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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PC판을 해석한 것입니다. PS2판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시키와 마주쳤을 때 나오는 선택지는 린 루트를 클리어했을 때에만 나옵니다. 린 루트를 클리어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무조건 '눈을 돌린다' 루트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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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길을 서쪽으로 나아가자 길을 따라 고요히 치솟은 호텔에 당도했다.
그렇게 큰 건물이 아니다. 예전에는 햇살을 반사하고 있었을 새하얀 벽은 금이 가고 조금 더러워져 있었다.
고장 나 그대로 열려 있는 자동문을 지나자 로비가 있고, 클럽과 같이 참가자들이 느긋하게 쉬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린 「마실 거라도 교환해 올까?」
린이 로비 안으로 걸어가면서 얼굴을 돌렸다.
아키라 「교환?」
린 「왜, 전에 말했잖아. 무효 택……필요없는 택과 교환해 준다던 거」
아키라 「아아」
그러고 보니 그런 말을 들은 듯한 기분도 든다.
객실 접수 카운터 옆 조금 깊숙한 곳에 있는 작은 방은 휴대품 보관소로, 손님의 귀중품을 맡아 두는 금고가 있다.
그 접수 테이블 너머에 험악한 표정의 아저씨가 털썩 앉아 있었다.
린 「아저씨―. 물 2병이랑 솔리드 10개」
테이블에 몸을 쑥 내민 린이 경쾌하게 말을 걸자 아저씨는 말없이 주문받은 것을 꺼냈다.
린 「자」
린이 힙색에서 택을 2개 꺼내 테이블에 난잡하게 내려놓았다.
아저씨가 그것을 흘깃 보고는 고개를 흔들고 굵은 손가락을 4개 펼쳤다.
린 「에에―? ……칫, 바가지네」
노골적으로 불만스러워한 린이 마지못해 택을 2개 추가한다. 괴팍해 보이는 아저씨는 단 한마디도 안 하고 그러모았다.
린 「좋아」
린은 물병 2병과 솔리드 10개를 안고는 다시 로비로 걸어왔다.
케이스케 「……하―, 정말 택으로 교환이 되는구나」
뒤에서 신기하다는 듯 보고 있던 케이스케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린 「그래―. 이 외에도 응급처치 도구 같은 꽤 유용한 것이 여러 가지 있어―」
린은 로비 한구석에 있는 빈 소파에 앉았다. 아키라와 케이스케도 린과 마주보는 위치에 있는 소파에 앉는다.
린 「반 줄게」
물병 1병과 솔리드 5개가 아무렇게나 아키라와 케이스케 쪽으로 던져진다.
린의 후한 성격에 케이스케가 놀라 눈을 깜박였다.
케이스케 「……에, 괜찮아?」
린 「응. 나는 무효 택 잔뜩 갖고 있으니까 괜찮지만, 아키라와 케이스케는 아직 막 왔으니까―」
케이스케 「……고마워」
케이스케는 솔직하게 기쁜 듯한 미소를 띠었지만, 아키라는 잠자코 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얼음장 같은 시선을 본 탓인지 린의 밝은 모습도 친절함도 어딘가에 그림자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무심코 그렇게 생각하고 만다.
린 「응? 아키라, 왜 그래?」
아키라 「……아니」
아키라는 고개를 가로젓고 시선을 돌리고는 소파 팔걸이에 턱을 괴고 얼굴을 돌렸다.
린 「그게 뭐야」
케이스케 「아키라, 이거 내 럭색에 넣어 둔다?」
아키라 「아아」
적당히 끄덕이면서 로비 자동문 너머로 보이는 어두운 길로 시선을 던진다.
아무래도 공기가 어색하게 느껴져 케이스케나 린과 이야기를 할 기분이 들지 않았다. 그렇게 느끼고 있는 것은 아마도 자신 혼자일 것이리라.
가만히 있자 귓속에서 타케루와의 대화가 자동적으로 재생되었다.
Bl@ster에 참가하는 녀석들은 대부분 상금이나 불안을 없애는 것이 목적이었다.
전쟁터의 병사로 자랐건만 어중간하게 길이 끊어진 아이들의 방황의 판로도 되었다.
그 모든 것은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서였다.
생활해 나가기 위해, 기분을 풀기 위해.
Bl@ster에서는 그런 자기와 자기가 주먹으로 맞부딪히는 장소였다.
그것은 이그라도 다름없을 터이다.
누구를 위해서 싸우는 일 따위는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타케루는 아마도 다르다. 자신을 위해서 싸우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다는 말인가.
답을 얻을 수 없는 의문은 십자가를 움켜쥐는 타케루의 모습과 함께 몇 번이나 머릿속에서 돌고 돈다.
아키라는 천천히 숨을 내쉬고 일어섰다.
린 「왜 그래, 아키라?」
아키라 「잠깐 바깥바람 좀 쐬고 올게」
린 「알았어. 케이스케, 졸린 것 같으니까 나는 여기에서 기다릴게」
케이스케에게 시선을 향하자 눈꺼풀이 무거워지기 시작한 듯했다.
케이스케 「졸리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
아키라 「피곤하겠지. 조금 자」
케이스케 「……응, 미안」
잠으로 빠져드는 케이스케를 보고 나서 아키라는 고장 난 자동문을 빠져나가 호텔 밖으로 향했다.
이미 밤이 찾아온 토시마의 바깥공기는 완전히 식어 있었다.
아무래도 진정되지 않는다.
