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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PC판을 해석한 것입니다. PS2판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린의 사진 관련 선택지는 원래 린 루트를 클리어해야만 나오는 것입니다.
처형인에게 쫓길 때에 나오는 선택지 중 배드엔딩으로 이어지는 부분은 생략했습니다. 해석은 할 수 있지만, 한다 해도 도저히 대놓고 공개할 수 없는 19금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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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의 사진 관련 선택지는 원래 린 루트를 클리어해야만 나오는 것입니다.
처형인에게 쫓길 때에 나오는 선택지 중 배드엔딩으로 이어지는 부분은 생략했습니다. 해석은 할 수 있지만, 한다 해도 도저히 대놓고 공개할 수 없는 19금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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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머리카락의 남자에게서 케이스케의 택을 되찾은 후 일단 그 찻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큰길 옆에 조용히 서 있는 찻집은 언뜻 보기에 이상한 점은 전혀 없이 이전과 같은 것 같았다.
문이 떨어진 출입구로 다가갈 때까지는.
케이스케도 공기의 변화를 느꼈는지 멈춰서서는 눈썹을 찡그렸다.
케이스케 「……안에, 누구 없어?」
아키라 「…………」
놀라울 것 없이 오히려 예측했던 일이었다.
이런 무법지대의 쇠퇴해버린 건물 어디에 누가 있든 전혀 이상하지 않다.
출입구에서 안을 들여다 본다.
밝아진 오후의 빛이 비추는 것은 이상한 광경이었다.
공중에 춤추는 먼지와 쓰러져있는 남자 몇 명의 모습.
자고 있는 것인 줄 알았지만 한 명은 눈이 뒤집힌 것처럼 보인다.
기절한 것인가.
이만큼의 인원을 누군가가 여기에서 쓰러뜨린 것이다.
그렇지만, 누가―――?
가게 안쪽에서 작은 실루엣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확인하려한 순간 기계적인 소리와 함께 강렬한 빛이 깜박여, 아키라는 무심코 한 손을 치켜들었다.
아키라 「……!」
케이스케 「……윽, 카메라?」
눈부신 듯 눈을 가늘게 뜬 케이스케의 중얼거림에 웅크리고 있는 사람 그림자가 뒤돌아보았다.
아키라도 케이스케도 순간적으로 자세를 잡고 나이프에 손을 가져간다.
이 참상을 만들어낸 원흉인 인물인가.
그림자가 흔들리며 일어선다.
살기는 느껴지지 않고, 그러기는커녕 그림자는 갑자기 양손을 확 들었다.
아키라 「……?」
린 「어서 와―」
케이스케 「……에?」
뜻밖에 들려온 밝은 목소리에 아키라도 케이스케도 한순간 어안이 벙벙해졌다.
금발을 흔들며 디지털 카메라를 한 손에 들고 팔짝팔짝 뛰고 있는 인물은 틀림없는 린이었다.
케이스케 「뭐야, 린이잖아……. 깜짝 놀랐네……」
정말 놀란 듯한 케이스케가 한숨을 푹 내쉰다.
린 「놀랐어? 그건 그렇지, 여기 어두우니까」
린이 장난이 성공한 어린아이처럼 득의양양하게 웃는다.
아키라 「왜 여기에」
린 「아, 맞아맞아. 아키라와 케이스케, 토시마에 왔을 때부터 계속 여기에 있었지? 나갈 때도 들어올 때도 길에서 직행이야, 여기.
한 곳에 계속 있으면 위험하니까. 그걸 가르쳐 주려고 왔더니 마침이랄까, 나이스 타이밍이랄까, 뭔가 이상한 게 줄줄이 안으로 들어가던 참이었어.
만약 아키라와 케이스케가 아직 안에 있으면 위험하다고 생각해 당황해서 들어왔는데 없었으니까 다행이었지만, 뭐―, 그래서……」
린은 발치에 엎드린 남자의 몸을 부츠 발부리로 찔렀다.
린 「이번에는 나를 보고 덤벼들어서―, 격퇴한 참이야」
케이스케 「이 인원을 혼자서……?」
린 「응」
케이스케가 입을 떡 벌린다.
케이스케 「……굉장해」
린 「그러니까, 나 강하다고 했잖아. 외견이 귀엽다고 얕봤다가는 큰 코 다칠 거야―」
린은 의기양양한 얼굴로 양손을 허리에 대고 가슴을 젖혔다.
아키라 「조금 전에 사진 찍지 않았나?」
린 「응? 응, 찍었어」
아키라 「이런 곳에서 찍을 것이 있나」
린 「있어―, 봐, 주위에 굴러다니고 있잖아」
주위라면, 굴러다니고 있는 것은 쓰레기나 자갈이나 기절한 남자들뿐이다.
린은 그 중앙에서 꽃밭에 있는 소녀 같은 표정으로 양팔을 벌렸다.
린 「버릇없는 남자들, 땅에 고개 숙여 엎드린 사진!」
케이스케 「…………」
그런 것을 찍어 어쩔 건데, 라고 케이스케가 무언(無言)으로 말하고 있다.
동감이었다.
그렇다 해도…….
아키라는 쓰러져 있는 남자들을 다시 둘러보았다.
비교적 실력 있어 보이는 녀석들이다.
이렇게 직접 보게 되자 린이 자기 실력을 자부하는 것도 반드시 거짓말이 아닌 것 같았다.
린 「아―, 케이스케, 결국 어떻게 됐어? 오늘. 이그라 등록, 다녀왔어?」
케이스케 「……아아, 응, 뭐어」
케이스케는 쓴웃음을 띠면서 가슴에 건 택을 가볍게 쥐었다.
린 「아, 진짜다―. 드디어 등록했구나―」
택을 찬찬히 보면서 린은 지그시 미소를 띠었다.
린 「그럼 기념으로 한 장 찍자―. 자, 아키라도 이리와 이리와―」
케이스케 「에? 이런 곳에서 찍어……?」
린 「플래시 있으니까 괜찮아―」
케이스케 「그런 문제가……」
린 「괜찮아 괜찮아」
린이 케이스케를 밀어 움직이지 않는 아키라 쪽으로 보낸 후 카메라를 들었다.
린 「아키라 항상 무뚝뚝한 얼굴이잖아. 뭐― 상관없지만. 자, 찍는다―」
플래시가 몇 번 점멸하고 듣기 좋은 소리를 내며 셔터가 내려간다.
5, 6장 연거푸 셔터음이 울렸다.
가게 안이 어슴푸레한 만큼 눈에 별이 번쩍여 정신이 없다.
린 「오케이―!」
린이 마치 한바탕 일을 끝낸 듯한 개운한 얼굴로 엄지 손가락을 세웠다.
케이스케 「……린은 고민 같은 것은 없을 것 같구나」
케이스케가 피로와 어이없음이 뒤섞인 얼굴로 멍하게 중얼거린다.
린 「실례야―. 이래봬도 고민 1개나 2개나 3개나 4개 정도는―……」
그 때 열려 있던 린의 힙색에서 무엇인가가 팔락팔락 떨어졌다.
린 「……이런」
바닥에 떨어진 그것은 아무래도 사진 다발인 듯했다.
린 「아―, 일 났네……」
웃으며 어딘가 허둥대는 모습으로 린이 웅크려 앉는다.
아키라는 발치에 떨어져 있는 몇 장을 주워 무심코 시선을 던졌다. 술에 취해 난동부리고 있는 녀석들, 팔을 치켜들고 열광하는 싸움의 군중, 엎어진 시체.
여러 가지 정경이 찍혀 있는 중에 1장, 새카만 사진이 있었다.
잘못 찍혔거나 오동작인 줄 알았지만 꽤 여러 장으로, 잘 보면 어둠 속에 사람 윤곽이 드러나게 찍혀 있었다.
검은 코트가 펄럭이는 남자의 뒷모습인 것 같았다.
선택지 →대체 누구일까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
대체 누구일까……. 공연히 흥미가 끌렸다.
