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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PC판을 해석한 것입니다. PS2판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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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케루 「……하아, ……윽, ……하……」
거친 호흡이 눈앞으로 다가온 골목에 울려 퍼진다.
타케루는 몸을 갈가리 찢는 듯한 격통을 견디며 벽에 손을 대고 천천히 발을 끌었다.
―――그때.
어째서인지 갑자기 목에서 전신에 걸쳐 맹렬한 통증이 스쳐 지나갔다.
몸속의 신경과 세포가 다 타버리고 근육을 비틀어 끊는 듯한 고통. 그것은 지금도 타케루를 괴롭히고 있다.
그렇지만 오감(五感)은 무서울 정도로 밝아져 있었다.
이것이―――라인의 효과.
필요 없는 것이 빠져나가 가벼워진 몸에 심장 소리만이 울리고 있다.
아키라가 어디로 갔는지, 공기를 들이마시면 냄새를 구별하는 것조차 할 수 있었다.
타케루 「놓칠까 보냐……」
……전부. 전부 그 녀석 탓이다.
그 녀석 때문에 나는 이런―――
타케루 「반드시……, 반드시, 죽여 버리겠어……!!」
다리가 꼬여 넘어질뻔해 타케루는 벽에 붙은 먼지를 쥐어뜯듯 손톱을 세웠다.
얼굴을 들고 개처럼 코를 킁킁댄다.
―――이쪽이다.
피로 물든 입가가 일그러진 미소를 짓는다.
지금이라면 땅끝까지도 따라갈 수 있을 듯한 기분이 들었다.
타케루 「손도 발도 난도질해서……, 나와 같은 고통을 맛보게 해 주마……」
그 순간을 상상한다.
그 패배를 모르는 얌전한 얼굴이 절규로 일그러진다. 핏구덩이 속에서 몸부림치고 괴로워하면서 살려달라 용서를 비는 것이다.
떨어져 나간 손발을 눈앞에서 짓밟아 주면 어떤 얼굴을 할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환희로 전신에 소름이 끼쳤다.
타케루 「……하하, 하하하, 하하하하하!!!」
발작적으로 터져나온 웃음에 목소리를 높인 그 때였다.
타케루 「……!」
등 뒤에서 누군가에게 어깨를 세게 잡혀 움찔하고 몸을 경직시켰다.
인기척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아키라의 행방을 후각으로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오감이 밝아져 있건만.
타케루 「누구냐……!」
끌어당긴 팔을 돌아보는 방향으로 등 뒤의 적을 향해 휘둘렀다.
설령 그 누구라 해도 방해하는 것은 용서하지 않는다.
그러나 먹잇감을 붙잡아야 할 주먹은 가벼운 소리를 내며 너무나 간단히 붙잡혔다.
타케루 「……읏……」
주먹은 밀어도 당겨도 상대의 힘에 제압당해 움직일 수 없었다.
갑자기 무서울 정도의 경악과 초조함이 덮쳐온다. 기분 나쁜 땀이 배어나오는 것을 느끼며 타케루는 상대의 얼굴을 엿보았다.
타케루 「……!」
……알고 있다. 이 남자―――
남자의 입술이 일그러지고 주먹을 붙잡은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
타케루 「그악……!」
뼈도 살도 짓뭉개질 듯한 압박에 손이 경련한다. 뿌리치려 흔들어도 남자의 손가락은 타케루의 그것과 일체화해 버린 것처럼 파고들고 있다.
어째서지……!
격렬한 곤혹과 충격이 타케루의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자신은 라인으로 초인적인 힘을 손에 넣었을 터인데.
그 Bl@ster 챔피언이라는 남자도 눈 깜짝할 사이에 몰아넣었다.
그런데 어째서……
타케루 「……너 이 자식, 대체 뭐야!!」
타케루는 주먹이 부서지지 않도록 혼신의 힘으로 저항하면서 외쳤다.
대답은 없었다.
흐르는 땀이 눈에 들어가 시야를 흐리게 한다.
타케루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팔의 근육이 파열할 듯이 부풀어오르고 혈액이 끓어올라 시야가 붉게 깜박인다.
기분 나쁜 소리가 몸속에 울리고 뒤이어 퍽 하고 살이 짓이겨지는 감촉이 느껴졌다.
뜨거운 액체가 팔 표면을 따라 흘러 떨어진다.
타케루 「아아아아아아악……!!!!!」
목 깊은 곳에서부터 절규가 솟아오른다.
붙잡힌 오른 주먹은 타케루의 눈앞에서 무참하게도 찌부러져 있었다.
주먹을 놓이자 뒷걸음질쳐 벽에 부딪혀 무너지듯 주저앉는다.
