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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PC판을 해석한 것입니다. PS2판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갑니다. 21번째 로그 올린 게 작년 10월(...)
이 부분부터 본격적으로 개별 루트로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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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라는 타개책을 찾지 못한 채 호텔 쪽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행방이 묘연한 동안에 케이스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은 틀림없었다.
그 혐오에 가득 찬 눈동자.
언제나 사람과 싸우는 것을 싫어했을 터인데.
Bl@ster에도 참가하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이그라 참가에도 그렇게나 난색을 표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케이스케에게 그때의 모습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클럽에서의 사건도 본인이 말한 대로라면 내버려 둘 수 없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좋을까―――
묘안이 떠오르지 않아 결국 아까부터 제자리에서 맴돌기를 몇 번이고 반복하고 있다.
호텔에는 원래 케이스케의 행방을 찾기 위해 갈 필요가 있었다.
이제 와서 간다 한들 어찌할 수 있을 리도 없다.
다만, 가만히 있으면 감당할 수 없는 생각과 감정 등 온갖 것이 흘러 넘칠 것만 같아 몸의 의지에 맡기고 행동하고 있었다.
뒷골목에서 큰길로 나오자 마침 길 반대쪽에 목적지인 호텔이 보였다. 중립지대인 탓인지 호텔 주변에는 드문드문 사람이 보인다.
길을 가로지르려 발을 내디뎠을 때였다.
??? 「……어라? 아키라?」
바로 옆에서 새된 목소리가 나며 경쾌한 발소리가 다가왔다.
아키라가 돌아보는 것과 동시에 체구가 작은 몸이 달려온다.
린 「이런 곳에서 뭐 해? ……아―, 혹시 내가 호텔에 있는 것을 알고 후다닥 따라온 거야?」
마이페이스에 쾌활한 어조.
만면에 미소를 띠며 올려다보고 있는 것은 린이었다.
아키라 「호텔에 있었어?」
기운 없는 말이 입에서 맥없이 흘러나온다.
솔직히 린의 텐션을 따라갈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린 「어라? 뭐야, 알고 온 거 아니야?」
아키라의 심중을 아는지 모르는지, 린은 살랑살랑 손을 흔들며 짓궂은 미소를 띠었다.
린 「뻥이야, 농담. ……그런데 어쩐지 당장에라도 죽을 듯한 얼굴인데, 괜찮아?」
아키라 「……아아, 좀」
린 「아아, 좀, 이 뭐야……」
순간, 린이 아키라의 손을 잡고 휙 잡아 올렸다.
린 「피가 묻었잖아. 혹시……, 이그라에서 묻은 거야? 이겼어? 택 땄어?」
아키라 「……아니」
린이 기대를 감춘 눈동자로 바라보아 아키라는 시선을 돌리고 살짝 고개를 가로저었다.
린 「우선은 말이야. 나, 호텔로 돌아가려던 참이었으니까 같이 가자. 이야기해 줘. 모토미도 있으니까」
아키라 「모토미도?」
린 「그래그래―. 왜, 클럽이 엉망이 돼 버렸잖아? 그래서 그곳을 아지트로 삼던 녀석들이 이쪽으로 꽤 흘러들고 있어」
클럽이라는 말을 듣고 희미한 동요를 느껴 얼굴에 드러나지 않도록 평정을 가장한다.
그러고 보니 완전히 잊고 있었지만 모토미는 자칭 정보상이다. 소문도 포함해 토시마에 관한 정보를 어느 정도는 망라하고 있을 터이다.
린 「가자!」
린이 팔을 잡아끌어 아키라는 호텔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거리에 모여 있는 녀석들을 자세히 바라보았지만 중립지대가 가까운 장소의 특성 탓인지 마음을 느긋하게 먹고 있는 듯이 보였다.
고장 난 자동문을 지나 로비로 들어가자 확실히 이전보다 사람이 꽤 늘어난 것 같았다.
린 「저기―」
린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자 로비 오른편 안쪽에 있는 소파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토미가 있었다.
복잡한 얼굴을 한 채 무언가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다가오는 인기척을 깨닫고는 얼굴을 들고 아키라를 보며 눈을 깜박였다.
모토미 「……오? 아키라잖아. 어쩐 일이야? 어디에서 주워 왔어, 린」
린 「주워온 게 뭐야. 물건이 아니라고. 저기에서 우연히 만났어」
모토미 「아―, 클럽이 엉망이 되어 버렸으니 말이야」
린 「정말 굉장했나 봐―. 내가 갔을 때는 이미 정리된 후였지만」
린이 모토미와 마주보는 위치의 소파에 앉으면서 어깨를 움츠렸다. 아키라도 그 옆에 앉는다.
역시 모두 클럽에서의 사건을 신경 쓰고 있다. 그 정도의 참상이니 당연하리라.
린 「아키라? 괜찮아?」
아키라 「……아아」
고개를 들자 린이 걱정스러운 듯이 들여다보고 있었다.
