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는 퍼가지 말고 트랙백이나 링크만 걸어 주십시오.
이 글은 PC판을 해석한 것입니다. PS2판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시간 날 때 한 시간 정도씩 조금씩 했는데 어느새 양이 이렇게 됐군요(・ω・)
이 글은 PC판을 해석한 것입니다. PS2판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시간 날 때 한 시간 정도씩 조금씩 했는데 어느새 양이 이렇게 됐군요(・ω・)
로그 보기
얼마나 잠들었는지는 모른다. 몸에는 아직 권태감과 통증이 남아 있었지만 그래도 꽤 가벼워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상의 주머니에서 시계를 대신하는 통신기를 꺼내 액정을 확인한다. 슬슬 해가 지기 시작할 시각으로 주위는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엠마 일행의 연락은 아직까지 없어 통신기를 본래 용도로 사용한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나름대로 도움은 되고 있었다.
밖으로 나와 아키라가 향하려 한 곳은 호텔이었다.
클럽이 사라져 버린 지금, 사람이 모일 중립지대라면 나머지는 호텔 정도밖에 몰랐다.
……그 후 타케루는 어떻게 되었는가.
아키라를 찾아 배회하고 있을까, 그렇지 않으면―――
맞닥뜨리면 전투는 불가피하다.
그것은 가능한한 피하고 싶었지만 생사 여부는 마음이 쓰였다.
만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다.
왜 그리 생각하는지는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
타케루의 심정을……다른 이그라 참가자들과는 다른, 안에서 끓어오르는 무언가를 엿보고 말았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아키라가 지금 있는 위치에서 호텔 방면으로 나가려면 아마도 유흥가를 지나가는 편이 좋을 듯해 어둑한 골목을 달려갔다.
클럽 근처를 지나가려 하자 평소에는 텅 빈 길에 드문드문 사람 모습이 보였다.
불만스럽게 얼굴을 찌푸리고 있는 것을 보아 클럽을 아지트로 삼았던 녀석들이 사건 때문에 오도 가도 못하고 있는 듯하다.
구경꾼 몇 명이 문이 활짝 열린 지하 입구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철분 냄새가 코끝을 스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 새빨간 광경을 기억해낼 것 같아져 발걸음을 재촉한다.
검정 셔츠 「어땠어? 안에 들어갔지? 어떻게 돼 있었어?」
파랑 셔츠 「이야―, 정말 엄청난 꼴이었다고. 그런 걸 보고 지옥도라고 할 거야. 냄새도 엄청나. 구역질난다니까, 정말」
검정 셔츠 「아아―. 여기 꽤 좋았는데. 라인도 다른 곳보다 조금 싸게 구할 수 있었고」
파랑 셔츠 「맞아―맞아―. 하지만 이제 무리겠지. 그건 아무리 청소해도 못 지워. 천장에까지 피가 튀었다고?」
검정 셔츠 「아, 그래? 이왕이면 잘난 척하던 짜증나는 녀석이라도 이번 일로 죽었다면 좋겠는데」
파랑 셔츠 「하지만, 그러고 보니 여기에서 피투성이 남자가 나와서 비슬비슬 돌아다녔다는 이야기는 들은 것 같군」
검정 셔츠 「죽다 살아난 녀석 아니야?」
파랑과 검정 T 셔츠를 입은 2인조의 대화가 귀에 들어와 아키라는 발을 멈추었다.
피투성이 남자란……타케루인 것일까. 아직 이 근처를 돌아다니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생각에 몰두해 2인조가 옆을 지나가려 한 것을 깨닫지 못해 파랑 셔츠 남자와 아키라의 어깨가 가볍게 부딪혔다.
파랑 셔츠 「뭘 멍하니 서있어」
파랑 셔츠 남자는 아무리 봐도 양아치인 인상으로 미간을 찌푸리고 턱을 끌어당긴 채 아키라를 노려보았다.
아키라 「……미안해」
파랑 셔츠 「기다려」
그대로 자리를 뜨려 한 아키라의 어깨를 파랑 셔츠 남자가 붙잡았다.
이런 녀석들을 상대하고 있을 틈은 없다.
될 대로 돼라―――그런 태도를 숨길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상대에게도 금세 전해진다.
파랑 셔츠 「그 태도가 뭐야. 미안하다는 말만으로 안 되겠어」
아키라 「…………」
파랑 셔츠 「말 좀 해 보시지!!」
오히려 화를 벌컥 낸 남자가 아키라의 멱살을 잡고는 택을 보고 휘파람을 불었다. 그대로 뚫어지게 바라본다.
파랑 셔츠 「어이, 이 녀석 J 갖고 있어」
검정 셔츠 「진짜? 해치워 버려」
파랑 셔츠 「요전 번에 해치운 녀석도 K 갖고 있었어. 2번 연속으로 당첨이라니 운이 좋군, 헤헤」
멱살을 잡고 있는 남자가 목뼈를 울리며 엷은 미소를 띠었다.
2사람 모두 택을 걸고 있다―――이그라 참가자인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다.
어느 쪽이나 사람을 죽이고 싶어서 참가했다는 느낌이었다. 나름대로 실력에도 자신이 있으리라.
아키라 「……이거 놔」
파랑 셔츠 「아아?」
남자가 장난하는 듯한 태도로 눈썹 꼬리를 내리고 입을 열었다.