헛수고라는 것을 알면서도 필사적으로 누르는 왼손 사이로 선혈이 흘러넘친다.
혼란으로 울부짖는 타케루를 검은 그림자가 뒤덮었다.
남자는 타케루의 주먹을 짓뭉개 붉게 물든 손을 혀로 핥고는 희미하게 미소를 띠었다.
타케루 「……, ……지, 마……」
공포에 사로잡힌 타케루가 떨면서 남자를 올려다본다. 라인으로 증폭된 힘 따위는 이미 아무런 의미도 없어졌다. 과호흡으로 목이 바람 빠지는 듯한 소리를 낸다.
펼쳐진 남자의 손이 타케루의 머리로 뻗어오고, 붙잡는다.
조금씩 조여드는 힘에 절규하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타케루 「오지 마아아아―――――……!!!!!」
손가락이 파고든다.
안으로 파고드는 기분 나쁜 소리와 감촉.
모든 감각이 물결치는 이명(耳鳴)에 뒤 삼켜져 간다.
유카리 「엄마! 엄마, 오빠가 돌아왔어!」
기쁜 듯한 목소리가 나고 동생……유카리가 종종걸음으로 달려왔다.
목소리와 같이 기쁜 듯한 미소를 만면에 띠고 타케루를 올려다보고 있다.
―――너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여기에?
유카리 「오빠는 참. 무슨 말이야? 처음부터 여기에 있었잖아」
―――……그랬던가.
유카리 「자 봐, 아빠랑 엄마도 있어」
시선을 들자 마약에 취해 입원중이던 어머니와 얼이 빠졌던 아버지가 미소 지으며 서 있었다.
기억 속의 2사람과는 달리 굉장히 건강해 보였다.
유카리 「엄마, 돌아왔어」
―――……아아, 그랬구나. 무사히 돌아왔다니 다행이다.
유카리 「아빠도 건강해진 것 같아」
유카리가 조금 수줍어한다.
유카리 「이제는 오빠만 있어 주면 유카리는 더 이상 아무것도 필요 없어」
―――……그렇구나.
―――하지만, 나는 아직 이르레를 못 쓰러뜨렸어. 부자가 되어서 모두를 행복하게 해 줘야지.
유카리 「무슨 말이야? 이르레는 벌써 쓰러뜨렸잖아」
―――에?
유카리가 내민 손에는 어느새 라인 앰플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발치에도 몇 개나 떨어져 있다.
―――그랬던가.
유카리 「응」
―――이제 이걸로 배를 곯는 일도 없어지고, 비참한 생각도 하지 않게 될 거야.
유카리 「응……, ……하지만」
유카리의 표정이 슬픈 듯이 어두워지며 고개를 숙인다.
―――왜 그래? 기쁘지 않아? 갖고 싶은 옷도 장난감도, 무엇이든 사 줄 수 있어.
유카리 「……응, 하지만, 그치만. 유카리, 옷도 장난감도 필요 없었어. 오빠가 있어 주면 그걸로 충분했어」
―――……에?
―――무슨 말이야?
―――오빠는 여기에 있잖아.
―――모두의 곁으로 돌아왔잖아.
유카리 「…………」
얼굴을 찡그린 유카리의 뺨에 굵게 방울진 눈물이 넘쳐흐른다.
―――어이, 울지 마. 왜 그래?
―――오빠가 죽 곁에 있어 줄게.
―――죽 아빠랑 엄마랑 유카리를 지켜 줄게.
―――그러니까 울지 마……
안구가 튀어나올 듯한 압박을 마지막으로―――
공포에 좀 먹힌 타케루의 의식은 단절되었다.
바람소리만이 지나치는 골목에 조용히 다가오는 기척이 있었다.
벽에 기댄 채 숨이 끊어진 타케루의 몸 앞에 천천히 몸을 숙인다.
금빛으로도 보이는 연한 갈색 머리카락, 비치듯 흰 피부, 엷게 푸른빛을 띤 눈동자.
타케루에게 라인을 준 남자.
남자는 피가 맺힌 타케루의 목덜미에 손을 댔다.
맥은 없고, 체온은 이미 사라져 있었다.
공포로 크게 뜬 채인 눈을 살며시 어루만져 눈을 감긴다.
손끝에 묻은 약간의 피를 가볍게 핥아 입안에 퍼지는 맛에 확신한다.
연민도 친절함도 아무것도 없이, 남자는 그저 무표정하게 유해를 내려다보았다.
알비트로 「……욱……」
피비린내나는 악취가 가득한 정적 속에서 안쪽 문에서 호위와 함께 한 명의 남자가 모습을 나타냈다.
가면으로 눈가를 덮은 얼굴은 혐오를 그대로 드러내고 한 손으로 입가를 가린 채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흰 가죽 구두로 피 웅덩이를 짓밟는다.
