, 『성』으로 가기로 했다.
만약을 대비해 통신기를 확인해 보았지만 엠마로부터의 연락은 특별히 없는 것 같았다.
기억을 더듬어 어제 린과 걸어간 뒷골목을 나아갔다.
유흥가에서 처형인에게 살해당한 무참한 시체는 이미 치워져 있어 메마른 핏자국만이 아스팔트에 남아 있었다.
『성』건물 바로 앞까지 와서 작은 군중이 있는 것을 깨달았다.
케이스케 「……싸움인가?」
눈에 핏발을 세운 남자들이 팔을 치켜들고 저마다 야유하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중심에서는 아무래도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듯했다.
이그라 시합인 것일까.
군중 너머, 북적이는 군집 사이로 피가 공중으로 흩날리는 것이 보였다.
살이 찢기는 소리와, 동시에 울리는 신음 소리. 환성. 욕설.
남자 「이야아아아앗!!!」
혼신의 힘을 다한 주먹과 주먹이 격렬하게 부딪히고 힘에서 밀린 쪽의 코뼈가 꺾인다.
얼굴에서 둔탁한 소리를 낸 남자는 맥없이 무릎부터 쓰러져 엎어지고는 격렬하게 몸을 경련시켰다.
쌍방 모두 이미 피투성이였다. 아키라와 케이스케가 보았을 때는 결판이 나기 직전, 나이프를 팽개치고 맨손으로 치고 나간 순간이었다.
야유가 이상한 흥분과 열기로 고조된다.
Bl@ster라면 여기까지였다.
한쪽이 쓰러진 시점에서 서 있는 자의 승리가 된다.
그러나 이그라는 다르다.
남자 「아직 등이 닿지 않았어……」
서 있는 남자가 나이프를 주워들고 칼날에 묻은 피를 핥았다.
쓰러져 있는 남자는 엎어져 있었다. 일어날 기미는 없었다.
그래도 땅에 등이 닿지 않은 한 승패는 결정되지 않은 것이 된다.
승리를 확신한 남자는 엎어져 있는 남자의 머리를 노리고 무거운 부츠 뒤축을 내려쳤다.
몇 번이나 몇 번이나.
수박을 깨부수는 듯한 기분 나쁜 소리가 울려 퍼진다.
케이스케 「……윽, 너무해……」
미친 듯이 부르짖는 야유 속에서 케이스케가 눈을 돌리고 중얼거렸다.
패자의 머리를 밟아 뭉갠 남자는 절명한 몸을 발로 차 엎어진 몸을 위로 향하게 한 후 주먹을 치켜들고 그 가슴에서 택을 잡아뗐다.
붉은 피에 젖어 이상하게 번뜩이는 택은 마치 영웅이 처치한 악마의 목처럼 자랑스럽게 내걸렸다.
승리에 만취한 남자의 눈은 충혈되고 흐리멍덩해져 있었다.
마약 사용자 특유의 눈.
저 남자도 아마도 라인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리라.
약물로 마음이 완전히 고조되면 「쾌락」이외의 감정은 소멸해 망설임이나 미혹은 연이 없는 세상 사람이 된다.
예를 들어 사람 머리를 공처럼 간단히 밟아 뭉개버리는 것 같이.
이그라에 대해서는 이 사람 저 사람 상관없이 늘 덤벼드는 전쟁터 같은 상황을 상상하고 있었으나―――
실제로는 오히려 숨을 죽이고 사냥감을 노리는 사냥에 가까운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한 번 시작되면 상대를 완전히 때려눕힐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진검승부이기에 그 한 번의 싸움이 중요해진다.
주위에 뇌수까지 마비시키는 피냄새가 충만해 있었다.
모토미 「여어」
분수 옆을 지나 계단을 오르려 했을 때 들린 목소리에 뒤돌아 보았다.
케이스케 「아……」
어제 클럽에서 만난 정보상 모토미가 서 있었다.
허름해 확 띄지 않는 인상은 어두운 클럽에서 본 탓인가 했지만 낮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케이스케 「……모토미씨, 였던가」
피비린내나는 이그라 시합을 보고 창백해진 케이스케가 어느 정도 안도한 미소를 띠었다.
모토미 「이그라에 참가할 거라면 오늘은 아마도 여기에 올 거라고 생각해서 말이야. 볼 일 보는 김에 들렀는데 나이스 타이밍이었군」
모토미가 담배를 입에 문 채 빙긋이 미소 지었다.
아키라 「……당신 어지간히 골초로군」
아키라는 말하면서 모토미 발치로 시선을 향했다.
밟아 끈 담배꽁초가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었다.
우연히 만난 것치고는 있을 수 없는 양이었다.
모토미 「……뭐어」
모토미는 아키라의 빈정거림에 입술을 삐죽이며 어깨를 움츠렸다.
모토미 「이제부터 안으로 들어갈 거지? 나도 같이 가도 되나?」
아키라 「뭔가 용무가 있는 건가」
모토미 「아니, 그 악취미적인 꼴을 오랜만에 뵙고 싶어서」
확실히 그 인테리어는 한 번 보면 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이외에도 무언가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하고 만다.
