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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PC판을 해석한 것입니다. PS2판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결국, 케이스케 루트로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제일 강렬한 루트로 유명한 만큼 해석하는데에도 애로사항이 꽃피는 고난과 역경의 루트가 될 것 같기는 합니다만(...) 한번 해 보는 거죠, 뭐( '')
이번 해석분에서부터 케이스케 루트로 진입합니다.
시작부터(맞나?-_-?) 선택지 부분까지는 모든 캐릭터 루트를 클리어 해야만 나오는 숨겨진 캐릭터 · 나노 루트 진입 선택 분기입니다. 이 분기에서 '다가간다'를 선택할 경우 타 캐릭터 루트로 갈 조건을 만족시켰다 해도 강제로 나노 루트로 들어가기 때문에 이 선택지 해석은 생략합니다. 나노 루트 해석은 아직 예정에 없습니다.
덧붙이자면 앞쪽에서 분기 선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처형인 관련 베드엔딩으로 가는 선택지는 아예 안 나오기도 하더군요. PS2판만 그런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라 원래 그런 거였습니다;;
미성년자와 BL에 거부감이 있는 분은 이 아래쪽은 읽지 마십시오.
이 글은 PC판을 해석한 것입니다. PS2판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결국, 케이스케 루트로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제일 강렬한 루트로 유명한 만큼 해석하는데에도 애로사항이 꽃피는 고난과 역경의 루트가 될 것 같기는 합니다만(...) 한번 해 보는 거죠, 뭐( '')
이번 해석분에서부터 케이스케 루트로 진입합니다.
시작부터(맞나?-_-?) 선택지 부분까지는 모든 캐릭터 루트를 클리어 해야만 나오는 숨겨진 캐릭터 · 나노 루트 진입 선택 분기입니다. 이 분기에서 '다가간다'를 선택할 경우 타 캐릭터 루트로 갈 조건을 만족시켰다 해도 강제로 나노 루트로 들어가기 때문에 이 선택지 해석은 생략합니다. 나노 루트 해석은 아직 예정에 없습니다.
덧붙이자면 앞쪽에서 분기 선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처형인 관련 베드엔딩으로 가는 선택지는 아예 안 나오기도 하더군요. PS2판만 그런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라 원래 그런 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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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흐린 하늘은 낮임에도 불구하고 태양 윤곽이 흐릿하게 드러나 보이는 정도라 어딘지 썰렁하다.
아키라는 호텔에서 나온 곳에서 멈춰서 앞에 펼쳐진 거리를 멀리 바라보았다. 무심코 오가는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을 지긋이 보고 만다.
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케이스케도 아키라처럼 이 도시에 대해 거의 아무것도 모를 터이다.
그리 생각하자 초조함이 더해졌다. 거의 자포자기하듯 거리의 사람들을 바라본다.
아키라 「……?」
아주 짧은 순간 시야에 무언가가 지나간 기분이 들었다.
그 잔상을 쫓아 시선을 향한다.
정면의 어두운 골목 안쪽을 빠져나간 잔상. 푸른 그림자.
―――케이스케?
그 순간 발이 마음대로 달려나가고 있었다.
푸른 그림자가 보인 골목 안으로 뛰어든다. 아키라 앞에 똑바로 뻗은 좁고 지저분한 길 저편에 인기척은 없었다.
그래도 무언가의 충동에 떠밀리듯 아키라는 달려나갔다. 확실히 보였다.
아니, 눈의 착각이었을 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 해도 걸음을 멈추고 싶지 않았다.
무언가의 충동에 떠밀리듯 길이 어디로 이어지는지도 모르는 채 그저 달린다.
이윽고 폭이 조금 넓은 길로 나와 아키라는 겨우 발길을 멈추었다.
몸을 숙이고 가빠진 호흡을 가다듬는 데에 잠시 집중한다. 발과 함께 전력 질주한 심장이 몸속에 그 소리를 울리고 있었다.
대체 어디로 나온 것일까.
거친 호흡이 진정되고 다시 주위를 둘러본 아키라의 눈에 부자연스러운 광경이 포착되었다.
길을 사이에 둔 저편. 어떤 건물이 무너져 버린 듯한 공터가 있고 시든 나무가 허전한 가지를 서로 얽듯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그 시든 큰 나무 중 하나에 누워 있는 사람 그림자가 있었다. 축 늘어져 힘이 없는 모습으로 보아 언뜻 보면 시체 같다.
살인이 일상 다반사인 토시마이다. 그것이 시체라 해도 이상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눈이 이끌려 바라보고 있자 시체가 아닌 듯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자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런 곳에서?
도시 중심부에서 조금 떨어진 곳인 듯했지만 그렇다 해도 허술한 정도를 넘어섰다.
일반적인 신경의 소유자라면 길바닥에서 무방비 하게 잠들 수 없다. 언제 누구에게 습격받을 것이라고도 한정 지을 수 없다.
선택지 →다가가 본다일 경우 루트 해석 생략.
→다가가지 않는다일 경우
가까이 다가가 볼까 했지만 귀찮은 일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
지금은 1분 1초라도 헛되이 하고싶지 않아 아키라는 남자를 무시하고는 발길을 돌려 뒷골목으로 돌아갔다.
그래도 역시 신경은 쓰였지만 억지로라도 걸음을 재촉해 뿌리쳤다.
자신이 신경을 쓴다 한들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리 생각하면서 걸어갔다.
소리에 심장이 파열할 것 같을 정도로 놀라 케이스케는 숨을 멈추었다.
아무래도 카운터에 쌓인 나무 조각이 떨어진 듯했다.
사소한 소리이건만 과잉 반응해 버린다.