알비트로 「……정말 심하군. 이렇게까지 형체도 없으면 미의식이 털끝만큼도 느껴지지 않아. 센스가 의심스럽군」
큰 한숨을 내쉬고는 한탄스러운 목소리를 내며 미간을 찌푸린다.
이그라 참가자의 중립지대인 클럽에서 대량으로 사람이 살해되었다는 보고를 받고 알비트로가 친히 시찰을 나왔을 때였다.
알비트로 「온통 피에 젖은 세계라니, 한 번 보고 싶어지는 법이지.
뭐, 불청객의 참가로 여흥도 관전할 수 있었으니……, 좋게 생각할까」
양팔을 과장되게 펼치고 동의를 요구받은 호위들은 모두 같은 각도로 끄덕였다.
마침 클럽 안쪽을 둘러보고 있을 때 누군가가 나타나 난투를 시작했기 때문에 그림자에 숨어 자초지종을 다 본 것이었다.
그 푸른 머리카락의 남자는 움직임을 보건대 십중팔구 라인 복용자이리라.
도중까지는 어떻게 보아도 압승이었건만 갑자기 형제가 역전했다.
발작을 일으킨 것처럼도 보였지만 라인 복용자가 발작을 일으킨 전례는 이제까지 들은 적이 없었다.
맞서던 잘생긴―――꽤 알비트로의 취향인 남자의 입술은 찢었는지 찢겼는지 피가 번져 있었다.
피, 혈액……
그리고 라인 복용자.
묘하게 걸리는 키워드.
알비트로 「……아아, 그렇군」
잠시 생각한 알비트로는 간신히 끌어올린 기억에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알비트로 「……Project:Nicole(프로젝트:니콜)이라……」
가면 속에 숨은 두 눈이 날카롭게 가늘어진다.
알비트로는 급격히 솟아오른 웃음에 어깨를 흔들고 소리를 내며 낮게 웃었다.
아키라 「…………」
숨이 멈추는 듯한 감각에 기침을 하면서 얼굴을 양손으로 누르며 눈을 굳게 감았다. 타케루의 괴로워하는 모습이 망막에 강하게 남아 지워지지 않는다.
그―――공포와 혐오로 크게 뜬 눈.
격통을 참듯이 목을 누르며 떨고 있었다.
그때까지 그런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았는데 왜 갑자기―――
아키라 「……!」
그때, 아까 스쳐 지나간 기시감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냈다.
―――그 남자다.
아키라를 습격한 은발 남자도 갑자기 정신이 나간 것처럼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그저 우연이라고 하면 그뿐이었지만 무언가가 이상했다.
라인의 부작용에 의한 발작인가―――?
그 남자도 마약 사용자 특유의 눈을 하고 있었다. 타케루는 무엇보다 본인 입으로 그렇다고 했다.
라인의 부작용……그렇게 생각하면 납득은 간다. 애초에 마약 따위는 언제 어디에서 갑자기 죽는다 해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왜인지 석연치 않았다. 아직 그 외에도 무언가가 있는 기분이 들었지만 직감 같은 것일 뿐 구체적으로는 짐작이 가지 않는다.
그 이상은 생각이 막혀 아키라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조용히 일어섰다.
생각이 냉정해짐에 따라 희미해져 있던 몸의 감각이 돌아와 있었다. 마디마디가 아프고 열을 띠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물어뜯긴 입술은 피가 응고되어 있어 혀로 가볍게 핥고 손등으로 훔쳤다. 특히 계속해서 발로 차인 양팔은 피부가 부어 있어 건드리면 스미는 듯한 통증이 스친다.
위아래로 움직여 본다. 아마도 뼈는 부러지지 않았다.
벽에서 몸을 일으키고 걸어나가려 했을 때였다.
인기척을 느낀 기분이 들어 멈추어섰다.
옆 벽에 등을 대고 숨을 죽인다.
타케루와의 싸움으로 인한 소모가 커, 한 번 더 연속해서 싸우는 것은 솔직히 괴로웠다.
그러나 만약 발각된다면……어쩔 수 없다.
아키라는 허리의 나이프에 손을 대면서 신중하게 상대의 기색을 살폈다.
아키라 「……?」
그때 단말마의 비명이 골목 하늘을 꿰뚫고 울려 퍼졌다.
아키라는 너무나 처절한 소리에 무심코 숨을 삼키고 신중하게 주위를 살폈다. 조금 전에 느껴졌던 인기척은 사라져 있었다.
지금 목소리 주인이 그 사람이었을까.