린의 사진은 대부분이 모티프를 정확하게 잡고 있어, 요령을 터득한 아마추어라는 인상이 있지만 이 남자만 당황하며 따라간 것 같이 사진이 제대로 안 찍혔다.
게다가 비슷한 것이 여러 장.
린 「……!」
가만히 보고 있자 갑자기 옆에서 사진을 낚아챘다.
아키라는 그 기세에 조금 놀라 린의 얼굴을 보았다.
아키라 「…………」
무심코 눈을 크게 떴다.
―――얼음장 같은 시선.
그때까지의 밝은 모습은 티끌만큼도 없다.
처음 보는 린의 싸늘한 표정이었다.
무언(無言)으로 견제하는 압력.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아 한기조차 느껴진다.
린 「……이런 사진 봐도 재미없잖아. 남과 부딪치는 바람에 초점이 완전히 나가 버려서 전혀 상관없는 곳이 찍힌 거야. 내가 못 살아―」
바로 다음에는, 린은 평소의 미소를 활짝 띠고 있었다.
환상이라도 본 기분이 들 정도로 조금 전의 시선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다.
아키라 「…………」
케이스케 「아키라, 왜 그래?」
사진을 줍던 케이스케가 멍하니 서 있는 아키라의 얼굴을 이상하다는 듯 들여다 보았다.
아키라 「……아니」
린 「좋―아, 이것으로 끝. 고마워―」
린이 케이스케에게 마지막 1장을 받아들고 적당히 다발을 정리한 후 카메라와 함께 힙색에 넣었다.
케이스케 「사진 찍는 것을 정말 좋아하는구나」
린 「뭐― 그렇지―」
끄덕이며 기지개를 켜는 린의 행동을 그만 주의 깊은 눈으로 좇고 만다.
린 「그럼, 여기에서 이동할 거지? 사람 눈에 잘 뜨이지 않는 곳 가르쳐 줄까」
케이스케 「그렇네, 그래 주면 고맙지. 그렇지, 아키라? ……아키라?」
아키라 「……아아」
―――조금 전 그 표정. 그 눈.
잘못 본 것이 아니었을 터이다. 지독히 차가운 눈이었다.
적당히 분위기를 잘 맞추고 밝으면서 표정이 다양하게 자주 변한다.
그것이 린의 인상이다.
……사실은 아닌 것일까?
아니, 다르다 해서 특별할 것도 없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다소는 이면성이 있는 법이다.
그렇게는 생각해도 마음에 걸린다.
그 정도로 온도차를 느끼게 하는 눈빛이었다.
아키라 「……린」
린 「왜?」
말을 걸자 만면에 미소를 머금은 얼굴이 돌아보았다.
아키라 「…………」
린 「……? 뭔데, 왜 그래?」
아키라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린 「뭐야―. 자자, 빨리 가자고―」
린이 우습다는 듯이 웃고는 밖으로 나간다.
케이스케 「아키라, 괜찮아?」
아키라 「응」
케이스케가 걱정스러운 듯 얼굴을 들여다본다.
왠지 모르게 별로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아 고개를 조금 수그리고 가게를 나왔다.
린에게 배신당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그런 류의 걱정이 아니다.
어딘가 더 깊은 부분에서―――린이 그 정도로 밝게 행동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거리로 나오자 소란스러운 소리가 전해져 왔다.
린 「뭐지? 배틀 하고 있는 건가? 그렇지 않으면 또 그 녀석들이려나」
린이 발돋움하고 사람이 무리지어있는 근처를 바라본다.
녀석들, 이란 처형인을 뜻하는 것이리라.
잔물결처럼 가까이 가지도 멀어지지도 않은 채 무리지어 있던 군중이 갑자기 좌우로 갈라졌다.
케이스케 「……아! 저녀석!」
뛰쳐나온 것은 바로 조금 전에 싸운 그 파란 머리 남자였다.
키리오 「멈추지 못해!?」
군지 「어딜 도망쳐!! 파란 원숭이!!」
포효와 함께 남자 뒤를 좇고 있는 것은 처형인이었다.
역시―――저 남자는 처형인에게 찍혔다.
아무렇지 않게 비겁 행위를 하는 것이 더 낫다고 했으니 당연하다.
린 「아―아, 또 시작됐네……. 저 파란 녀석 알아?」
린이 기막혀하며 케이스케와 아키라를 번갈아가며 보았다.
아키라 「……아니」
남자는 필사적으로 뒤를 돌아보며 달리고 있었지만, 정면에 있는 아키라를 깨닫자 낯빛을 바꾸었다.
남자 「……너희들!」
남자의 핏발선 눈이 아키라, 케이스케, 린의 얼굴을 통과하고는 다시 아키라에게 돌아온다.
달리던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남자가 손을 뻗어 돌연 아키라의 팔을 잡았다.
아키라 「!?」
케이스케 「아키라!?」
린 「에? 잠깐!?」
예상외의 사태에 중심을 잃고 억지로 끌려가 간신히 발을 움직여 속도에 맞춘다.
순간적으로 흔들어 뿌리치려 해도 남자의 손가락은 손목을 꽉 붙잡고 놓치지 않는다.
아키라 「……이거 놔!」
남자 「시끄러워! 됐으니까 뛰어!!」
아키라 「어이!」
남자 「네놈에게는 물어볼 게 있단 말이야!」
남자가 잡아당기는 대로 골목의 미궁으로 들어간다.
린과 케이스케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지고, 뒤에서는 낮은 욕지거리와 무거운 구둣발소리가 뒤쫓아오고 있었다.
선택지 →팔을 뿌리친다일 경우 루트 해석 생략
→팔을 뿌리치지 않는다일 경우.
―――처형인들이다.
상대는 변덕스러운 생트집으로 사냥감을 고통 주다 죽이는 광견(狂犬)이다.
만약 붙잡히면 아키라도 무사하지 못하리라.
어쨌든 지금은 이 남자와 끝까지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폭이 넓고 좁음이 다소 다른 정도일 뿐 같은 인상을 받는 길을 오로지 달린다.
눈앞에 나타난 길 모퉁이를 오른쪽으로 돌았다.
이어서 왼쪽.
왼쪽.
오른쪽.
―――직진한다.
아키라 「대체 어디로 가는 거야!」
남자 「내 알 바 아냐!」
정신을 차리자 눈앞에 막다른 벽이 다가오고 있었다.
남자 「빌어먹을!」
당황해 발을 멈추자 남자가 거칠게 숨을 쉬면서 혀를 찼다.
남자 「이런 곳에서 붙잡힐까 보냐!」
숨 돌릴 틈도 없이 뒤쪽에서 발소리가 다가온다.
처형인이 아직 쫓아오고 있다.
이대로는 붙잡힌다―――
그 때, 아키라는 충동적으로 남자의 팔을 끌어당겨 막다른 길을 되돌아가고 있었다.
남자 「어이!? 어디로 가는 거야!?」
아키라 「……내 알 바 아냐!」
좀 전과 비슷한 말을 작은 소리로 외치면서, 어쨌든 달려서 모퉁이를 돌았다.
길 옆에 거대한 쇠로 된 상자가 출현한다.
공공용으로 설치된 쓰레기통으로, 사람이 안에 들어가기에 충분한 크기였다.
예전에는 도시의 미화용으로 공헌하던 것이지만 전시중에 숨은 자의 말로인지, 미처 다 수용하지 못한 유체를 누군가가 버린 것인지, 치안이 전체적으로 악화한 지금의 일본에서는 관 대용이 되는 경우도 자주 있었다.
악취가 완전히 차단되는 밀폐 사양 덕분에 썩는 냄새도 새지 않아, 초라한 골목길 따위에서는 거의 방치되고 있었다.
아키라 「……모 아니면 도로군」
남자 「어이, 설마……」
이대로 뛰어다녀도 결국은 따라잡힌다.
―――할 수밖에 없다.
개폐 스위치를 누르고 뚜껑을 열어 가장자리로 발을 올린다.
남자 「으……」
남자가 입가를 손으로 눌렀다.