혼자 있으면서 이 두근거림과도 닮은 기분 나쁜 감각을 진정시키고 싶었다.
호텔에서 나와 바로 옆에 있는 골목으로 들어가 벽에 기댄다.
손바닥을 벽에 대자 콘크리트의 무기질적인 냉랭함이 스며드는 듯해 기분 좋았다.
머리도 기댄 채 한동안 눈을 감고 있자 큰길을 몇 사람이 달려가는 기척이 있었다.
몸을 일으키고 상황을 살핀다.
때때로 사람들이 무엇인가 외치고 있는 듯했다.
남자 「시키가―――……!」
―――시키.
지나치며 한순간 들렸을 뿐이지만 확실히 그렇게 말했다.
큰길 동쪽……호텔과는 반대쪽에서 아직 그 외에도 몇 사람이 달려온다.
어두운 탓에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즐거운 듯한 모습이 아니다.
도망치고 있는 것인가.
시키……사람 이름인 것일까. 그렇다면, 대체 누구인가.
안색을 바꾸고 도망치고 싶어질 호걸이 이그라 참가자 중에 있는 것일까.
문득 흥미가 생긴다.
경계를 늦추지 않으면 확인하는 정도는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 기분이 잊힌다면 조금은.
아키라는 거리로 나와서 남자들이 달려가는 흐름과는 반대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거리에서 동쪽으로 조금 걸어간 곳에서 발을 멈추었다.
근처에 있던 녀석들은 대부분 도망쳐 버렸는지 인기척이 없어, 언뜻 보면 큰길은 아무 이상 없는 듯했다.
그러나 금세 기척으로 깨달았다.
아키라 「…………」
길 옆에서 안으로 뻗어 있는 골목.
그곳에서 떠도는 심상치 않은 공기.
단순한 살기나 투기가 아니다. 날카롭고 세련되었다.
긴장으로 자연스럽게 몸이 굳어진다.
희미한 달빛이 골목의 어둠을 어렴풋하게 희석해 무참한 광경을 아키라 앞에 비추고 있다.
검게 보이는 피구덩이. 흩날린 피의 궤적. 농후한 이취(異臭).
쓰러져 있는 것은 5, 6명의 남자였다.
그리고 그 중앙에, 이쪽에 등을 돌리고 서 있는 남자가 있었다.
이 위압적인 공기를 발하고 있는 검은 코트를 두른 등―――
저것이 도망치던 녀석들이 외치던 「시키」인 것일까.
한순간 뇌리에 무엇인가가 스쳐 지나간다.
어딘가에서 비슷한 화면을 본 듯한 기분이 들었다.
무엇이었지―――
그때 남자가 천천히 움직여 어깨너머로 이쪽을 돌아보았다.
피보다도 붉은, 진홍색 눈동자.
칼날같이 예리한 시선이 아키라를 똑바로 사로잡는다.
조용한, 그러나 무서울 정도의 기백―――
그때에는 이미 완전히 꼼짝할 수 없었다.
갑자기 남자의 모습이 어둠에 뒤섞여 보이지 않는다.
―――어디지?
시선이 방황한 다음 순간.
그림자가 골목에서 뛰쳐나왔다.
아키라 「……윽!!」
바람을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 흰 칼날의 일섬.
아키라 「!」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중심을 잃으면서도 어떻게든 뒤로 물러선다.
손에 들고 있던 가방을 내던지고 허리 홀더로 손을 뻗었다.
온통 새카만 남자는 착지와 함께 발끝으로 가볍게 지면을 박차고 다시 아키라에게 돌진해 왔다.
아키라 「……읏」
뽑아든 나이프를 눈앞으로 치켜들고 내려치는 일격을 막는다.
서로 부딪히는 충격과 소리.
일본도에 대해 작은 나이프로는 양손으로 자루를 받쳐들고 견디는 것이 고작이었다.
아마도 이 나이프가 아니었다면 아주 간단히 칼날이 부러졌을 것이다.
남자는 서서히 힘을 주면서 날카롭고 차가운 눈빛으로 아키라를 조용히 응시하고 있었다.
바로 앞에서 보는 그 얼굴은 창백하고 무표정해, 눈만이 붉은 살기로 소용돌이치고 있다.
마치……인형 같다.
막고 있는 아키라의 팔이 떨릴 정도로 힘을 주고 있건만 눈앞의 남자는 얼굴빛 하나 바꾸지 않는다.
저 남자도 이그라 참가자인 것일까.
남자가 사라진 골목을 바라보고 있는 중에 고양이 사라지고, 대신해 서서히 분함이 치밀어 오른다.
이그라는 Bl@ster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그 차이를 확실히 눈앞에 들이민 듯한 기분이었다.
Bl@ster의 우승자라는 칭호 따위는 여기에서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물론 그런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고, 그것은 지금도 같았지만.
입 안에 퍼지는 씁쓸함을 악물면서 나이프를 돌려놓고 가방을 줍는다.
린이나 케이스케와 함께 있던 때의 안 좋은 기분은 이미 어딘가로 사라져 있었다. 호텔로 돌아가기 위해 걷기 시작했다.
그때 문득 기척을 느낀 기분이 들어 아키라는 등 뒤로 의식을 집중시켰다.
1명이 아니다, 희미한 발소리. 2명……, 3명.
발걸음을 조금 높이지만 따라온다. 좇아오고 있다.
대단한 상대는 아닌 것 같았지만 복수라면 조금 귀찮았다.