정말로 단순한 참견인가, 그렇지 않으면 정보 수집을 위해서인가.
아키라와 케이스케는 새로운 참가자이다. 어떤 정보를 흘릴지 모른다.
케이스케 「솔직히 조금 마음 든든하네요」
모토미 「그렇게 말하니 온 보람이 있군」
케이스케가 환하게 웃었다.
무한정 순진한 모습에 복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케이스케의 성격이라면 어쩔 수 없다고도 생각했다.
모토미 「우선 안으로 들어가지 않겠어? 아까부터 경비원이 무서운 눈으로 노려보고 있다고」
꿰뚤릴 듯한 날카로운 눈빛이 쏟아지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모토미의 재촉에 3사람은 현관으로 향했다.
안에서는 요전 번과 완전히 똑같은 진행으로 복도로 안내되었다.
역시 몇 번 보아도……라고 해도 2번째였지만, 그래도 충분히 임팩트가 있는 인테리어였다. 특히 곳곳에 배치된 소년상은 몇 번 보아도 기분이 나빠졌다.
모토미는 케이스케가 참가 등록자용 가면을 쓰자 눈을 깜박이고 케이스케를 바라보더니 머리를 긁으며 쓴웃음을 띠었다.
모토미 「아아, 등록자는 그거 썼었지. 뭐어, 뭐랄까, 그 녀석다워」
케이스케 「…………」
아키라 「그 녀석?」
모토미 「알비트로님」
모토미는 빈정대는 어조로 중얼거리고는 코끝을 찡그렸다.
모토미 「정말, 여기는 취미가 너무 나빠. 금연이기까지 하고」
모토미는 금연이라고 하면서도 거침없이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인 후 관내를 둘러보고 불길하다는 듯 혀를 찼다.
경비원이 나타나 3명을 유도했다. 도중에 모토미가 소년상을 발로 차 혼이 났다.
대합실이 있는 복도 끝에는 이전과 변함없이 쇠사슬로 봉인된 검은 문이 있었다.
평범한 방이 아니라는 것은 일목요연했다.
무엇에 사용되고 있는 것일까.
대합실 문이 열리자 케이스케가 약간 몸을 긴장시켰다.
어제와 같이 안에는 몇 명의 참가 희망자가 있었다.
모토미 「그렇게 긴장하면 어떻게 해. 참가하기로 마음먹었잖아? 결정했으면 다녀와」
케이스케 「……네」
가차없는 말과는 정반대로 목소리는 부드럽게, 모토미가 케이스케의 어깨를 몇 번 다독였다.
케이스케 「……그럼」
케이스케는 불안정한 미소를 띠고 모토미에게, 이어서 아키라에게 시선을 향했다.
내리고 있는 팔의 손끝이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아키라는 굳이 아무 말도 안 하고 바라보고 있었다.
케이스케는 무엇인가를 뿌리치듯 아키라에게서 시선을 떼고 방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히자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침묵이 찾아왔다.
새삼스레―――방해가 되지는 않을까.
그런 생각이 뇌리를 스쳤지만 끈기에 진 시점에서 케이스케의 참가를 받아들인 것과 다름없었다.
얼마나 큰 위험을 짊어진다 해도 결과는 내야만 한다.
정적 속에서 혼돈에 잠긴 아키라의 마음을 끌어올린 것은 『성』의 주인과 그 부하들의 구두 소리였다.
모토미 「…………」
문득 공기가 변한 듯한 기분이 들어 모토미의 옆얼굴을 살피자 미간을 깊이 찡그리고 혐오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알비트로 「어라, 자네는 어제도 온, ……」
아키라를 본 알비트로가 끈적한 미소를 지었지만 옆에 선 모토미를 보자마자 안색이 확 변했다.
알비트로 「……, ……너!」
모토미 「오랜만이군」
두 사람 사이에 뚜렷이 불온한 공기가 감돌았다. 서로 아는 사이인 것일까.
알비트로 「……대체 무슨 용건이지」
모토미 「순찰이야. 그렇지 않으면 너는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
알비트로 「쓸데없는 참견 마」
가면 안의 눈가가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다.
모토미가 코웃음 치고 입술을 기분 나쁘게 일그러뜨렸다.
모토미 「그건 그렇고……, 악취미적인 짓거리는 변함없이 건재하군. 이 정도까지 되면 도리어 황홀한데」
알비트로 「시끄럽다……! 너는 내 미의식을 박해할 권리가 없어!」
모토미 「권리가 있든 없든 그런 것은 상관없어. 네 지시는 안 받아」
알비트로는 부들부들 떨며 입술을 깨물고는 모토미를 향해 칼을 휘두르듯 한쪽 팔을 휘둘렀다.
알비트로 「이제 두 번 다시 여기에는 오지 마! 더러워진다……!」
모토미 「네가 조금 더 멀쩡해지면」
알비트로 「……! ……실례하겠다!」
알비트로는 이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분위기로 발소리를 높여 대합실로 들어갔다. 부하들이 뒤를 이었다.