멈추지 않는 이명(耳鳴). 멈추지 않는 고동.
폐가 오그라들 것만 같았다.
긴장과 공포와……슬픔.
큰길 길가에 있는 찻집 구석에서 양 무릎을 끌어당기고 웅크려 있었다. 마음대로 발이 움직여 깨닫고 보니 여기로 와 있었다.
부서진 입구로 비쳐드는 빛은 케이스케가 있는 곳까지는 비추지 못한다.
눅눅해서, 어둑해서, 토할 것 같아진다.
가게뿐만이 아니다.
자기 자신의 전부.
누구도 보고 싶지 않았다. 더 이상 누구도.
가시는 마음에 꽂힌 채 사라지지 않는다.
아키라의 말.
케이스케 「……읏, ……」
무의식중에 눈가에 차오르는 뜨거운 감정의 고양을 필사적으로 참는다.
그러나 이대로 전부 울고 눈물과 함께 몸도 녹아 사라지고 싶다고도 생각했다.
분했다. 슬펐다.
자신이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아키라에게는 닿지 않는다.
헛돌고 있다. 알고 있었다.
그런 자기 자신이 답답해서, 싫어서, 사라져 버리고 싶었다.
무엇을 해도 안 되는 자신.
옛날부터 그랬다.
계속.
고아원에 있던 때부터.
요령이 나쁘고 둔한 탓에 언제나 괴롭힘의 표적이 되었었다.
대들면 맞는다. 밟힌다.
그저 웅크려서 고통과 공포를 견디는 수밖에 없었다.
도와주는 녀석은 아무도 없다.
모두 비웃거나 모르는 체할 뿐이다.
언제나, 언제나, 아무도 믿을 수 없다……믿고 싶어도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아키라만은 달랐다.
막아 주고, 때로는 상대를 때려눕혀 주기도 했다.
아마도 본인은 도울 생각이 아니었으리라. 정의감에 취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저, 마음에 들지 않으니까―――그리 말했다.
그런 아키라가 영웅처럼 멋져 보여 동경했다.
아키라는 항상 혼자 있어, 주위에서는 경원시 되는 듯했다.
처음에는 말을 걸어도 매몰차게 대하고 무시당했다.
평소라면 슬퍼서 한구석에 풀죽어 있었겠지만 그때만은 포기하지 않았다. 어떻게 해서든 자신을 돌아보게 하려 했다.
응해주게 된 것은 언제쯤부터였을까.
그저 두세 마디밖에 돌아오지 않는 대답.
그래도 정말로 기뻤다.
다른 누구에게도 반응하지 않는 아키라가 자기에게는 대답해 준다.
그것에 우월감조차 느꼈다.
아키라와 보내는 시간이 조금씩 많아지고―――
어느 사이엔가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은 없어져 있었다.
전쟁이 종결되고 혼란기로 돌입했을 무렵.
학교에 다닐 상황이 아니기에 아이들끼리 무리지어 놀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여자아이에게 고백을 받았다.
Bl@ster(블래스터) 관전중에 알게 된 아이로, 불량한 척하는 것이 상징이었던 당시로는 드물게 예쁜 검은 머리카락을 길게 기른 소박한 여자아이였다. 소극적인 성격에 상냥했다.
그 아이에 대해 연애감정은 품지 않았지만 호감이 있었기에 마음을 받아들였다.
지금 생각하면 그 아이 자신을 정말로 좋아했는지 어땠는지, 「여자친구」라는 말에 들떴을 뿐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하지만, 어쨌든 기뻐서 Bl@ster 배틀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아키라에게 살짝 보고를 했다.
여자친구가 생겼다, 고 말하는 순간 입에서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아졌다.
그때까지 쑥스러워서 긴장했을 뿐이라고 생각했건만 갑자기―――
어째서인지 공포를 느꼈다.
아키라 얼굴을 보는 것이 무서웠다.
아키라의 말을 듣는 것이 무서웠다.
쭈뼛쭈뼛 올려다본 시선 끝.
아키라는 얼굴색 하나 바꾸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잘 됐네」
가슴을 쿡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화인 듯한, 초조함인 듯한, 이유를 알 수 없는 혼란으로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어졌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서야 겨우 자신이 낙담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왜 자신이 이 정도로까지 동요했는지는 몰랐다.
하지만, 분명 친구라고 생각했던 아키라의 매정함이 충격적이었던 것이리라 굳게 믿고 금세 잊고 말았다.
그 후로 한동안 여자친구와 함께 있을 때가 많아져 아키라와는 거의 행동하지 않게 되었다.
왠지 모르게 섭섭했지만 여자친구와 보내는 시간도 그 나름대로 즐거웠고, 원래 아키라에게서 연락이 오는 일은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교제가 1달 정도 계속된 어느 날, 그녀의 집에 초대받았다.
부모님이 다음날 아침까지 외출한다고.
본심은 환히 보였지만 그래도 내심 가슴이 설렜다.
그 아이의 집에 가기 전날 밤. 우연히 집에 돌아가던 중인 아키라와 만났다.
자신도 공장에서 퇴근하는 길이고 방향이 같아서 이야기하면서 도중까지 함께 갔다.
얼굴을 보는 것은 오랜만이라 자기도 모르게 입가는 미소를 띠고 마음은 구름 위를 걷듯이 들떠 있었다.
케이스케 「……어쩐지 굉장히 오랜만인 것 같아」
아키라 「그렇군」
케이스케 「아키라, 요즘 Bl@ster 보러 가?」
아키라 「가끔. 너는?」
케이스케 「요즘에는 전혀」
아키라 「그렇군」
정말로 아무래도 상관없는 쓸데없는 이야기였지만 그래도 충분히 즐거웠다.