이그라의 기본 룰은 1대 1. 그리고 관중이 있을 것.
그러나 저쪽이 반드시 참가자라고는 한정 지을 수 없다.
남자 「에잇!!」
아키라 「……읏」
앞길을 가로막듯이 앞쪽 골목에서 남자가 1명 뛰어나왔다.
아키라를 향해 달리면서 나이프를 내지른다.
난잡한 움직임은 무모해 틈이 잔뜩 있었다. ……이 정도라면.
몇 번째 내지르는 팔을 붙잡고는 자기 쪽으로 세게 당겨 다른 한쪽 손으로 어깨를 잡고 팔을 높이 비튼다.
참가자B 「그악!! 아야!!」
참가자A 「이 자식!!」
손을 때려 나이프를 떨어뜨린 후 팔을 비튼 채 지면으로 쓰러뜨렸을 때 등 뒤에 또 1명의 기척이 나타난다.
뒤돌아보듯이 배에 돌려차기를 먹인 후 웅크린 남자의 턱을 발끝으로 차올렸다.
참가자A 「으……! 그학……」
남자가 손에 들고 있는 나이프가 떨어져 아스팔트에 미끄러진다.
참가자C 「힉……」
2명째와 함께 옆 골목에서 뛰어나온 3명째 남자는 아키라가 시선을 향하자 나이프를 손에 든 채 꼼짝달싹 못했다.
시키의 칼을 막은 여파가 아직 양팔에 남아 있었지만 이 정도 상대라면 여럿이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무기를 들 것까지도 없었다.
아키라가 3명째를 향해 공격하려 했을 그때.
아키라 「……윽!!」
격렬한 작렬음과 함께 등에 무수한 바늘이 꽂히는 듯한 충격이 지나갔다. 한순간 호흡이 멈춘다.
충격은 마비가 되어 손발 끝에까지 미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지면에 무릎을 꿇는다.
뒤돌아보자 조금 전 배를 채여 웅크리고 있던 남자가 무엇인가를 손에 들고 엎드려 있었다.
참가자A 「……헤헤, 아쉽게 됐군―. 쫄았지?」
―――스턴건.
아키라 「……!」
일어서려한 순간 뒤에서 머리카락을 붙잡는다.
몸을 옆으로 쓰러뜨려 뒤로 쓰러질뻔한 것을 스스로 엎드렸다.
지면에 등을 대면―――진다.
참가자B 「오―오―, 열심인데. 감전되어도 뒤로 눕지는 않겠다고? 패배가 되어 버리니 말이야」
아키라의 눈앞에 주저앉아 얼굴을 들여다본 것은 처음에 정면에서 덤벼든 남자였다.
흰색이라고도 할 수 없는 기묘한 광택을 띈 머리카락색은 은색으로 물들인 것이리라.
남자는 히죽 웃고 일어서 아키라의 머리를 뛰어넘어 허리에 올라탔다.
전류의 저릿함으로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 양손이 허리 뒤로 묶인다.
참가자B 「나랑 놀까? 관중도 있고 말이야……, 택 쟁탈전 해 보자고?」
완전히 놀리는 어조. 귓전에 낮은 웃음소리가 울린다.
시선을 주위로 돌리자 다른 2명도 일어선 듯했다.
아키라 「……비켜」
참가자B 「하아? 그런 소리 듣고 비키는 바보가 어디에 있냐」
참가자A 「아까 배 찼을 때 진짜 열 받았는데. 빨리 두들겨 패고 택 빼앗아 버리라고」
참가자B 「뭐어, 그렇게 안달하지 말라고. 이 녀석 말이야, 잘 보면 꽤 괜찮은 얼굴이야」
아키라 「……윽」
올라탄 남자가 뒤에서 손을 뻗어 아키라의 턱을 강제로 위를 향하게 했다.
복부를 누르고 있는 남자……아키라에게 스턴건을 맞힌 남자는 험악한 얼굴로 아키라를 노려보고 있다.
아까 바싹 움츠러든 남자는 아직도 무서워하며 꼼짝달싹 못하고 있었다.
탁해진 눈동자가 6개.
아마도 전원 라인을 복용했다.
참가자A 「엑, 너 그쪽 취미 있었어? 좀 봐 줘라」
참가자B 「차별은 안 좋다고? 뭐, 나는 얼굴이 괜찮으면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지만」
참가자A 「단순한 욕구불만이냐」
남자들이 킬킬거리며 천박한 웃음소리를 낸다.
아키라 「……읏, ……이거 놔!」
혐오와 분노가 치밀어올라 붙잡힌 손을 흔들어 풀려 했지만 자세 때문에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명백히 불리한 상황이었다.
참가자B 「얌전히 있어!」
아키라 「……윽」
등 뒤에서 머리카락을 힘껏 잡아당긴다.
귓가에 남자의 숨이 닿았다.
참가자B 「지기 전에 기분 좋게 해 주겠다잖아……, 응?」
미지근한 속삭임에 구역질이 났다.
남자의 손이 난폭하게 벨트를 풀려 했을 때, 아키라는 핏기가 가시는 소리를 귓속에서 들었다.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것은 토시마에 와서 바로 본, 그 광경.
이그라의 승자가 패자를 범하는 모습―――그런 식으로 멸시받는 것만은 싫었다. ……절대로.
아키라 「……비켜!」
참가자B 「……윽, 이 자식!」
남자를 떨어뜨리려 전신으로 저항한다.