파랑 셔츠 「잘 안 들렸는데?」
아키라 「놓으라고 했어」
말을 하는 것과 동시에 허리 홀더에서 나이프를 뽑아 섬광을 번뜩인다.
파랑 셔츠 「……오?」
남자의 뺨에 옅게 붉은 선이 생겼다.
그러나 장본인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기색으로 굳어 있다.
그 틈에 남자 손에서 벗어나 뒤로 물러서 자기 뺨을 가리켜 가르쳐 주었다.
아키라 「피났어」
파랑 셔츠 「이, 이 자식……!」
남자는 뺨의 상처를 만져보자마자 얼굴이 새빨개져 화를 냈다. 바지 뒷주머니에서 접이식 나이프를 꺼낸다. 소리를 내며 칼날을 빼냈다.
반면 아키라의 사고는 조용히 냉정해져 있었다.
Bl@ster에서 싸움으로 나날을 보내던 때와 같이. 아무 감정도 갖지 않는다.
아키라 「올 거면 빨리 와」
파랑 셔츠 「이 자식……! 단숨에 결판내 주마!!」
문득 정신을 차리니 시끄러운 소리를 들은 녀석들이 아키라 일행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모여 있었다. 때때로 야유가 날아온다.
남자가 나이프를 치켜들면서 가볍게 자세를 잡고 아키라의 눈을 매섭게 쏘아보며 공격할 타이밍을 잰다.
파랑 셔츠 「에잇!!」
선제는 남자부터였다. 리듬을 타듯이 발끝으로 튀어오르면서 타이밍을 읽고 급소를 목표로 나이프를 내지른다.
아키라도 때때로 상태를 확인하는 정도의 공격을 한다.
사실상 이그라 시합을 시작한 것이 된다. 주위 구경꾼이 일제히 흥분했지만 아키라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질 생각은 없다. 주먹이 칼로 바뀌었을 뿐 Bl@ster와 같다.
목 언저리를 베어 넘기는 난폭한 칼의 풍압.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재빠르게 피하면서 머릿속에서 승산을 계산한다.
남자의 움직임은 컸지만 의외로 정확하다. 도중에 공격 템포가 무너져도 바로잡는 것이 빠르다.
파랑 셔츠 「……젠장! 요리조리 피하기나 하고!」
빈틈없는 아키라의 움직임에 남자가 혀를 차고 소리를 질렀다.
아키라 「네가 느리니까 그렇지」
파랑 셔츠 「뭐라고!?」
노성과 함께 공격하는 손이 조금씩 난잡해지기 시작한다. 먼저 초조해진 쪽이 확실히 불리해진다.
이 남자는 그다지 성격이 느긋한 편이 아닌 듯하다. 자신의 힘을 과신한 나머지 좀처럼 잡히지 않는 아키라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이제 조금만 더 부추길 수 있다면―――
파랑 셔츠 「……윽!」
남자가 나이프를 내지른 순간 자세를 낮게 취하고 일부러 깊이 파고들어 남자의 팔을 벴다.
약간 풀이 죽은 남자는 금세 화를 분출하며, 하지만 아키라가 달려든 것을 알고 입술을 일그러뜨렸다.
파랑 셔츠 「죽어!!」
절호의 기회라는 듯 남자가 나이프를 크게 치켜든다.
몸을 반전시켜 머리 위의 칼날을 칼날로 강하게 받아쳤다. 반동으로 남자의 손이 나이프를 떨어뜨린다.
파랑 셔츠 「그악!」
겁먹은 남자의 한쪽 팔을 비틀어 쓰러뜨린 후 지체없이 배에 올라탔다. 목에 나이프 끝을 들이대고 딱 멈춘다.
흐르는 듯한 일련의 동작에 떠들고 있던 구경꾼의 목소리도 어느새 쥐죽은 듯 조용해진 채 주시하고 있었다.
지면에 등을 댄 쪽의 패배가 된다.
남자는 확실히 아스팔트 위에 누워 있었다.
아키라 「단숨에 결판이 났군」
파랑 셔츠 「……윽!! 너 이 자식……」
아까 남자가 한 말을 아키라가 따라하자 남자의 얼굴은 굴욕으로 붉게 물들었다.
죽일 생각은 없었다. 죽일 것도 없다.
이 남자와의 싸움에서 고양(高揚) 따위는 조금도 느끼지 못했다.
택을 빼앗고 어서 떠나려 손을 뻗자 남자의 손이 막았다.
파랑 셔츠 「……웃기지 마!」
아키라 「룰이다」
그래도 남자는 아키라의 손을 잡고 놓지 않는다. 눈동자에는 격렬한 분노의 불길을 띠고 있다.
아키라 「놔」
파랑 셔츠 「……이, 망할 자식!!」
자포자기의 저항인지, 남자는 나이프를 들이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키라의 뺨을 쳤다.
입안에 희미하게 피 맛이 퍼진다.
순간, 고요한 아키라의 의식에 작은 불씨가 생겨났다.
불씨는 눈 깜짝할 사이에 불길을 뿜어 올려 아키라를 붉은 환각으로 끌어들인다.
붉은 환각―――그것은 그 피투성이 클럽 플로어와 닮았다.
뇌가 마비되는 듯한 고양을 느끼자 귀에 심장이 세차게 뛰는 소리가 울린다.
이 남자와의 싸움에서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그렇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피부 그 아래에는―――
분명 더욱더 붉은 고양이 기다리고 있다.
파랑 셔츠 「그아악!!」
몸 목 깊은 곳, 혹은 아득히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자신을 보고 있는 듯한, 그런 감각이었다.