아키라가 옆에 있다는 것이 괜히 기뻤다.
갈림길에서 아키라가 갑자기 뒤돌아보았다.
아키라 「케이스케」
케이스케 「응?」
아키라 「다음 Bl@ster, 갈래?」
케이스케 「같이?」
아키라 「응」
이때 정말로 하늘로라도 날아오를 듯한 기분이었다.
아키라가 권유하는 것은 이제까지 거의 없었기 때문에.
흥분을 꾹 참으면서 태연하게 되물었다.
케이스케 「갈래. 언제?」
아키라 「내일, 없었던가」
케이스케 「……!」
운명이란 정말로 나쁜 쪽으로 작용한다. 그렇게 생각했다.
내일은 여자친구의 집에 가는 날이었다.
솔직히 2개를 저울질하면 아키라와 나가는 쪽으로 기운다.
……하지만, 약속은 여자친구 쪽이 먼저 했다.
맹렬한 숨막힘과 후회를 맛보며 입을 다물어 버렸다.
아키라 「왜 그래?」
케이스케 「……미안, ……내일은, 약속이 좀 있어서……」
이 정도로까지 말을 하는 것이 고통스럽다 느낀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케이스케 「……다른 날로 하면 안 돼?」
아키라 「아니, 그 다음 거라도 별로 상관없어」
케이스케 「……응」
그래도 기뻤다―――그렇지만.
지금 당장, 아키라가 권해준 내일 함께 가고 싶었다.
다음이라도 함께 갈 수 있는 것에는 변함없지만 어째서인지 그것은 싫었다.
아키라 「……그럼 일단, 다음에 또 봐」
아키라는 사람 마음도 모르는 채 매정하게 돌아서서 그대로 집으로 돌아가 버렸다.
케이스케 「……다음이 대체 언제야……」
아키라의 다음에 또, 는 기대할 수 없다. 다음에 언제 만날 수 있는 것인가.
급격히 낙담했다. 지금 당장 뒤따라가 불러세워 역시 내일 가겠다고 해 버리고 싶었다.
그날은 밤 내내 무거운 기분이 짓눌러 잠들지 못한 채, 깨닫고 보니 커튼 틈새로 아침 햇살이 비쳐들고 있었다.
미처 다 숨기지 못한 기대를 품은 여자친구의 방으로 가 조금 이야기를 하고, 손수 만든 케이크를 먹고, 또 이야기하고, 또 손수 만든 저녁밥을 먹었다.
맛있어? 라고 물어 맛있다고 답했다.
그녀는 기쁜 듯이 미소 지었다.
맛 따위는 느낄 수 없었다.
방으로 돌아가, 조금 부끄러운 듯 몸을 기대오는 그녀를 껴안았다.
입술을 겹치자 역시 남자로서의 충동이 움직여 방의 전기를 끄고 천천히 감싸 안아 보았다.
자신에게 모든 것을 맡긴 채 속눈썹이 떨리는 그녀는 귀여웠다.
희고 부드러운 몸. 손과 손을 겹치고.
―――하지만, 그때. 문득 생각하고 말았다.
아키라의 손은 이렇게 작지 않아.
더 뼈마디가 튀어나왔고.
더……
…………
……깜짝 놀랐다.
왜 이런 때에 아키라가 튀어나오는 것인가.
심하게 동요했다.
하지만, 한 번 내달리기 시작한 생각은 멈출 줄을 모르고 오로지 폭주를 계속했다.
아키라의 어깨는 이렇게 부러질 듯이 가냘프지 않다.
아키라의 목은 이렇게 가늘지 않다.
아키라의 몸은 이렇게 부드럽지 않고 적지만 단단한 근육에 싸여 있고, 아마도 손으로 만지면 매끄러운 감촉이 전해져 와서……
……한계였다.
계속할 수 있을 리가―――없었다.
그녀에게 사과하고, 욕보였다 울리고, 마구 비난받으며 집을 나왔다. 관계도 거기에서 끝났다.
죄책감은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시원한 기분이었다.
그 이후 그때의 아키라가 꿈에 나오게 되었다.
만진 적도 없건만 감촉은 요염하고 흐트러진 숨결은 따뜻하다.
평소에는 날카로운 눈빛이 열에 녹아 케이스케를 멍하게 바라본다.
참을 수 없었다.
깨어나면 이부자리가 더러워져 있던 적도 있어 자신은 병이 아닐까 하고 심각하게 머리를 감싸고 고민했다.
자신은 대체 어떻게 된 것인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해가 안 되어 가슴이 답답했다.
아키라를 생각할 때마다 달콤하면서도 괴로운 통증이 스쳐 지나갔다.
자신의 감정을 확실히 자각한 것은 어느 광경을 목격했을 때였다.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다시 아키라와 같이 다니게 되어 늘 그렇듯이 Bl@ster를 관전하고 돌아갈 때. 화장실에서 돌아와서 아키라가 없어진 것을 깨달았다.
배틀의 여운으로 열기가 감도는 중 안쪽에서 아키라의 뒷모습을 발견했다.
누군가 한 사람 더 옆에 있는 것 같았다.
달려가려다 도중에 발이 얼어붙었다.
그림자는 체구가 작은, 아마도 여자의 것이었다. 여자는 아키라의 목에 팔을 두르고 안기듯이 기대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본 순간 가슴속에서 검은 감정이 소용돌이치며 불을 내뿜었다. 전신에 소름이 끼치고 심장이 다 타버릴 것 같았다.
왜 아키라는 싫어하지 않는가?