모토미 「뭐야, 꽤 수척하잖아. ……어이어이, 다치기까지 했어?」
아키라 「아니, 이것은……」
얼굴을 찌푸린 모토미에게 손을 잡힌다. 난잡하게 닦기만 한 손등에는 핏자국이 묻어 있었다.
린 「그거 때렸을 때에 묻은 피지? 이그라구나. 어땠어? 이겼어?」
아키라 「…………」
소란스레 재촉하는 것을 나무라듯, 모토미가 린에게 흘끗 곁눈질했다.
모토미 「하지만, 정말로 상처가 났어. 살짝 베였군. 너무 심하게 때렸어. 너 확실히 무기는 갖고 있었지?」
날카로운 지적에 움찔한다.
그때는……무기를 내던지고 정신없이 마구 때렸던 것이다.
아키라 「……도중에 떨어뜨렸어」
구차하다는 것을 알면서 변명을 한다. 모토미가 순간 의외라는 듯 아키라를 보았으나 금세 어깨를 으쓱했다.
모토미 「……뭐, 가끔은 그럴 때도 있겠지. 어디, 일단 봐 주마.
어라? 너 가방 갖고 있지 않았어? 전에 무효로 교환한 소독약 같은 것들은 어쨌어?」
아키라 「……버렸어」
모토미 「……버렸어!?」
느닷없이 지른 괴성이 로비의 소란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모토미는 정말 질렸다고 말하듯 한 손을 이마에 대고 큰 한숨을 내뱉었다.
모토미 「……너, ……바보! 정말, 언제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아아, 뭐 됐어. 어쩔 수 없지. 어이, 린」
린 「에―」
린이 불만스러운 듯이 볼을 부풀리며 마지못해 소파에서 뛰어내렸다.
모토미 「뭐 어때. 너 무효 택 썩어날 정도로 있잖아」
린 「수에는 한계가 있는 거라고!」
린은 혀를 내밀고 장난꾸러기 같은 표정을 보이고는 로비 안쪽으로 종종걸음으로 달려갔다.
모토미 「정말, 귀염성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도 없다니까」
하―, 하고 담배 연기가 섞인 숨을 내쉬고는 부스스하게 머리를 긁으며 모토미가 등받이에 몸을 기댄다.
아키라도 똑같이 등받이에 기대고 발치로 시선을 떨어뜨렸다.
모토미 「……아―」
모토미가 어색한 침묵을 얼버무리듯 느릿한 소리를 내며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무언가 생각하고 있는 듯, 소파 팔걸이에 둔 손끝이 불규칙한 리듬을 내고 있다.
모토미 「케이스케 말인데……」
무심코 얼굴을 들었다.
모토미 「뭐 좀 알아냈나? 혹은 만났다든가」
아키라 「…………」
마치 타인 같았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도 모르게 되어 버려, 아키라는 말없이 고개를 옆으로 흔들었다.
모토미 「……그래. 나도 여러 가지로 알아보고 있지만……. 그럴듯한 이야기를 듣기는 듣는데, 어쩐지 묘해」
아키라 「묘해?」
모토미 「응. 파란 작업복이라는 것과 체격은 대체로 맞는데……. 뭐, 나도 너희를 잘 알고 있는 게 아니니 뭐라고도 할 수 없지만……」
아마도 들은 이야기는 전부 모토미가 알고 있는 케이스케의 사람됨과는 동떨어져 있는 것이리라. 그 당황감은 뼈에 사무치도록 잘 알았다.
모토미 「게다가 보았다는 이야기는 들어도 행적을 알 수가 없어. 발견지를 뒤져 보아도 도중에 환상처럼 모호해져 버린단 말이야. 대체 어찌된 건지」
모토미의 정보망으로도 안 된다면, 어쩌면 의도적으로 흐트러뜨리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의 케이스케라면……생각할 수 없는 일이 아니었다.
모토미 「……뭐, 어쨌든 죽지는 않았다는 뜻이야. 다행이지. 나도 조금 더 찾아 볼 테니 너도 포기하지 말라고」
아키라는 양심의 가책을 느껴 시선을 돌리고는 가볍게 끄덕이는 것만으로 대답했다.
어쩐지 속이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모토미 「그나저나, 드디어 이상해지기 시작했군, 이 동네도. 클럽의 그것도 그렇고. 그 외에도 이그라와는 무관한 살인이 일어나고 있는 듯해」
아키라 「이그라와 무관한?」
모토미 「아아. 말하자면 택을 빼앗기지 않았다는 것이지. 뭐, 그야 그토록 치안이 나쁜 동네이니 살인은 이그라 뿐만은 아니야.
그렇지만, 요 며칠 간 매일 밤 2, 3사람은 살해당하는 듯해. 게다가 범인의 목격정보가 전혀 없다」
―――케이스케인가.
반사적으로 그리 생각하고만 자신이 지독히 혐오스럽게 느껴졌다.
모토미는 짧아진 담배를 신발로 밟아 끄면서 연기가 섞인 한숨을 내뱉었다.
모토미 「거리 녀석들이 완전히 겁먹었어. 원래 자신 이외는 모두 적이나 다름없으니까. 공연히 겁먹고 상상하다 미쳐 날뛰는 녀석까지 나오기 시작했지.