모토미는 문이 닫히는 것을 지켜보고는 깊은숨을 토해냈다.
아키라 「아는 사이인가?」
모토미 「아니, 뭐. 조금」
모토미는 아키라의 눈을 보지 않고 애매한 대답으로 얼버무렸다.
미간을 살짝 찌푸린 그 표정에는 복잡한 빛이 떠올라 있었다.
모토미 「너도 조심하는 것이 좋을지도 몰라. 조금 마음에 든 것 같으니 말이야」
아키라 「마음에 들어?」
모토미 「처형인을 만났다면 본 것이 아닌가? 개를」
「개」라는 말을 듣자마자 그 검은 구속구를 단 소년을 떠올렸다.
모토미 「저 녀석은 깔끔한 얼굴의 소년을 괴롭히는 것을 굉장히 좋아해. 뭐, 메인은 나이 어린 쪽인 것 같으니 괜찮을 것 같기는 하지만, 일단은」
아키라 「…………」
아키라는 설마 자신이 대상이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하고 다른 의미로 오한을 느꼈다.
모토미 「……하하. 그러고 보니 저 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아나?」
모토미가 아키라의 반응에 가볍게 웃고 복도 안쪽을 턱으로 가리켰다.
그 끝에는 손잡이가 쇠사슬에 감긴 검은 문이 있었다.
아키라 「아니」
모토미 「저 안쪽은 콜로세움이야」
아키라 「콜로세움?」
모토미 「그래, 투기장이야. 이르레와 싸우기 위한」
아키라 「……이르레와 싸우기 위한」
모토미가 아키라의 반응을 힐끗 보고 곁눈질로 시선을 던졌다.
모토미 「도전자는 그리 많지 않으니까. 평소에는 저렇게 마약왕과의 신성한 결투장을 엄중히 닫아두고 있는 것이지」
저 문 너머에서 이르레가 몇 명이나 되는 도전자를 베어온 것이다.
아키라는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모토미 「이르레의 시합이 있을 때 여기는 일반개방되지. 이르레와 도전자의 직접 대결은 비공개이지만 그 전에 여흥이 있어.
뭐, 저 악취미 인간의 연출이니 뻔하지만 말이야」
이그라의 주최자는 이르레일 텐데 마치 알비트로가 주최인 것 같다.
모토미 「그런데 슬슬 끝날 때가 되지 않았나?」
짧은 한숨과 함께 모토미가 대합실 문을 보았다.
마침 안에서 알비트로가 나왔다.
우아한 미소와 함께 등록자 앞에서 떠나는 남자는 모토미를 보자마자 신경질적으로 뺨을 굳혔다.
알비트로 「……너, 아직 있었나……」
모토미 「등록자 동행이다. 걱정하지 않아도 금방 나갈 거야」
알비트로 「……흥」
모토미를 날카롭게 노려보고는 조금 전까지의 행동거지는 어디로 갔는지 서슬이 푸르게 빠른 걸음으로 복도 안으로 사라졌다.
모토미가 이런이런 이라고 말하듯이 어깨를 으쓱이며 아키라를 보았다.
이윽고 등록자들이 규정대로 10분 간격으로 퇴실하기 시작했다.
케이스케는 3번째로 나왔다. 이번에야 말로 목에 확실히 택이 걸려 있었다.
케이스케 「……기다렸지」
케이스케가 가면을 손에 들고 조금 지친 얼굴로 웃었다.
모토미 「기다렸지, 기다렸어. 그런데 벌써 가면 벗었어?」
케이스케 「……아」
케이스케는 지금 깨달았다는 얼굴로 자신이 들고 있는 가면으로 시선을 떨어뜨렸다.
케이스케 「어쩐지 익숙해지지 않아서요. 무의식적으로 벗어 버렸어요」
모토미 「뭐, 익숙해지는 것이 무리이지만. 조금 전에도 기분 나쁜 녀석을 만났고」
케이스케 「기분 나쁜 녀석?」
모토미 「그래. 기분 나쁜 녀석」
케이스케 「……그래요」
케이스케는 잘 모르겠다는 얼굴로 눈을 깜박인 후 아키라에게 시선을 향했다.
어느새 10분이 지났는지 방에서 나온 4번째 등록자가 아키라 일행을 성가시다는 듯이 보고 지나갔다.
모토미 「슬슬 돌아갈까」
걸어나가는 모토미 뒤를 따라서 복도를 빠져나가 현관으로 가 경비원에게 가면을 건네고 『성』 밖으로 나왔다.
케이스케가 멈춰서서 가슴을 부풀리고 차가운 공기를 힘껏 들이마셨다.
그 옆모습에는 아직 불안의 그림자가 감돌고 있었지만 각오를 굳힌 날카로움이 있는 듯해 보였다.
모토미 「바깥 세계 공기는 상쾌해?」
모토미가 농담인 체하는 어조로 웃자 케이스케는 불안정하게 웃으며 눈을 감았다.