정신을 차리자 아키라는 나이프를 내던지고 주먹을 피로 적시며 남자의 얼굴을 후려갈기고 있었다.
몇 번이나 몇 번이나, 피와 살이 부딪히고 터지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촉이 전해져 온다.
검정 셔츠 「어이! 그만해! 택이든 뭐든 갖고 가면 되잖아!! 그러니까……!」
등 뒤에서 검정 셔츠를 입은 남자가 애원했다.
철썩하고 핏덩어리가 뺨에 튀어 아키라는 겨우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아키라 「…………」
동시에 흥분한 구경꾼의 환성, 노성, 욕설도 일제히 귀에 밀려온다.
미지근하다.
뺨에 튄 피를 손으로 훔치면서 던져두었던 나이프를 주워들고 남자의 가슴에서 택을 잡아뜯었다.
바지 뒷주머니에서 나온 나머지 4개도 들고 남자 위에서 물러난다.
자신도 모르게 숨이 거칠어져 있다. 남자의 얼굴은 검붉게 부어올랐고, 몸을 부들부들 경련하고 있었다.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키라는 기묘한 두통이 덮쳐와 아직 떠들썩한 관객들의 테두리로부터 빠져나왔다.
주먹에서 똑똑 방울져 떨어지는 피가 지면에 얼룩을 만들고 있다. 털어내고 상의 옷자락으로 훔쳤다.
손 안의 택을 확인한다. 스페이드 킹이 1개, 남은 4개는 무효였다.
아키라는 택을 상의 주머니에 밀어넣고 숨을 깊이 토해냈다.
―――마치 무언가에 홀렸던 것 같은 감각이었다.
이전부터 피를 보면 흥분한 적은 분명히 있었지만 이성을 잃는 정도는 아니었다.
그대로 계속해서 때렸다면 죽였을 것이다.
……죽여도 된다.
여기는 그런 곳이니까.
죽음의 순간을 보고 싶다고, 그리 바라지 않았던가.
그야말로 지금 그 남자에게 「죽음」을 주려고 했다.
바라던 바다.
Bl@ster에서도 상대를 빈사 상태까지 때려눕힌 적은 있다.
그것이 한 발짝 앞으로 더 나아갈 뿐이다.
여기에서는 「죽음」이 얼마든지 넘쳐나고 있다.
……아니다. 그렇지 않다.
무언가 다른 기분이 든다.
아키라가 생각하던 것과는 무언가가―――
아키라 「……!」
무거운 생각을 하며 걷던 그때, 돌연 눈앞에 사람 그림자가 나타나 아키라는 발을 멈추었다.
허를 찔려 순식간에 긴장이 치솟는다.
조금 전까지 이 골목에 인기척은 없었다.
생각에 몰두하고 있던 탓에 깨닫는 것이 늦은 것일까……
아니, 그렇다고는 해도 이 정도 거리까지 오기 전에 눈치챌 터이다.
아키라 「…………」
이 기척을 억제하는 모습, 그냥 그런 녀석들과는 다르다.
등 뒤에도 길은 이어져 있다.
그러나 인기척의 정체를 확인할 때까지는 움직일 수 없다.
이미 밤으로 덧칠된 하늘에는 일찌감치 부연 달이 떠올라 어둠이 한층 짙게 깔린 골목에서는 조금 더 다가가지 않으면 알 수 없었다.
아키라의 경계를 눈치챘는지 그림자는 목을 낮게 울리며 웃었다.
??? 「오랜만이야. ……그렇다 해도 아직 그렇게 많이 지나지 않았나」
아키라 「!?」
귀를 의심한다.
그것은 잘 아는 목소리였다.
그림자는 천천히 걸어와 거리를 좁혀 이윽고 엷은 달빛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아키라 「…………」
케이스케 「……여어」
예상외의 충격.
눈앞에 나타난 것은 케이스케였다.
그러나……
찾고 있던 소꿉친구를 앞에 두고 아키라의 가슴에는 안도보다도 먼저 기묘한 의문이 머리를 들었다.
정말로―――케이스케인가?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
물론 익숙한 얼굴이고 잘못 본 것이 아니다.
하지만,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강한 빛이 깃든 눈동자, 미소로 올라간 입가.
조용히 사람을 압도하는 공기.
아키라 「……무사, 했구나……」
눈은 못 박힌 그대로 그런 말이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런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케이스케 「뭐야, 그 눈이 휘둥그레진 얼굴은. 아키라답지 않군」
아키라 「…………」
역시 다르다.
이런 식으로 말하지 않았다.
케이스케의 모습을 빌린 타인과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았다.
케이스케 「날 찾았어? 아키라. 나는 굉장히 보고 싶었어……, 아키라를」
엷은 미소를 띤 케이스케가 천천히 다가온다.
위압에 한걸음 물러섰다.
케이스케 「……뭐야, 도망치지 마. 나를 찾은 거 아니었어? 그렇지 않으면 역시 나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나?」
갑자기 뻗어온 팔이 아키라의 어깨를 세게 잡고 끌어당겼다.
도망칠 틈도 없었다. 케이스케의 얼굴이 바싹 다가온다.
아키라 「……윽」
케이스케 「뭐라고 말 좀 해, 아키라. 모처럼 감동의 재회인데」
얼굴을 들여다보는 눈동자 속에서 본 것에 아키라는 아연했다.