뭐랄까……, 불온해. 불온. 원래 평화로웠던 것도 아니지만. 뭐, 최근 들어오는 이야기는 그런 것뿐이야」
모토미의 목소리가 그대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지나간다.
케이스케가 아니다……아무리 머릿속으로 외어 보아도 소용돌이치는 의심을 떨쳐낼 수 없었다.
―――듬뿍 괴롭혀 주고 나서, 죽여 줄 테니까.
아키라는 귀에 생생히 되살아나는 목소리에 남몰래 한숨을 쉬었다.
모토미 「……어이, 너 정말로 안색이 안 좋아. 괜찮나?」
모토미가 심각한 표정으로 막 일어서려 했을 때 린이 돌아왔다.
린 「기다렸지―! 여기」
팔에 안은 치료 도구와 물병을 아키라 옆의 소파에 두고 모토미와 아키라를 어리둥절한 얼굴로 견주어 본다.
린 「왜 그래?」
모토미 「아니? 일부러 가져다줘서 고마워」
린 「그럼 아저씨가 가라고―, 정말―」
뾰로통해진 린을 보고 조금 웃고는 모토미가 일어서 치료 도구를 피해 아키라 옆에 앉았다.
아키라의 손의 상처를 물로 씻고 소독액을 바른 후 큰 반창고를 붙이기 까지의 일련의 동작이 솜씨 있게 진행된다.
모토미 「그러고 보니 전에 치료해 준 상처. 팔이었나. 그쪽은 어때?」
아키라 「……아아」
그러고 보니 그런 상처도 있었던 듯하다.
모토미 「잊고 있었나. 뭐, 잊었다는 것은 괜찮다는 뜻이지. ……됐어, 끝이다. 신경 쓰이거든 나중에 떼어내」
아키라 「……고마워」
모토미 「신경 쓸 것 없어」
모토미가 담배 케이스에서 꺼낸 담배를 물면서 한쪽 눈썹을 올렸다.
간신히 한숨 놓인 분위기 속에서 갑자기 표정이 어두워진 린이 모토미와 아키라를 교대로 보았다.
린 「아저씨」
모토미 「응?」
린 「그것은 아키라에게 말했어?」
모토미 「……아아. 케이스케 말이지. 지금 네가 교환하러 간 사이에 말했어」
린 「그래……」
린이 아키라가 앉아 있는 소파 바로 옆에 웅크리고 앉아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린 「아키라 말이야, 밥은 제대로 먹어? 비틀대다 행동불능이 되어 버리면 케이스케나 이그라를 신경 쓸 수도 없어지잖아. 어쩐지 아키라는 그런 것은 신경 안 쓸 것 같아」
확실히 원래 먹는 것에는 집착하지 않는 성격이었지만, 그에 더해 지금은 공복을 느낄 여유 따위는 없었다.
마지막으로 입에 무언가를 넣은 기억은……그 정도로 전은 아닐 터인데도 애매하게 확실히 기억나지 않았다.
린 「아저씨. 지금 솔리드 갖고 있어?」
모토미 「아니. 나는 그거 싫어해. 그 아무리 보아도 합성해서 만들어낸 맛이 마음에 안 들어. 아무것도 없을 때는 참고 먹지만」
린 「아저씨 취향은 됐어.
나도 지금 다 떨어졌는데. 으―음……」
웅크리고 앉은 채 한동안 생각한 후 갑자기 린이 튕기듯이 일어섰다.
린 「좋아, 결정했어! 교환해 올래!」
모토미 「그렇지만, 여기에서는 안 해 주잖아. 여기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라면 확실히 남쪽의……」
안 한다는 말을 듣고 그 휴대품 보관소 쪽으로 시선을 향한다.
이전에 린이 교환한 듯한 기분이 들었으나, 잘 보니 휴대품 보관소 옆 벽에 뭔가 벽보가 붙어 있는 것이 보였다.
난잡하게 춤추는 크고 지저분한 문자는 솔리드 품절이라 쓰여 있는 듯했다.
클럽이 엉망이 된 탓에 사람이 급격히 늘었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린 「남쪽까지 갔다 올 거야」
모토미 「어이어이」
린 「내 몫도 다 떨어져서 어차피 사러 갈 생각이었으니까」
린은 그렇게 말하고 몇 걸음 걸어나가다가 뒤돌아서,
린 「아키라, 기다리고 있어!」
손을 흔들면서 고장 난 자동문을 지나 나갔다.
모토미 「……하아―, 어떻게 저렇게 시끄러운지. 한 번 말하면 누구 말도 안 들어. 돌격대장이라니까, 정말」
모토미는 그대로 문 채인 담배에 라이터로 불을 붙이고 한숨 대신 흰 연기를 깊이 뱉었다.