아직 그렇게 잘 움직일 수 없다고 얕보고 있었는지, 이번에는 의외로 금세 양손의 구속을 풀 수 있었다.
양 팔꿈치로 일어서려다가 세게 맞는다.
아키라 「……!」
참가자B 「……얌전히 있으라고 했잖아!!」
아키라에 올라타 있던 남자가 갑자기 격양된 소리를 내질렀다.
구타당해 시계가 흔들렸지만 통증을 통증으로 느끼기 전에 이를 악물고 일어서려 했다.
그때 갑자기 뺨에 차가운 감촉이 닿았다.
참가자B 「그 이상 날뛰면 목 베 버린다?」
나이프 끝이 돌연 뺨을 미끄러져 아키라의 눈앞으로 치켜 올라간다.
아키라 「…………」
참가자A 「조금쯤 따끔한 맛을 보여주지 않으면 모르는 거 아니야?」
참가자B 「그렇군……」
남자가 아키라의 오른팔을 잡고 뒤로 비틀어 올렸다.
무리한 자세에 관절이 비명을 지른다.
참가자B 「너, 잘 쓰는 팔 이쪽? 뭐, 어느 쪽이라도 상관없나……. 난도질해 주지」
끈적이는 목소리와 함께 나이프가 상의 위로 오른팔을 천천히 에기 시작한다.
아키라 「……윽……」
상의 천을 지나 피부에 닿아 나이프 끝이 파고든다.
날카로운 통증이 꿰뚫었다.
참가자B 「아파? 이봐……」
나이프가 빠져나가고 남자가 아키라의 귓가에 속삭인다.
턱을 세게 잡혀 강제로 옆을 향하게 했다.
눈앞에 은발 남자의 히죽이는 얼굴.
그리고 끝이 희미하게 붉은색으로 물든 나이프가 있다. 아키라의 피다.
보란듯이 남자가 나이프를 혀로 핥는다. 생리적인 혐오가 들어 아키라는 미간을 찌푸리고 눈을 굳게 감았다.
참가자B 「한 번 더, ……해 볼까!」
남자가 아키라의 오른팔을 잡고 다시 나이프를 치켜들었다.
다가올 통증과 충격에 대비해 몸을 긴장시킨다.
―――그러나.
아키라 「……?」
한순간 침묵이 찾아오고 아키라의 바로 귓전에서 금속성의 높은 소리가 울렸다.
남자가 조금 전에 쥐고 있던 나이프가 얼굴 옆으로 미끄러져 지면으로 떨어진 것이다.
참가자A 「……어이?」
다른 2명이 눈을 크게 뜨고 아키라에 올라타 있는 남자를 응시하고 있다.
남자가 움직이는 기색은 없다.
의아하게 여기고 가볍게 몸을 움직이자 몸 위에 실려 있던 체중이 흔들렸다.
찔린 오른팔이 아팠지만 신경 쓰지 않고 일어서 바로 떨어졌다.
참가자B 「……으, 긋……」
남자는 등을 뒤로 젖히고 양손으로 목을 누르며 괴로운 표정으로 신음하고 있었다. 크게 벌린 입에서 혀를 내밀고 있다.
피부는 기묘한 색으로 변색되고 있고, 때때로 격렬하게 경련했다.
참가자B 「가, 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남자의 몸이 중력에 끌려가듯 천천히 기울어진다.
예상외의 사태에 사고가 따라가지 못해, 아키라는 잠시 아연해 눈앞의 광경을 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남자가 괴로워하는 모습은 심상치 않았다.
가벼운 금속이 몇 번이나 스치는 듯한 소리를 깨닫고 시선을 향한다.
몸부림치며 괴로워하는 남자의 바지 주머니에서 택 다발이 보였다.
남자는 이미 위를 향했다고 할 수 있는 상태로, 지면에 등을 대고 구르고 있다.
―――승리는 확실하다. ……그렇다면.
아키라는 몸속에 울려 퍼지는 심장 고동을 들으며 재빠르게 택 다발로 손을 뻗었다.
참가자A 「……아! 네, 네놈……!」
스턴건을 들고 있던 남자가 눈치를 챘지만 주눅이 들었는지 움직임이 둔하다.
아키라는 은발 남자의 가슴에 걸려 있는 택도 잡아 뜯고 일어서 던져놓았던 가방을 들고 뛰기 시작했다.
큰길에서 골목으로 들어간다.
참가자A 「네놈!! 기다려!!」
목소리는 한동안 쫓아왔지만 이윽고 멀어져 들리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큰 건물이 아니다. 예전에는 햇살을 반사하고 있었을 새하얀 벽은 금이 가고 조금 더러워져 있었다.

린 「마실 거라도 교환해 올까?」
린이 로비 안으로 걸어가면서 얼굴을 돌렸다.
아키라 「교환?」
린 「왜, 전에 말했잖아. 무효 택……필요없는 택과 교환해 준다던 거」
아키라 「아아」
그러고 보니 그런 말을 들은 듯한 기분도 든다.
객실 접수 카운터 옆 조금 깊숙한 곳에 있는 작은 방은 휴대품 보관소로, 손님의 귀중품을 맡아 두는 금고가 있다.
그 접수 테이블 너머에 험악한 표정의 아저씨가 털썩 앉아 있었다.
린 「아저씨―. 물 2병이랑 솔리드 10개」
테이블에 몸을 쑥 내민 린이 경쾌하게 말을 걸자 아저씨는 말없이 주문받은 것을 꺼냈다.