그곳에는 이전의 케이스케의 모습이 아닌 검은 증오의 불길이 역력히 드러나 있었다.
반사적으로 얼굴을 돌리려 하자 턱을 세게 잡힌다.
케이스케 「이쪽 봐」
아키라 「…………」
케이스케 「겁내고 있는 거야, 아키라?」
케이스케가 어린아이를 어르듯이 고개를 기울이고 웃는다.
케이스케 「나, 아키라의 그런 얼굴 처음 봤어. 겁먹은 얼굴」
이상하게 악의없는 목소리였다. 붙잡은 아키라의 턱을 귀엽다는 듯이 손끝으로 문지르며 목소리를 낮춰 속삭인다.
케이스케 「나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어. 아―무것도. 그저 아주 조금만 자신을 편하게 해 줬지. 그뿐이야」
아키라 「자신을……, 편하게?」
케이스케 「그래」
기쁜 듯 고개를 끄덕인 케이스케는 갑자기 눈썹을 찌푸리고 아키라의 입술 끝에 손끝을 댔다.
케이스케 「……여기 왜 이래. 입술이 찢어졌잖아. 딱하게도」
아키라 「자신을 편하게 했다는 게 무슨 뜻이야」
부자연스럽게 마음 쓰는 목소리가 공연히 기분 나빠 가로막듯 대답을 재촉한다.
케이스케 「…………. 아키라, 봤어?」
케이스케는 아키라의 물음에는 대답하지 않고 엶은 미소를 띠었다.
케이스케 「클럽」
아키라 「……, 클럽?」
그때까지 돌리고 있던 시선을 무심코 케이스케 쪽으로 돌렸다.
케이스케 「기념할만한 나의 첫무대. 내가 한 거야, 전부」
……금세는 이해하지 못했다.
무의미하게 울리는 단어를 머릿속에서 하나씩 곱씹어 나간다.
그리고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아키라 안에서 충격이 퍼졌다.
클럽의 처참한 광경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해낼 수 있다.
그것을 설마―――
아키라 「……네가……」
케이스케 「봤구나」
타케루가 한 것이라고―――믿고 있었다.
타케루는 우연히, 혹은 아키라를 쫓아 그곳으로 왔을 뿐이었으리라.
실제로 클럽을 피로 물들인 것은―――놀란다.
아키라 「왜 그런 짓을……」
케이스케 「왜? 왜도 뭣도 없어. 내 첫무대라고 했잖아? 하고싶으니까 했어. 그뿐이야」
아키라 「…………」
지금 눈앞에서 웃고 있는 이 남자는 정말로 케이스케인가……?
케이스케 「굉장히 놀라는군. 귀엽네, 아키라는……」
턱을 잡은 손은 그대로, 다른 한쪽 손이 부드럽게 아키라의 뺨을 쓸어내렸다.
케이스케 「설마 내가 그런 짓을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 그런 얼굴이야. ……, ……너 말이야」
케이스케가 갑자기 말끝 톤을 내렸다. 턱을 잡은 힘이 강해진다.
케이스케 「그렇게 약했던 내가 하다니,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웃는 형태로 가늘어진 눈 안쪽에서 검은 증오가 확대해 간다.
방향은 틀림없이 아키라를 향하고 있다.
아키라 「이거 놔……!」
등줄기에 오한이 스치고 지나가 벗어나려 혼신의 힘으로 발버둥쳤다.
마치 포획한 사냥감을 놀리듯 케이스케가 재미있다는 듯이 코웃음 쳤다.
케이스케 「……아키라. 이제 내게는 못 당하는구나.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은 내가 더 강하니까」
케이스케가 양손으로 아키라의 얼굴을 부드럽게 감싸고 얼굴을 가까이했다.
코끝을 살짝 물린다.
아키라 「……읏」
아키라는 현기증이 날 정도의 초조감에 떠밀려 눈을 굳게 감았다.
뺨에서 턱, 턱에서 귓가로 케이스케의 입술이 미끄러져 간다.
케이스케 「그렇게 겁내지 마. 괜찮아,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아키라는 내가 듬뿍 괴롭혀 주고 나서, ……죽여 줄 테니까」
아키라 「……!」
오히려 감미로움마저 어린 목소리로 속삭이고는 케이스케는 아키라에게서 떨어졌다.
발밑이 무너져 어둠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듯한 절망.
무릎이 후들거리려는 것을 필사적으로 견뎠다.
케이스케 「스스로는 모를지도 모르겠지만. 너무 떳떳한 척하지 말라고. 그러니까 아키라, 아까……」
그 입가에 흉악한 미소가 퍼진다.
케이스케 「그렇게 즐거운 듯이 때렸잖아」
아키라 「……읏」
……보고 있었다.
아니다, 즐기지 않는다.
부정의 목소리는 소리가 되지 못한 채 목 안쪽에서 맴돌기만 한다. 아키라는 타는 듯한 마음에 사로잡혀 주먹을 꽉 쥐었다.
케이스케의 갑작스러운 변모.
그리고 이쪽을 향한 증오와 살의에 가득 찬 말.
케이스케는 아키라를 꿰뚫듯 바라보고는 발을 돌리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멀어져가는 등. 이대로는 다시 잃어버리고 만다.
하지만, 붙잡을 수 없었다.
아키라는 시야가 일그러지는 착각을 느껴 눈을 감고 옆 벽에 기대 입가를 눌렀다.
너무나 무거운 충격이 구역질이 되어 목구멍까지 치밀어왔다.