타케루의 목소리와 닮은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어찌되었든 추격자가 없어진 것에 작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귀를 두드리는 것은 희미한 싸움 소리와 정적뿐, 무심히 걷는 아키라의 뇌리에서 기억의 자동재생이 시작된다.
호텔을 나가기 직전. 눈썹을 찌푸리고 입을 일자로 굳게 닫은 케이스케의―――지독히 상처입은 표정.
이제까지 타인이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생각한 적이 없었다.
대신에 자기 마음을 누군가가 알아주었으면 한 적도 없었다.
나는 나. 타인은 타인.
Bl@ster의 챔피언이라면 무조건 친해지려는 녀석들이 있고 아첨하며 다가오는 사람도 잔뜩 있었다. 구역질이 났다.
그러나 케이스케는 달랐다.
어렸을 때부터 어째서인지 언제나 아키라의 뒤를 따라왔다.
대부분은 몇 번 무시하면 자연히 떨어져 나갔지만 케이스케만은 아무리 무시해도 사라지지 않았다.
너무 끈질겨 정말 귀찮아져 왜 따라다니는지 물어본 적이 있었다.
케이스케는 쑥스러운 듯한 미소를 띠고 「아키라 옆에 있고 싶으니까」라고 대답했다.
솔직히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그 후 케이스케가 따라오는 것이 신경쓰이지 않게 되었다.
깨닫고 보니 오래 알고 지낸 사이가 되었다. 그런 겉과 속이 다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부딪히는 바보 같이 솔직한 점은 싫지 않았다.
요령이 나쁜 점이나 추진력이 없는 점 등 단점이라 할 부분도 있었지만 아키라 자신은 특별히 신경 쓴 적은 없다.
단점이 없는 사람은 없다. 장점밖에 없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 있다 해도 믿을 수 없다.
그저……아무리 해도 딱 한 가지 싫은 점이 있었다.
그것은 아키라에 대한 과잉 열등의식이었다.
「자기는 허락을 받고 곁에 있다」는 의식.
케이스케를 바보 취급한 적은 한 번도 없고, 바보 취급하는 사람을 일부러 옆에 두지 않는다. 그런데 케이스케는 무언가에 관련짓고 자기 자신을 비하하고 있었다.
그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마음을 쓰는 친절함은 갖고 있지 않아 같은 시선으로 대화하려 했기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은 모두 감추지 않고 전했다.
그렇지만―――케이스케는 아니었던 듯했다.
호텔에서 큰소리를 쳐 케이스케가 없어지고 처음으로 깨달은 것이었다.
그때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생각한 대로는 전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 장본인조차「이런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니다」라고 생각했으니 그것은 당연했다.
생각했지만 멈추지 않았다.
오랜만에 폭발한 감정의 격류를 막는 것도 컨트롤하는 것도 할 수 없었다.
다만, 180도 전혀 달랐던 것은 아니다. 화가 나서 뒤틀려 버린 것이다.
사실은―――
너는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 무리는 하지 않아도 된다.
그 단 한 마디로 충분히 전해질 터였다.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아키라에게 위로하는 말 따위는 인연이 먼 것이라 그리 능숙하게는 말할 수 없다. 그 결과, 자기 생각을 강요할 뿐인 오만이 되어 케이스케를 상처입히고 말았다.
―――이제까지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있던 케이스케에 대해서는 무엇이든 알고 있다고.
자만이다.
연인이나 부부, 설령 부모자식이라도 완전히 모든 것을 서로 알 수는 없다.
결국은 각각의 인간이기 때문에.
――어쨌든. 깨달은 이상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뒤를 좇아온 것도, 말리는 것도 듣지 않고 이그라에 참가한 것도 케이스케가 마음대로 정한 것이다.
하지만, 경위가 어떻든 한 번 그리 정한 것을 내버려 두는 것은 좋아하지 않았다.
하물며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이상은 더더욱.
케이스케를 찾아야 한다.
폐허 투성이인 이 도시는 숨을 곳은 넉넉했지만, 그렇다 해서 아무것도 없다는 보증은 어디에도 없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몸의 안전은 위태로워진다.
아키라 「……윽」
걷는 속도를 높이려한 순간 갑자기 진창을 걷는 듯한 기묘한 감각에 사로잡혀 아키라는 손으로 벽을 짚었다.
몸은 생각 이상으로 피로해 있는 듯이 삐걱대는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일분일초라도 아까웠지만 움직이지 못하게 되면 어쩔 수 없다.
인기척이 없는 가까운 폐 빌딩으로 들어가 무슨 일이 일어나도 바로 대처할 수 있도록 안쪽으로까지는 들어가지 않고 입구 옆에 주저앉았다.
벽에 머리를 맡기고 눈을 감자 진흙탕 같은 피폐한 느낌이 왈칵 밀려온다.