케이스케 「……글쎄요」
잠시 그렇게 『성』의 현관 앞에서 보이는 토시마 거리를 바라보고 있었으나 갑자기 모토미가 바지 주머니를 뒤지고, 이어서 조급하게 몸 전체를 손으로 더듬어 찾기 시작했다.
아키라 「뭐야」
모토미 「담배가 떨어졌어」
모토미가 혀를 차고 화가 난 듯 머리를 긁으며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아키라와 케이스케도 그 뒤를 따라갔다.
계단을 다 내려가자 모토미가 뒤돌아 보았다.
모토미 「자―그럼……. 아저씨는 볼일이 있어서 여기에서 바이바이다. 담배도 사야하고 말이지」
케이스케 「그러니까……, 고맙습니다」
지나치게 정중한 케이스케의 태도에 낮은 웃음소리가 울렸다.
모토미 「고마워할 것 없어. 아무것도 안 했으니까. 그보다 앞으로가 큰일이야」
얼굴을 든 케이스케가 진지한 눈빛으로 모토미를 바라보며 끄덕였다.
모토미 「그럼, 뭐, 또 보자」
모토미는 후 하고 숨을 내쉰 후 미소를 띠고는 가볍게 한 손을 들고 느긋한 발걸음으로 도로 쪽으로 걸어갔다.
그 뒷모습이 보이지 않게 된 후 아키라는 케이스케 쪽으로 얼굴을 향했다.
아키라 「택, 보여줘」
케이스케 「응? 아아, 응」
케이스케가 끄덕이고 작업복 주머니에서 4개의 택을 꺼냈다.
케이스케 「목에 걸고 있는 것이 스페이드 A. 나머지는 못 쓰는 것이 4개. 7, 3, 5, 8……일까」
아키라 「A인가」
케이스케 「유효한 패가 1개밖에 없어」
아키라 「아니, 충분해」
오히려 1개도 없는 경우가 더 많지 않을까.
케이스케는 택 뭉치를 넣은 후 크게 기지개를 켜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케이스케 「……이그라인가」
케이스케가 하늘을 올려다본 채 낮게 중얼거렸다.
이끌리듯 아키라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제 뒤로는 물러설 수 없다.
이르레를 쓰러뜨릴 때까지 토시마에서 나갈 수 없다.
2사람의 마음을 투영하듯 구름과 하늘의 경계선은 애매하게 흐려져 있었다.
린을 아직 완전히 신용하는 것은 아니다―――본인도 말했듯이 여기에서는 늘 타인을 절반은 의심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앞으로의 행선지는 가볍게 전했지만 이 이상 행동을 함께하는 것은 삼갔다.
케이스케의 이그라 등록 요청을 위해 다시 알비트로가 있는 『성』으로 가기로 했다.
우선 오늘 밤은 큰길의 그 찻집에서 보내기로 했다.
케이스케는 모토미와 이야기했을 때부터 계속 긴장한 얼굴로 무언가 깊이 생각하고 있는 듯해 특별히 아키라가 말을 걸지는 않았다.
이그라 참가에 대한 두려움, 곤혹, 양보할 수 없는 결의……여러 가지 감정이 그 가슴을 왕래하고 있으리라.
아키라 「좀 자」
케이스케 「……응」
오간 말은 그뿐, 후에는 말이 없었다.
토시마에서의 2일째 밤은 그렇게 지나갔다.
누군가의 목소리.
목소리가 들린다.
……부르고 있다.
……아니.
잘 모르겠다.
그것이 누구의 목소리인지, 목소리가 아닌 단순한 소리인지, 불리고 있는지……모르겠다.
가슴이 답답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감정의 바다에 잠겨 있다.
불안하다.
무언가를 생각하려 하면 머릿속이 하얗게 돼 버린다.
굳게 닫힌 문틈으로 저편을 엿보고 있는 듯한.
그러나 아무것도 인식할 수 없다.
―――그때, ……다면.
……그때?
그때, 무엇일까.
모르겠다.
그저―――어쨌든 오직 가슴이 옥죄이는 듯이 괴로웠다.
문이 떨어진 입구로 들어오는 빛에, 아키라는 눈을 떴다.
무언가 꿈을 꾼 듯한 기분이 들었다.
분명 또 늘 꾸던 꿈이다.
내용은 전부 잊어버리지만 일어나면 기묘한 감각에 사로잡힐 때가 있었다.
아마도 몇 번이나 같은 꿈을 꾸고 있는 것이리라.
그러나 이렇다 하게 특별히 신경 쓴 적은 없었다.
벽에 기댄 채 케이스케를 보니 멍한 얼굴로 입구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키라 「괜찮아?」
케이스케 「……응? 응. 배가 좀 고프네」
작게 미소 짓는 표정에는 피로가 스며 있었지만 어제까지의 긴장한 얼굴에 비하면 어느 정도 진정된 것처럼 보였다.
그러고 보니 어제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은 것을 깨달았다.
알게 모르게 긴장된 신경이 식욕을 잊게 했던 것이리라.
