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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PC판을 해석한 것입니다. PS2판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폐가 파열될 것 같았다.
기관을 빠져나가는 산소가 칼날처럼 느껴진다.
지금 달리고 있는 이곳이 어디인지 더 이상 모른다.
타케루는 어둠 속에서 홀로 방향감각을 잃고 있었다.
쓰레기인지 시체인지 모를 것에 걸려 넘어지고 파열할 듯한 근육이 한계를 호소해 골목 벽에 부딪히듯이 기댄다.
뺨에 차가운 콘크리트의 냉기가 전해진다. 몸을 돌려 등을 고쳐 기대고 입을 크게 벌리고 헐떡이며 숨을 들이쉬었다.
타케루 「……젠장……」
소리가 되지 않는 소리로 분하다는 듯 내뱉는다.
택을 빼앗으려 했다.
……타케루를 산 남자에게서.
이그라의 중립지대인 클럽 「밀 오브 듀티(Meal of Duty)」 한구석에는 다소 특수한 기호를 가진 사람들이 은밀하게 모이는 공간이 있다.
하룻밤만 서로의 입장을 잊고 노멀로는 만족할 수 없는 성욕을 탐닉한다. 누구부터랄 것 없이 깨닫고 보니 자연스럽게 모여 있었다.
암묵의 규칙……들고 있는 칵테일 색으로 각각의 기호를 알 수 있었다. 의기투합하면 서로의 칵테일을 교환해 다 마신다.
위험한 색은 파랑.
사지절단도 포함한 인체 개조 애호가의 표시로, 상대가 나타나는 일은 거의 없었다.
타케루는 그것을 노렸다.
놈들은 욕구를 만족시켜 준다면 외견은 상관하지 않는다.
압도적으로 소수인 기호에 선택의 여지 따위는 없다.
그래서 파란 칵테일을 갖고 있는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세심하게 뒤로 빗어 넘긴 머리카락. 매무새가 흐트러져 있기는 하지만 고급스러운 양복.
살짝 쳐진 눈꼬리.
언뜻 보기에는 왜 토시마에 있는지 모를 신사적인 남자였다.
눈 깊숙한 곳에 숨은 검은빛을 제외하고.
피학대상을 찾아내 기뻐한 남자는 두 마디 대답 후 타케루의 칵테일을 다 마시고 그대로 곰팡이와 먼지투성이인 여관으로 끌어들였다.
여관이라 해도 거의 매춘 목적으로밖에 쓰이지 않아, 얇은 벽 너머로 부끄러운 줄 모르는 신음 소리가 끊임없이 울리는 곳이었다.
계속 바꾸지 않은 눅눅한 시트에 눌어붙어 있는 갈색 혈흔과 정체불명의 거무스름한 얼룩.
남자가 타케루를 눕히고 옷을 벗기려 한 그때 흥분으로 자제심을 잃은 남자의 단단한 가랑이를 철판을 덧댄 부츠로 힘껏 찼다.
삐걱대는 스프링과 흐릿한 비명.
남자가 침대에서 굴러 떨어져 바닥에 엎드렸어도 집요하게 추격했다.
발부리가 파고드는 끝에 부드러운 덩어리를 부수는 감촉과 미지근한 체액의 온도.
땅 울림과 같은 낮은 신음 소리를 흘리며 경련하는 남자에게서 택을 빼앗으려 했다.
비겁한 수를 쓰고 있다는 것은 자신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원래부터 대충 만든 엉성한 룰이다. 처형인인이든 비겁 행위든 그런 것은 나중에 어떻게든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보다도 어쨌든 택을 손에 넣어 이르레에게 도전하고 싶었다.
마음만 조급했다.
신음 소리도 멈추고 남자가 움직이지 않게 된 것을 확인한 후 부츠 끝으로 몸을 위로 향하게 돌리고 택으로 손을 뻗었다.
그것과 거의 동시에 어설픈 건물 전체를 뒤흔드는 듯한 굉음이 울려 심장이 두근거렸다.
욕지거리와 복수의 발소리, 비명, 당황하는 소리.
잡음을 동반한 발소리가 타케루가 있는 방 쪽으로 다가온다.
이 발소리…….
몸 전체가 심장이 된 기분이었다.
격렬하게 맥박쳐 그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땀샘에서 분출하는 땀. 크게 뜬 눈.
난폭하게 열린 문 저편에 장신의 2인조가 서 있었다.
―――처형인.
순간 타케루는 반대쪽 창문을 깨고 뛰쳐나갔다.
타케루 「……젠장……」
한 번 더 짧게 중얼거리고 주먹으로 벽을 쳤다. 손등에 저릿함이 퍼진다.
완전히 처형인들에게 찍혔다.
무엇을 해도 늘 쫓아온다.
이리저리 도망치는 타케루는 절호의 사냥감이리라. 도망치면 도망칠수록 미친 사냥개처럼 기뻐하며 뒤쫓아온다.