아니, 어쩌면 여자친구일지도 모른다.
그런 이야기는 못 들었다.
……말하지 않았을 뿐일지도 몰랐다.
어쨌든 두 사람을 억지로라도 떼어내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그런 자신에게 너무나 당황하고 혐오스러웠다.
마치……애인이 바람피우는 현장을 본 여자 같다고 생각했다.
한동안 상대가 하는 대로 가만히 있던 아키라가 갑자기 여자를 확 밀쳤다.
밀치는 힘이 셌는지 여자가 비틀거리다 엉덩방아를 찧는다.
그것을 보자마자 검게 흐려져 있던 가슴에서 무언가가 쑥 빠졌다.
여자는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로 무언가를 떠들어대고 발 빠르게 옆을 지나쳐 가 버렸다.
지나치며 본 여자의 얼굴은 이 세상에서 가장 추한 생물처럼 보였다.
케이스케 「……뭐야, 무슨 일이야?」
아키라 「아무것도 아니야」
그리 말한 아키라는 성가신 듯 미간을 약간 찌푸리고 있었다.
지독히―――안심했다.
동시에 그런 얼굴을 하고 있는 아키라를 만지고 싶은 충동이 솟아올랐다.
그러기 직전에 단념한다.
지금 닿으면 무언가 절제를 잃고 폭발해 버릴 것 같아 무서웠다.
참으면서 이런 자신의 증상을 표현하는 어떤 말이 느닷없이 뇌리에 떠올랐다.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하지만……, 부정할 수 없었다.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이 이해할 수 없는 달콤한 감정에 딱 맞는 말.
나는 아키라를―――
……좋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키라는 동성이다. 자신이 남자를 좋아하게 되리라고는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아니, 남자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아키라 이외의 남자에게 이런 감정을 품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남자뿐만 아니라 분명 여자에게도.
아키라가 좋다.
그러나 알릴 수는 없었다.
기분 나쁘다며 내칠 것이다.
아키라에게 미움받는 것만은 피하고 싶었다.
그렇다면, 이런 마음은 없애 버리는 게 낫다.
다소 괴롭더라도 곁에 있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게다가 어차피 고백할 생각 따위는 없다.
자신은……자신 따위는 아키라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본인은 깨닫지 못했겠지만 은밀히 아키라를 주목하고 있는 사람은 많았다.
무뚝뚝해 말 붙이기 어렵지만 강하고 얼굴도 잘생겼다.
조금 전 여자도 그런 것이리라.
그런 아키라가 행동을 함께해 준다.
때때로 스스로도 믿을 수 없을 때가 있었다.
우월감과 동시에 덮쳐오는 것은, 자기혐오. 열등감.
도움을 받기만 하는 자신.
무엇을 해도 어중간한 자신.
끝에 가서는 남자를 좋아하다니.
―――웃기지도 않는다.
얼굴을 천천히 들자 눈에 비치는 광경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황폐한 가게 안. 출입구로 비쳐드는 빛에 춤추는 먼지.
한심했다. 한심해 죽을 것 같았다.
왜 자신은 이런가.
그래서 아키라도 자신에게 정나미가 떨어진 것이다.
더 강하다면 분명 아키라에게 도움이 되었을 텐데.
아키라를 화나게 하는 일도 없었을 텐데.
아키라처럼 강했다면…….
피로한 탓인지 애매하게 부예진 시야 속에서 무언가가 빛났다.
케이스케가 앉아 있는 곳에서 정면에 위치하는 가게 안쪽. 가게 안을 흐릿하게 비추는 햇빛을 받아 작게 반사하고 있는 것.
지독히 무겁게 느껴지는 몸을 일으켜 다가갔다. 먼지와 나무 조각과 쓰레기로 더러워진 채 떨어져 있던 것은 작은 유리 용기였다.
주워들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앰플.
……라인이다.
기억하고 있는 것과 같은 모양이다. 이전에 여기에 들어온 사람이 떨어뜨리고 간 것일지도 모른다.
마약 따위를 원한 적은 없다.
마음과 몸을 파괴하는 악마의 약. 자신과는 연이 없는 것이다.
손에 든 그것을 던지려다 손이 멈춘다.
갑자기 이전에 들은 이야기가 생각난다.
―――정말로 마음도 몸도 증강되는 약.
마음도 몸도 강해진다.
약한 자신의 마음을……강하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힘을……손에 넣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악마의 속삭임이었다.
안 된다.
눈을 굳게 감고 고개를 흔들었다.
마지막에 이르는 곳에는 광기와 죽음밖에 없다. 알고 있다.
알고 있건만…….
심장이 요동쳤다. 목에 강한 갈증을 느꼈다. 시야가 어지럽다.
바람과 유혹이 일치하고 있다.
만약 내가 라인을 쓰면 아키라는 어떻게 생각할까.
거기까지 생각하고 깨달았다.
아키라는 자신과 함께 있어주기는 했다.
하지만,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는 모른다.
되돌아보면 아키라가 웃는 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
즐거운 듯한 기색도 본 적이 없다.
고아원에 있던 때부터 계속. 한 번도.
아키라에게 있어 나는 어떤 존재였을까.
……모르겠다.
한숨을 쉬며 어이없어 하는 얼굴이라면 간단히 상상할 수 있었다.
그런 표정만 보아 왔다.
그런 표정 이외에는 보여주지 않았다.
「작작 좀 해, 짜증나」
아키라의 차가운 말이 꽂힌 마음에서 끊임없이 피가 흐르고 있었다.
자신이 더 강하다면……그런 말은 하지 않았을까.
더 대등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비약이 심하다.
알고 있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만약 자신이 강했다면 아키라는 웃어 주었을까?