케이스케가, 나를……, 죽인다.
어째서―――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올 리가 없건만 의문은 계속해서 루프 한다.
아키라 「……, 젠장……!!」
혼란하기 짝이 없는 머리가 부서질 것 같아져 아키라는 이를 악물었다.
얼굴을 들었을 때에는 이미 케이스케의 모습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이정표를 잃고 밤을 방황하는 여행자처럼, 지금 당장 어찌해야 좋을지, 모두 잃어버린 상태였다.
상의 주머니에서 시계를 대신하는 통신기를 꺼내 액정을 확인한다. 슬슬 해가 지기 시작할 시각으로 주위는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엠마 일행의 연락은 아직까지 없어 통신기를 본래 용도로 사용한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나름대로 도움은 되고 있었다.
밖으로 나와 아키라가 향하려 한 곳은 호텔이었다.
클럽이 사라져 버린 지금, 사람이 모일 중립지대라면 나머지는 호텔 정도밖에 몰랐다.
……그 후 타케루는 어떻게 되었는가.
아키라를 찾아 배회하고 있을까, 그렇지 않으면―――
맞닥뜨리면 전투는 불가피하다.
그것은 가능한한 피하고 싶었지만 생사 여부는 마음이 쓰였다.
만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다.
왜 그리 생각하는지는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
타케루의 심정을……다른 이그라 참가자들과는 다른, 안에서 끓어오르는 무언가를 엿보고 말았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아키라가 지금 있는 위치에서 호텔 방면으로 나가려면 아마도 유흥가를 지나가는 편이 좋을 듯해 어둑한 골목을 달려갔다.
클럽 근처를 지나가려 하자 평소에는 텅 빈 길에 드문드문 사람 모습이 보였다.
불만스럽게 얼굴을 찌푸리고 있는 것을 보아 클럽을 아지트로 삼았던 녀석들이 사건 때문에 오도 가도 못하고 있는 듯하다.
구경꾼 몇 명이 문이 활짝 열린 지하 입구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철분 냄새가 코끝을 스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 새빨간 광경을 기억해낼 것 같아져 발걸음을 재촉한다.
검정 셔츠 「어땠어? 안에 들어갔지? 어떻게 돼 있었어?」
파랑 셔츠 「이야―, 정말 엄청난 꼴이었다고. 그런 걸 보고 지옥도라고 할 거야. 냄새도 엄청나. 구역질난다니까, 정말」
검정 셔츠 「아아―. 여기 꽤 좋았는데. 라인도 다른 곳보다 조금 싸게 구할 수 있었고」
파랑 셔츠 「맞아―맞아―. 하지만 이제 무리겠지. 그건 아무리 청소해도 못 지워. 천장에까지 피가 튀었다고?」
검정 셔츠 「아, 그래? 이왕이면 잘난 척하던 짜증나는 녀석이라도 이번 일로 죽었다면 좋겠는데」
파랑 셔츠 「하지만, 그러고 보니 여기에서 피투성이 남자가 나와서 비슬비슬 돌아다녔다는 이야기는 들은 것 같군」
검정 셔츠 「죽다 살아난 녀석 아니야?」
파랑과 검정 T 셔츠를 입은 2인조의 대화가 귀에 들어와 아키라는 발을 멈추었다.
피투성이 남자란……타케루인 것일까. 아직 이 근처를 돌아다니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생각에 몰두해 2인조가 옆을 지나가려 한 것을 깨닫지 못해 파랑 셔츠 남자와 아키라의 어깨가 가볍게 부딪혔다.
파랑 셔츠 「뭘 멍하니 서있어」
파랑 셔츠 남자는 아무리 봐도 양아치인 인상으로 미간을 찌푸리고 턱을 끌어당긴 채 아키라를 노려보았다.
아키라 「……미안해」
파랑 셔츠 「기다려」
그대로 자리를 뜨려 한 아키라의 어깨를 파랑 셔츠 남자가 붙잡았다.
이런 녀석들을 상대하고 있을 틈은 없다.
될 대로 돼라―――그런 태도를 숨길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상대에게도 금세 전해진다.
파랑 셔츠 「그 태도가 뭐야. 미안하다는 말만으로 안 되겠어」
아키라 「…………」
파랑 셔츠 「말 좀 해 보시지!!」
오히려 화를 벌컥 낸 남자가 아키라의 멱살을 잡고는 택을 보고 휘파람을 불었다. 그대로 뚫어지게 바라본다.
파랑 셔츠 「어이, 이 녀석 J 갖고 있어」
검정 셔츠 「진짜? 해치워 버려」
파랑 셔츠 「요전 번에 해치운 녀석도 K 갖고 있었어. 2번 연속으로 당첨이라니 운이 좋군, 헤헤」
멱살을 잡고 있는 남자가 목뼈를 울리며 엷은 미소를 띠었다.
2사람 모두 택을 걸고 있다―――이그라 참가자인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다.
어느 쪽이나 사람을 죽이고 싶어서 참가했다는 느낌이었다. 나름대로 실력에도 자신이 있으리라.
아키라 「……이거 놔」
파랑 셔츠 「아아?」
남자가 장난하는 듯한 태도로 눈썹 꼬리를 내리고 입을 열었다.
파랑 셔츠 「잘 안 들렸는데?」
아키라 「놓으라고 했어」
말을 하는 것과 동시에 허리 홀더에서 나이프를 뽑아 섬광을 번뜩인다.