린 「자」
린이 힙색에서 택을 2개 꺼내 테이블에 난잡하게 내려놓았다.
아저씨가 그것을 흘깃 보고는 고개를 흔들고 굵은 손가락을 4개 펼쳤다.
린 「에에―? ……칫, 바가지네」
노골적으로 불만스러워한 린이 마지못해 택을 2개 추가한다. 괴팍해 보이는 아저씨는 단 한마디도 안 하고 그러모았다.
린 「좋아」
린은 물병 2병과 솔리드 10개를 안고는 다시 로비로 걸어왔다.
케이스케 「……하―, 정말 택으로 교환이 되는구나」
뒤에서 신기하다는 듯 보고 있던 케이스케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린 「그래―. 이 외에도 응급처치 도구 같은 꽤 유용한 것이 여러 가지 있어―」

린 「반 줄게」
물병 1병과 솔리드 5개가 아무렇게나 아키라와 케이스케 쪽으로 던져진다.
린의 후한 성격에 케이스케가 놀라 눈을 깜박였다.
케이스케 「……에, 괜찮아?」
린 「응. 나는 무효 택 잔뜩 갖고 있으니까 괜찮지만, 아키라와 케이스케는 아직 막 왔으니까―」
케이스케 「……고마워」
케이스케는 솔직하게 기쁜 듯한 미소를 띠었지만, 아키라는 잠자코 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얼음장 같은 시선을 본 탓인지 린의 밝은 모습도 친절함도 어딘가에 그림자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무심코 그렇게 생각하고 만다.
린 「응? 아키라, 왜 그래?」
아키라 「……아니」
아키라는 고개를 가로젓고 시선을 돌리고는 소파 팔걸이에 턱을 괴고 얼굴을 돌렸다.
린 「그게 뭐야」
케이스케 「아키라, 이거 내 럭색에 넣어 둔다?」
아키라 「아아」
적당히 끄덕이면서 로비 자동문 너머로 보이는 어두운 길로 시선을 던진다.
아무래도 공기가 어색하게 느껴져 케이스케나 린과 이야기를 할 기분이 들지 않았다. 그렇게 느끼고 있는 것은 아마도 자신 혼자일 것이리라.
가만히 있자 귓속에서 타케루와의 대화가 자동적으로 재생되었다.
Bl@ster에 참가하는 녀석들은 대부분 상금이나 불안을 없애는 것이 목적이었다.
전쟁터의 병사로 자랐건만 어중간하게 길이 끊어진 아이들의 방황의 판로도 되었다.
그 모든 것은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서였다.
생활해 나가기 위해, 기분을 풀기 위해.
Bl@ster에서는 그런 자기와 자기가 주먹으로 맞부딪히는 장소였다.
그것은 이그라도 다름없을 터이다.
누구를 위해서 싸우는 일 따위는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타케루는 아마도 다르다. 자신을 위해서 싸우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다는 말인가.
답을 얻을 수 없는 의문은 십자가를 움켜쥐는 타케루의 모습과 함께 몇 번이나 머릿속에서 돌고 돈다.
아키라는 천천히 숨을 내쉬고 일어섰다.
린 「왜 그래, 아키라?」
아키라 「잠깐 바깥바람 좀 쐬고 올게」
린 「알았어. 케이스케, 졸린 것 같으니까 나는 여기에서 기다릴게」
케이스케에게 시선을 향하자 눈꺼풀이 무거워지기 시작한 듯했다.
케이스케 「졸리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
아키라 「피곤하겠지. 조금 자」
케이스케 「……응, 미안」
잠으로 빠져드는 케이스케를 보고 나서 아키라는 고장 난 자동문을 빠져나가 호텔 밖으로 향했다.

아무래도 진정되지 않는다.
혼자 있으면서 이 두근거림과도 닮은 기분 나쁜 감각을 진정시키고 싶었다.
호텔에서 나와 바로 옆에 있는 골목으로 들어가 벽에 기댄다.
손바닥을 벽에 대자 콘크리트의 무기질적인 냉랭함이 스며드는 듯해 기분 좋았다.
머리도 기댄 채 한동안 눈을 감고 있자 큰길을 몇 사람이 달려가는 기척이 있었다.
몸을 일으키고 상황을 살핀다.
때때로 사람들이 무엇인가 외치고 있는 듯했다.
남자 「시키가―――……!」
―――시키.
지나치며 한순간 들렸을 뿐이지만 확실히 그렇게 말했다.
큰길 동쪽……호텔과는 반대쪽에서 아직 그 외에도 몇 사람이 달려온다.
어두운 탓에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즐거운 듯한 모습이 아니다.
도망치고 있는 것인가.
시키……사람 이름인 것일까. 그렇다면, 대체 누구인가.
안색을 바꾸고 도망치고 싶어질 호걸이 이그라 참가자 중에 있는 것일까.
문득 흥미가 생긴다.
경계를 늦추지 않으면 확인하는 정도는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 기분이 잊힌다면 조금은.
아키라는 거리로 나와서 남자들이 달려가는 흐름과는 반대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근처에 있던 녀석들은 대부분 도망쳐 버렸는지 인기척이 없어, 언뜻 보면 큰길은 아무 이상 없는 듯했다.
그러나 금세 기척으로 깨달았다.
아키라 「…………」
길 옆에서 안으로 뻗어 있는 골목.
그곳에서 떠도는 심상치 않은 공기.