하지만, 이제 돌이킬 수 없다. 늦었다.
분명 아키라는 자신을 경멸하고 있을 것이다. 아키라 곁에는 있을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눈앞이 새카매졌다.
몸 어딘가에서 소리가 나고 막고 있던 감정이 탁류처럼 흘러넘쳤다.
돌아갈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런 도시에서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절망 이외에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다. 그렇다면……
자기가 있을 의미는 없다고 생각했다.
뇌리에 떠오르는 아키라의 얼굴. 차가운 시선.
생각하고 싶지 않다. 지워 버리고 싶다.
지워 준다면 무엇이든 좋다.
이 이상 견딜 수 없었다.
정신이 돌아버릴 것 같다―――
눈물로 가물거리는 손가를 움직여 앰플 끝을 부러뜨렸다.
세상이 크게 삐걱댔다.
케이스케를 책망해 마지않던 아키라의 잔상이 기묘하게 일그러졌다.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여러 가지 추억. 사건들.
이것이나 저것이나 아키라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키라.
아키라아키라아키라아키라.
화내는 아키라. 냉정한 아키라. 나를 보지 않는 아키라.
왜 그런 얼굴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까.
더 다른 아키라를 알고 싶은데.
아키라의 웃는 얼굴이 보고 싶다.
아키라의 우는 얼굴이 보고 싶다.
아키라의 당황하는 얼굴이 보고 싶다.
아키라의 곤란해하는 얼굴이 보고 싶다.
아키라의……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이 보고 싶었다.
아키라는 호텔에서 나온 곳에서 멈춰서 앞에 펼쳐진 거리를 멀리 바라보았다. 무심코 오가는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을 지긋이 보고 만다.
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케이스케도 아키라처럼 이 도시에 대해 거의 아무것도 모를 터이다.
그리 생각하자 초조함이 더해졌다. 거의 자포자기하듯 거리의 사람들을 바라본다.
아키라 「……?」
아주 짧은 순간 시야에 무언가가 지나간 기분이 들었다.
그 잔상을 쫓아 시선을 향한다.
정면의 어두운 골목 안쪽을 빠져나간 잔상. 푸른 그림자.
―――케이스케?
그 순간 발이 마음대로 달려나가고 있었다.
푸른 그림자가 보인 골목 안으로 뛰어든다. 아키라 앞에 똑바로 뻗은 좁고 지저분한 길 저편에 인기척은 없었다.
그래도 무언가의 충동에 떠밀리듯 아키라는 달려나갔다. 확실히 보였다.
아니, 눈의 착각이었을 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 해도 걸음을 멈추고 싶지 않았다.
무언가의 충동에 떠밀리듯 길이 어디로 이어지는지도 모르는 채 그저 달린다.
이윽고 폭이 조금 넓은 길로 나와 아키라는 겨우 발길을 멈추었다.
몸을 숙이고 가빠진 호흡을 가다듬는 데에 잠시 집중한다. 발과 함께 전력 질주한 심장이 몸속에 그 소리를 울리고 있었다.
대체 어디로 나온 것일까.
거친 호흡이 진정되고 다시 주위를 둘러본 아키라의 눈에 부자연스러운 광경이 포착되었다.
길을 사이에 둔 저편. 어떤 건물이 무너져 버린 듯한 공터가 있고 시든 나무가 허전한 가지를 서로 얽듯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살인이 일상 다반사인 토시마이다. 그것이 시체라 해도 이상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눈이 이끌려 바라보고 있자 시체가 아닌 듯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자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런 곳에서?
도시 중심부에서 조금 떨어진 곳인 듯했지만 그렇다 해도 허술한 정도를 넘어섰다.
일반적인 신경의 소유자라면 길바닥에서 무방비 하게 잠들 수 없다. 언제 누구에게 습격받을 것이라고도 한정 지을 수 없다.
선택지 →다가가 본다일 경우 루트 해석 생략.
→다가가지 않는다일 경우
가까이 다가가 볼까 했지만 귀찮은 일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
지금은 1분 1초라도 헛되이 하고싶지 않아 아키라는 남자를 무시하고는 발길을 돌려 뒷골목으로 돌아갔다.
그래도 역시 신경은 쓰였지만 억지로라도 걸음을 재촉해 뿌리쳤다.
자신이 신경을 쓴다 한들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리 생각하면서 걸어갔다.
소리에 심장이 파열할 것 같을 정도로 놀라 케이스케는 숨을 멈추었다.

사소한 소리이건만 과잉 반응해 버린다.
멈추지 않는 이명(耳鳴). 멈추지 않는 고동.
폐가 오그라들 것만 같았다.
긴장과 공포와……슬픔.
큰길 길가에 있는 찻집 구석에서 양 무릎을 끌어당기고 웅크려 있었다. 마음대로 발이 움직여 깨닫고 보니 여기로 와 있었다.
부서진 입구로 비쳐드는 빛은 케이스케가 있는 곳까지는 비추지 못한다.
눅눅해서, 어둑해서, 토할 것 같아진다.
가게뿐만이 아니다.
자기 자신의 전부.
누구도 보고 싶지 않았다. 더 이상 누구도.
가시는 마음에 꽂힌 채 사라지지 않는다.
아키라의 말.
케이스케 「……읏, ……」
무의식중에 눈가에 차오르는 뜨거운 감정의 고양을 필사적으로 참는다.
그러나 이대로 전부 울고 눈물과 함께 몸도 녹아 사라지고 싶다고도 생각했다.
분했다. 슬펐다.
자신이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아키라에게는 닿지 않는다.
헛돌고 있다. 알고 있었다.