모토미 「많이 피곤한 거 아니야? 조금 자는 게 어때」
아키라 「아니, 괜찮아」
그 소란스러움도 결국은 아키라를 생각한 언동이나 행동으로, 침울하게 행동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모토미 「별로 시시콜콜 파고들 생각은 없지만. 너무 쌓아 두는 것은 안 좋아」
모토미가 담배에서부터 흔들리는 담배 연기의 행방을 눈으로 쫓으며 불쑥 중얼거렸다.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모토미는 모토미대로 마음을 써 주고 있는 것이다―――그것이 친절인지, 혹은 그 반대인지는 모르겠지만.
아키라 「……, 아아」
아키라는 끄덕이고 천천히 일어섰다.
모토미 「어디에 가?」
아키라 「린이 돌아올 때까지 바깥공기 좀 쐬고 올게」
모토미 「중립지대 근처라고 방심하지 마」
아키라 「알았어」
로비의 소란을 뒤로하고 밖으로 나왔다.
호텔 바로 옆 골목으로 들어가 안쪽으로는 가지 않고 벽에 등을 기대어 숨을 토해낸다. 차가운 밤 공기가 폐에 스며드는 듯해 기분 좋다.
린과 모토미의 배려는 고맙다.
그러나 공연히 혼자 있고 싶었다.
―――2사람에게는 케이스케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 걸까.
만약 어딘가에서 린이나 모토미가 지금 상태의 케이스케와 마주치기라도 한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끝날 것인가. 매일 밤 거리를 배회하는 살인귀가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혼탁한 생각을 조금이라도 전환시키고 싶어 밖으로 나왔건만, 차가운 밤의 정적은 도리어 안 좋은 생각을 더하게 할 뿐이었다.
한숨을 쉬고 벽에서 몸을 일으킨 아키라의 시야에 갑자기 무언가가 스쳤다.
아키라 「……?」
골목 안쪽, 어둠으로 닫힌 길 한가운데에 흰 물체가 어렴풋이 서 있다.
순간 움찔하고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것은 기묘한 형상을 갖추고 천천히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듯했다.
……저것은.
사람이 손도 발도 지면에 대고 네 발로 기고 있다. 몸은 매끈한 광택을 내는 재질의 것으로 싸여 있고, 노출한 피부 부분이 몹시 창백해 보인다.
아무리 퇴폐한 거리라고는 해도 너무나 기묘한 광경에 아키라는 당황해 경계했으나, 금세 하나의 기억과 이어졌다.
예전에 처형인이 데리고 있던, 『개』라 불리던 가죽 구속구를 두른 소년.
어둠 속에서 풍모를 확인할 수 있는 거리까지 다가와 『개』는 그야말로 그 이름대로 엉덩이와 양손을 대고 앉았다.
입에는 재갈 대신 흰 봉투를 물고 있다.
설마 받으라고 하는 것일까.
아키라의 마음을 꿰뚫듯 『개』는 턱을 내밀고 재촉했다.
아키라는 망설이며 긴장한 손가락으로 편지를 잡으려 했다.
그 순간.
아키라 「……윽!」
『개』가 갑자기 얼굴을 돌려 편지를 내던지고 뛰어들었다.
반쯤 얼떨떨하던 아키라는 깨닫는 것이 늦어져 기세에 떠밀려 지면으로 넘어졌다. 여윈 몸으로는 상상할 수 없을 힘이 어깨를 강하게 누른다.
막는 것이 없어진 입에서는 짐승처럼 혀가 늘어져 헥헥 하고 숨을 헐떡여 아키라의 얼굴에 타액을 똑똑 떨어뜨린다.
마치 꼬리를 흔들며 장난을 치는 개의 동작 그 자체로, 『개』는 아키라의 쇄골 주위와 얼굴에 코를 들이대고 냄새를 맡고, 뺨과 입술, 코에 이르기까지 축축한 혀로 핥아댔다.
아키라 「……, 그만해……!」
생리적인 혐오가 치밀어 『개』의 머리를 밀어낸다.
손가락이 안대 부분에 닿자 걸리는 것이 없이 움푹 들어갔다.
그곳에 있어야 할 것이, 없다.
안구가……없다.
순식간에 밀쳐내고 일어서 낮게 자세를 잡으며 허리의 나이프로 손을 뻗었다.
『개』는 몇 걸음 뒤로 날쌔게 물러서 아키라의 반응을 즐기듯이 혀로 입술을 핥으며 고개를 기울였다.
다시 이쪽으로 다가올 기색은 없이, 한 걸음, 또 한 걸음 골목 안으로 물러서, 이윽고 달려가는 발소리와 함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아키라 「…………」
아키라는 초조감으로 질주하는 고동소리를 들으며 『개』가 달려간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이프 자루에 댄 손끝에는 눈구멍의 위화감이 뚜렷이 남아있다.
……알비트로의 취미를 이해하는 것은 아마도 평생 불가능하리라.
눈앞의 지저분한 길에는 흰 봉투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주워들고 뒷면을 확인한다. 받는 사람도 보내는 사람 이름도 쓰여 있지 않다.
봉인을 뜯자마자 농후한 장미향이 감돌았다.
안에는 카드가 한 장 들어있었다.
『이그라에서의 상황은 어떤가? 갑작스럽기는 하지만 자네를 꼭 식사에 초대하고 싶네.