새빨간 플로어와 광기가 깃든 타케루의 눈동자가 뇌리에서 가물거려 더 굳게 눈을 감았다.
의식을 억지로 어둠으로 빠트리기 위해 굳게.
그리하여 아키라는 진흙탕의 물결에 휩쓸려 가듯이 잠들었다.
거친 호흡이 눈앞으로 다가온 골목에 울려 퍼진다.
타케루는 몸을 갈가리 찢는 듯한 격통을 견디며 벽에 손을 대고 천천히 발을 끌었다.
―――그때.
어째서인지 갑자기 목에서 전신에 걸쳐 맹렬한 통증이 스쳐 지나갔다.
몸속의 신경과 세포가 다 타버리고 근육을 비틀어 끊는 듯한 고통. 그것은 지금도 타케루를 괴롭히고 있다.
그렇지만 오감(五感)은 무서울 정도로 밝아져 있었다.
이것이―――라인의 효과.
필요 없는 것이 빠져나가 가벼워진 몸에 심장 소리만이 울리고 있다.
아키라가 어디로 갔는지, 공기를 들이마시면 냄새를 구별하는 것조차 할 수 있었다.
타케루 「놓칠까 보냐……」
……전부. 전부 그 녀석 탓이다.
그 녀석 때문에 나는 이런―――
타케루 「반드시……, 반드시, 죽여 버리겠어……!!」
다리가 꼬여 넘어질뻔해 타케루는 벽에 붙은 먼지를 쥐어뜯듯 손톱을 세웠다.
얼굴을 들고 개처럼 코를 킁킁댄다.
―――이쪽이다.
피로 물든 입가가 일그러진 미소를 짓는다.
지금이라면 땅끝까지도 따라갈 수 있을 듯한 기분이 들었다.
타케루 「손도 발도 난도질해서……, 나와 같은 고통을 맛보게 해 주마……」
그 순간을 상상한다.
그 패배를 모르는 얌전한 얼굴이 절규로 일그러진다. 핏구덩이 속에서 몸부림치고 괴로워하면서 살려달라 용서를 비는 것이다.
떨어져 나간 손발을 눈앞에서 짓밟아 주면 어떤 얼굴을 할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환희로 전신에 소름이 끼쳤다.
타케루 「……하하, 하하하, 하하하하하!!!」
발작적으로 터져나온 웃음에 목소리를 높인 그 때였다.
타케루 「……!」
등 뒤에서 누군가에게 어깨를 세게 잡혀 움찔하고 몸을 경직시켰다.
인기척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아키라의 행방을 후각으로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오감이 밝아져 있건만.
타케루 「누구냐……!」
끌어당긴 팔을 돌아보는 방향으로 등 뒤의 적을 향해 휘둘렀다.
설령 그 누구라 해도 방해하는 것은 용서하지 않는다.
그러나 먹잇감을 붙잡아야 할 주먹은 가벼운 소리를 내며 너무나 간단히 붙잡혔다.
타케루 「……읏……」
주먹은 밀어도 당겨도 상대의 힘에 제압당해 움직일 수 없었다.
갑자기 무서울 정도의 경악과 초조함이 덮쳐온다. 기분 나쁜 땀이 배어나오는 것을 느끼며 타케루는 상대의 얼굴을 엿보았다.
타케루 「……!」
……알고 있다. 이 남자―――
남자의 입술이 일그러지고 주먹을 붙잡은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
타케루 「그악……!」
뼈도 살도 짓뭉개질 듯한 압박에 손이 경련한다. 뿌리치려 흔들어도 남자의 손가락은 타케루의 그것과 일체화해 버린 것처럼 파고들고 있다.
어째서지……!
격렬한 곤혹과 충격이 타케루의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자신은 라인으로 초인적인 힘을 손에 넣었을 터인데.
그 Bl@ster 챔피언이라는 남자도 눈 깜짝할 사이에 몰아넣었다.
그런데 어째서……
타케루 「……너 이 자식, 대체 뭐야!!」
타케루는 주먹이 부서지지 않도록 혼신의 힘으로 저항하면서 외쳤다.
대답은 없었다.
흐르는 땀이 눈에 들어가 시야를 흐리게 한다.
타케루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팔의 근육이 파열할 듯이 부풀어오르고 혈액이 끓어올라 시야가 붉게 깜박인다.
기분 나쁜 소리가 몸속에 울리고 뒤이어 퍽 하고 살이 짓이겨지는 감촉이 느껴졌다.
뜨거운 액체가 팔 표면을 따라 흘러 떨어진다.

목 깊은 곳에서부터 절규가 솟아오른다.
붙잡힌 오른 주먹은 타케루의 눈앞에서 무참하게도 찌부러져 있었다.