파랑 셔츠 「……오?」
남자의 뺨에 옅게 붉은 선이 생겼다.
그러나 장본인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기색으로 굳어 있다.
그 틈에 남자 손에서 벗어나 뒤로 물러서 자기 뺨을 가리켜 가르쳐 주었다.
아키라 「피났어」
파랑 셔츠 「이, 이 자식……!」
남자는 뺨의 상처를 만져보자마자 얼굴이 새빨개져 화를 냈다. 바지 뒷주머니에서 접이식 나이프를 꺼낸다. 소리를 내며 칼날을 빼냈다.
반면 아키라의 사고는 조용히 냉정해져 있었다.
Bl@ster에서 싸움으로 나날을 보내던 때와 같이. 아무 감정도 갖지 않는다.
아키라 「올 거면 빨리 와」
파랑 셔츠 「이 자식……! 단숨에 결판내 주마!!」
문득 정신을 차리니 시끄러운 소리를 들은 녀석들이 아키라 일행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모여 있었다. 때때로 야유가 날아온다.
남자가 나이프를 치켜들면서 가볍게 자세를 잡고 아키라의 눈을 매섭게 쏘아보며 공격할 타이밍을 잰다.
파랑 셔츠 「에잇!!」
선제는 남자부터였다. 리듬을 타듯이 발끝으로 튀어오르면서 타이밍을 읽고 급소를 목표로 나이프를 내지른다.
아키라도 때때로 상태를 확인하는 정도의 공격을 한다.
사실상 이그라 시합을 시작한 것이 된다. 주위 구경꾼이 일제히 흥분했지만 아키라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질 생각은 없다. 주먹이 칼로 바뀌었을 뿐 Bl@ster와 같다.
목 언저리를 베어 넘기는 난폭한 칼의 풍압.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재빠르게 피하면서 머릿속에서 승산을 계산한다.
남자의 움직임은 컸지만 의외로 정확하다. 도중에 공격 템포가 무너져도 바로잡는 것이 빠르다.
파랑 셔츠 「……젠장! 요리조리 피하기나 하고!」
빈틈없는 아키라의 움직임에 남자가 혀를 차고 소리를 질렀다.
아키라 「네가 느리니까 그렇지」
파랑 셔츠 「뭐라고!?」
노성과 함께 공격하는 손이 조금씩 난잡해지기 시작한다. 먼저 초조해진 쪽이 확실히 불리해진다.
이 남자는 그다지 성격이 느긋한 편이 아닌 듯하다. 자신의 힘을 과신한 나머지 좀처럼 잡히지 않는 아키라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이제 조금만 더 부추길 수 있다면―――
파랑 셔츠 「……윽!」
남자가 나이프를 내지른 순간 자세를 낮게 취하고 일부러 깊이 파고들어 남자의 팔을 벴다.
약간 풀이 죽은 남자는 금세 화를 분출하며, 하지만 아키라가 달려든 것을 알고 입술을 일그러뜨렸다.
파랑 셔츠 「죽어!!」
절호의 기회라는 듯 남자가 나이프를 크게 치켜든다.
몸을 반전시켜 머리 위의 칼날을 칼날로 강하게 받아쳤다. 반동으로 남자의 손이 나이프를 떨어뜨린다.
파랑 셔츠 「그악!」
겁먹은 남자의 한쪽 팔을 비틀어 쓰러뜨린 후 지체없이 배에 올라탔다. 목에 나이프 끝을 들이대고 딱 멈춘다.
흐르는 듯한 일련의 동작에 떠들고 있던 구경꾼의 목소리도 어느새 쥐죽은 듯 조용해진 채 주시하고 있었다.
지면에 등을 댄 쪽의 패배가 된다.
남자는 확실히 아스팔트 위에 누워 있었다.
아키라 「단숨에 결판이 났군」
파랑 셔츠 「……윽!! 너 이 자식……」
아까 남자가 한 말을 아키라가 따라하자 남자의 얼굴은 굴욕으로 붉게 물들었다.
죽일 생각은 없었다. 죽일 것도 없다.
이 남자와의 싸움에서 고양(高揚) 따위는 조금도 느끼지 못했다.
택을 빼앗고 어서 떠나려 손을 뻗자 남자의 손이 막았다.
파랑 셔츠 「……웃기지 마!」
아키라 「룰이다」
그래도 남자는 아키라의 손을 잡고 놓지 않는다. 눈동자에는 격렬한 분노의 불길을 띠고 있다.
아키라 「놔」
파랑 셔츠 「……이, 망할 자식!!」
자포자기의 저항인지, 남자는 나이프를 들이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키라의 뺨을 쳤다.
입안에 희미하게 피 맛이 퍼진다.
순간, 고요한 아키라의 의식에 작은 불씨가 생겨났다.
불씨는 눈 깜짝할 사이에 불길을 뿜어 올려 아키라를 붉은 환각으로 끌어들인다.
붉은 환각―――그것은 그 피투성이 클럽 플로어와 닮았다.
뇌가 마비되는 듯한 고양을 느끼자 귀에 심장이 세차게 뛰는 소리가 울린다.
이 남자와의 싸움에서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그렇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피부 그 아래에는―――
분명 더욱더 붉은 고양이 기다리고 있다.

몸 목 깊은 곳, 혹은 아득히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자신을 보고 있는 듯한, 그런 감각이었다.
정신을 차리자 아키라는 나이프를 내던지고 주먹을 피로 적시며 남자의 얼굴을 후려갈기고 있었다.