족쇄가 채워진 것처럼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은 초조한 타케루를 더더욱 안절부절못하게 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이런 곳에 주저앉아 있을 때가……
타케루 「……?」
문득 인기척을 느낀 기분이 들어 얼굴을 들었다.
난폭한 처형인의 발소리도 지금은 들리지 않는다.
희미한 달빛 속에서 주의 깊게 주위의 어둠으로 시선을 집중시킨다.
오른쪽은 아마도 막다른 길. 왼쪽은……
희미한 사람 그림자가 서 있는 것을 깨달았다.
유령?
그런 바보 같은. 그런 것은 믿지 않는다.
그림자는 발소리도 없이 천천히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듯했다.
허리에 찬 나이프에 손을 대고 낌새를 살피면서 천천히 자세를 잡는다.
상대에게서 살의는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어린아이처럼 무방비 하게 조차 보였다. 움직임도 구름 위를 걷고 있는 것 같이 불안하다.
피로한 몸이 보여주는 환상일까.
……그렇지 않으면 정말로 유령인 것인지 자기 눈을 의심한다.
그림자는 점차 커져 남자의 윤곽을 만들고 거리를 둔 채 멈추어 섰다.
어두운 탓에 이목구비까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창백한 피부가 어렴풋이 드러나 있다. 생기가 느껴지지 않는 눈빛은 이 세상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타케루 「……네놈은 뭐야……」
타케루는 노려보며 자세를 잡은 채 위협하듯이 낮게 중얼거렸다.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자기 자신의 존재까지도 몽환처럼 불확실해질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남자는 답하지 않고 그저 지긋이 타케루를 보고 있었다.
타케루 「……, 뭐야, 내게 무슨 볼일이라도 있어……!?」
가뜩이나 정신이 없건만, 타케루는 기분 나쁜 침묵을 견디지 못하고 소리쳤다. 목소리가 밤 공기에 빨려들어간다.
기분 나쁜 땀이 관자놀이를 흘러 떨어졌다.
남자 「……괴롭겠지」
온화하게도 무감정하게도 들리는 목소리. 어째서인지 심장이 두근거렸지만 타케루는 남자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눈썹을 찌푸렸다.
타케루 「……뭐? 무슨 소리야.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
남자 「마음만 조급해하고 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이런 곳에 주저앉아 있을 때가 아닌데……」
타케루 「…………」
마치 자기 마음을 읽고 있는 듯한 남자의 말투.
등줄기를 서늘한 것이 기어올라간다.
타케루 「네놈……」
타케루는 어금니를 악물고 남자를 힘껏 노려보았다.
남자는 웃고 있는 것처럼도 보였다.
그 발이 타케루를 향해 한 걸음 내딛는다.
그리고 또 한 걸음.
구름 위를 걷는 듯한 발걸음.
타케루 「…………오지 마」
무의식 중에 중얼거리고 있었다.
남자가 천천히 다가온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공포가 전의를 상실시킨다.
벽에 등을 댔다. 오른쪽은 막다른 곳이라 도망칠 수 없다.
타케루 「……읏!」
순간적으로 눈을 감았다. 공포에 억눌려 부서질 것 같았다.
굳어진 뺨에 부드럽고 차가운 것이 닿는다.
타케루 「………?」
굳게 감았던 눈을 살며시 떴다.
남자의 한 손이 타케루의 뺨을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다.
입가에 떠오른 미소. 엷은 푸른색 눈동자가 타케루를 바라보고 있었다.
남자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귀로 스며드는 기분 좋은 저음.
남자 「이제 지쳤지?」
뺨을 쓰다듬는다. 남자의 손은 차갑건만 따스함이 느껴지는 기분이 들었다.
공포는 안개처럼 사라지고, 대신해서 어째서인지 따스한 안도감이 솟아났다.
졸음과도 닮은 평안함.
몸도 마음도 해방되는 것 같아 몸에서 힘이 빠진다.
타케루 「……대체 뭐야……」
타케루는 휩쓸리지 않으려 남자를 필사적으로 바라보았다.
남자의 눈이 미소로 가늘어진다. 도취될 정도로 맑은 눈동자.
마법에 걸린 듯한 기분이었다.
정신이 녹아내린다.
남자 「……나는 너다」
타케루 「……나?」
남자 「그래……, 너다」
아아, 그래서……, 내 마음을 아는 건가.
이상하게도 의문은 생기지 않았다.
주문 같은 남자의 말. 입술이 서로 닿을 듯한 거리.
남자의 숨결이 타케루에게 살며시 속삭였다.
남자 「이제 편안해지고 싶지……?」
꿰뚫어보는 눈동자가 부드럽게 들여다본다.
편하게?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녹아내린 사고로 생각한다.
타케루 「……죽기는 싫어……」
부정하듯이 남자의 긴 속눈썹이 천천히 깜박인다.
남자 「죽지 않아도 된다. ……다만, 조금만 더 힘이 있으면 편안해질 수 있다. 해방된다. ……모든 것을 능가하는 힘」
주문이 뇌수로 침투해간다.
……그래. 힘이 필요해. 압도적인 힘.