아주 잠시만 소중한 시간을 내게 할애해 주지 않겠나? 자네가 동행했던 친구에 대한 정보도 교환하며……. 언제든지 방문해 주기를.
단, 반드시 혼자서. 기다리고 있겠네. 알비트로』
여성적으로도 보이는 선이 가는 필적.
거드름피우는 문장 중 한 구절이 눈길을 끌었다.
―――자네가 동행했던 친구에 대한 정보도 교환하며―――
이 도시에 친구다운 친구는 없다. 린이나 모토미를 친구라 부르는 것은 어폐가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렇다면―――케이스케를 뜻하는 것이 아닌가.
케이스케가 이그라 등록 때문에 『성』에 갔을 때, 아키라는 동행으로 알비트로와 만났다. 그것도 2번.
……아니. 설령 그렇다 해도, 그 남자가 케이스케의 무엇을 알고 있다는 말인가.
일부러 불러내서까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란 무엇인가.
덫일지도 모른다.
덫을 치는 이유는 짐작도 가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부자연스러운 이야기였다.
그렇지 않으면 설마―――지금의 케이스케에 관한 것일까.
모토미에게 들은, 이그라와는 무관하게 일어나고 있는 무차별 살인.
그것이 케이스케의 범행으로 밝혀진 것은 아니나, 이그라를 관리하는 입장의 알비트로라면 무엇인가 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함께 있던 「친구」인 아키라에게 이야기를……
―――거기까지 생각하고 그만둔다.
무슨 이유로든 이상한 이야기이다. 여기에서 아무리 생각한다 한들 결국은 그저 추측일 뿐, 확인하기 위해서는 이 초대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덫일 가능성은 충분히 생각할 수 있으나 선택지는 받아들이느냐, 마느냐 2가지밖에 없다.
지금 아키라에게는 달리 케이스케를 찾을 유효한 수단이 없다. 목표도 없이 헤맬 바에는 덫이 아닐 가능성……즉, 케이스케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작은 가능성에 걸어 보는 것도 하나의 수단이라 볼 수 있었다.
아키라는 편지를 상의 주머니에 넣고 골목에서 나와 바로 옆의 호텔을 돌아보았다.
린이나 모토미와 합류하면 어째서 『성』으로 가는지 물을 것이다. 막을지도 모른다.
아키라는 희미한 죄책감을 느끼며 호텔에 등을 돌리고 큰길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행방이 묘연한 동안에 케이스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은 틀림없었다.
그 혐오에 가득 찬 눈동자.
언제나 사람과 싸우는 것을 싫어했을 터인데.
Bl@ster에도 참가하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이그라 참가에도 그렇게나 난색을 표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케이스케에게 그때의 모습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클럽에서의 사건도 본인이 말한 대로라면 내버려 둘 수 없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좋을까―――
묘안이 떠오르지 않아 결국 아까부터 제자리에서 맴돌기를 몇 번이고 반복하고 있다.
호텔에는 원래 케이스케의 행방을 찾기 위해 갈 필요가 있었다.
이제 와서 간다 한들 어찌할 수 있을 리도 없다.
다만, 가만히 있으면 감당할 수 없는 생각과 감정 등 온갖 것이 흘러 넘칠 것만 같아 몸의 의지에 맡기고 행동하고 있었다.

길을 가로지르려 발을 내디뎠을 때였다.
??? 「……어라? 아키라?」
바로 옆에서 새된 목소리가 나며 경쾌한 발소리가 다가왔다.
아키라가 돌아보는 것과 동시에 체구가 작은 몸이 달려온다.
린 「이런 곳에서 뭐 해? ……아―, 혹시 내가 호텔에 있는 것을 알고 후다닥 따라온 거야?」
마이페이스에 쾌활한 어조.
만면에 미소를 띠며 올려다보고 있는 것은 린이었다.
아키라 「호텔에 있었어?」
기운 없는 말이 입에서 맥없이 흘러나온다.
솔직히 린의 텐션을 따라갈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린 「어라? 뭐야, 알고 온 거 아니야?」
아키라의 심중을 아는지 모르는지, 린은 살랑살랑 손을 흔들며 짓궂은 미소를 띠었다.
린 「뻥이야, 농담. ……그런데 어쩐지 당장에라도 죽을 듯한 얼굴인데, 괜찮아?」
아키라 「……아아, 좀」
린 「아아, 좀, 이 뭐야……」
순간, 린이 아키라의 손을 잡고 휙 잡아 올렸다.
린 「피가 묻었잖아. 혹시……, 이그라에서 묻은 거야? 이겼어? 택 땄어?」
아키라 「……아니」
린이 기대를 감춘 눈동자로 바라보아 아키라는 시선을 돌리고 살짝 고개를 가로저었다.
린 「우선은 말이야. 나, 호텔로 돌아가려던 참이었으니까 같이 가자. 이야기해 줘. 모토미도 있으니까」
아키라 「모토미도?」
린 「그래그래―. 왜, 클럽이 엉망이 돼 버렸잖아? 그래서 그곳을 아지트로 삼던 녀석들이 이쪽으로 꽤 흘러들고 있어」
클럽이라는 말을 듣고 희미한 동요를 느껴 얼굴에 드러나지 않도록 평정을 가장한다.