솔직히 지금도 그렇게 먹고 싶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우선 배를 채우기로 했다.
가방에서 고형 식품을 모두 꺼내 반을 케이스케에게 건넸다.
케이스케 「아, 그린 카레 맛이 있네」
케이스케가 기쁜 듯 진녹색을 띤 10cm 정도의 고형물을 들었다.
전후, 심각한 식량부족에 빠졌을 때에 개발된 고형식품 「솔리드」. 10년쯤 전에 돌던 고형 영양 보조 식품이 충실한 타입이라는 표현이 가장 알기 쉬울 것이다.
그대로 먹을 수 있고 맛도 여러 종류 있었다. 영양 밸런스도 좋고 렙틴 분비도 촉진시켜 만복 중추를 자극하는 작용도 있어 싼값에 금세 만복감을 얻을 수 있기에 국민 사이에 보급되어 있었다.
역시 천연의 것에 비하면 맛은 떨어지지만 젊은이에게는 이 화학적인 맛이 상당히 인기있는 듯했다.
케이스케 「아키라는? 무엇으로 할 거야?」
아키라 「뭐든 상관없어」
케이스케 「하지만, 항상 오므라이스 맛 먹지 않았어?」
아키라 「……우연이겠지」
정말로 솔리드 맛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었지만 오므라이스 맛은 비교적 좋아하는 편이라 있으면 먹는다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새삼스럽게 지적받으니 묘하게 쑥스러워 조금 망연해하며 담담히 입을 움직였다.

아키라 「남의 취향 같은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잖아」
케이스케 「그렇지도 않아」
빨리 없애 버리려 오로지 씹고만 있던 중, 문득 케이스케가 이쪽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먹는 손을 멈추고 미소 짓고 있었다.
아키라 「……뭐야」
케이스케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어쩐지 조금 기쁜 듯이 웃고 케이스케도 다시 솔리드를 먹기 시작했다.
간단한 식사를 끝낸 오후, 『성』으로 가기로 했다.
만약을 대비해 통신기를 확인해 보았지만 엠마로부터의 연락은 특별히 없는 것 같았다.
기억을 더듬어 어제 린과 걸어간 뒷골목을 나아갔다.
유흥가에서 처형인에게 살해당한 무참한 시체는 이미 치워져 있어 메마른 핏자국만이 아스팔트에 남아 있었다.
『성』건물 바로 앞까지 와서 작은 군중이 있는 것을 깨달았다.
케이스케 「……싸움인가?」
눈에 핏발을 세운 남자들이 팔을 치켜들고 저마다 야유하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중심에서는 아무래도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듯했다.
이그라 시합인 것일까.
군중 너머, 북적이는 군집 사이로 피가 공중으로 흩날리는 것이 보였다.
살이 찢기는 소리와, 동시에 울리는 신음 소리. 환성. 욕설.
남자 「이야아아아앗!!!」

얼굴에서 둔탁한 소리를 낸 남자는 맥없이 무릎부터 쓰러져 엎어지고는 격렬하게 몸을 경련시켰다.
쌍방 모두 이미 피투성이였다. 아키라와 케이스케가 보았을 때는 결판이 나기 직전, 나이프를 팽개치고 맨손으로 치고 나간 순간이었다.
야유가 이상한 흥분과 열기로 고조된다.
Bl@ster라면 여기까지였다.
한쪽이 쓰러진 시점에서 서 있는 자의 승리가 된다.
그러나 이그라는 다르다.
남자 「아직 등이 닿지 않았어……」
서 있는 남자가 나이프를 주워들고 칼날에 묻은 피를 핥았다.
쓰러져 있는 남자는 엎어져 있었다. 일어날 기미는 없었다.
그래도 땅에 등이 닿지 않은 한 승패는 결정되지 않은 것이 된다.
승리를 확신한 남자는 엎어져 있는 남자의 머리를 노리고 무거운 부츠 뒤축을 내려쳤다.
몇 번이나 몇 번이나.
수박을 깨부수는 듯한 기분 나쁜 소리가 울려 퍼진다.
케이스케 「……윽, 너무해……」
미친 듯이 부르짖는 야유 속에서 케이스케가 눈을 돌리고 중얼거렸다.
패자의 머리를 밟아 뭉갠 남자는 절명한 몸을 발로 차 엎어진 몸을 위로 향하게 한 후 주먹을 치켜들고 그 가슴에서 택을 잡아뗐다.

승리에 만취한 남자의 눈은 충혈되고 흐리멍덩해져 있었다.
마약 사용자 특유의 눈.
저 남자도 아마도 라인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리라.
약물로 마음이 완전히 고조되면 「쾌락」이외의 감정은 소멸해 망설임이나 미혹은 연이 없는 세상 사람이 된다.
예를 들어 사람 머리를 공처럼 간단히 밟아 뭉개버리는 것 같이.
이그라에 대해서는 이 사람 저 사람 상관없이 늘 덤벼드는 전쟁터 같은 상황을 상상하고 있었으나―――
실제로는 오히려 숨을 죽이고 사냥감을 노리는 사냥에 가까운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한 번 시작되면 상대를 완전히 때려눕힐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진검승부이기에 그 한 번의 싸움이 중요해진다.