처형인도 피해갈 정도의 힘이 있으면……
당장에라도 이르레에게 갈 수 있다. 비스키오를 통솔하기도 손쉬울 것이다.
힘만 있으면……
남자 「힘을 원하나?」
힘……
타케루 「……원해……」
다른 사람 같은 자신의 목소리.
생각이 마비되어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게 되어 있었다.
눈에 비치는 남자가 전부였다.
남자 「모든 것을 능가하는 힘……」
타케루 「모든 것을……, 능가하는……」
뺨을 쓰다듬고 있던 손이 천천히 타케루의 목을 미끄러진다.
부드러운 얼음이 간지럼 태우는 듯한 감각.
남자의 손은 재킷 가슴을 스쳐 지나고 팔을 따라 타케루의 손바닥으로 도달해 합쳐졌다.
남자의 손이 타케루의 그것을 천천히 움켜쥔다.
남자 「너를 얕보는 자에게 되돌려 주어라」
마지막 주문.
남자가 미소를 띤 채 손을 떼고 뒤로 물러선다.
타케루는 몽롱한 시선으로 남자의 움직임을 쫓는다. 남자의 윤곽이 어둠에 번진다.
이윽고 그 모습은 녹아들듯이 사라졌다.
남겨진 미소의 잔상과 침묵.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잠시 방심했던 타케루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갑자기 땀이 솟는다.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여운. 꿈을 꾼 것인가.
눈에 선한 남자의 미소.
문득 왼손에 이물의 감촉을 느끼고 타케루는 시선을 떨어뜨렸다.
펼쳐진 손가락, 유리 앰플이 손바닥에 놓여 있었다.
―――라인이다.
차가운 땀이 다시 솟는다.
언제, 어디에서, 누가?
답은 명백했다. 방금 남자가 손을 잡았을 때이다.
꿈이 아니었다.
타케루는 머리가 아파져 한 손으로 관자놀이를 누르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라인.
손을 댄 적은 없다. 대려고도 하지 않았다. 아무리 초조해도 이것만은 하려 하지 않았다.
빈곤이 극에 달해 정신적으로도 궁지에 몰려 마약에 손을 대고만 모친. 약물에 매료되고만 자의 운명은 지긋지긋할 정도로 잘 알고 있었다.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불안정한 마음을 진정시키려 심호흡한다.
타케루 「……썩어 빠졌어……」
재킷 안주머니에서 체인을 잃은 십자가를 꺼내 입맞추었다.
피가 이어지지 않았건만 타케루의 「양친」은 진짜 가족보다도 따뜻하게 대해 주었다. 타케루 다음으로도 여동생이 되는 아이를 받아들여, 가난하지만 행복했다.
그러나 CFC에서는 돈이 없으면 원조조차 받을 수 없었다.
무엇이든 돈이면 다 된다는 말대로, 부유한 자는 한없이 부유하고 굶주린 자는 끝없이 굶주리다 죽는다.
모든 것은 돈 · 돈 · 돈.
나라에 있어서 돈 없는 사람은 수치스러운 존재이다.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죽기만을 이제나저제나 기다리고 있다.
나라에서 가해지는 횡포한 압력에 타케루와 가족의 평화로운 생활도 부서져 갔다.
모친은 마약에 빠지고, 부친은 침울해져 당일치기 일을 찾아 일하고 집으로 돌아올 뿐인 「생물」이 되고 말았다.
대화 따위는 없다.
한 때는 타케루도 Bl@ster에 참가해 상금을 벌려 했지만 마약에 찌든 모친의 자해 버릇을 감시하느라 금세 멀어졌다.
착란으로 떠들어대는 모친을 보고 경관들은 웃고 있었다.
가설극장 구경꾼 같은 천박한 눈빛으로.
국민을 지키는 것이 임무 아니냐고 대든 적도 있었지만 경관들은 아무 말도 없이 그저 웃을 뿐이었다.
용서할 수 없었다.
그래서 타케루는 이그라에 참가했다.
이르레를 쓰러뜨리고 비스키오를 손에 넣어 자신들을 고통스럽게 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
여기까지 자기 힘으로 기어올라왔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힘이 있다면.
타케루는 앰플을 움켜쥔다.
라인이라면 이루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래서는……
손을 펼치고 망설이면서 앰플로 떨어뜨린 시야에 어떤 숫자가 포착되었다.
50도……라인의 농도를 나타낸다.
일반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것은 10도로, 그 이상의 농도는 어지간해서는 손에 넣을 수 없다. 효과는 농도에 비례하지만 몸이 적응하지 못하면 죽음에 이를 위험성도 있다.
모든 것을 능가하는 힘…….
앰플을 든 손에 땀이 축축히 배였다.
남자의 말이 뇌리에 되살아난다.
너를 얕보는 자……
―――얕보는 자.
어떤 남자의 얼굴을 떠올렸다. 패배를 모르는 남자.
Bl@ster의 챔피언.
우승하면 그 나름의 상금이 주어진다.
굶주린 적 따위는 한 번도 없으리라.