주먹을 놓이자 뒷걸음질쳐 벽에 부딪혀 무너지듯 주저앉는다.
헛수고라는 것을 알면서도 필사적으로 누르는 왼손 사이로 선혈이 흘러넘친다.

남자는 타케루의 주먹을 짓뭉개 붉게 물든 손을 혀로 핥고는 희미하게 미소를 띠었다.
타케루 「……, ……지, 마……」
공포에 사로잡힌 타케루가 떨면서 남자를 올려다본다. 라인으로 증폭된 힘 따위는 이미 아무런 의미도 없어졌다. 과호흡으로 목이 바람 빠지는 듯한 소리를 낸다.
펼쳐진 남자의 손이 타케루의 머리로 뻗어오고, 붙잡는다.
조금씩 조여드는 힘에 절규하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타케루 「오지 마아아아―――――……!!!!!」
손가락이 파고든다.
안으로 파고드는 기분 나쁜 소리와 감촉.
모든 감각이 물결치는 이명(耳鳴)에 뒤 삼켜져 간다.
유카리 「엄마! 엄마, 오빠가 돌아왔어!」
기쁜 듯한 목소리가 나고 동생……유카리가 종종걸음으로 달려왔다.
목소리와 같이 기쁜 듯한 미소를 만면에 띠고 타케루를 올려다보고 있다.
―――너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여기에?
유카리 「오빠는 참. 무슨 말이야? 처음부터 여기에 있었잖아」
―――……그랬던가.

시선을 들자 마약에 취해 입원중이던 어머니와 얼이 빠졌던 아버지가 미소 지으며 서 있었다.
기억 속의 2사람과는 달리 굉장히 건강해 보였다.
유카리 「엄마, 돌아왔어」
―――……아아, 그랬구나. 무사히 돌아왔다니 다행이다.
유카리 「아빠도 건강해진 것 같아」
유카리가 조금 수줍어한다.
유카리 「이제는 오빠만 있어 주면 유카리는 더 이상 아무것도 필요 없어」
―――……그렇구나.
―――하지만, 나는 아직 이르레를 못 쓰러뜨렸어. 부자가 되어서 모두를 행복하게 해 줘야지.
유카리 「무슨 말이야? 이르레는 벌써 쓰러뜨렸잖아」
―――에?
유카리가 내민 손에는 어느새 라인 앰플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발치에도 몇 개나 떨어져 있다.
―――그랬던가.
유카리 「응」
―――이제 이걸로 배를 곯는 일도 없어지고, 비참한 생각도 하지 않게 될 거야.
유카리 「응……, ……하지만」
유카리의 표정이 슬픈 듯이 어두워지며 고개를 숙인다.
―――왜 그래? 기쁘지 않아? 갖고 싶은 옷도 장난감도, 무엇이든 사 줄 수 있어.
유카리 「……응, 하지만, 그치만. 유카리, 옷도 장난감도 필요 없었어. 오빠가 있어 주면 그걸로 충분했어」
―――……에?
―――무슨 말이야?
―――오빠는 여기에 있잖아.
―――모두의 곁으로 돌아왔잖아.
유카리 「…………」
얼굴을 찡그린 유카리의 뺨에 굵게 방울진 눈물이 넘쳐흐른다.
―――어이, 울지 마. 왜 그래?
―――오빠가 죽 곁에 있어 줄게.
―――죽 아빠랑 엄마랑 유카리를 지켜 줄게.
―――그러니까 울지 마……
안구가 튀어나올 듯한 압박을 마지막으로―――
공포에 좀 먹힌 타케루의 의식은 단절되었다.
바람소리만이 지나치는 골목에 조용히 다가오는 기척이 있었다.
벽에 기댄 채 숨이 끊어진 타케루의 몸 앞에 천천히 몸을 숙인다.

타케루에게 라인을 준 남자.
남자는 피가 맺힌 타케루의 목덜미에 손을 댔다.
맥은 없고, 체온은 이미 사라져 있었다.
공포로 크게 뜬 채인 눈을 살며시 어루만져 눈을 감긴다.
손끝에 묻은 약간의 피를 가볍게 핥아 입안에 퍼지는 맛에 확신한다.
연민도 친절함도 아무것도 없이, 남자는 그저 무표정하게 유해를 내려다보았다.

피비린내나는 악취가 가득한 정적 속에서 안쪽 문에서 호위와 함께 한 명의 남자가 모습을 나타냈다.
가면으로 눈가를 덮은 얼굴은 혐오를 그대로 드러내고 한 손으로 입가를 가린 채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흰 가죽 구두로 피 웅덩이를 짓밟는다.