그러고 보니 완전히 잊고 있었지만 모토미는 자칭 정보상이다. 소문도 포함해 토시마에 관한 정보를 어느 정도는 망라하고 있을 터이다.
린 「가자!」
린이 팔을 잡아끌어 아키라는 호텔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거리에 모여 있는 녀석들을 자세히 바라보았지만 중립지대가 가까운 장소의 특성 탓인지 마음을 느긋하게 먹고 있는 듯이 보였다.
고장 난 자동문을 지나 로비로 들어가자 확실히 이전보다 사람이 꽤 늘어난 것 같았다.
린 「저기―」
린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자 로비 오른편 안쪽에 있는 소파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토미가 있었다.
복잡한 얼굴을 한 채 무언가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다가오는 인기척을 깨닫고는 얼굴을 들고 아키라를 보며 눈을 깜박였다.
모토미 「……오? 아키라잖아. 어쩐 일이야? 어디에서 주워 왔어, 린」
린 「주워온 게 뭐야. 물건이 아니라고. 저기에서 우연히 만났어」
모토미 「아―, 클럽이 엉망이 되어 버렸으니 말이야」
린 「정말 굉장했나 봐―. 내가 갔을 때는 이미 정리된 후였지만」
린이 모토미와 마주보는 위치의 소파에 앉으면서 어깨를 움츠렸다. 아키라도 그 옆에 앉는다.
역시 모두 클럽에서의 사건을 신경 쓰고 있다. 그 정도의 참상이니 당연하리라.
린 「아키라? 괜찮아?」
아키라 「……아아」
고개를 들자 린이 걱정스러운 듯이 들여다보고 있었다.
모토미 「뭐야, 꽤 수척하잖아. ……어이어이, 다치기까지 했어?」
아키라 「아니, 이것은……」
얼굴을 찌푸린 모토미에게 손을 잡힌다. 난잡하게 닦기만 한 손등에는 핏자국이 묻어 있었다.
린 「그거 때렸을 때에 묻은 피지? 이그라구나. 어땠어? 이겼어?」
아키라 「…………」
소란스레 재촉하는 것을 나무라듯, 모토미가 린에게 흘끗 곁눈질했다.
모토미 「하지만, 정말로 상처가 났어. 살짝 베였군. 너무 심하게 때렸어. 너 확실히 무기는 갖고 있었지?」
날카로운 지적에 움찔한다.
그때는……무기를 내던지고 정신없이 마구 때렸던 것이다.
아키라 「……도중에 떨어뜨렸어」
구차하다는 것을 알면서 변명을 한다. 모토미가 순간 의외라는 듯 아키라를 보았으나 금세 어깨를 으쓱했다.
모토미 「……뭐, 가끔은 그럴 때도 있겠지. 어디, 일단 봐 주마.
어라? 너 가방 갖고 있지 않았어? 전에 무효로 교환한 소독약 같은 것들은 어쨌어?」
아키라 「……버렸어」
모토미 「……버렸어!?」
느닷없이 지른 괴성이 로비의 소란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모토미는 정말 질렸다고 말하듯 한 손을 이마에 대고 큰 한숨을 내뱉었다.
모토미 「……너, ……바보! 정말, 언제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아아, 뭐 됐어. 어쩔 수 없지. 어이, 린」
린 「에―」
린이 불만스러운 듯이 볼을 부풀리며 마지못해 소파에서 뛰어내렸다.
모토미 「뭐 어때. 너 무효 택 썩어날 정도로 있잖아」
린 「수에는 한계가 있는 거라고!」
린은 혀를 내밀고 장난꾸러기 같은 표정을 보이고는 로비 안쪽으로 종종걸음으로 달려갔다.
모토미 「정말, 귀염성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도 없다니까」
하―, 하고 담배 연기가 섞인 숨을 내쉬고는 부스스하게 머리를 긁으며 모토미가 등받이에 몸을 기댄다.
아키라도 똑같이 등받이에 기대고 발치로 시선을 떨어뜨렸다.
모토미 「……아―」
모토미가 어색한 침묵을 얼버무리듯 느릿한 소리를 내며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무언가 생각하고 있는 듯, 소파 팔걸이에 둔 손끝이 불규칙한 리듬을 내고 있다.
모토미 「케이스케 말인데……」
무심코 얼굴을 들었다.
모토미 「뭐 좀 알아냈나? 혹은 만났다든가」
아키라 「…………」
마치 타인 같았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도 모르게 되어 버려, 아키라는 말없이 고개를 옆으로 흔들었다.
모토미 「……그래. 나도 여러 가지로 알아보고 있지만……. 그럴듯한 이야기를 듣기는 듣는데, 어쩐지 묘해」
아키라 「묘해?」
모토미 「응. 파란 작업복이라는 것과 체격은 대체로 맞는데……. 뭐, 나도 너희를 잘 알고 있는 게 아니니 뭐라고도 할 수 없지만……」
아마도 들은 이야기는 전부 모토미가 알고 있는 케이스케의 사람됨과는 동떨어져 있는 것이리라. 그 당황감은 뼈에 사무치도록 잘 알았다.