예측은 하고 있었지만, 상상을 뛰어넘는 들어찬 악취가 새어 나와 아키라도 무심코 얼굴을 돌렸다.
사람의 죽음에서 추출되는 독특한 썩는 냄새.
그러나 그곳에 시체는 없었다.
이미 썩어 뼈로 변했는지, 처리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히 안심했다.
시체와 함께 눕고 싶지는 않다.
냄새만이라면 아직 어떻게든 참을 수도 있다.
이상한 색으로 변색된 쓰레기와 날벌레가 밑에 쌓여 있었지만, 아키라는 개의치않고 안으로 들어가 주저하는 남자를 끌어들인 후 뚜껑을 닫았다.
암흑, 열, 악취.
그것밖에 없다.
장시간 있었다가는 정신이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얼마 안 되어 묵직하게 땅을 밟는 발소리가 다가왔다.
쓰레기통 옆에서 멈춰선다.
처형인들인가―――
빨라져 가는 심장 소리. 호흡.
고막을 찢을 듯한 대음량. 착각.
쓰레기통 너머로 우물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됐어……, 지금 당장 붙잡지 않아도……. 풀어 두고 뒤쫓는 것도 좋겠지……」
「숨바꼭질할래?? 조금씩 몰아넣어 공포로 말려 죽이는 게 더 재미있지~」
남자 「……읏, ……」
옆에 있는 남자의 호흡이 무엇인가에 쓰인 것처럼 거칠어진다.
빨리 가.
빨리 가. 빨리 가. 빨리 가. 빨리 가.
그렇게 읊고 있는 것처럼 들렸다.
잠시 숨을 죽이고 있자 아무것도 들리지 않게 되었다.
떠난 것일까―――?
아키라가 상황을 살피려 막 일어서려던 그때.
아키라 「……윽!」
갑작스러운 굉음과 진동이 쇠로 된 상자를 뒤흔들었다.
요동치는 심장을 필사적으로 억누른다.
눈치챘을지도 모른다―――
다시 천천히 몸을 숙이고 숨을 죽인 후 온 신경을 청각으로 집중시켰다.
그러나 그 이후는 아무리 기다려도 무음(無音)의 세계가 펼쳐질 뿐이었다.
아키라는 긴장으로 숨을 멈추면서 천천히 시간을 들여 신중히 뚜껑을 밀어올렸다.
폐쇄된 온도와 긴장된 신경에 땀이 밴 손바닥.
살짝 열린 가늘고 긴 시야에 사람은 뜨이지 않았다.
아키라 「……읏」
남자 「……으, 콜록……」
내던지듯 뚜껑을 열고 바로 밖으로 뛰쳐나와 공기를 있는 힘껏 들이마셨다.
남자도 안에서 뛰쳐나와 콜록콜록하고 계속 기침을 하고 있다.
맑지 않은 공기가 이 때만은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졌다.
아키라는 천천히 침착성을 되찾으며 몸에 붙은 쓰레기를 털고 벽에 몸을 내던지듯 기댔다.
남자도 맥이 풀린 듯 지면에 웅크려 앉는다.
남자 「……하아. 어이없는 짓 하는군, 너……」
아키라 「네게 그런 소리 듣고 싶지 않아」
남자 「……핫」
남자는 가볍게 어깨를 움츠리고는 웃음 섞인 숨을 내뱉었다.
아키라 「이유는」
남자 「뭐가」
아키라 「나를 여기까지 끌고 온 이유」
남자 「아아……」
기분이 몹시 안 좋아 묻는 어조도 짜증이 난다.
남자는 나른한 듯 얼굴을 들고 삐딱하게 아키라를 노려보며 말없이 한 손을 내밀었다.
아키라 「……?」
남자 「택 돌려줘」
그때, 이 남자의 택을 주운 것을 떠올렸다.
아키라는 상의 주머니를 뒤지려다 문득 손을 멈추고 남자에게 시선을 향했다.
순순히 돌려줄 필요가 어디에 있나.
잘 생각해 보니, 이 남자에게는 피해를 받기만 했다.
남자 「……? 뭐야」
아키라 「안 준다고 한다면?」
남자 「……! 네놈! 비겁해! 룰 위반이야!」
자신은 완전히 예외로 치고 화내는 모습에 도리어 화가 나다 못해 기가 막힌다.
그런 아키라의 태도가 더더욱 비위에 거슬렸는지, 관자놀이에 핏대를 세우던 남자가 일어서려 했다.
아키라도 한순간 자세를 잡았으나, 남자는 갑자기 맥빠진 모습으로 몸에서 힘을 빼고 주저앉아 깊은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숙였다.
남자 「……돌려줘. 그것이 꼭 필요하단 말이야」
아키라 「그것은 그렇게 중요한 물건인가?」
남자 「……그거?」
아키라 「택보다도 먼저 주워갔잖아」
남자 「…………」
남자는 그제야 겨우 말수 적은 아키라가 가리키고 있는 것을 이해한 듯했다.
한 차례 싸웠을 때에 끊어진 흠집투성이의 작은 십자가.
남자는 고개를 숙인 채 양손으로 머리카락을 가볍게 휘젓고 뜸을 들인 후 작게 중얼거렸다.
남자 「……여동생 거야」
아키라 「……동생?」
남자 「그래, 그렇다고. ……그러니까 빨리 돌려달란 말이야!」
의외의 말에 아키라가 당황하자, 남자가 조용히 노기를 띤 어조로 강하게 올려다보았다.
그 눈빛에는 분노나 증오라기보다는 더 필사적인 느낌이 들어, 아키라는 작게 숨을 내쉬고는 택을 꺼내 말없이 남자 쪽으로 던졌다.
애초부터 룰은 무시하고 움직이고 있는 사람이다.
강제로 빼앗으면 그야말로 끝까지 쫓아올지도 모른다.
게다가, 동생이라는 발언이 너무나 의외였기에 어떻게 하려는 마음이 사라졌다.
남자 「…………」
남자는 택을 받으면서 아키라를 똑바로 노려보았다.
적의는 노골적이었지만 이전처럼 달려들 생각은 없는 듯했다.
남자 「……너, 원래 CFC에 있었지?」
갑자기 묻는 말에 무심결에 얼굴을 본다.
남자는 입 끝을 히죽 올렸다.
남자 「역시」
아키라 「……그러면 어쩔 건데」
남자 「어쩐지 본 적이 있다 했지. 너, Bl@ster(블래스터)에 참가했었지? LOST, 였던가. 본명은 아키라」
설마 본명까지 맞출 거라고는 생각지 못한 아키라는 약간 놀랐다.
Bl@ster에서는 통칭인 LOST로만 알려진 상태로, LOST의 본명이 아키라라고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남자 「나도 CFC에 있었어」
……그렇다면, 이 남자도 Bl@ster에 참가했던 것일까.
얕은 기억의 바다를 헤엄쳐 보아도 본 기억은 없었다.
아키라 「……그래서?」
타케루 「아―……. 첫 참가에서 꽤 높이까지 갔다고? 타케루 라는 이름 들어본 적 없나?」
아키라 「…………」
남의 이름 따위는 제대로 기억한 적도 없다.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타케루 「뭐, 모르겠지. 금방 그만뒀으니」
아키라 「그렇군」
타케루 「계속할 수 있었다면 계속했겠지만 말이야. 집안 사정으로」
목소리에는 조금 익살부리는 울림이 있었지만, 타케루는 얼굴을 숙이고 짧은 숨을 내뱉었다.
지금은 열화와 같은 기세가 잠잠해져 있는 탓인지, 그 옆모습에는 피로가 짙게 스며 있는 것처럼 보였다.
타케루 「Bl@ster는 우승자에게 상금이 나오지. 나는 그것이 목적이었다. 그렇지만, 이그라의 보수는 그것과는 비교가 안 돼. 그야말로 일확천금을 노릴 수 있지. 그래서 이곳으로 왔다」
일확천금.
모두 그 야망을 안고 토시마로 모여 이그라에 참가한다.