알비트로 「……정말 심하군. 이렇게까지 형체도 없으면 미의식이 털끝만큼도 느껴지지 않아. 센스가 의심스럽군」
큰 한숨을 내쉬고는 한탄스러운 목소리를 내며 미간을 찌푸린다.
이그라 참가자의 중립지대인 클럽에서 대량으로 사람이 살해되었다는 보고를 받고 알비트로가 친히 시찰을 나왔을 때였다.
알비트로 「온통 피에 젖은 세계라니, 한 번 보고 싶어지는 법이지.
뭐, 불청객의 참가로 여흥도 관전할 수 있었으니……, 좋게 생각할까」
양팔을 과장되게 펼치고 동의를 요구받은 호위들은 모두 같은 각도로 끄덕였다.
마침 클럽 안쪽을 둘러보고 있을 때 누군가가 나타나 난투를 시작했기 때문에 그림자에 숨어 자초지종을 다 본 것이었다.
그 푸른 머리카락의 남자는 움직임을 보건대 십중팔구 라인 복용자이리라.
도중까지는 어떻게 보아도 압승이었건만 갑자기 형제가 역전했다.
발작을 일으킨 것처럼도 보였지만 라인 복용자가 발작을 일으킨 전례는 이제까지 들은 적이 없었다.
맞서던 잘생긴―――꽤 알비트로의 취향인 남자의 입술은 찢었는지 찢겼는지 피가 번져 있었다.
피, 혈액……
그리고 라인 복용자.
묘하게 걸리는 키워드.
알비트로 「……아아, 그렇군」
잠시 생각한 알비트로는 간신히 끌어올린 기억에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알비트로 「……Project:Nicole(프로젝트:니콜)이라……」
가면 속에 숨은 두 눈이 날카롭게 가늘어진다.
알비트로는 급격히 솟아오른 웃음에 어깨를 흔들고 소리를 내며 낮게 웃었다.

숨이 멈추는 듯한 감각에 기침을 하면서 얼굴을 양손으로 누르며 눈을 굳게 감았다. 타케루의 괴로워하는 모습이 망막에 강하게 남아 지워지지 않는다.
그―――공포와 혐오로 크게 뜬 눈.
격통을 참듯이 목을 누르며 떨고 있었다.
그때까지 그런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았는데 왜 갑자기―――
아키라 「……!」
그때, 아까 스쳐 지나간 기시감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냈다.
―――그 남자다.
아키라를 습격한 은발 남자도 갑자기 정신이 나간 것처럼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그저 우연이라고 하면 그뿐이었지만 무언가가 이상했다.
라인의 부작용에 의한 발작인가―――?
그 남자도 마약 사용자 특유의 눈을 하고 있었다. 타케루는 무엇보다 본인 입으로 그렇다고 했다.
라인의 부작용……그렇게 생각하면 납득은 간다. 애초에 마약 따위는 언제 어디에서 갑자기 죽는다 해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왜인지 석연치 않았다. 아직 그 외에도 무언가가 있는 기분이 들었지만 직감 같은 것일 뿐 구체적으로는 짐작이 가지 않는다.
그 이상은 생각이 막혀 아키라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조용히 일어섰다.
생각이 냉정해짐에 따라 희미해져 있던 몸의 감각이 돌아와 있었다. 마디마디가 아프고 열을 띠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물어뜯긴 입술은 피가 응고되어 있어 혀로 가볍게 핥고 손등으로 훔쳤다. 특히 계속해서 발로 차인 양팔은 피부가 부어 있어 건드리면 스미는 듯한 통증이 스친다.
위아래로 움직여 본다. 아마도 뼈는 부러지지 않았다.
벽에서 몸을 일으키고 걸어나가려 했을 때였다.
인기척을 느낀 기분이 들어 멈추어섰다.
옆 벽에 등을 대고 숨을 죽인다.
타케루와의 싸움으로 인한 소모가 커, 한 번 더 연속해서 싸우는 것은 솔직히 괴로웠다.
그러나 만약 발각된다면……어쩔 수 없다.
아키라는 허리의 나이프에 손을 대면서 신중하게 상대의 기색을 살폈다.
아키라 「……?」
그때 단말마의 비명이 골목 하늘을 꿰뚫고 울려 퍼졌다.
아키라는 너무나 처절한 소리에 무심코 숨을 삼키고 신중하게 주위를 살폈다. 조금 전에 느껴졌던 인기척은 사라져 있었다.
지금 목소리 주인이 그 사람이었을까.
타케루의 목소리와 닮은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어찌되었든 추격자가 없어진 것에 작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귀를 두드리는 것은 희미한 싸움 소리와 정적뿐, 무심히 걷는 아키라의 뇌리에서 기억의 자동재생이 시작된다.