당연히 나라에서 불합리한 대우를 받은 적도.
힘은 거의 호각일 터인데, 그저 환경의 차이뿐이다.
머리가 급속히 뜨거워진다.
그런 흐리멍덩한 사람이 같은 필드에 서 있다 생각하자 배알이 뒤틀렸다.
갈 곳 없는 분노는 열등감을 부추기는 존재를 향했다.
학대받는 자의 고통을 맛보게 해 주는 것은 어떨까.
그 매사에 무관심한 얼굴이 처음으로 패배로 일그러지는 것이다. 이 손에 의해.
어쩌면 용서를 구걸할지도 모른다.
등줄기에 소름이 돋았다. 타케루의 입술은 자연스럽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앰플을 바로잡는다.
유령처럼 현실감이 희박한 남자……, 그 남자가 대체 누구였는가.
그런 것은 이제 아무래도 상관없어졌다.
만일 몸이 적응하지 못하면 죽음에 이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처형인에게 찍힌 지금, 놈들이 흥미를 잃을 때까지 혹은 죽을 때까지 쫓기게 된다. ……다를 바 없다.
십자가를 움켜쥔 채 앰플 끝을 부러뜨렸다.
고조되는 고동. 거칠어지는 호흡. 턱에서 땀이 방울져 떨어졌다.
라인을 늘 쓰는 사람이 소지하고 있는 고무 스포이트라면 1방울씩 떨어지기 때문에 적정량을 복용할 수도 있지만, 타케루가 그런 것이 있을 리도 없었다.
투명한 액체는 떨리고 있었다. 타케루의 손의 떨림이었다.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아진다. 눈을 굳게 감고 심호흡을 한다.
앰플 끝에 입을 대고 단번에 기울였다.
―――십자가가 손바닥에서 미끄러져 떨어졌다.
유난히 아름다운 달이 뜬 밤이었다.
유카리 「오빠」
타케루는 생각지도 못한 목소리를 듣고 등 뒤를 돌아보았다.
밤이 반쯤 지났을 때. 평소라면 단잠을 자고 있을 여동생 · 유카리가 현관에 서 있었다.
타케루 「……잠이 안 와? 내일 못 일어나, 빨리 가서 자」
유카리 「어디가?」
동생이 동동걸음으로 뛰어와 타케루의 무릎에 매달렸다. 유카리가 좋아하는 핑크색 잠옷 옷자락이 지면에 끌리고 있다.
타케루 「더러워지잖아」
몸을 가볍게 웅크리고 옷자락을 털어 주었다.
유카리 「엄마도 병원에 가 버려서 아빠랑 유카리 둘만 남게 돼. 오빠, 돌아올 거야?」
타케루 「…………」
모친은 마약 중독환자 재활 기관으로 연행되었다.
재활 기관이란 이름뿐, 2번 다시 살아서는 나올 수 없는 수용소였다. 동생에게는 입원했다고 말했다.
근처에 살며 잘 돌봐주는 중년여성이 유카리를 마음에 들어 해 여자아이 1명 정도라면 좋다고 타케루의 부탁을 흔쾌히 수락했다. 돌봐주러 오겠다고 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부친과 단둘이 남게 되는 것만이 마음에 걸렸지만 이것으로 미련은 없어졌다.
동생이 눈치채지 않게 집에서 나와 토시마로 갈 생각이었다.
이그라에 참가하기 위해.
때묻지 않은 눈동자가 오빠를 만류하려 필사적으로 올려다보고 있었다.
타케루는 견딜 수 없어져 동생을 꼭 껴안았다.
타케루 「오빠랑 유카리랑 엄마랑 아빠, 다시 사이 좋게 함께 지낼 수 있도록 열심히 하고 올게. 꼭 돌아올게, 절대로」
유카리 「응, 유카리, 기다릴게」
타케루를 끌어안으려 가늘고 여린 팔이 힘껏 뻗쳐졌다.
작은 온기. 괜히 울고 싶어졌다.
유카리 「오빠, 이거 줄게」
동생이 타케루의 손을 잡고 무언가를 올렸다.
타케루 「너, 이거……」
생일에 모친에게 동생이 선물 받은 심플한 은제 로자리오였다. 계속 갖고 싶어했기 때문에 항상 몸에 지니고 있던 것이었다.
유카리 「줄게」
타케루 「소중한 거잖아? 잘 갖고 있어」
유카리 「괜찮아. 오빠가 갖고 가. 분명 엄마가 지켜줄 거야」
가슴이 옥죄였다. 찢어질 것만 같았다.
타케루는 목구멍에 꽉 차오르는 열을 억누른 채 로자리오를 받고는 동생의 머리를 그러안았다.
타케루 「고마워. 또 다 함께 놀러 가자」
유카리 「응」
울지 않으려는 자신의 목소리는 코맹맹이 소리가 나 이상했다.
타케루는 로자리오를 목에 걸고는 살짝 눈물이 맺힌 눈가를 훔치며 일어섰다.