애초에 참가 동기가 다르지만, 그렇지 않아도 아키라에게는 연이 없는 감각이었다.
돈에도 삶에도 집착할 필요를 느낀 적 따위는 없었다.
타케루 「……너는 왜 이그라에 참가했지? Bl@ster에서도 계속 우승해서 돈도 잔뜩 받았을 거 아냐. 그것으로는 모자랄 정도로 화려하게 놀기라도 하나?」
억양이 없이 평탄한 상태의 지나치게 조용한 목소리에 위화감을 느껴, 아키라는 타케루에게 시선을 향했다.
타케루는 무표정한 어두운 눈동자로 아키라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멀리까지 꿰뚫어 보는 듯한, 기분 나쁜 시선이었다.
타케루 「어이. 대답해 봐」
아키라 「……그런 것에는 흥미가 없어」
이그라에 참가한 이유를 무턱대고 입 밖에 낼 생각은 없다.
그래서 타케루의 질문에는 간결하게, 그러나 진심으로 대답했다.
타케루 「……뭐?」
그러나 타케루는 아키라의 대답을 듣는 것과 동시에 노골적으로 미간을 찌푸리고 조소로 한쪽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
타케루 「그럼 왜 참가했는데? 변덕인가? Bl@ster에서는 너무 많이 이겨서 질렸으니까 살인도 가능한 이그라에서 더 자극을 원한다고? 좋겠네, 부자유하지 않은 녀석은」
점점 기묘한 열기를 띠어 가는 어조에 약간 불안해진다.
타케루의 눈은 아키라 쪽을 보고 있으나 그 증오는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불특정 다수를 향하고 있는 듯했다.
타케루 「그렇게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대충 흘러들어 왔을 뿐인 녀석은 어차피 이해 못 하겠지. 이제까지 태평스럽게 살아왔겠지?
기어올라가고 싶어도 기어올라갈 수 없는, 그런 사람이 있다고는 생각한 적도 없겠지, ……하하, 하하하하하」
아키라 「……어이」
타케루가 낮게 목을 울리며 우습다는 듯이 어깨를 떨었다.
어두운 눈동자는 격렬한 증오의 빛을 되찾고 번뜩이며 아키라를 사로잡는다.
타케루 「이놈이고 저놈이고 그런 녀석들뿐이다……!
아무 생각 없이 살 정도라면, ……아무 생각 없이 살 수 있을 정도라면, 죽어 버리면 되잖아!!
나는 그런 녀석에게는 지지 않아, ……절대로!!」
흐느적 하고 일어선 타케루가 허리 홀더에서 큰 나이프를 꺼냈다.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노기와 살기.
아키라도 가방을 내던지고 허리에 찬 나이프의 자루를 잡았다.
타케루 「……그렇게 나오지 않으면 재미없지」
아키라 「…………」
타케루가 도발적으로 고개를 기울이고 입술을 일그러뜨린다.
자세를 잡으면서도, 아키라는 조금 망설이고 있었다.
타케루는 어째서 이 정도로까지 집념을 불태우고 있는 것인가.
아키라가 누명 불식을 위해 참가하고 있는 것처럼 타케루에게도 무엇인가 다른 양보할 수 없는 이유가 있는 것일까.
타케루는 적어도 클럽에 모여 있는 죽은 눈의 참가자와는 다르다.
그 내면에 데일 듯한 열이 끓어오르고 있다.
타케루 「이얍!!!」
타케루가 아키라를 향해 덤벼들려 한 그때.
문득 골목 저편에서 복수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처형인이 돌아온 것인가.
타케루 「……칫」
직전에 움직임을 멈춘 타케루가 혀를 차고 아키라를 노려보면서 천천히 물러섰다.
타케루 「이르레를 죽이는 것은 나야. ……방해하면 용서 못 해」
타케루는 낮게 내뱉고는 바로 등을 돌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달려갔다.
다가오는 발소리에 아키라도 도망칠 곳을 확보하려 다른 방향으로 가려 했으나, 이윽고 들려오는 소란스러운 목소리에 발걸음이 멈추었다.
??? 「……아키라아??」
조심스러운 소리로 울리는 새된 목소리는 들은 적이 있어, 누구인지 금세 알았다.
아키라는 작게 숨을 내쉬고는 나이프를 넣고 가방을 주워들고 목소리가 난 쪽으로 걸어갔다.
길을 직진해 모퉁이를 왼쪽으로 돌아간 곳에 린과 케이스케의 모습이 있었다.
린 「……아!」
케이스케 「……아키라!」
2사람은 아키라를 보자마자 재빨리 달려왔다.
케이스케 「아키라! 괜찮아? 다치거나, 처형인은? 그리고 그 이상한 녀석, ……콜록」
조바심에 초조해하는 케이스케가 흐트러진 숨도 쉬는 둥 마는 둥 질문을 쏟아내다가 도중에 사레가 들렸다.
린 「……아――――, 엄청 뛰어다녔어……!」
린은 린대로 괴로운 듯 양 무릎에 손을 대고 상체를 굽히고 있었으나, 이윽고 하늘을 올려다보듯 얼굴을 들고 눈을 꼭 감았다.
케이스케 「당황해서 뒤를 쫓았지만 금방 잃어버려서……」
린 「처형인들이 뚱한 얼굴로 이 근처에서 걸어오는 것이 보여서.
그 녀석들이 사냥감을 잃어버렸다는 것은 잘 숨어서 넘겼나 했지만, 아키라를 데리고 간 머리가 파란 녀석, 그 녀석도 굉장한 표정이었으니까」
케이스케 「맞아, 그 녀석은? 없어?」
아키라 「응」
케이스케 「……그래」
주위를 조급하게 둘러보고 있던 케이스케는 이제야 안심한 듯했다.
케이스케 「그 녀석, 어째서 아키라를?」
린 「맞아―, 그 녀석 뭔가 무지 험악한 얼굴로 아키라를 끌고 갔잖아」
신중한 손길로 십자가를 어루만지던 타케루의 모습이 아키라의 뇌리에 떠오른다.
아키라 「그 녀석이 떨어뜨린 소지품을 내가 주웠어. 그것을 되찾고 싶었나 봐」
케이스케 「…………」
케이스케가 미안한 듯이 얼굴을 찌푸렸다.
타케루와 아키라가 싸운 것은 자신 탓이라고 신경 쓰고 있으리라.
린 「그래서, 돌려줬어?」
아키라 「그래」
린 「그럼 뭐 일단락인가. 그렇지만, 굳이 처형인에게 쫓기고 있을 때에 그러지 않아도 되잖아. 끌어들이지 말란 말이야!」
뺨을 부풀린 린이 언성을 높이며 걱정을 떨쳐버리듯 한쪽 팔을 휘두른다.
그 십자가는 동생 것이라고 타케루는 말했다.
이그라 상품에 대한 이상한 집착.
이글거리는 불꽃 같은 번뜩이던 눈빛.
―――그 눈은 흐려져 있지 않았다.
마약을……라인을 쓰지 않는 것일까.
이그라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면 수단은 가리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역시 무엇인가, 타케루에게는 타케루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것이리라.
아키라와 호각으로 싸울 정도의 힘이면서도 Bl@ster 참가를 포기해야만 했던 이유.
타케루 정도의 실력이라면 언젠가 아키라와 대전할 날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거기까지 생각하고 생각을 멈춘다.
신경 써도 어쩔 수 없는 타인의 사정이다.
그러나 그 불꽃과 같은 집념의 근본에는 대체 무엇이 있나―――
그것이 이상하게 신경 쓰여 견딜 수 없었다.
린 「……간다? 듣고 있어? 아키라」
아키라는 완전히 가라앉아 있던 생각의 바다에서 끌어올려져 얼굴을 들었다.
아키라 「……어디로?」
린 「역시 안 듣고 있었구나―. 뛰다가 넘어져서 머리 부딪히기라도 한 거 아니야―?」
린이 샐쭉해져 입술을 삐죽인다.