그런 자기 자신이 답답해서, 싫어서, 사라져 버리고 싶었다.
무엇을 해도 안 되는 자신.
옛날부터 그랬다.
계속.
고아원에 있던 때부터.

대들면 맞는다. 밟힌다.
그저 웅크려서 고통과 공포를 견디는 수밖에 없었다.
도와주는 녀석은 아무도 없다.
모두 비웃거나 모르는 체할 뿐이다.
언제나, 언제나, 아무도 믿을 수 없다……믿고 싶어도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아키라만은 달랐다.
막아 주고, 때로는 상대를 때려눕혀 주기도 했다.
아마도 본인은 도울 생각이 아니었으리라. 정의감에 취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저, 마음에 들지 않으니까―――그리 말했다.
그런 아키라가 영웅처럼 멋져 보여 동경했다.
아키라는 항상 혼자 있어, 주위에서는 경원시 되는 듯했다.
처음에는 말을 걸어도 매몰차게 대하고 무시당했다.
평소라면 슬퍼서 한구석에 풀죽어 있었겠지만 그때만은 포기하지 않았다. 어떻게 해서든 자신을 돌아보게 하려 했다.
응해주게 된 것은 언제쯤부터였을까.
그저 두세 마디밖에 돌아오지 않는 대답.
그래도 정말로 기뻤다.
다른 누구에게도 반응하지 않는 아키라가 자기에게는 대답해 준다.
그것에 우월감조차 느꼈다.
아키라와 보내는 시간이 조금씩 많아지고―――
어느 사이엔가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은 없어져 있었다.

학교에 다닐 상황이 아니기에 아이들끼리 무리지어 놀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여자아이에게 고백을 받았다.
Bl@ster(블래스터) 관전중에 알게 된 아이로, 불량한 척하는 것이 상징이었던 당시로는 드물게 예쁜 검은 머리카락을 길게 기른 소박한 여자아이였다. 소극적인 성격에 상냥했다.
그 아이에 대해 연애감정은 품지 않았지만 호감이 있었기에 마음을 받아들였다.
지금 생각하면 그 아이 자신을 정말로 좋아했는지 어땠는지, 「여자친구」라는 말에 들떴을 뿐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하지만, 어쨌든 기뻐서 Bl@ster 배틀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아키라에게 살짝 보고를 했다.
여자친구가 생겼다, 고 말하는 순간 입에서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아졌다.
그때까지 쑥스러워서 긴장했을 뿐이라고 생각했건만 갑자기―――
어째서인지 공포를 느꼈다.
아키라 얼굴을 보는 것이 무서웠다.
아키라의 말을 듣는 것이 무서웠다.
쭈뼛쭈뼛 올려다본 시선 끝.
아키라는 얼굴색 하나 바꾸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잘 됐네」
가슴을 쿡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화인 듯한, 초조함인 듯한, 이유를 알 수 없는 혼란으로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어졌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서야 겨우 자신이 낙담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왜 자신이 이 정도로까지 동요했는지는 몰랐다.
하지만, 분명 친구라고 생각했던 아키라의 매정함이 충격적이었던 것이리라 굳게 믿고 금세 잊고 말았다.
그 후로 한동안 여자친구와 함께 있을 때가 많아져 아키라와는 거의 행동하지 않게 되었다.
왠지 모르게 섭섭했지만 여자친구와 보내는 시간도 그 나름대로 즐거웠고, 원래 아키라에게서 연락이 오는 일은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교제가 1달 정도 계속된 어느 날, 그녀의 집에 초대받았다.
부모님이 다음날 아침까지 외출한다고.
본심은 환히 보였지만 그래도 내심 가슴이 설렜다.

자신도 공장에서 퇴근하는 길이고 방향이 같아서 이야기하면서 도중까지 함께 갔다.
얼굴을 보는 것은 오랜만이라 자기도 모르게 입가는 미소를 띠고 마음은 구름 위를 걷듯이 들떠 있었다.
케이스케 「……어쩐지 굉장히 오랜만인 것 같아」
아키라 「그렇군」
케이스케 「아키라, 요즘 Bl@ster 보러 가?」
아키라 「가끔. 너는?」
케이스케 「요즘에는 전혀」
아키라 「그렇군」
정말로 아무래도 상관없는 쓸데없는 이야기였지만 그래도 충분히 즐거웠다.
아키라가 옆에 있다는 것이 괜히 기뻤다.
갈림길에서 아키라가 갑자기 뒤돌아보았다.
아키라 「케이스케」
케이스케 「응?」
아키라 「다음 Bl@ster, 갈래?」
케이스케 「같이?」
아키라 「응」
이때 정말로 하늘로라도 날아오를 듯한 기분이었다.
아키라가 권유하는 것은 이제까지 거의 없었기 때문에.
흥분을 꾹 참으면서 태연하게 되물었다.
케이스케 「갈래. 언제?」
아키라 「내일, 없었던가」
케이스케 「……!」
운명이란 정말로 나쁜 쪽으로 작용한다. 그렇게 생각했다.
내일은 여자친구의 집에 가는 날이었다.
솔직히 2개를 저울질하면 아키라와 나가는 쪽으로 기운다.
……하지만, 약속은 여자친구 쪽이 먼저 했다.
맹렬한 숨막힘과 후회를 맛보며 입을 다물어 버렸다.
아키라 「왜 그래?」
케이스케 「……미안, ……내일은, 약속이 좀 있어서……」
이 정도로까지 말을 하는 것이 고통스럽다 느낀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케이스케 「……다른 날로 하면 안 돼?」
아키라 「아니, 그 다음 거라도 별로 상관없어」
케이스케 「……응」
그래도 기뻤다―――그렇지만.