아쉬워하듯이 동생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타케루 「그럼 다녀올게. 오빠 올 때까지 말 잘 들어야 한다」
유카리 「응. 잘 다녀와」
멀어져가는 작은 모습은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계속 손을 흔들고 있었다.
밤하늘에 떠오른 달. 눈이 아찔해질 정도로 선명하고 아름다웠다.
고요히 빛나는 달.
이윽고 서서히 검은색으로 메워졌다.
이 글은 PC판을 해석한 것입니다. PS2판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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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달리고 있는 이곳이 어디인지 더 이상 모른다.
타케루는 어둠 속에서 홀로 방향감각을 잃고 있었다.
쓰레기인지 시체인지 모를 것에 걸려 넘어지고 파열할 듯한 근육이 한계를 호소해 골목 벽에 부딪히듯이 기댄다.
뺨에 차가운 콘크리트의 냉기가 전해진다. 몸을 돌려 등을 고쳐 기대고 입을 크게 벌리고 헐떡이며 숨을 들이쉬었다.
타케루 「……젠장……」
소리가 되지 않는 소리로 분하다는 듯 내뱉는다.
택을 빼앗으려 했다.
……타케루를 산 남자에게서.
이그라의 중립지대인 클럽 「밀 오브 듀티(Meal of Duty)」 한구석에는 다소 특수한 기호를 가진 사람들이 은밀하게 모이는 공간이 있다.
하룻밤만 서로의 입장을 잊고 노멀로는 만족할 수 없는 성욕을 탐닉한다. 누구부터랄 것 없이 깨닫고 보니 자연스럽게 모여 있었다.
암묵의 규칙……들고 있는 칵테일 색으로 각각의 기호를 알 수 있었다. 의기투합하면 서로의 칵테일을 교환해 다 마신다.
위험한 색은 파랑.
사지절단도 포함한 인체 개조 애호가의 표시로, 상대가 나타나는 일은 거의 없었다.
타케루는 그것을 노렸다.
놈들은 욕구를 만족시켜 준다면 외견은 상관하지 않는다.
압도적으로 소수인 기호에 선택의 여지 따위는 없다.
그래서 파란 칵테일을 갖고 있는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세심하게 뒤로 빗어 넘긴 머리카락. 매무새가 흐트러져 있기는 하지만 고급스러운 양복.
살짝 쳐진 눈꼬리.
언뜻 보기에는 왜 토시마에 있는지 모를 신사적인 남자였다.
눈 깊숙한 곳에 숨은 검은빛을 제외하고.
피학대상을 찾아내 기뻐한 남자는 두 마디 대답 후 타케루의 칵테일을 다 마시고 그대로 곰팡이와 먼지투성이인 여관으로 끌어들였다.
여관이라 해도 거의 매춘 목적으로밖에 쓰이지 않아, 얇은 벽 너머로 부끄러운 줄 모르는 신음 소리가 끊임없이 울리는 곳이었다.
계속 바꾸지 않은 눅눅한 시트에 눌어붙어 있는 갈색 혈흔과 정체불명의 거무스름한 얼룩.
남자가 타케루를 눕히고 옷을 벗기려 한 그때 흥분으로 자제심을 잃은 남자의 단단한 가랑이를 철판을 덧댄 부츠로 힘껏 찼다.
삐걱대는 스프링과 흐릿한 비명.
남자가 침대에서 굴러 떨어져 바닥에 엎드렸어도 집요하게 추격했다.
발부리가 파고드는 끝에 부드러운 덩어리를 부수는 감촉과 미지근한 체액의 온도.
땅 울림과 같은 낮은 신음 소리를 흘리며 경련하는 남자에게서 택을 빼앗으려 했다.
비겁한 수를 쓰고 있다는 것은 자신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원래부터 대충 만든 엉성한 룰이다. 처형인인이든 비겁 행위든 그런 것은 나중에 어떻게든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보다도 어쨌든 택을 손에 넣어 이르레에게 도전하고 싶었다.
마음만 조급했다.
신음 소리도 멈추고 남자가 움직이지 않게 된 것을 확인한 후 부츠 끝으로 몸을 위로 향하게 돌리고 택으로 손을 뻗었다.
그것과 거의 동시에 어설픈 건물 전체를 뒤흔드는 듯한 굉음이 울려 심장이 두근거렸다.
욕지거리와 복수의 발소리, 비명, 당황하는 소리.
잡음을 동반한 발소리가 타케루가 있는 방 쪽으로 다가온다.
이 발소리…….
몸 전체가 심장이 된 기분이었다.
격렬하게 맥박쳐 그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땀샘에서 분출하는 땀. 크게 뜬 눈.
난폭하게 열린 문 저편에 장신의 2인조가 서 있었다.
―――처형인.
순간 타케루는 반대쪽 창문을 깨고 뛰쳐나갔다.
타케루 「……젠장……」
한 번 더 짧게 중얼거리고 주먹으로 벽을 쳤다. 손등에 저릿함이 퍼진다.
완전히 처형인들에게 찍혔다.
무엇을 해도 늘 쫓아온다.