케이스케 「중립 지대 중 하나로, 이 근처에 호텔이 있으니까 그곳으로 가재」
아키라 「중립지대?」
린 「그래그래, 이그라의 중립지대. 클럽과 같아. 여러 가지로 물건도 보급할 수 있어. 데려다 줄게. 가자?」
아키라가 끄덕이자 린이 빙글 하고 몸을 돌려 큰길 쪽으로 걸어나갔다.
케이스케 「괜찮아? 아키라」
아키라 「아아」
어쩐지 무언가가 석연치 않다.
남의 걱정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그러나 무언가가.
약하디 약한 태양은 이미 서쪽으로 기울어 주위는 밤의 색으로 물들기 시작해 있었다.
큰길 옆에 조용히 서 있는 찻집은 언뜻 보기에 이상한 점은 전혀 없이 이전과 같은 것 같았다.
문이 떨어진 출입구로 다가갈 때까지는.
케이스케도 공기의 변화를 느꼈는지 멈춰서서는 눈썹을 찡그렸다.
케이스케 「……안에, 누구 없어?」
아키라 「…………」
놀라울 것 없이 오히려 예측했던 일이었다.
이런 무법지대의 쇠퇴해버린 건물 어디에 누가 있든 전혀 이상하지 않다.
출입구에서 안을 들여다 본다.
밝아진 오후의 빛이 비추는 것은 이상한 광경이었다.
공중에 춤추는 먼지와 쓰러져있는 남자 몇 명의 모습.
자고 있는 것인 줄 알았지만 한 명은 눈이 뒤집힌 것처럼 보인다.
기절한 것인가.
이만큼의 인원을 누군가가 여기에서 쓰러뜨린 것이다.
그렇지만, 누가―――?
가게 안쪽에서 작은 실루엣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확인하려한 순간 기계적인 소리와 함께 강렬한 빛이 깜박여, 아키라는 무심코 한 손을 치켜들었다.
아키라 「……!」
케이스케 「……윽, 카메라?」
눈부신 듯 눈을 가늘게 뜬 케이스케의 중얼거림에 웅크리고 있는 사람 그림자가 뒤돌아보았다.
아키라도 케이스케도 순간적으로 자세를 잡고 나이프에 손을 가져간다.
이 참상을 만들어낸 원흉인 인물인가.
그림자가 흔들리며 일어선다.
살기는 느껴지지 않고, 그러기는커녕 그림자는 갑자기 양손을 확 들었다.
아키라 「……?」

케이스케 「……에?」
뜻밖에 들려온 밝은 목소리에 아키라도 케이스케도 한순간 어안이 벙벙해졌다.
금발을 흔들며 디지털 카메라를 한 손에 들고 팔짝팔짝 뛰고 있는 인물은 틀림없는 린이었다.
케이스케 「뭐야, 린이잖아……. 깜짝 놀랐네……」
정말 놀란 듯한 케이스케가 한숨을 푹 내쉰다.
린 「놀랐어? 그건 그렇지, 여기 어두우니까」
린이 장난이 성공한 어린아이처럼 득의양양하게 웃는다.
아키라 「왜 여기에」
린 「아, 맞아맞아. 아키라와 케이스케, 토시마에 왔을 때부터 계속 여기에 있었지? 나갈 때도 들어올 때도 길에서 직행이야, 여기.
한 곳에 계속 있으면 위험하니까. 그걸 가르쳐 주려고 왔더니 마침이랄까, 나이스 타이밍이랄까, 뭔가 이상한 게 줄줄이 안으로 들어가던 참이었어.
만약 아키라와 케이스케가 아직 안에 있으면 위험하다고 생각해 당황해서 들어왔는데 없었으니까 다행이었지만, 뭐―, 그래서……」
린은 발치에 엎드린 남자의 몸을 부츠 발부리로 찔렀다.
린 「이번에는 나를 보고 덤벼들어서―, 격퇴한 참이야」
케이스케 「이 인원을 혼자서……?」
린 「응」
케이스케가 입을 떡 벌린다.
케이스케 「……굉장해」
린 「그러니까, 나 강하다고 했잖아. 외견이 귀엽다고 얕봤다가는 큰 코 다칠 거야―」
린은 의기양양한 얼굴로 양손을 허리에 대고 가슴을 젖혔다.
아키라 「조금 전에 사진 찍지 않았나?」
린 「응? 응, 찍었어」
아키라 「이런 곳에서 찍을 것이 있나」
린 「있어―, 봐, 주위에 굴러다니고 있잖아」
주위라면, 굴러다니고 있는 것은 쓰레기나 자갈이나 기절한 남자들뿐이다.
린은 그 중앙에서 꽃밭에 있는 소녀 같은 표정으로 양팔을 벌렸다.
린 「버릇없는 남자들, 땅에 고개 숙여 엎드린 사진!」
케이스케 「…………」
그런 것을 찍어 어쩔 건데, 라고 케이스케가 무언(無言)으로 말하고 있다.
동감이었다.
그렇다 해도…….
아키라는 쓰러져 있는 남자들을 다시 둘러보았다.
비교적 실력 있어 보이는 녀석들이다.
이렇게 직접 보게 되자 린이 자기 실력을 자부하는 것도 반드시 거짓말이 아닌 것 같았다.
린 「아―, 케이스케, 결국 어떻게 됐어? 오늘. 이그라 등록, 다녀왔어?」
케이스케 「……아아, 응, 뭐어」
케이스케는 쓴웃음을 띠면서 가슴에 건 택을 가볍게 쥐었다.
린 「아, 진짜다―. 드디어 등록했구나―」
택을 찬찬히 보면서 린은 지그시 미소를 띠었다.
린 「그럼 기념으로 한 장 찍자―. 자, 아키라도 이리와 이리와―」
케이스케 「에? 이런 곳에서 찍어……?」
린 「플래시 있으니까 괜찮아―」
케이스케 「그런 문제가……」
린 「괜찮아 괜찮아」
린이 케이스케를 밀어 움직이지 않는 아키라 쪽으로 보낸 후 카메라를 들었다.
린 「아키라 항상 무뚝뚝한 얼굴이잖아. 뭐― 상관없지만. 자, 찍는다―」
플래시가 몇 번 점멸하고 듣기 좋은 소리를 내며 셔터가 내려간다.
5, 6장 연거푸 셔터음이 울렸다.
가게 안이 어슴푸레한 만큼 눈에 별이 번쩍여 정신이 없다.
린 「오케이―!」
린이 마치 한바탕 일을 끝낸 듯한 개운한 얼굴로 엄지 손가락을 세웠다.
케이스케 「……린은 고민 같은 것은 없을 것 같구나」
케이스케가 피로와 어이없음이 뒤섞인 얼굴로 멍하게 중얼거린다.
린 「실례야―. 이래봬도 고민 1개나 2개나 3개나 4개 정도는―……」
그 때 열려 있던 린의 힙색에서 무엇인가가 팔락팔락 떨어졌다.
린 「……이런」
바닥에 떨어진 그것은 아무래도 사진 다발인 듯했다.
린 「아―, 일 났네……」
웃으며 어딘가 허둥대는 모습으로 린이 웅크려 앉는다.
아키라는 발치에 떨어져 있는 몇 장을 주워 무심코 시선을 던졌다. 술에 취해 난동부리고 있는 녀석들, 팔을 치켜들고 열광하는 싸움의 군중, 엎어진 시체.
여러 가지 정경이 찍혀 있는 중에 1장, 새카만 사진이 있었다.
잘못 찍혔거나 오동작인 줄 알았지만 꽤 여러 장으로, 잘 보면 어둠 속에 사람 윤곽이 드러나게 찍혀 있었다.
검은 코트가 펄럭이는 남자의 뒷모습인 것 같았다.
선택지 →대체 누구일까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
대체 누구일까……. 공연히 흥미가 끌렸다.
린의 사진은 대부분이 모티프를 정확하게 잡고 있어, 요령을 터득한 아마추어라는 인상이 있지만 이 남자만 당황하며 따라간 것 같이 사진이 제대로 안 찍혔다.