지금 당장, 아키라가 권해준 내일 함께 가고 싶었다.
다음이라도 함께 갈 수 있는 것에는 변함없지만 어째서인지 그것은 싫었다.
아키라 「……그럼 일단, 다음에 또 봐」
아키라는 사람 마음도 모르는 채 매정하게 돌아서서 그대로 집으로 돌아가 버렸다.
케이스케 「……다음이 대체 언제야……」
아키라의 다음에 또, 는 기대할 수 없다. 다음에 언제 만날 수 있는 것인가.
급격히 낙담했다. 지금 당장 뒤따라가 불러세워 역시 내일 가겠다고 해 버리고 싶었다.
그날은 밤 내내 무거운 기분이 짓눌러 잠들지 못한 채, 깨닫고 보니 커튼 틈새로 아침 햇살이 비쳐들고 있었다.
미처 다 숨기지 못한 기대를 품은 여자친구의 방으로 가 조금 이야기를 하고, 손수 만든 케이크를 먹고, 또 이야기하고, 또 손수 만든 저녁밥을 먹었다.
맛있어? 라고 물어 맛있다고 답했다.
그녀는 기쁜 듯이 미소 지었다.
맛 따위는 느낄 수 없었다.
방으로 돌아가, 조금 부끄러운 듯 몸을 기대오는 그녀를 껴안았다.
입술을 겹치자 역시 남자로서의 충동이 움직여 방의 전기를 끄고 천천히 감싸 안아 보았다.
자신에게 모든 것을 맡긴 채 속눈썹이 떨리는 그녀는 귀여웠다.
희고 부드러운 몸. 손과 손을 겹치고.
―――하지만, 그때. 문득 생각하고 말았다.
아키라의 손은 이렇게 작지 않아.
더 뼈마디가 튀어나왔고.
더……
…………
……깜짝 놀랐다.
왜 이런 때에 아키라가 튀어나오는 것인가.
심하게 동요했다.
하지만, 한 번 내달리기 시작한 생각은 멈출 줄을 모르고 오로지 폭주를 계속했다.
아키라의 어깨는 이렇게 부러질 듯이 가냘프지 않다.
아키라의 목은 이렇게 가늘지 않다.
아키라의 몸은 이렇게 부드럽지 않고 적지만 단단한 근육에 싸여 있고, 아마도 손으로 만지면 매끄러운 감촉이 전해져 와서……
……한계였다.
계속할 수 있을 리가―――없었다.
그녀에게 사과하고, 욕보였다 울리고, 마구 비난받으며 집을 나왔다. 관계도 거기에서 끝났다.
죄책감은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시원한 기분이었다.
그 이후 그때의 아키라가 꿈에 나오게 되었다.
만진 적도 없건만 감촉은 요염하고 흐트러진 숨결은 따뜻하다.
평소에는 날카로운 눈빛이 열에 녹아 케이스케를 멍하게 바라본다.
참을 수 없었다.
깨어나면 이부자리가 더러워져 있던 적도 있어 자신은 병이 아닐까 하고 심각하게 머리를 감싸고 고민했다.
자신은 대체 어떻게 된 것인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해가 안 되어 가슴이 답답했다.
아키라를 생각할 때마다 달콤하면서도 괴로운 통증이 스쳐 지나갔다.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다시 아키라와 같이 다니게 되어 늘 그렇듯이 Bl@ster를 관전하고 돌아갈 때. 화장실에서 돌아와서 아키라가 없어진 것을 깨달았다.
배틀의 여운으로 열기가 감도는 중 안쪽에서 아키라의 뒷모습을 발견했다.
누군가 한 사람 더 옆에 있는 것 같았다.
달려가려다 도중에 발이 얼어붙었다.
그림자는 체구가 작은, 아마도 여자의 것이었다. 여자는 아키라의 목에 팔을 두르고 안기듯이 기대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본 순간 가슴속에서 검은 감정이 소용돌이치며 불을 내뿜었다. 전신에 소름이 끼치고 심장이 다 타버릴 것 같았다.
왜 아키라는 싫어하지 않는가?
아니, 어쩌면 여자친구일지도 모른다.
그런 이야기는 못 들었다.
……말하지 않았을 뿐일지도 몰랐다.
어쨌든 두 사람을 억지로라도 떼어내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그런 자신에게 너무나 당황하고 혐오스러웠다.
마치……애인이 바람피우는 현장을 본 여자 같다고 생각했다.
한동안 상대가 하는 대로 가만히 있던 아키라가 갑자기 여자를 확 밀쳤다.
밀치는 힘이 셌는지 여자가 비틀거리다 엉덩방아를 찧는다.
그것을 보자마자 검게 흐려져 있던 가슴에서 무언가가 쑥 빠졌다.
여자는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로 무언가를 떠들어대고 발 빠르게 옆을 지나쳐 가 버렸다.
지나치며 본 여자의 얼굴은 이 세상에서 가장 추한 생물처럼 보였다.

아키라 「아무것도 아니야」
그리 말한 아키라는 성가신 듯 미간을 약간 찌푸리고 있었다.
지독히―――안심했다.
동시에 그런 얼굴을 하고 있는 아키라를 만지고 싶은 충동이 솟아올랐다.
그러기 직전에 단념한다.
지금 닿으면 무언가 절제를 잃고 폭발해 버릴 것 같아 무서웠다.
참으면서 이런 자신의 증상을 표현하는 어떤 말이 느닷없이 뇌리에 떠올랐다.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하지만……, 부정할 수 없었다.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이 이해할 수 없는 달콤한 감정에 딱 맞는 말.