몇 번이나 몇 번이나, 피와 살이 부딪히고 터지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촉이 전해져 온다.
검정 셔츠 「어이! 그만해! 택이든 뭐든 갖고 가면 되잖아!! 그러니까……!」
등 뒤에서 검정 셔츠를 입은 남자가 애원했다.
철썩하고 핏덩어리가 뺨에 튀어 아키라는 겨우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아키라 「…………」
동시에 흥분한 구경꾼의 환성, 노성, 욕설도 일제히 귀에 밀려온다.
미지근하다.
뺨에 튄 피를 손으로 훔치면서 던져두었던 나이프를 주워들고 남자의 가슴에서 택을 잡아뜯었다.
바지 뒷주머니에서 나온 나머지 4개도 들고 남자 위에서 물러난다.
자신도 모르게 숨이 거칠어져 있다. 남자의 얼굴은 검붉게 부어올랐고, 몸을 부들부들 경련하고 있었다.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키라는 기묘한 두통이 덮쳐와 아직 떠들썩한 관객들의 테두리로부터 빠져나왔다.
주먹에서 똑똑 방울져 떨어지는 피가 지면에 얼룩을 만들고 있다. 털어내고 상의 옷자락으로 훔쳤다.
손 안의 택을 확인한다. 스페이드 킹이 1개, 남은 4개는 무효였다.
아키라는 택을 상의 주머니에 밀어넣고 숨을 깊이 토해냈다.
―――마치 무언가에 홀렸던 것 같은 감각이었다.
이전부터 피를 보면 흥분한 적은 분명히 있었지만 이성을 잃는 정도는 아니었다.
그대로 계속해서 때렸다면 죽였을 것이다.
……죽여도 된다.
여기는 그런 곳이니까.
죽음의 순간을 보고 싶다고, 그리 바라지 않았던가.
그야말로 지금 그 남자에게 「죽음」을 주려고 했다.
바라던 바다.
Bl@ster에서도 상대를 빈사 상태까지 때려눕힌 적은 있다.
그것이 한 발짝 앞으로 더 나아갈 뿐이다.
여기에서는 「죽음」이 얼마든지 넘쳐나고 있다.
……아니다. 그렇지 않다.
무언가 다른 기분이 든다.
아키라가 생각하던 것과는 무언가가―――
아키라 「……!」
무거운 생각을 하며 걷던 그때, 돌연 눈앞에 사람 그림자가 나타나 아키라는 발을 멈추었다.
허를 찔려 순식간에 긴장이 치솟는다.
조금 전까지 이 골목에 인기척은 없었다.
생각에 몰두하고 있던 탓에 깨닫는 것이 늦은 것일까……
아니, 그렇다고는 해도 이 정도 거리까지 오기 전에 눈치챌 터이다.
아키라 「…………」
이 기척을 억제하는 모습, 그냥 그런 녀석들과는 다르다.
등 뒤에도 길은 이어져 있다.
그러나 인기척의 정체를 확인할 때까지는 움직일 수 없다.
이미 밤으로 덧칠된 하늘에는 일찌감치 부연 달이 떠올라 어둠이 한층 짙게 깔린 골목에서는 조금 더 다가가지 않으면 알 수 없었다.
아키라의 경계를 눈치챘는지 그림자는 목을 낮게 울리며 웃었다.
??? 「오랜만이야. ……그렇다 해도 아직 그렇게 많이 지나지 않았나」
아키라 「!?」
귀를 의심한다.
그것은 잘 아는 목소리였다.
그림자는 천천히 걸어와 거리를 좁혀 이윽고 엷은 달빛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아키라 「…………」

예상외의 충격.
눈앞에 나타난 것은 케이스케였다.
그러나……
찾고 있던 소꿉친구를 앞에 두고 아키라의 가슴에는 안도보다도 먼저 기묘한 의문이 머리를 들었다.
정말로―――케이스케인가?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
물론 익숙한 얼굴이고 잘못 본 것이 아니다.
하지만,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강한 빛이 깃든 눈동자, 미소로 올라간 입가.
조용히 사람을 압도하는 공기.
아키라 「……무사, 했구나……」
눈은 못 박힌 그대로 그런 말이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런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케이스케 「뭐야, 그 눈이 휘둥그레진 얼굴은. 아키라답지 않군」
아키라 「…………」
역시 다르다.
이런 식으로 말하지 않았다.
케이스케의 모습을 빌린 타인과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았다.
케이스케 「날 찾았어? 아키라. 나는 굉장히 보고 싶었어……, 아키라를」
엷은 미소를 띤 케이스케가 천천히 다가온다.
위압에 한걸음 물러섰다.
케이스케 「……뭐야, 도망치지 마. 나를 찾은 거 아니었어? 그렇지 않으면 역시 나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나?」

도망칠 틈도 없었다. 케이스케의 얼굴이 바싹 다가온다.
아키라 「……윽」
케이스케 「뭐라고 말 좀 해, 아키라. 모처럼 감동의 재회인데」
얼굴을 들여다보는 눈동자 속에서 본 것에 아키라는 아연했다.
그곳에는 이전의 케이스케의 모습이 아닌 검은 증오의 불길이 역력히 드러나 있었다.
반사적으로 얼굴을 돌리려 하자 턱을 세게 잡힌다.
케이스케 「이쪽 봐」
아키라 「…………」
케이스케 「겁내고 있는 거야, 아키라?」
케이스케가 어린아이를 어르듯이 고개를 기울이고 웃는다.