주위에 뇌수까지 마비시키는 피냄새가 충만해 있었다.
모토미 「여어」
분수 옆을 지나 계단을 오르려 했을 때 들린 목소리에 뒤돌아 보았다.
케이스케 「아……」
어제 클럽에서 만난 정보상 모토미가 서 있었다.
허름해 확 띄지 않는 인상은 어두운 클럽에서 본 탓인가 했지만 낮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케이스케 「……모토미씨, 였던가」
피비린내나는 이그라 시합을 보고 창백해진 케이스케가 어느 정도 안도한 미소를 띠었다.
모토미 「이그라에 참가할 거라면 오늘은 아마도 여기에 올 거라고 생각해서 말이야. 볼 일 보는 김에 들렀는데 나이스 타이밍이었군」
모토미가 담배를 입에 문 채 빙긋이 미소 지었다.
아키라 「……당신 어지간히 골초로군」
아키라는 말하면서 모토미 발치로 시선을 향했다.
밟아 끈 담배꽁초가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었다.
우연히 만난 것치고는 있을 수 없는 양이었다.
모토미 「……뭐어」
모토미는 아키라의 빈정거림에 입술을 삐죽이며 어깨를 움츠렸다.
모토미 「이제부터 안으로 들어갈 거지? 나도 같이 가도 되나?」
아키라 「뭔가 용무가 있는 건가」
모토미 「아니, 그 악취미적인 꼴을 오랜만에 뵙고 싶어서」
확실히 그 인테리어는 한 번 보면 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이외에도 무언가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하고 만다.
정말로 단순한 참견인가, 그렇지 않으면 정보 수집을 위해서인가.
아키라와 케이스케는 새로운 참가자이다. 어떤 정보를 흘릴지 모른다.
케이스케 「솔직히 조금 마음 든든하네요」
모토미 「그렇게 말하니 온 보람이 있군」
케이스케가 환하게 웃었다.
무한정 순진한 모습에 복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케이스케의 성격이라면 어쩔 수 없다고도 생각했다.
모토미 「우선 안으로 들어가지 않겠어? 아까부터 경비원이 무서운 눈으로 노려보고 있다고」
꿰뚤릴 듯한 날카로운 눈빛이 쏟아지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모토미의 재촉에 3사람은 현관으로 향했다.
안에서는 요전 번과 완전히 똑같은 진행으로 복도로 안내되었다.
역시 몇 번 보아도……라고 해도 2번째였지만, 그래도 충분히 임팩트가 있는 인테리어였다. 특히 곳곳에 배치된 소년상은 몇 번 보아도 기분이 나빠졌다.
모토미는 케이스케가 참가 등록자용 가면을 쓰자 눈을 깜박이고 케이스케를 바라보더니 머리를 긁으며 쓴웃음을 띠었다.
모토미 「아아, 등록자는 그거 썼었지. 뭐어, 뭐랄까, 그 녀석다워」
케이스케 「…………」
아키라 「그 녀석?」
모토미 「알비트로님」
모토미는 빈정대는 어조로 중얼거리고는 코끝을 찡그렸다.
모토미 「정말, 여기는 취미가 너무 나빠. 금연이기까지 하고」
모토미는 금연이라고 하면서도 거침없이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인 후 관내를 둘러보고 불길하다는 듯 혀를 찼다.
경비원이 나타나 3명을 유도했다. 도중에 모토미가 소년상을 발로 차 혼이 났다.
대합실이 있는 복도 끝에는 이전과 변함없이 쇠사슬로 봉인된 검은 문이 있었다.
평범한 방이 아니라는 것은 일목요연했다.
무엇에 사용되고 있는 것일까.
대합실 문이 열리자 케이스케가 약간 몸을 긴장시켰다.
어제와 같이 안에는 몇 명의 참가 희망자가 있었다.
모토미 「그렇게 긴장하면 어떻게 해. 참가하기로 마음먹었잖아? 결정했으면 다녀와」
케이스케 「……네」
가차없는 말과는 정반대로 목소리는 부드럽게, 모토미가 케이스케의 어깨를 몇 번 다독였다.
케이스케 「……그럼」
케이스케는 불안정한 미소를 띠고 모토미에게, 이어서 아키라에게 시선을 향했다.
내리고 있는 팔의 손끝이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아키라는 굳이 아무 말도 안 하고 바라보고 있었다.
케이스케는 무엇인가를 뿌리치듯 아키라에게서 시선을 떼고 방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히자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침묵이 찾아왔다.
새삼스레―――방해가 되지는 않을까.
그런 생각이 뇌리를 스쳤지만 끈기에 진 시점에서 케이스케의 참가를 받아들인 것과 다름없었다.
얼마나 큰 위험을 짊어진다 해도 결과는 내야만 한다.
정적 속에서 혼돈에 잠긴 아키라의 마음을 끌어올린 것은 『성』의 주인과 그 부하들의 구두 소리였다.