단순한 살기나 투기가 아니다. 날카롭고 세련되었다.
긴장으로 자연스럽게 몸이 굳어진다.
희미한 달빛이 골목의 어둠을 어렴풋하게 희석해 무참한 광경을 아키라 앞에 비추고 있다.
검게 보이는 피구덩이. 흩날린 피의 궤적. 농후한 이취(異臭).
쓰러져 있는 것은 5, 6명의 남자였다.
그리고 그 중앙에, 이쪽에 등을 돌리고 서 있는 남자가 있었다.
이 위압적인 공기를 발하고 있는 검은 코트를 두른 등―――
저것이 도망치던 녀석들이 외치던 「시키」인 것일까.
한순간 뇌리에 무엇인가가 스쳐 지나간다.
어딘가에서 비슷한 화면을 본 듯한 기분이 들었다.
무엇이었지―――
그때 남자가 천천히 움직여 어깨너머로 이쪽을 돌아보았다.

칼날같이 예리한 시선이 아키라를 똑바로 사로잡는다.
조용한, 그러나 무서울 정도의 기백―――
그때에는 이미 완전히 꼼짝할 수 없었다.
갑자기 남자의 모습이 어둠에 뒤섞여 보이지 않는다.
―――어디지?

그림자가 골목에서 뛰쳐나왔다.
아키라 「……윽!!」
바람을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 흰 칼날의 일섬.
아키라 「!」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중심을 잃으면서도 어떻게든 뒤로 물러선다.
손에 들고 있던 가방을 내던지고 허리 홀더로 손을 뻗었다.
온통 새카만 남자는 착지와 함께 발끝으로 가볍게 지면을 박차고 다시 아키라에게 돌진해 왔다.

뽑아든 나이프를 눈앞으로 치켜들고 내려치는 일격을 막는다.
서로 부딪히는 충격과 소리.
일본도에 대해 작은 나이프로는 양손으로 자루를 받쳐들고 견디는 것이 고작이었다.
아마도 이 나이프가 아니었다면 아주 간단히 칼날이 부러졌을 것이다.
남자는 서서히 힘을 주면서 날카롭고 차가운 눈빛으로 아키라를 조용히 응시하고 있었다.
바로 앞에서 보는 그 얼굴은 창백하고 무표정해, 눈만이 붉은 살기로 소용돌이치고 있다.
마치……인형 같다.
막고 있는 아키라의 팔이 떨릴 정도로 힘을 주고 있건만 눈앞의 남자는 얼굴빛 하나 바꾸지 않는다.
| 선택지 →눈을 돌린다일 경우 가까이서 서로 노려보는 것에 견딜 수 없어져 무심코 눈을 돌렸다. 이 이상 보고 있으면 예리한 시선이 눈 속까지 파고들어 몸속을 찢어발길 듯한 기분이 들었다. ![]() 칼을 옆으로 한 번 휘둘러 바람을 울리고 말없이 아키라를 바라본다. 그러나 금세 흥미를 잃은 듯 등을 돌렸다. 남자의 행동에 씁쓸한 패배감을 맛본다. 눈을 돌리고 말았다. 이쪽의 약한 모습을 보였다. ―――더 이상 상대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되었다. 그렇게 느껴져 굴욕적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압도되고만 자기 탓이기도 하다. 그 정도로 압도된 적은 이제까지 한 번도 없었다. 지금도 아직 보이지 않는 불꽃이 휘감겨 있는 듯한 찌릿찌릿한 여운이 있다. 강하다―――머리가 아닌 피부로 그렇게 느꼈다. 고동이 고조된 채 진정되지 않는다. 경질의 발소리가 귀에 닿아 시선을 향하자 남자의 모습은 이미 골목 어둠 속으로 사라져 있었다. |
| 선택지 →눈을 돌리지 않는다일 경우 손에 땀이 배고 피가 역류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신경이란 신경에 끊임없는 경고가 전달된다. 남자의 붉은 눈동자는 보면 볼수록 빨려들어가 삼켜져 버릴 것 같아진다. 가득 찬 강한 빛. 그러나 결코 눈을 돌리지 않았다. 이를 악물고 노려보았다. 눈을 돌리면 진다―――머릿속 어딘가에서 그런 소리가 강하게 울리고 있었다. 시키 「…피라미가」 아키라 「……윽」 낮게 중얼거린 말에 부아가 치밀었지만 남자는 그 이상 공격할 기색은 보이지 않고 아키라의 나이프를 강하게 되밀어 쳐낸 후 뒤로 물러섰다. 힘 싸움에서 겨우 해방된 양팔은 열을 띠고 강하게 맥박치고 있었다. ![]() 남자는 턱을 들고 비스듬히 아키라를 내려다보았다. 약자를 조소하는 싸늘한 눈빛. 그때 아키라는 이 위압의 정체를 알아차렸다―――절대적인 힘과 자신감. 남자는 한동안 말없이 아키라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이윽고 발을 돌렸다. 온통 새카만 모습이 골목 어둠으로 녹아든다. 아키라 「…………」 좇으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상대가 안 된다고 피부로 느꼈기 때문이다. 강하다―――이 정도로까지 압도된 적은 이제까지 한 번도 없었다. 저 남자가 시키, 라고 하는 것일까. 패배감도 있었지만 그 이상으로 고양되어 있었다. 맛본 적 없는 조용한 흥분에 고동이 아직 높이 맥박치고 있다. |
저 남자도 이그라 참가자인 것일까.