이리저리 도망치는 타케루는 절호의 사냥감이리라. 도망치면 도망칠수록 미친 사냥개처럼 기뻐하며 뒤쫓아온다.
족쇄가 채워진 것처럼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은 초조한 타케루를 더더욱 안절부절못하게 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이런 곳에 주저앉아 있을 때가……
타케루 「……?」
문득 인기척을 느낀 기분이 들어 얼굴을 들었다.
난폭한 처형인의 발소리도 지금은 들리지 않는다.
희미한 달빛 속에서 주의 깊게 주위의 어둠으로 시선을 집중시킨다.
오른쪽은 아마도 막다른 길. 왼쪽은……
희미한 사람 그림자가 서 있는 것을 깨달았다.
유령?
그런 바보 같은. 그런 것은 믿지 않는다.
그림자는 발소리도 없이 천천히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듯했다.
허리에 찬 나이프에 손을 대고 낌새를 살피면서 천천히 자세를 잡는다.
상대에게서 살의는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어린아이처럼 무방비 하게 조차 보였다. 움직임도 구름 위를 걷고 있는 것 같이 불안하다.
피로한 몸이 보여주는 환상일까.
……그렇지 않으면 정말로 유령인 것인지 자기 눈을 의심한다.

어두운 탓에 이목구비까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창백한 피부가 어렴풋이 드러나 있다. 생기가 느껴지지 않는 눈빛은 이 세상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타케루 「……네놈은 뭐야……」
타케루는 노려보며 자세를 잡은 채 위협하듯이 낮게 중얼거렸다.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자기 자신의 존재까지도 몽환처럼 불확실해질 듯한 기분이 들었다.

타케루 「……, 뭐야, 내게 무슨 볼일이라도 있어……!?」
가뜩이나 정신이 없건만, 타케루는 기분 나쁜 침묵을 견디지 못하고 소리쳤다. 목소리가 밤 공기에 빨려들어간다.
기분 나쁜 땀이 관자놀이를 흘러 떨어졌다.
남자 「……괴롭겠지」
온화하게도 무감정하게도 들리는 목소리. 어째서인지 심장이 두근거렸지만 타케루는 남자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눈썹을 찌푸렸다.
타케루 「……뭐? 무슨 소리야.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
남자 「마음만 조급해하고 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이런 곳에 주저앉아 있을 때가 아닌데……」
타케루 「…………」
마치 자기 마음을 읽고 있는 듯한 남자의 말투.
등줄기를 서늘한 것이 기어올라간다.
타케루 「네놈……」
타케루는 어금니를 악물고 남자를 힘껏 노려보았다.
남자는 웃고 있는 것처럼도 보였다.
그 발이 타케루를 향해 한 걸음 내딛는다.
그리고 또 한 걸음.
구름 위를 걷는 듯한 발걸음.
타케루 「…………오지 마」
무의식 중에 중얼거리고 있었다.
남자가 천천히 다가온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공포가 전의를 상실시킨다.
벽에 등을 댔다. 오른쪽은 막다른 곳이라 도망칠 수 없다.
타케루 「……읏!」
순간적으로 눈을 감았다. 공포에 억눌려 부서질 것 같았다.
굳어진 뺨에 부드럽고 차가운 것이 닿는다.
타케루 「………?」
굳게 감았던 눈을 살며시 떴다.

입가에 떠오른 미소. 엷은 푸른색 눈동자가 타케루를 바라보고 있었다.
남자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귀로 스며드는 기분 좋은 저음.
남자 「이제 지쳤지?」
뺨을 쓰다듬는다. 남자의 손은 차갑건만 따스함이 느껴지는 기분이 들었다.
공포는 안개처럼 사라지고, 대신해서 어째서인지 따스한 안도감이 솟아났다.
졸음과도 닮은 평안함.
몸도 마음도 해방되는 것 같아 몸에서 힘이 빠진다.
타케루 「……대체 뭐야……」
타케루는 휩쓸리지 않으려 남자를 필사적으로 바라보았다.
남자의 눈이 미소로 가늘어진다. 도취될 정도로 맑은 눈동자.
마법에 걸린 듯한 기분이었다.
정신이 녹아내린다.
남자 「……나는 너다」
타케루 「……나?」
남자 「그래……, 너다」
아아, 그래서……, 내 마음을 아는 건가.
이상하게도 의문은 생기지 않았다.
주문 같은 남자의 말. 입술이 서로 닿을 듯한 거리.
남자의 숨결이 타케루에게 살며시 속삭였다.
남자 「이제 편안해지고 싶지……?」
꿰뚫어보는 눈동자가 부드럽게 들여다본다.
편하게?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녹아내린 사고로 생각한다.
타케루 「……죽기는 싫어……」
부정하듯이 남자의 긴 속눈썹이 천천히 깜박인다.
남자 「죽지 않아도 된다. ……다만, 조금만 더 힘이 있으면 편안해질 수 있다. 해방된다. ……모든 것을 능가하는 힘」
주문이 뇌수로 침투해간다.