모토미 「…………」
문득 공기가 변한 듯한 기분이 들어 모토미의 옆얼굴을 살피자 미간을 깊이 찡그리고 혐오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아키라를 본 알비트로가 끈적한 미소를 지었지만 옆에 선 모토미를 보자마자 안색이 확 변했다.

모토미 「오랜만이군」
두 사람 사이에 뚜렷이 불온한 공기가 감돌았다. 서로 아는 사이인 것일까.
알비트로 「……대체 무슨 용건이지」
모토미 「순찰이야. 그렇지 않으면 너는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
알비트로 「쓸데없는 참견 마」
가면 안의 눈가가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다.
모토미가 코웃음 치고 입술을 기분 나쁘게 일그러뜨렸다.
모토미 「그건 그렇고……, 악취미적인 짓거리는 변함없이 건재하군. 이 정도까지 되면 도리어 황홀한데」
알비트로 「시끄럽다……! 너는 내 미의식을 박해할 권리가 없어!」
모토미 「권리가 있든 없든 그런 것은 상관없어. 네 지시는 안 받아」
알비트로는 부들부들 떨며 입술을 깨물고는 모토미를 향해 칼을 휘두르듯 한쪽 팔을 휘둘렀다.
알비트로 「이제 두 번 다시 여기에는 오지 마! 더러워진다……!」
모토미 「네가 조금 더 멀쩡해지면」
알비트로 「……! ……실례하겠다!」
알비트로는 이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분위기로 발소리를 높여 대합실로 들어갔다. 부하들이 뒤를 이었다.
모토미는 문이 닫히는 것을 지켜보고는 깊은숨을 토해냈다.
아키라 「아는 사이인가?」
모토미 「아니, 뭐. 조금」
모토미는 아키라의 눈을 보지 않고 애매한 대답으로 얼버무렸다.
미간을 살짝 찌푸린 그 표정에는 복잡한 빛이 떠올라 있었다.
모토미 「너도 조심하는 것이 좋을지도 몰라. 조금 마음에 든 것 같으니 말이야」
아키라 「마음에 들어?」
모토미 「처형인을 만났다면 본 것이 아닌가? 개를」
「개」라는 말을 듣자마자 그 검은 구속구를 단 소년을 떠올렸다.
모토미 「저 녀석은 깔끔한 얼굴의 소년을 괴롭히는 것을 굉장히 좋아해. 뭐, 메인은 나이 어린 쪽인 것 같으니 괜찮을 것 같기는 하지만, 일단은」
아키라 「…………」
아키라는 설마 자신이 대상이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하고 다른 의미로 오한을 느꼈다.
모토미 「……하하. 그러고 보니 저 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아나?」
모토미가 아키라의 반응에 가볍게 웃고 복도 안쪽을 턱으로 가리켰다.
그 끝에는 손잡이가 쇠사슬에 감긴 검은 문이 있었다.
아키라 「아니」
모토미 「저 안쪽은 콜로세움이야」
아키라 「콜로세움?」
모토미 「그래, 투기장이야. 이르레와 싸우기 위한」
아키라 「……이르레와 싸우기 위한」
모토미가 아키라의 반응을 힐끗 보고 곁눈질로 시선을 던졌다.
모토미 「도전자는 그리 많지 않으니까. 평소에는 저렇게 마약왕과의 신성한 결투장을 엄중히 닫아두고 있는 것이지」
저 문 너머에서 이르레가 몇 명이나 되는 도전자를 베어온 것이다.
아키라는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모토미 「이르레의 시합이 있을 때 여기는 일반개방되지. 이르레와 도전자의 직접 대결은 비공개이지만 그 전에 여흥이 있어.
뭐, 저 악취미 인간의 연출이니 뻔하지만 말이야」
이그라의 주최자는 이르레일 텐데 마치 알비트로가 주최인 것 같다.
모토미 「그런데 슬슬 끝날 때가 되지 않았나?」
짧은 한숨과 함께 모토미가 대합실 문을 보았다.
마침 안에서 알비트로가 나왔다.
우아한 미소와 함께 등록자 앞에서 떠나는 남자는 모토미를 보자마자 신경질적으로 뺨을 굳혔다.
알비트로 「……너, 아직 있었나……」
모토미 「등록자 동행이다. 걱정하지 않아도 금방 나갈 거야」
알비트로 「……흥」
모토미를 날카롭게 노려보고는 조금 전까지의 행동거지는 어디로 갔는지 서슬이 푸르게 빠른 걸음으로 복도 안으로 사라졌다.
모토미가 이런이런 이라고 말하듯이 어깨를 으쓱이며 아키라를 보았다.
이윽고 등록자들이 규정대로 10분 간격으로 퇴실하기 시작했다.
케이스케는 3번째로 나왔다. 이번에야 말로 목에 확실히 택이 걸려 있었다.
케이스케 「……기다렸지」
케이스케가 가면을 손에 들고 조금 지친 얼굴로 웃었다.