남자가 사라진 골목을 바라보고 있는 중에 고양이 사라지고, 대신해 서서히 분함이 치밀어 오른다.
이그라는 Bl@ster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그 차이를 확실히 눈앞에 들이민 듯한 기분이었다.
Bl@ster의 우승자라는 칭호 따위는 여기에서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물론 그런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고, 그것은 지금도 같았지만.
입 안에 퍼지는 씁쓸함을 악물면서 나이프를 돌려놓고 가방을 줍는다.
린이나 케이스케와 함께 있던 때의 안 좋은 기분은 이미 어딘가로 사라져 있었다. 호텔로 돌아가기 위해 걷기 시작했다.
그때 문득 기척을 느낀 기분이 들어 아키라는 등 뒤로 의식을 집중시켰다.
1명이 아니다, 희미한 발소리. 2명……, 3명.
발걸음을 조금 높이지만 따라온다. 좇아오고 있다.
대단한 상대는 아닌 것 같았지만 복수라면 조금 귀찮았다.
이그라의 기본 룰은 1대 1. 그리고 관중이 있을 것.
그러나 저쪽이 반드시 참가자라고는 한정 지을 수 없다.
남자 「에잇!!」
아키라 「……읏」
앞길을 가로막듯이 앞쪽 골목에서 남자가 1명 뛰어나왔다.
아키라를 향해 달리면서 나이프를 내지른다.
난잡한 움직임은 무모해 틈이 잔뜩 있었다. ……이 정도라면.
몇 번째 내지르는 팔을 붙잡고는 자기 쪽으로 세게 당겨 다른 한쪽 손으로 어깨를 잡고 팔을 높이 비튼다.
참가자B 「그악!! 아야!!」
참가자A 「이 자식!!」
손을 때려 나이프를 떨어뜨린 후 팔을 비튼 채 지면으로 쓰러뜨렸을 때 등 뒤에 또 1명의 기척이 나타난다.
뒤돌아보듯이 배에 돌려차기를 먹인 후 웅크린 남자의 턱을 발끝으로 차올렸다.
참가자A 「으……! 그학……」
남자가 손에 들고 있는 나이프가 떨어져 아스팔트에 미끄러진다.
참가자C 「힉……」
2명째와 함께 옆 골목에서 뛰어나온 3명째 남자는 아키라가 시선을 향하자 나이프를 손에 든 채 꼼짝달싹 못했다.
시키의 칼을 막은 여파가 아직 양팔에 남아 있었지만 이 정도 상대라면 여럿이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무기를 들 것까지도 없었다.
아키라가 3명째를 향해 공격하려 했을 그때.
아키라 「……윽!!」
격렬한 작렬음과 함께 등에 무수한 바늘이 꽂히는 듯한 충격이 지나갔다. 한순간 호흡이 멈춘다.
충격은 마비가 되어 손발 끝에까지 미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지면에 무릎을 꿇는다.
뒤돌아보자 조금 전 배를 채여 웅크리고 있던 남자가 무엇인가를 손에 들고 엎드려 있었다.
참가자A 「……헤헤, 아쉽게 됐군―. 쫄았지?」
―――스턴건.
아키라 「……!」
일어서려한 순간 뒤에서 머리카락을 붙잡는다.
몸을 옆으로 쓰러뜨려 뒤로 쓰러질뻔한 것을 스스로 엎드렸다.
지면에 등을 대면―――진다.
참가자B 「오―오―, 열심인데. 감전되어도 뒤로 눕지는 않겠다고? 패배가 되어 버리니 말이야」
아키라의 눈앞에 주저앉아 얼굴을 들여다본 것은 처음에 정면에서 덤벼든 남자였다.
흰색이라고도 할 수 없는 기묘한 광택을 띈 머리카락색은 은색으로 물들인 것이리라.
남자는 히죽 웃고 일어서 아키라의 머리를 뛰어넘어 허리에 올라탔다.
전류의 저릿함으로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 양손이 허리 뒤로 묶인다.

완전히 놀리는 어조. 귓전에 낮은 웃음소리가 울린다.
시선을 주위로 돌리자 다른 2명도 일어선 듯했다.
아키라 「……비켜」
참가자B 「하아? 그런 소리 듣고 비키는 바보가 어디에 있냐」
참가자A 「아까 배 찼을 때 진짜 열 받았는데. 빨리 두들겨 패고 택 빼앗아 버리라고」
참가자B 「뭐어, 그렇게 안달하지 말라고. 이 녀석 말이야, 잘 보면 꽤 괜찮은 얼굴이야」
아키라 「……윽」
올라탄 남자가 뒤에서 손을 뻗어 아키라의 턱을 강제로 위를 향하게 했다.
복부를 누르고 있는 남자……아키라에게 스턴건을 맞힌 남자는 험악한 얼굴로 아키라를 노려보고 있다.
아까 바싹 움츠러든 남자는 아직도 무서워하며 꼼짝달싹 못하고 있었다.
탁해진 눈동자가 6개.
아마도 전원 라인을 복용했다.
참가자A 「엑, 너 그쪽 취미 있었어? 좀 봐 줘라」
참가자B 「차별은 안 좋다고? 뭐, 나는 얼굴이 괜찮으면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지만」
참가자A 「단순한 욕구불만이냐」
남자들이 킬킬거리며 천박한 웃음소리를 낸다.