케이스케 「나, 아키라의 그런 얼굴 처음 봤어. 겁먹은 얼굴」
이상하게 악의없는 목소리였다. 붙잡은 아키라의 턱을 귀엽다는 듯이 손끝으로 문지르며 목소리를 낮춰 속삭인다.
케이스케 「나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어. 아―무것도. 그저 아주 조금만 자신을 편하게 해 줬지. 그뿐이야」
아키라 「자신을……, 편하게?」
케이스케 「그래」
기쁜 듯 고개를 끄덕인 케이스케는 갑자기 눈썹을 찌푸리고 아키라의 입술 끝에 손끝을 댔다.
케이스케 「……여기 왜 이래. 입술이 찢어졌잖아. 딱하게도」
아키라 「자신을 편하게 했다는 게 무슨 뜻이야」
부자연스럽게 마음 쓰는 목소리가 공연히 기분 나빠 가로막듯 대답을 재촉한다.
케이스케 「…………. 아키라, 봤어?」
케이스케는 아키라의 물음에는 대답하지 않고 엶은 미소를 띠었다.
케이스케 「클럽」
아키라 「……, 클럽?」
그때까지 돌리고 있던 시선을 무심코 케이스케 쪽으로 돌렸다.
케이스케 「기념할만한 나의 첫무대. 내가 한 거야, 전부」
……금세는 이해하지 못했다.
무의미하게 울리는 단어를 머릿속에서 하나씩 곱씹어 나간다.
그리고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아키라 안에서 충격이 퍼졌다.
클럽의 처참한 광경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해낼 수 있다.
그것을 설마―――
아키라 「……네가……」
케이스케 「봤구나」
타케루가 한 것이라고―――믿고 있었다.
타케루는 우연히, 혹은 아키라를 쫓아 그곳으로 왔을 뿐이었으리라.
실제로 클럽을 피로 물들인 것은―――놀란다.
아키라 「왜 그런 짓을……」
케이스케 「왜? 왜도 뭣도 없어. 내 첫무대라고 했잖아? 하고싶으니까 했어. 그뿐이야」
아키라 「…………」
지금 눈앞에서 웃고 있는 이 남자는 정말로 케이스케인가……?
케이스케 「굉장히 놀라는군. 귀엽네, 아키라는……」
턱을 잡은 손은 그대로, 다른 한쪽 손이 부드럽게 아키라의 뺨을 쓸어내렸다.
케이스케 「설마 내가 그런 짓을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 그런 얼굴이야. ……, ……너 말이야」
케이스케가 갑자기 말끝 톤을 내렸다. 턱을 잡은 힘이 강해진다.
케이스케 「그렇게 약했던 내가 하다니,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웃는 형태로 가늘어진 눈 안쪽에서 검은 증오가 확대해 간다.
방향은 틀림없이 아키라를 향하고 있다.
아키라 「이거 놔……!」
등줄기에 오한이 스치고 지나가 벗어나려 혼신의 힘으로 발버둥쳤다.
마치 포획한 사냥감을 놀리듯 케이스케가 재미있다는 듯이 코웃음 쳤다.
케이스케 「……아키라. 이제 내게는 못 당하는구나.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은 내가 더 강하니까」
케이스케가 양손으로 아키라의 얼굴을 부드럽게 감싸고 얼굴을 가까이했다.
코끝을 살짝 물린다.
아키라 「……읏」
아키라는 현기증이 날 정도의 초조감에 떠밀려 눈을 굳게 감았다.
뺨에서 턱, 턱에서 귓가로 케이스케의 입술이 미끄러져 간다.
케이스케 「그렇게 겁내지 마. 괜찮아,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아키라는 내가 듬뿍 괴롭혀 주고 나서, ……죽여 줄 테니까」
아키라 「……!」
오히려 감미로움마저 어린 목소리로 속삭이고는 케이스케는 아키라에게서 떨어졌다.
발밑이 무너져 어둠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듯한 절망.
무릎이 후들거리려는 것을 필사적으로 견뎠다.

그 입가에 흉악한 미소가 퍼진다.

아키라 「……읏」
……보고 있었다.
아니다, 즐기지 않는다.
부정의 목소리는 소리가 되지 못한 채 목 안쪽에서 맴돌기만 한다. 아키라는 타는 듯한 마음에 사로잡혀 주먹을 꽉 쥐었다.
케이스케의 갑작스러운 변모.
그리고 이쪽을 향한 증오와 살의에 가득 찬 말.
케이스케는 아키라를 꿰뚫듯 바라보고는 발을 돌리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멀어져가는 등. 이대로는 다시 잃어버리고 만다.
하지만, 붙잡을 수 없었다.
아키라는 시야가 일그러지는 착각을 느껴 눈을 감고 옆 벽에 기대 입가를 눌렀다.
너무나 무거운 충격이 구역질이 되어 목구멍까지 치밀어왔다.
케이스케가, 나를……, 죽인다.
어째서―――

아키라 「……, 젠장……!!」
혼란하기 짝이 없는 머리가 부서질 것 같아져 아키라는 이를 악물었다.
얼굴을 들었을 때에는 이미 케이스케의 모습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이정표를 잃고 밤을 방황하는 여행자처럼, 지금 당장 어찌해야 좋을지, 모두 잃어버린 상태였다.
2008/10/04 02:11
2008/10/04 02:11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