모토미 「기다렸지, 기다렸어. 그런데 벌써 가면 벗었어?」
케이스케 「……아」
케이스케는 지금 깨달았다는 얼굴로 자신이 들고 있는 가면으로 시선을 떨어뜨렸다.
케이스케 「어쩐지 익숙해지지 않아서요. 무의식적으로 벗어 버렸어요」
모토미 「뭐, 익숙해지는 것이 무리이지만. 조금 전에도 기분 나쁜 녀석을 만났고」
케이스케 「기분 나쁜 녀석?」
모토미 「그래. 기분 나쁜 녀석」
케이스케 「……그래요」
케이스케는 잘 모르겠다는 얼굴로 눈을 깜박인 후 아키라에게 시선을 향했다.
| 선택지 →아무 말도 안 한다일 경우 아키라는 어떻게 말을 해야 좋을지 몰라 시선을 돌렸다. 케이스케 「…………」 케이스케가 조금 충격을 받은 얼굴로 미간을 찌푸리고 고개를 숙였다. 모토미 「아키라……. 정말 눈치 없는 녀석이구나. 더 어른스러워지라고」 2사람의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던 모토미가 어이없다는 목소리를 냈다. 케이스케 「……아니, 괜찮아요. 원래 아키라는 내가 참가하는 것에는 반대했으니까요」 케이스케가 무리하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모토미 「흠……」 모토미가 복잡한 빛을 띠며 아키라와 케이스케를 번갈아 보았다. |
| 선택지 →지독한 얼굴이야일 경우 아키라 「……지독한 얼굴이야」 최대한 평소와 같은 어조로 말을 걸었다. 케이스케 「……그런가」 케이스케는 작게 웃고 발치로 시선을 떨어뜨렸다. 확실히 피로한 빛은 짙게 어려있었으나 무언가를 깨끗이 정리한 얼굴 같이도 보였다. |
어느새 10분이 지났는지 방에서 나온 4번째 등록자가 아키라 일행을 성가시다는 듯이 보고 지나갔다.
모토미 「슬슬 돌아갈까」
걸어나가는 모토미 뒤를 따라서 복도를 빠져나가 현관으로 가 경비원에게 가면을 건네고 『성』 밖으로 나왔다.
케이스케가 멈춰서서 가슴을 부풀리고 차가운 공기를 힘껏 들이마셨다.
그 옆모습에는 아직 불안의 그림자가 감돌고 있었지만 각오를 굳힌 날카로움이 있는 듯해 보였다.
모토미 「바깥 세계 공기는 상쾌해?」
모토미가 농담인 체하는 어조로 웃자 케이스케는 불안정하게 웃으며 눈을 감았다.
케이스케 「……글쎄요」
잠시 그렇게 『성』의 현관 앞에서 보이는 토시마 거리를 바라보고 있었으나 갑자기 모토미가 바지 주머니를 뒤지고, 이어서 조급하게 몸 전체를 손으로 더듬어 찾기 시작했다.
아키라 「뭐야」
모토미 「담배가 떨어졌어」
모토미가 혀를 차고 화가 난 듯 머리를 긁으며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아키라와 케이스케도 그 뒤를 따라갔다.
계단을 다 내려가자 모토미가 뒤돌아 보았다.
모토미 「자―그럼……. 아저씨는 볼일이 있어서 여기에서 바이바이다. 담배도 사야하고 말이지」
케이스케 「그러니까……, 고맙습니다」
지나치게 정중한 케이스케의 태도에 낮은 웃음소리가 울렸다.
모토미 「고마워할 것 없어. 아무것도 안 했으니까. 그보다 앞으로가 큰일이야」
얼굴을 든 케이스케가 진지한 눈빛으로 모토미를 바라보며 끄덕였다.
모토미 「그럼, 뭐, 또 보자」
모토미는 후 하고 숨을 내쉰 후 미소를 띠고는 가볍게 한 손을 들고 느긋한 발걸음으로 도로 쪽으로 걸어갔다.
그 뒷모습이 보이지 않게 된 후 아키라는 케이스케 쪽으로 얼굴을 향했다.
아키라 「택, 보여줘」

케이스케가 끄덕이고 작업복 주머니에서 4개의 택을 꺼냈다.
케이스케 「목에 걸고 있는 것이 스페이드 A. 나머지는 못 쓰는 것이 4개. 7, 3, 5, 8……일까」
아키라 「A인가」
케이스케 「유효한 패가 1개밖에 없어」
아키라 「아니, 충분해」
오히려 1개도 없는 경우가 더 많지 않을까.
케이스케는 택 뭉치를 넣은 후 크게 기지개를 켜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케이스케 「……이그라인가」
케이스케가 하늘을 올려다본 채 낮게 중얼거렸다.
이끌리듯 아키라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제 뒤로는 물러설 수 없다.
이르레를 쓰러뜨릴 때까지 토시마에서 나갈 수 없다.
2사람의 마음을 투영하듯 구름과 하늘의 경계선은 애매하게 흐려져 있었다.
2008/03/25 00:43
2008/03/25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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