……그래. 힘이 필요해. 압도적인 힘.
처형인도 피해갈 정도의 힘이 있으면……
당장에라도 이르레에게 갈 수 있다. 비스키오를 통솔하기도 손쉬울 것이다.
힘만 있으면……
남자 「힘을 원하나?」
힘……
타케루 「……원해……」
다른 사람 같은 자신의 목소리.
생각이 마비되어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게 되어 있었다.
눈에 비치는 남자가 전부였다.
남자 「모든 것을 능가하는 힘……」
타케루 「모든 것을……, 능가하는……」
뺨을 쓰다듬고 있던 손이 천천히 타케루의 목을 미끄러진다.
부드러운 얼음이 간지럼 태우는 듯한 감각.
남자의 손은 재킷 가슴을 스쳐 지나고 팔을 따라 타케루의 손바닥으로 도달해 합쳐졌다.
남자의 손이 타케루의 그것을 천천히 움켜쥔다.
남자 「너를 얕보는 자에게 되돌려 주어라」
마지막 주문.
남자가 미소를 띤 채 손을 떼고 뒤로 물러선다.
타케루는 몽롱한 시선으로 남자의 움직임을 쫓는다. 남자의 윤곽이 어둠에 번진다.
이윽고 그 모습은 녹아들듯이 사라졌다.
남겨진 미소의 잔상과 침묵.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잠시 방심했던 타케루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갑자기 땀이 솟는다.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여운. 꿈을 꾼 것인가.
눈에 선한 남자의 미소.
문득 왼손에 이물의 감촉을 느끼고 타케루는 시선을 떨어뜨렸다.
펼쳐진 손가락, 유리 앰플이 손바닥에 놓여 있었다.
―――라인이다.
차가운 땀이 다시 솟는다.
언제, 어디에서, 누가?
답은 명백했다. 방금 남자가 손을 잡았을 때이다.
꿈이 아니었다.
타케루는 머리가 아파져 한 손으로 관자놀이를 누르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라인.
손을 댄 적은 없다. 대려고도 하지 않았다. 아무리 초조해도 이것만은 하려 하지 않았다.
빈곤이 극에 달해 정신적으로도 궁지에 몰려 마약에 손을 대고만 모친. 약물에 매료되고만 자의 운명은 지긋지긋할 정도로 잘 알고 있었다.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불안정한 마음을 진정시키려 심호흡한다.
타케루 「……썩어 빠졌어……」
재킷 안주머니에서 체인을 잃은 십자가를 꺼내 입맞추었다.

그러나 CFC에서는 돈이 없으면 원조조차 받을 수 없었다.
무엇이든 돈이면 다 된다는 말대로, 부유한 자는 한없이 부유하고 굶주린 자는 끝없이 굶주리다 죽는다.
모든 것은 돈 · 돈 · 돈.
나라에 있어서 돈 없는 사람은 수치스러운 존재이다.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죽기만을 이제나저제나 기다리고 있다.
나라에서 가해지는 횡포한 압력에 타케루와 가족의 평화로운 생활도 부서져 갔다.
모친은 마약에 빠지고, 부친은 침울해져 당일치기 일을 찾아 일하고 집으로 돌아올 뿐인 「생물」이 되고 말았다.
대화 따위는 없다.
한 때는 타케루도 Bl@ster에 참가해 상금을 벌려 했지만 마약에 찌든 모친의 자해 버릇을 감시하느라 금세 멀어졌다.
착란으로 떠들어대는 모친을 보고 경관들은 웃고 있었다.
가설극장 구경꾼 같은 천박한 눈빛으로.
국민을 지키는 것이 임무 아니냐고 대든 적도 있었지만 경관들은 아무 말도 없이 그저 웃을 뿐이었다.
용서할 수 없었다.
그래서 타케루는 이그라에 참가했다.
이르레를 쓰러뜨리고 비스키오를 손에 넣어 자신들을 고통스럽게 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
여기까지 자기 힘으로 기어올라왔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힘이 있다면.
타케루는 앰플을 움켜쥔다.
라인이라면 이루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래서는……
손을 펼치고 망설이면서 앰플로 떨어뜨린 시야에 어떤 숫자가 포착되었다.
50도……라인의 농도를 나타낸다.
일반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것은 10도로, 그 이상의 농도는 어지간해서는 손에 넣을 수 없다. 효과는 농도에 비례하지만 몸이 적응하지 못하면 죽음에 이를 위험성도 있다.
모든 것을 능가하는 힘…….
앰플을 든 손에 땀이 축축히 배였다.
남자의 말이 뇌리에 되살아난다.
너를 얕보는 자……
―――얕보는 자.
어떤 남자의 얼굴을 떠올렸다. 패배를 모르는 남자.
Bl@ster의 챔피언.
우승하면 그 나름의 상금이 주어진다.
굶주린 적 따위는 한 번도 없으리라.
당연히 나라에서 불합리한 대우를 받은 적도.
힘은 거의 호각일 터인데, 그저 환경의 차이뿐이다.
머리가 급속히 뜨거워진다.