게다가 비슷한 것이 여러 장.

가만히 보고 있자 갑자기 옆에서 사진을 낚아챘다.
아키라는 그 기세에 조금 놀라 린의 얼굴을 보았다.
아키라 「…………」
무심코 눈을 크게 떴다.
―――얼음장 같은 시선.
그때까지의 밝은 모습은 티끌만큼도 없다.
처음 보는 린의 싸늘한 표정이었다.
무언(無言)으로 견제하는 압력.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아 한기조차 느껴진다.

바로 다음에는, 린은 평소의 미소를 활짝 띠고 있었다.
환상이라도 본 기분이 들 정도로 조금 전의 시선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다.
아키라 「…………」
케이스케 「아키라, 왜 그래?」
사진을 줍던 케이스케가 멍하니 서 있는 아키라의 얼굴을 이상하다는 듯 들여다 보았다.
아키라 「……아니」
린 「좋―아, 이것으로 끝. 고마워―」
린이 케이스케에게 마지막 1장을 받아들고 적당히 다발을 정리한 후 카메라와 함께 힙색에 넣었다.
케이스케 「사진 찍는 것을 정말 좋아하는구나」
린 「뭐― 그렇지―」
끄덕이며 기지개를 켜는 린의 행동을 그만 주의 깊은 눈으로 좇고 만다.
린 「그럼, 여기에서 이동할 거지? 사람 눈에 잘 뜨이지 않는 곳 가르쳐 줄까」
케이스케 「그렇네, 그래 주면 고맙지. 그렇지, 아키라? ……아키라?」
아키라 「……아아」
―――조금 전 그 표정. 그 눈.
잘못 본 것이 아니었을 터이다. 지독히 차가운 눈이었다.
적당히 분위기를 잘 맞추고 밝으면서 표정이 다양하게 자주 변한다.
그것이 린의 인상이다.
……사실은 아닌 것일까?
아니, 다르다 해서 특별할 것도 없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다소는 이면성이 있는 법이다.
그렇게는 생각해도 마음에 걸린다.
그 정도로 온도차를 느끼게 하는 눈빛이었다.
아키라 「……린」
린 「왜?」
말을 걸자 만면에 미소를 머금은 얼굴이 돌아보았다.
아키라 「…………」
린 「……? 뭔데, 왜 그래?」
아키라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린 「뭐야―. 자자, 빨리 가자고―」
린이 우습다는 듯이 웃고는 밖으로 나간다.
케이스케 「아키라, 괜찮아?」
아키라 「응」
케이스케가 걱정스러운 듯 얼굴을 들여다본다.
왠지 모르게 별로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아 고개를 조금 수그리고 가게를 나왔다.
린에게 배신당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그런 류의 걱정이 아니다.
어딘가 더 깊은 부분에서―――린이 그 정도로 밝게 행동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거리로 나오자 소란스러운 소리가 전해져 왔다.
린 「뭐지? 배틀 하고 있는 건가? 그렇지 않으면 또 그 녀석들이려나」
린이 발돋움하고 사람이 무리지어있는 근처를 바라본다.
녀석들, 이란 처형인을 뜻하는 것이리라.
잔물결처럼 가까이 가지도 멀어지지도 않은 채 무리지어 있던 군중이 갑자기 좌우로 갈라졌다.
케이스케 「……아! 저녀석!」
뛰쳐나온 것은 바로 조금 전에 싸운 그 파란 머리 남자였다.
키리오 「멈추지 못해!?」
군지 「어딜 도망쳐!! 파란 원숭이!!」
포효와 함께 남자 뒤를 좇고 있는 것은 처형인이었다.
역시―――저 남자는 처형인에게 찍혔다.
아무렇지 않게 비겁 행위를 하는 것이 더 낫다고 했으니 당연하다.
린 「아―아, 또 시작됐네……. 저 파란 녀석 알아?」
린이 기막혀하며 케이스케와 아키라를 번갈아가며 보았다.
아키라 「……아니」
남자는 필사적으로 뒤를 돌아보며 달리고 있었지만, 정면에 있는 아키라를 깨닫자 낯빛을 바꾸었다.
남자 「……너희들!」
남자의 핏발선 눈이 아키라, 케이스케, 린의 얼굴을 통과하고는 다시 아키라에게 돌아온다.
달리던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남자가 손을 뻗어 돌연 아키라의 팔을 잡았다.
아키라 「!?」
케이스케 「아키라!?」
린 「에? 잠깐!?」
예상외의 사태에 중심을 잃고 억지로 끌려가 간신히 발을 움직여 속도에 맞춘다.
순간적으로 흔들어 뿌리치려 해도 남자의 손가락은 손목을 꽉 붙잡고 놓치지 않는다.
아키라 「……이거 놔!」
남자 「시끄러워! 됐으니까 뛰어!!」
아키라 「어이!」
남자 「네놈에게는 물어볼 게 있단 말이야!」

린과 케이스케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지고, 뒤에서는 낮은 욕지거리와 무거운 구둣발소리가 뒤쫓아오고 있었다.
선택지 →팔을 뿌리친다일 경우 루트 해석 생략
→팔을 뿌리치지 않는다일 경우.
―――처형인들이다.
상대는 변덕스러운 생트집으로 사냥감을 고통 주다 죽이는 광견(狂犬)이다.
만약 붙잡히면 아키라도 무사하지 못하리라.
어쨌든 지금은 이 남자와 끝까지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폭이 넓고 좁음이 다소 다른 정도일 뿐 같은 인상을 받는 길을 오로지 달린다.
눈앞에 나타난 길 모퉁이를 오른쪽으로 돌았다.
이어서 왼쪽.
왼쪽.

―――직진한다.
아키라 「대체 어디로 가는 거야!」
남자 「내 알 바 아냐!」
정신을 차리자 눈앞에 막다른 벽이 다가오고 있었다.

당황해 발을 멈추자 남자가 거칠게 숨을 쉬면서 혀를 찼다.
남자 「이런 곳에서 붙잡힐까 보냐!」
숨 돌릴 틈도 없이 뒤쪽에서 발소리가 다가온다.
처형인이 아직 쫓아오고 있다.
이대로는 붙잡힌다―――
그 때, 아키라는 충동적으로 남자의 팔을 끌어당겨 막다른 길을 되돌아가고 있었다.
남자 「어이!? 어디로 가는 거야!?」
아키라 「……내 알 바 아냐!」
좀 전과 비슷한 말을 작은 소리로 외치면서, 어쨌든 달려서 모퉁이를 돌았다.
길 옆에 거대한 쇠로 된 상자가 출현한다.
공공용으로 설치된 쓰레기통으로, 사람이 안에 들어가기에 충분한 크기였다.
예전에는 도시의 미화용으로 공헌하던 것이지만 전시중에 숨은 자의 말로인지, 미처 다 수용하지 못한 유체를 누군가가 버린 것인지, 치안이 전체적으로 악화한 지금의 일본에서는 관 대용이 되는 경우도 자주 있었다.
악취가 완전히 차단되는 밀폐 사양 덕분에 썩는 냄새도 새지 않아, 초라한 골목길 따위에서는 거의 방치되고 있었다.
아키라 「……모 아니면 도로군」
남자 「어이, 설마……」
이대로 뛰어다녀도 결국은 따라잡힌다.
―――할 수밖에 없다.
개폐 스위치를 누르고 뚜껑을 열어 가장자리로 발을 올린다.
남자 「으……」
남자가 입가를 손으로 눌렀다.
예측은 하고 있었지만, 상상을 뛰어넘는 들어찬 악취가 새어 나와 아키라도 무심코 얼굴을 돌렸다.
사람의 죽음에서 추출되는 독특한 썩는 냄새.
그러나 그곳에 시체는 없었다.
이미 썩어 뼈로 변했는지, 처리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히 안심했다.
시체와 함께 눕고 싶지는 않다.
냄새만이라면 아직 어떻게든 참을 수도 있다.