호텔을 나가기 직전. 눈썹을 찌푸리고 입을 일자로 굳게 닫은 케이스케의―――지독히 상처입은 표정.
이제까지 타인이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생각한 적이 없었다.
대신에 자기 마음을 누군가가 알아주었으면 한 적도 없었다.
나는 나. 타인은 타인.
Bl@ster의 챔피언이라면 무조건 친해지려는 녀석들이 있고 아첨하며 다가오는 사람도 잔뜩 있었다. 구역질이 났다.
그러나 케이스케는 달랐다.
어렸을 때부터 어째서인지 언제나 아키라의 뒤를 따라왔다.
대부분은 몇 번 무시하면 자연히 떨어져 나갔지만 케이스케만은 아무리 무시해도 사라지지 않았다.
너무 끈질겨 정말 귀찮아져 왜 따라다니는지 물어본 적이 있었다.
케이스케는 쑥스러운 듯한 미소를 띠고 「아키라 옆에 있고 싶으니까」라고 대답했다.
솔직히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그 후 케이스케가 따라오는 것이 신경쓰이지 않게 되었다.
깨닫고 보니 오래 알고 지낸 사이가 되었다. 그런 겉과 속이 다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부딪히는 바보 같이 솔직한 점은 싫지 않았다.
요령이 나쁜 점이나 추진력이 없는 점 등 단점이라 할 부분도 있었지만 아키라 자신은 특별히 신경 쓴 적은 없다.
단점이 없는 사람은 없다. 장점밖에 없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 있다 해도 믿을 수 없다.
그저……아무리 해도 딱 한 가지 싫은 점이 있었다.
그것은 아키라에 대한 과잉 열등의식이었다.
「자기는 허락을 받고 곁에 있다」는 의식.
케이스케를 바보 취급한 적은 한 번도 없고, 바보 취급하는 사람을 일부러 옆에 두지 않는다. 그런데 케이스케는 무언가에 관련짓고 자기 자신을 비하하고 있었다.
그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마음을 쓰는 친절함은 갖고 있지 않아 같은 시선으로 대화하려 했기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은 모두 감추지 않고 전했다.
그렇지만―――케이스케는 아니었던 듯했다.
호텔에서 큰소리를 쳐 케이스케가 없어지고 처음으로 깨달은 것이었다.
그때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생각한 대로는 전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 장본인조차「이런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니다」라고 생각했으니 그것은 당연했다.
생각했지만 멈추지 않았다.
오랜만에 폭발한 감정의 격류를 막는 것도 컨트롤하는 것도 할 수 없었다.
다만, 180도 전혀 달랐던 것은 아니다. 화가 나서 뒤틀려 버린 것이다.
사실은―――
너는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 무리는 하지 않아도 된다.
그 단 한 마디로 충분히 전해질 터였다.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아키라에게 위로하는 말 따위는 인연이 먼 것이라 그리 능숙하게는 말할 수 없다. 그 결과, 자기 생각을 강요할 뿐인 오만이 되어 케이스케를 상처입히고 말았다.
―――이제까지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있던 케이스케에 대해서는 무엇이든 알고 있다고.
자만이다.
연인이나 부부, 설령 부모자식이라도 완전히 모든 것을 서로 알 수는 없다.
결국은 각각의 인간이기 때문에.
――어쨌든. 깨달은 이상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뒤를 좇아온 것도, 말리는 것도 듣지 않고 이그라에 참가한 것도 케이스케가 마음대로 정한 것이다.
하지만, 경위가 어떻든 한 번 그리 정한 것을 내버려 두는 것은 좋아하지 않았다.
하물며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이상은 더더욱.
케이스케를 찾아야 한다.
폐허 투성이인 이 도시는 숨을 곳은 넉넉했지만, 그렇다 해서 아무것도 없다는 보증은 어디에도 없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몸의 안전은 위태로워진다.
아키라 「……윽」
걷는 속도를 높이려한 순간 갑자기 진창을 걷는 듯한 기묘한 감각에 사로잡혀 아키라는 손으로 벽을 짚었다.
몸은 생각 이상으로 피로해 있는 듯이 삐걱대는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일분일초라도 아까웠지만 움직이지 못하게 되면 어쩔 수 없다.

벽에 머리를 맡기고 눈을 감자 진흙탕 같은 피폐한 느낌이 왈칵 밀려온다.
새빨간 플로어와 광기가 깃든 타케루의 눈동자가 뇌리에서 가물거려 더 굳게 눈을 감았다.
의식을 억지로 어둠으로 빠트리기 위해 굳게.
그리하여 아키라는 진흙탕의 물결에 휩쓸려 가듯이 잠들었다.
2008/09/03 23:23
2008/09/03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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