그런 흐리멍덩한 사람이 같은 필드에 서 있다 생각하자 배알이 뒤틀렸다.
갈 곳 없는 분노는 열등감을 부추기는 존재를 향했다.
학대받는 자의 고통을 맛보게 해 주는 것은 어떨까.
그 매사에 무관심한 얼굴이 처음으로 패배로 일그러지는 것이다. 이 손에 의해.
어쩌면 용서를 구걸할지도 모른다.
등줄기에 소름이 돋았다. 타케루의 입술은 자연스럽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앰플을 바로잡는다.
유령처럼 현실감이 희박한 남자……, 그 남자가 대체 누구였는가.
그런 것은 이제 아무래도 상관없어졌다.
만일 몸이 적응하지 못하면 죽음에 이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처형인에게 찍힌 지금, 놈들이 흥미를 잃을 때까지 혹은 죽을 때까지 쫓기게 된다. ……다를 바 없다.
십자가를 움켜쥔 채 앰플 끝을 부러뜨렸다.
고조되는 고동. 거칠어지는 호흡. 턱에서 땀이 방울져 떨어졌다.
라인을 늘 쓰는 사람이 소지하고 있는 고무 스포이트라면 1방울씩 떨어지기 때문에 적정량을 복용할 수도 있지만, 타케루가 그런 것이 있을 리도 없었다.
투명한 액체는 떨리고 있었다. 타케루의 손의 떨림이었다.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아진다. 눈을 굳게 감고 심호흡을 한다.
앰플 끝에 입을 대고 단번에 기울였다.
―――십자가가 손바닥에서 미끄러져 떨어졌다.

유카리 「오빠」
타케루는 생각지도 못한 목소리를 듣고 등 뒤를 돌아보았다.
밤이 반쯤 지났을 때. 평소라면 단잠을 자고 있을 여동생 · 유카리가 현관에 서 있었다.
타케루 「……잠이 안 와? 내일 못 일어나, 빨리 가서 자」
유카리 「어디가?」
동생이 동동걸음으로 뛰어와 타케루의 무릎에 매달렸다. 유카리가 좋아하는 핑크색 잠옷 옷자락이 지면에 끌리고 있다.
타케루 「더러워지잖아」
몸을 가볍게 웅크리고 옷자락을 털어 주었다.
유카리 「엄마도 병원에 가 버려서 아빠랑 유카리 둘만 남게 돼. 오빠, 돌아올 거야?」
타케루 「…………」
모친은 마약 중독환자 재활 기관으로 연행되었다.
재활 기관이란 이름뿐, 2번 다시 살아서는 나올 수 없는 수용소였다. 동생에게는 입원했다고 말했다.
근처에 살며 잘 돌봐주는 중년여성이 유카리를 마음에 들어 해 여자아이 1명 정도라면 좋다고 타케루의 부탁을 흔쾌히 수락했다. 돌봐주러 오겠다고 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부친과 단둘이 남게 되는 것만이 마음에 걸렸지만 이것으로 미련은 없어졌다.
동생이 눈치채지 않게 집에서 나와 토시마로 갈 생각이었다.
이그라에 참가하기 위해.
때묻지 않은 눈동자가 오빠를 만류하려 필사적으로 올려다보고 있었다.
타케루는 견딜 수 없어져 동생을 꼭 껴안았다.

유카리 「응, 유카리, 기다릴게」
타케루를 끌어안으려 가늘고 여린 팔이 힘껏 뻗쳐졌다.
작은 온기. 괜히 울고 싶어졌다.
유카리 「오빠, 이거 줄게」
동생이 타케루의 손을 잡고 무언가를 올렸다.
타케루 「너, 이거……」
생일에 모친에게 동생이 선물 받은 심플한 은제 로자리오였다. 계속 갖고 싶어했기 때문에 항상 몸에 지니고 있던 것이었다.
유카리 「줄게」
타케루 「소중한 거잖아? 잘 갖고 있어」
유카리 「괜찮아. 오빠가 갖고 가. 분명 엄마가 지켜줄 거야」
가슴이 옥죄였다. 찢어질 것만 같았다.
타케루는 목구멍에 꽉 차오르는 열을 억누른 채 로자리오를 받고는 동생의 머리를 그러안았다.
타케루 「고마워. 또 다 함께 놀러 가자」
유카리 「응」
울지 않으려는 자신의 목소리는 코맹맹이 소리가 나 이상했다.
타케루는 로자리오를 목에 걸고는 살짝 눈물이 맺힌 눈가를 훔치며 일어섰다.
아쉬워하듯이 동생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타케루 「그럼 다녀올게. 오빠 올 때까지 말 잘 들어야 한다」
유카리 「응. 잘 다녀와」
멀어져가는 작은 모습은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계속 손을 흔들고 있었다.
밤하늘에 떠오른 달. 눈이 아찔해질 정도로 선명하고 아름다웠다.
고요히 빛나는 달.
이윽고 서서히 검은색으로 메워졌다.
2008/07/19 01:01
2008/07/19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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