이상한 색으로 변색된 쓰레기와 날벌레가 밑에 쌓여 있었지만, 아키라는 개의치않고 안으로 들어가 주저하는 남자를 끌어들인 후 뚜껑을 닫았다.
암흑, 열, 악취.
그것밖에 없다.
장시간 있었다가는 정신이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얼마 안 되어 묵직하게 땅을 밟는 발소리가 다가왔다.
쓰레기통 옆에서 멈춰선다.
처형인들인가―――
빨라져 가는 심장 소리. 호흡.
고막을 찢을 듯한 대음량. 착각.
쓰레기통 너머로 우물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됐어……, 지금 당장 붙잡지 않아도……. 풀어 두고 뒤쫓는 것도 좋겠지……」
「숨바꼭질할래?? 조금씩 몰아넣어 공포로 말려 죽이는 게 더 재미있지~」
남자 「……읏, ……」
옆에 있는 남자의 호흡이 무엇인가에 쓰인 것처럼 거칠어진다.
빨리 가.
빨리 가. 빨리 가. 빨리 가. 빨리 가.
그렇게 읊고 있는 것처럼 들렸다.
잠시 숨을 죽이고 있자 아무것도 들리지 않게 되었다.
떠난 것일까―――?
아키라가 상황을 살피려 막 일어서려던 그때.
아키라 「……윽!」
갑작스러운 굉음과 진동이 쇠로 된 상자를 뒤흔들었다.
요동치는 심장을 필사적으로 억누른다.
눈치챘을지도 모른다―――
다시 천천히 몸을 숙이고 숨을 죽인 후 온 신경을 청각으로 집중시켰다.
그러나 그 이후는 아무리 기다려도 무음(無音)의 세계가 펼쳐질 뿐이었다.
아키라는 긴장으로 숨을 멈추면서 천천히 시간을 들여 신중히 뚜껑을 밀어올렸다.

살짝 열린 가늘고 긴 시야에 사람은 뜨이지 않았다.
아키라 「……읏」
남자 「……으, 콜록……」
내던지듯 뚜껑을 열고 바로 밖으로 뛰쳐나와 공기를 있는 힘껏 들이마셨다.
남자도 안에서 뛰쳐나와 콜록콜록하고 계속 기침을 하고 있다.
맑지 않은 공기가 이 때만은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졌다.
아키라는 천천히 침착성을 되찾으며 몸에 붙은 쓰레기를 털고 벽에 몸을 내던지듯 기댔다.
남자도 맥이 풀린 듯 지면에 웅크려 앉는다.
남자 「……하아. 어이없는 짓 하는군, 너……」
아키라 「네게 그런 소리 듣고 싶지 않아」
남자 「……핫」
남자는 가볍게 어깨를 움츠리고는 웃음 섞인 숨을 내뱉었다.
아키라 「이유는」
남자 「뭐가」
아키라 「나를 여기까지 끌고 온 이유」
남자 「아아……」
기분이 몹시 안 좋아 묻는 어조도 짜증이 난다.
남자는 나른한 듯 얼굴을 들고 삐딱하게 아키라를 노려보며 말없이 한 손을 내밀었다.
아키라 「……?」
남자 「택 돌려줘」
그때, 이 남자의 택을 주운 것을 떠올렸다.
아키라는 상의 주머니를 뒤지려다 문득 손을 멈추고 남자에게 시선을 향했다.
순순히 돌려줄 필요가 어디에 있나.
잘 생각해 보니, 이 남자에게는 피해를 받기만 했다.
남자 「……? 뭐야」
아키라 「안 준다고 한다면?」
남자 「……! 네놈! 비겁해! 룰 위반이야!」
자신은 완전히 예외로 치고 화내는 모습에 도리어 화가 나다 못해 기가 막힌다.
그런 아키라의 태도가 더더욱 비위에 거슬렸는지, 관자놀이에 핏대를 세우던 남자가 일어서려 했다.
아키라도 한순간 자세를 잡았으나, 남자는 갑자기 맥빠진 모습으로 몸에서 힘을 빼고 주저앉아 깊은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숙였다.
남자 「……돌려줘. 그것이 꼭 필요하단 말이야」
아키라 「그것은 그렇게 중요한 물건인가?」
남자 「……그거?」
아키라 「택보다도 먼저 주워갔잖아」
남자 「…………」
남자는 그제야 겨우 말수 적은 아키라가 가리키고 있는 것을 이해한 듯했다.
한 차례 싸웠을 때에 끊어진 흠집투성이의 작은 십자가.
남자는 고개를 숙인 채 양손으로 머리카락을 가볍게 휘젓고 뜸을 들인 후 작게 중얼거렸다.
남자 「……여동생 거야」
아키라 「……동생?」
남자 「그래, 그렇다고. ……그러니까 빨리 돌려달란 말이야!」
의외의 말에 아키라가 당황하자, 남자가 조용히 노기를 띤 어조로 강하게 올려다보았다.
그 눈빛에는 분노나 증오라기보다는 더 필사적인 느낌이 들어, 아키라는 작게 숨을 내쉬고는 택을 꺼내 말없이 남자 쪽으로 던졌다.
애초부터 룰은 무시하고 움직이고 있는 사람이다.
강제로 빼앗으면 그야말로 끝까지 쫓아올지도 모른다.
게다가, 동생이라는 발언이 너무나 의외였기에 어떻게 하려는 마음이 사라졌다.
남자 「…………」
남자는 택을 받으면서 아키라를 똑바로 노려보았다.
적의는 노골적이었지만 이전처럼 달려들 생각은 없는 듯했다.
남자 「……너, 원래 CFC에 있었지?」
갑자기 묻는 말에 무심결에 얼굴을 본다.
남자는 입 끝을 히죽 올렸다.
남자 「역시」
아키라 「……그러면 어쩔 건데」
남자 「어쩐지 본 적이 있다 했지. 너, Bl@ster(블래스터)에 참가했었지? LOST, 였던가. 본명은 아키라」
설마 본명까지 맞출 거라고는 생각지 못한 아키라는 약간 놀랐다.
Bl@ster에서는 통칭인 LOST로만 알려진 상태로, LOST의 본명이 아키라라고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남자 「나도 CFC에 있었어」
……그렇다면, 이 남자도 Bl@ster에 참가했던 것일까.
얕은 기억의 바다를 헤엄쳐 보아도 본 기억은 없었다.
아키라 「……그래서?」
타케루 「아―……. 첫 참가에서 꽤 높이까지 갔다고? 타케루 라는 이름 들어본 적 없나?」
아키라 「…………」
남의 이름 따위는 제대로 기억한 적도 없다.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타케루 「뭐, 모르겠지. 금방 그만뒀으니」
아키라 「그렇군」
타케루 「계속할 수 있었다면 계속했겠지만 말이야. 집안 사정으로」
목소리에는 조금 익살부리는 울림이 있었지만, 타케루는 얼굴을 숙이고 짧은 숨을 내뱉었다.
지금은 열화와 같은 기세가 잠잠해져 있는 탓인지, 그 옆모습에는 피로가 짙게 스며 있는 것처럼 보였다.
타케루 「Bl@ster는 우승자에게 상금이 나오지. 나는 그것이 목적이었다. 그렇지만, 이그라의 보수는 그것과는 비교가 안 돼. 그야말로 일확천금을 노릴 수 있지. 그래서 이곳으로 왔다」
일확천금.
모두 그 야망을 안고 토시마로 모여 이그라에 참가한다.
애초에 참가 동기가 다르지만, 그렇지 않아도 아키라에게는 연이 없는 감각이었다.
돈에도 삶에도 집착할 필요를 느낀 적 따위는 없었다.
타케루 「……너는 왜 이그라에 참가했지? Bl@ster에서도 계속 우승해서 돈도 잔뜩 받았을 거 아냐. 그것으로는 모자랄 정도로 화려하게 놀기라도 하나?」
억양이 없이 평탄한 상태의 지나치게 조용한 목소리에 위화감을 느껴, 아키라는 타케루에게 시선을 향했다.