모토미 「게다가 보았다는 이야기는 들어도 행적을 알 수가 없어. 발견지를 뒤져 보아도 도중에 환상처럼 모호해져 버린단 말이야. 대체 어찌된 건지」
모토미의 정보망으로도 안 된다면, 어쩌면 의도적으로 흐트러뜨리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의 케이스케라면……생각할 수 없는 일이 아니었다.
모토미 「……뭐, 어쨌든 죽지는 않았다는 뜻이야. 다행이지. 나도 조금 더 찾아 볼 테니 너도 포기하지 말라고」
아키라는 양심의 가책을 느껴 시선을 돌리고는 가볍게 끄덕이는 것만으로 대답했다.
어쩐지 속이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모토미 「그나저나, 드디어 이상해지기 시작했군, 이 동네도. 클럽의 그것도 그렇고. 그 외에도 이그라와는 무관한 살인이 일어나고 있는 듯해」
아키라 「이그라와 무관한?」
모토미 「아아. 말하자면 택을 빼앗기지 않았다는 것이지. 뭐, 그야 그토록 치안이 나쁜 동네이니 살인은 이그라 뿐만은 아니야.
그렇지만, 요 며칠 간 매일 밤 2, 3사람은 살해당하는 듯해. 게다가 범인의 목격정보가 전혀 없다」
―――케이스케인가.
반사적으로 그리 생각하고만 자신이 지독히 혐오스럽게 느껴졌다.
모토미는 짧아진 담배를 신발로 밟아 끄면서 연기가 섞인 한숨을 내뱉었다.
모토미 「거리 녀석들이 완전히 겁먹었어. 원래 자신 이외는 모두 적이나 다름없으니까. 공연히 겁먹고 상상하다 미쳐 날뛰는 녀석까지 나오기 시작했지.
뭐랄까……, 불온해. 불온. 원래 평화로웠던 것도 아니지만. 뭐, 최근 들어오는 이야기는 그런 것뿐이야」
모토미의 목소리가 그대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지나간다.
케이스케가 아니다……아무리 머릿속으로 외어 보아도 소용돌이치는 의심을 떨쳐낼 수 없었다.
―――듬뿍 괴롭혀 주고 나서, 죽여 줄 테니까.
아키라는 귀에 생생히 되살아나는 목소리에 남몰래 한숨을 쉬었다.
모토미 「……어이, 너 정말로 안색이 안 좋아. 괜찮나?」
모토미가 심각한 표정으로 막 일어서려 했을 때 린이 돌아왔다.
린 「기다렸지―! 여기」
팔에 안은 치료 도구와 물병을 아키라 옆의 소파에 두고 모토미와 아키라를 어리둥절한 얼굴로 견주어 본다.
린 「왜 그래?」
모토미 「아니? 일부러 가져다줘서 고마워」
린 「그럼 아저씨가 가라고―, 정말―」
뾰로통해진 린을 보고 조금 웃고는 모토미가 일어서 치료 도구를 피해 아키라 옆에 앉았다.
아키라의 손의 상처를 물로 씻고 소독액을 바른 후 큰 반창고를 붙이기 까지의 일련의 동작이 솜씨 있게 진행된다.
모토미 「그러고 보니 전에 치료해 준 상처. 팔이었나. 그쪽은 어때?」
아키라 「……아아」
그러고 보니 그런 상처도 있었던 듯하다.
모토미 「잊고 있었나. 뭐, 잊었다는 것은 괜찮다는 뜻이지. ……됐어, 끝이다. 신경 쓰이거든 나중에 떼어내」
아키라 「……고마워」
모토미 「신경 쓸 것 없어」
모토미가 담배 케이스에서 꺼낸 담배를 물면서 한쪽 눈썹을 올렸다.
간신히 한숨 놓인 분위기 속에서 갑자기 표정이 어두워진 린이 모토미와 아키라를 교대로 보았다.
린 「아저씨」
모토미 「응?」
린 「그것은 아키라에게 말했어?」
모토미 「……아아. 케이스케 말이지. 지금 네가 교환하러 간 사이에 말했어」
린 「그래……」
린이 아키라가 앉아 있는 소파 바로 옆에 웅크리고 앉아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린 「아키라 말이야, 밥은 제대로 먹어? 비틀대다 행동불능이 되어 버리면 케이스케나 이그라를 신경 쓸 수도 없어지잖아. 어쩐지 아키라는 그런 것은 신경 안 쓸 것 같아」
확실히 원래 먹는 것에는 집착하지 않는 성격이었지만, 그에 더해 지금은 공복을 느낄 여유 따위는 없었다.
마지막으로 입에 무언가를 넣은 기억은……그 정도로 전은 아닐 터인데도 애매하게 확실히 기억나지 않았다.