나는 아키라를―――
……좋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키라는 동성이다. 자신이 남자를 좋아하게 되리라고는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아니, 남자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아키라 이외의 남자에게 이런 감정을 품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남자뿐만 아니라 분명 여자에게도.
아키라가 좋다.
그러나 알릴 수는 없었다.
기분 나쁘다며 내칠 것이다.
아키라에게 미움받는 것만은 피하고 싶었다.
그렇다면, 이런 마음은 없애 버리는 게 낫다.
다소 괴롭더라도 곁에 있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게다가 어차피 고백할 생각 따위는 없다.
자신은……자신 따위는 아키라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본인은 깨닫지 못했겠지만 은밀히 아키라를 주목하고 있는 사람은 많았다.
무뚝뚝해 말 붙이기 어렵지만 강하고 얼굴도 잘생겼다.
조금 전 여자도 그런 것이리라.
그런 아키라가 행동을 함께해 준다.
때때로 스스로도 믿을 수 없을 때가 있었다.
우월감과 동시에 덮쳐오는 것은, 자기혐오. 열등감.
도움을 받기만 하는 자신.
무엇을 해도 어중간한 자신.
끝에 가서는 남자를 좋아하다니.
―――웃기지도 않는다.
얼굴을 천천히 들자 눈에 비치는 광경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황폐한 가게 안. 출입구로 비쳐드는 빛에 춤추는 먼지.
한심했다. 한심해 죽을 것 같았다.
왜 자신은 이런가.
그래서 아키라도 자신에게 정나미가 떨어진 것이다.
더 강하다면 분명 아키라에게 도움이 되었을 텐데.
아키라를 화나게 하는 일도 없었을 텐데.
아키라처럼 강했다면…….
피로한 탓인지 애매하게 부예진 시야 속에서 무언가가 빛났다.
케이스케가 앉아 있는 곳에서 정면에 위치하는 가게 안쪽. 가게 안을 흐릿하게 비추는 햇빛을 받아 작게 반사하고 있는 것.
지독히 무겁게 느껴지는 몸을 일으켜 다가갔다. 먼지와 나무 조각과 쓰레기로 더러워진 채 떨어져 있던 것은 작은 유리 용기였다.
주워들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앰플.
……라인이다.
기억하고 있는 것과 같은 모양이다. 이전에 여기에 들어온 사람이 떨어뜨리고 간 것일지도 모른다.
마약 따위를 원한 적은 없다.
마음과 몸을 파괴하는 악마의 약. 자신과는 연이 없는 것이다.
손에 든 그것을 던지려다 손이 멈춘다.
갑자기 이전에 들은 이야기가 생각난다.
―――정말로 마음도 몸도 증강되는 약.
마음도 몸도 강해진다.
약한 자신의 마음을……강하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힘을……손에 넣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악마의 속삭임이었다.
안 된다.
눈을 굳게 감고 고개를 흔들었다.
마지막에 이르는 곳에는 광기와 죽음밖에 없다. 알고 있다.
알고 있건만…….
심장이 요동쳤다. 목에 강한 갈증을 느꼈다. 시야가 어지럽다.
바람과 유혹이 일치하고 있다.
만약 내가 라인을 쓰면 아키라는 어떻게 생각할까.
거기까지 생각하고 깨달았다.
아키라는 자신과 함께 있어주기는 했다.
하지만,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는 모른다.
되돌아보면 아키라가 웃는 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
즐거운 듯한 기색도 본 적이 없다.
고아원에 있던 때부터 계속. 한 번도.
아키라에게 있어 나는 어떤 존재였을까.
……모르겠다.
한숨을 쉬며 어이없어 하는 얼굴이라면 간단히 상상할 수 있었다.
그런 표정만 보아 왔다.
그런 표정 이외에는 보여주지 않았다.
「작작 좀 해, 짜증나」
아키라의 차가운 말이 꽂힌 마음에서 끊임없이 피가 흐르고 있었다.
자신이 더 강하다면……그런 말은 하지 않았을까.
더 대등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비약이 심하다.
알고 있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만약 자신이 강했다면 아키라는 웃어 주었을까?
하지만, 이제 돌이킬 수 없다. 늦었다.
분명 아키라는 자신을 경멸하고 있을 것이다. 아키라 곁에는 있을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눈앞이 새카매졌다.
몸 어딘가에서 소리가 나고 막고 있던 감정이 탁류처럼 흘러넘쳤다.
돌아갈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런 도시에서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절망 이외에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다. 그렇다면……
자기가 있을 의미는 없다고 생각했다.
뇌리에 떠오르는 아키라의 얼굴. 차가운 시선.
생각하고 싶지 않다. 지워 버리고 싶다.
지워 준다면 무엇이든 좋다.
이 이상 견딜 수 없었다.
정신이 돌아버릴 것 같다―――
눈물로 가물거리는 손가를 움직여 앰플 끝을 부러뜨렸다.
세상이 크게 삐걱댔다.
케이스케를 책망해 마지않던 아키라의 잔상이 기묘하게 일그러졌다.

여러 가지 추억. 사건들.
이것이나 저것이나 아키라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키라.
아키라아키라아키라아키라.
화내는 아키라. 냉정한 아키라. 나를 보지 않는 아키라.
왜 그런 얼굴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까.
더 다른 아키라를 알고 싶은데.
아키라의 웃는 얼굴이 보고 싶다.
아키라의 우는 얼굴이 보고 싶다.
아키라의 당황하는 얼굴이 보고 싶다.
아키라의 곤란해하는 얼굴이 보고 싶다.
아키라의……

2008/08/28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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