아키라 「……읏, ……이거 놔!」
혐오와 분노가 치밀어올라 붙잡힌 손을 흔들어 풀려 했지만 자세 때문에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명백히 불리한 상황이었다.
참가자B 「얌전히 있어!」
아키라 「……윽」
등 뒤에서 머리카락을 힘껏 잡아당긴다.
귓가에 남자의 숨이 닿았다.
참가자B 「지기 전에 기분 좋게 해 주겠다잖아……, 응?」
미지근한 속삭임에 구역질이 났다.
남자의 손이 난폭하게 벨트를 풀려 했을 때, 아키라는 핏기가 가시는 소리를 귓속에서 들었다.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것은 토시마에 와서 바로 본, 그 광경.
이그라의 승자가 패자를 범하는 모습―――그런 식으로 멸시받는 것만은 싫었다. ……절대로.
아키라 「……비켜!」
참가자B 「……윽, 이 자식!」
남자를 떨어뜨리려 전신으로 저항한다.
아직 그렇게 잘 움직일 수 없다고 얕보고 있었는지, 이번에는 의외로 금세 양손의 구속을 풀 수 있었다.
양 팔꿈치로 일어서려다가 세게 맞는다.
아키라 「……!」
참가자B 「……얌전히 있으라고 했잖아!!」
아키라에 올라타 있던 남자가 갑자기 격양된 소리를 내질렀다.
구타당해 시계가 흔들렸지만 통증을 통증으로 느끼기 전에 이를 악물고 일어서려 했다.
그때 갑자기 뺨에 차가운 감촉이 닿았다.
참가자B 「그 이상 날뛰면 목 베 버린다?」
나이프 끝이 돌연 뺨을 미끄러져 아키라의 눈앞으로 치켜 올라간다.
아키라 「…………」
참가자A 「조금쯤 따끔한 맛을 보여주지 않으면 모르는 거 아니야?」
참가자B 「그렇군……」
남자가 아키라의 오른팔을 잡고 뒤로 비틀어 올렸다.
무리한 자세에 관절이 비명을 지른다.
참가자B 「너, 잘 쓰는 팔 이쪽? 뭐, 어느 쪽이라도 상관없나……. 난도질해 주지」
끈적이는 목소리와 함께 나이프가 상의 위로 오른팔을 천천히 에기 시작한다.
아키라 「……윽……」
상의 천을 지나 피부에 닿아 나이프 끝이 파고든다.
날카로운 통증이 꿰뚫었다.
참가자B 「아파? 이봐……」
나이프가 빠져나가고 남자가 아키라의 귓가에 속삭인다.
턱을 세게 잡혀 강제로 옆을 향하게 했다.
눈앞에 은발 남자의 히죽이는 얼굴.
그리고 끝이 희미하게 붉은색으로 물든 나이프가 있다. 아키라의 피다.
보란듯이 남자가 나이프를 혀로 핥는다. 생리적인 혐오가 들어 아키라는 미간을 찌푸리고 눈을 굳게 감았다.
참가자B 「한 번 더, ……해 볼까!」
남자가 아키라의 오른팔을 잡고 다시 나이프를 치켜들었다.
다가올 통증과 충격에 대비해 몸을 긴장시킨다.
―――그러나.
아키라 「……?」
한순간 침묵이 찾아오고 아키라의 바로 귓전에서 금속성의 높은 소리가 울렸다.
남자가 조금 전에 쥐고 있던 나이프가 얼굴 옆으로 미끄러져 지면으로 떨어진 것이다.
참가자A 「……어이?」
다른 2명이 눈을 크게 뜨고 아키라에 올라타 있는 남자를 응시하고 있다.
남자가 움직이는 기색은 없다.
의아하게 여기고 가볍게 몸을 움직이자 몸 위에 실려 있던 체중이 흔들렸다.
찔린 오른팔이 아팠지만 신경 쓰지 않고 일어서 바로 떨어졌다.

남자는 등을 뒤로 젖히고 양손으로 목을 누르며 괴로운 표정으로 신음하고 있었다. 크게 벌린 입에서 혀를 내밀고 있다.
피부는 기묘한 색으로 변색되고 있고, 때때로 격렬하게 경련했다.
참가자B 「가, 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남자의 몸이 중력에 끌려가듯 천천히 기울어진다.
예상외의 사태에 사고가 따라가지 못해, 아키라는 잠시 아연해 눈앞의 광경을 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남자가 괴로워하는 모습은 심상치 않았다.
가벼운 금속이 몇 번이나 스치는 듯한 소리를 깨닫고 시선을 향한다.
몸부림치며 괴로워하는 남자의 바지 주머니에서 택 다발이 보였다.
남자는 이미 위를 향했다고 할 수 있는 상태로, 지면에 등을 대고 구르고 있다.
―――승리는 확실하다. ……그렇다면.
아키라는 몸속에 울려 퍼지는 심장 고동을 들으며 재빠르게 택 다발로 손을 뻗었다.
참가자A 「……아! 네, 네놈……!」
스턴건을 들고 있던 남자가 눈치를 챘지만 주눅이 들었는지 움직임이 둔하다.
아키라는 은발 남자의 가슴에 걸려 있는 택도 잡아 뜯고 일어서 던져놓았던 가방을 들고 뛰기 시작했다.
큰길에서 골목으로 들어간다.
참가자A 「네놈!! 기다려!!」
목소리는 한동안 쫓아왔지만 이윽고 멀어져 들리지 않게 되었다.
2008/06/02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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