타케루는 무표정한 어두운 눈동자로 아키라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멀리까지 꿰뚫어 보는 듯한, 기분 나쁜 시선이었다.
타케루 「어이. 대답해 봐」
아키라 「……그런 것에는 흥미가 없어」
이그라에 참가한 이유를 무턱대고 입 밖에 낼 생각은 없다.
그래서 타케루의 질문에는 간결하게, 그러나 진심으로 대답했다.
타케루 「……뭐?」
그러나 타케루는 아키라의 대답을 듣는 것과 동시에 노골적으로 미간을 찌푸리고 조소로 한쪽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
타케루 「그럼 왜 참가했는데? 변덕인가? Bl@ster에서는 너무 많이 이겨서 질렸으니까 살인도 가능한 이그라에서 더 자극을 원한다고? 좋겠네, 부자유하지 않은 녀석은」
점점 기묘한 열기를 띠어 가는 어조에 약간 불안해진다.
타케루의 눈은 아키라 쪽을 보고 있으나 그 증오는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불특정 다수를 향하고 있는 듯했다.
타케루 「그렇게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대충 흘러들어 왔을 뿐인 녀석은 어차피 이해 못 하겠지. 이제까지 태평스럽게 살아왔겠지?
기어올라가고 싶어도 기어올라갈 수 없는, 그런 사람이 있다고는 생각한 적도 없겠지, ……하하, 하하하하하」
아키라 「……어이」
타케루가 낮게 목을 울리며 우습다는 듯이 어깨를 떨었다.
어두운 눈동자는 격렬한 증오의 빛을 되찾고 번뜩이며 아키라를 사로잡는다.
타케루 「이놈이고 저놈이고 그런 녀석들뿐이다……!
아무 생각 없이 살 정도라면, ……아무 생각 없이 살 수 있을 정도라면, 죽어 버리면 되잖아!!
나는 그런 녀석에게는 지지 않아, ……절대로!!」
흐느적 하고 일어선 타케루가 허리 홀더에서 큰 나이프를 꺼냈다.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노기와 살기.
아키라도 가방을 내던지고 허리에 찬 나이프의 자루를 잡았다.
타케루 「……그렇게 나오지 않으면 재미없지」
아키라 「…………」
타케루가 도발적으로 고개를 기울이고 입술을 일그러뜨린다.
자세를 잡으면서도, 아키라는 조금 망설이고 있었다.
타케루는 어째서 이 정도로까지 집념을 불태우고 있는 것인가.
아키라가 누명 불식을 위해 참가하고 있는 것처럼 타케루에게도 무엇인가 다른 양보할 수 없는 이유가 있는 것일까.
타케루는 적어도 클럽에 모여 있는 죽은 눈의 참가자와는 다르다.
그 내면에 데일 듯한 열이 끓어오르고 있다.
타케루 「이얍!!!」
타케루가 아키라를 향해 덤벼들려 한 그때.
문득 골목 저편에서 복수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처형인이 돌아온 것인가.
타케루 「……칫」
직전에 움직임을 멈춘 타케루가 혀를 차고 아키라를 노려보면서 천천히 물러섰다.
타케루 「이르레를 죽이는 것은 나야. ……방해하면 용서 못 해」
타케루는 낮게 내뱉고는 바로 등을 돌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달려갔다.
다가오는 발소리에 아키라도 도망칠 곳을 확보하려 다른 방향으로 가려 했으나, 이윽고 들려오는 소란스러운 목소리에 발걸음이 멈추었다.
??? 「……아키라아??」
조심스러운 소리로 울리는 새된 목소리는 들은 적이 있어, 누구인지 금세 알았다.
아키라는 작게 숨을 내쉬고는 나이프를 넣고 가방을 주워들고 목소리가 난 쪽으로 걸어갔다.

린 「……아!」
케이스케 「……아키라!」
2사람은 아키라를 보자마자 재빨리 달려왔다.
케이스케 「아키라! 괜찮아? 다치거나, 처형인은? 그리고 그 이상한 녀석, ……콜록」
조바심에 초조해하는 케이스케가 흐트러진 숨도 쉬는 둥 마는 둥 질문을 쏟아내다가 도중에 사레가 들렸다.
린 「……아――――, 엄청 뛰어다녔어……!」
린은 린대로 괴로운 듯 양 무릎에 손을 대고 상체를 굽히고 있었으나, 이윽고 하늘을 올려다보듯 얼굴을 들고 눈을 꼭 감았다.
케이스케 「당황해서 뒤를 쫓았지만 금방 잃어버려서……」

그 녀석들이 사냥감을 잃어버렸다는 것은 잘 숨어서 넘겼나 했지만, 아키라를 데리고 간 머리가 파란 녀석, 그 녀석도 굉장한 표정이었으니까」
케이스케 「맞아, 그 녀석은? 없어?」
아키라 「응」
케이스케 「……그래」
주위를 조급하게 둘러보고 있던 케이스케는 이제야 안심한 듯했다.
케이스케 「그 녀석, 어째서 아키라를?」
린 「맞아―, 그 녀석 뭔가 무지 험악한 얼굴로 아키라를 끌고 갔잖아」
신중한 손길로 십자가를 어루만지던 타케루의 모습이 아키라의 뇌리에 떠오른다.
아키라 「그 녀석이 떨어뜨린 소지품을 내가 주웠어. 그것을 되찾고 싶었나 봐」
케이스케 「…………」
케이스케가 미안한 듯이 얼굴을 찌푸렸다.
타케루와 아키라가 싸운 것은 자신 탓이라고 신경 쓰고 있으리라.
린 「그래서, 돌려줬어?」
아키라 「그래」
린 「그럼 뭐 일단락인가. 그렇지만, 굳이 처형인에게 쫓기고 있을 때에 그러지 않아도 되잖아. 끌어들이지 말란 말이야!」
뺨을 부풀린 린이 언성을 높이며 걱정을 떨쳐버리듯 한쪽 팔을 휘두른다.
그 십자가는 동생 것이라고 타케루는 말했다.
이그라 상품에 대한 이상한 집착.
이글거리는 불꽃 같은 번뜩이던 눈빛.
―――그 눈은 흐려져 있지 않았다.
마약을……라인을 쓰지 않는 것일까.
이그라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면 수단은 가리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역시 무엇인가, 타케루에게는 타케루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것이리라.
아키라와 호각으로 싸울 정도의 힘이면서도 Bl@ster 참가를 포기해야만 했던 이유.
타케루 정도의 실력이라면 언젠가 아키라와 대전할 날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거기까지 생각하고 생각을 멈춘다.
신경 써도 어쩔 수 없는 타인의 사정이다.
그러나 그 불꽃과 같은 집념의 근본에는 대체 무엇이 있나―――
그것이 이상하게 신경 쓰여 견딜 수 없었다.
린 「……간다? 듣고 있어? 아키라」
아키라는 완전히 가라앉아 있던 생각의 바다에서 끌어올려져 얼굴을 들었다.
아키라 「……어디로?」
린 「역시 안 듣고 있었구나―. 뛰다가 넘어져서 머리 부딪히기라도 한 거 아니야―?」
린이 샐쭉해져 입술을 삐죽인다.
케이스케 「중립 지대 중 하나로, 이 근처에 호텔이 있으니까 그곳으로 가재」
아키라 「중립지대?」
린 「그래그래, 이그라의 중립지대. 클럽과 같아. 여러 가지로 물건도 보급할 수 있어. 데려다 줄게. 가자?」
아키라가 끄덕이자 린이 빙글 하고 몸을 돌려 큰길 쪽으로 걸어나갔다.
케이스케 「괜찮아? 아키라」
아키라 「아아」
어쩐지 무언가가 석연치 않다.
남의 걱정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그러나 무언가가.
약하디 약한 태양은 이미 서쪽으로 기울어 주위는 밤의 색으로 물들기 시작해 있었다.
2008/05/31 02:00
2008/05/31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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