린 「아저씨. 지금 솔리드 갖고 있어?」
모토미 「아니. 나는 그거 싫어해. 그 아무리 보아도 합성해서 만들어낸 맛이 마음에 안 들어. 아무것도 없을 때는 참고 먹지만」
린 「아저씨 취향은 됐어.
나도 지금 다 떨어졌는데. 으―음……」
웅크리고 앉은 채 한동안 생각한 후 갑자기 린이 튕기듯이 일어섰다.
린 「좋아, 결정했어! 교환해 올래!」
모토미 「그렇지만, 여기에서는 안 해 주잖아. 여기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라면 확실히 남쪽의……」
안 한다는 말을 듣고 그 휴대품 보관소 쪽으로 시선을 향한다.
이전에 린이 교환한 듯한 기분이 들었으나, 잘 보니 휴대품 보관소 옆 벽에 뭔가 벽보가 붙어 있는 것이 보였다.
난잡하게 춤추는 크고 지저분한 문자는 솔리드 품절이라 쓰여 있는 듯했다.
클럽이 엉망이 된 탓에 사람이 급격히 늘었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린 「남쪽까지 갔다 올 거야」
모토미 「어이어이」
린 「내 몫도 다 떨어져서 어차피 사러 갈 생각이었으니까」
린은 그렇게 말하고 몇 걸음 걸어나가다가 뒤돌아서,
린 「아키라, 기다리고 있어!」
손을 흔들면서 고장 난 자동문을 지나 나갔다.
모토미 「……하아―, 어떻게 저렇게 시끄러운지. 한 번 말하면 누구 말도 안 들어. 돌격대장이라니까, 정말」
모토미는 그대로 문 채인 담배에 라이터로 불을 붙이고 한숨 대신 흰 연기를 깊이 뱉었다.
모토미 「많이 피곤한 거 아니야? 조금 자는 게 어때」
아키라 「아니, 괜찮아」
그 소란스러움도 결국은 아키라를 생각한 언동이나 행동으로, 침울하게 행동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모토미 「별로 시시콜콜 파고들 생각은 없지만. 너무 쌓아 두는 것은 안 좋아」
모토미가 담배에서부터 흔들리는 담배 연기의 행방을 눈으로 쫓으며 불쑥 중얼거렸다.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모토미는 모토미대로 마음을 써 주고 있는 것이다―――그것이 친절인지, 혹은 그 반대인지는 모르겠지만.
아키라 「……, 아아」
아키라는 끄덕이고 천천히 일어섰다.
모토미 「어디에 가?」
아키라 「린이 돌아올 때까지 바깥공기 좀 쐬고 올게」
모토미 「중립지대 근처라고 방심하지 마」
아키라 「알았어」
로비의 소란을 뒤로하고 밖으로 나왔다.
호텔 바로 옆 골목으로 들어가 안쪽으로는 가지 않고 벽에 등을 기대어 숨을 토해낸다. 차가운 밤 공기가 폐에 스며드는 듯해 기분 좋다.
린과 모토미의 배려는 고맙다.
그러나 공연히 혼자 있고 싶었다.
―――2사람에게는 케이스케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 걸까.
만약 어딘가에서 린이나 모토미가 지금 상태의 케이스케와 마주치기라도 한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끝날 것인가. 매일 밤 거리를 배회하는 살인귀가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혼탁한 생각을 조금이라도 전환시키고 싶어 밖으로 나왔건만, 차가운 밤의 정적은 도리어 안 좋은 생각을 더하게 할 뿐이었다.
한숨을 쉬고 벽에서 몸을 일으킨 아키라의 시야에 갑자기 무언가가 스쳤다.
아키라 「……?」
골목 안쪽, 어둠으로 닫힌 길 한가운데에 흰 물체가 어렴풋이 서 있다.
순간 움찔하고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것은 기묘한 형상을 갖추고 천천히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듯했다.

사람이 손도 발도 지면에 대고 네 발로 기고 있다. 몸은 매끈한 광택을 내는 재질의 것으로 싸여 있고, 노출한 피부 부분이 몹시 창백해 보인다.
아무리 퇴폐한 거리라고는 해도 너무나 기묘한 광경에 아키라는 당황해 경계했으나, 금세 하나의 기억과 이어졌다.
예전에 처형인이 데리고 있던, 『개』라 불리던 가죽 구속구를 두른 소년.
어둠 속에서 풍모를 확인할 수 있는 거리까지 다가와 『개』는 그야말로 그 이름대로 엉덩이와 양손을 대고 앉았다.
입에는 재갈 대신 흰 봉투를 물고 있다.
설마 받으라고 하는 것일까.
아키라의 마음을 꿰뚫듯 『개』는 턱을 내밀고 재촉했다.
아키라는 망설이며 긴장한 손가락으로 편지를 잡으려 했다.
그 순간.
아키라 「……윽!」
『개』가 갑자기 얼굴을 돌려 편지를 내던지고 뛰어들었다.
반쯤 얼떨떨하던 아키라는 깨닫는 것이 늦어져 기세에 떠밀려 지면으로 넘어졌다. 여윈 몸으로는 상상할 수 없을 힘이 어깨를 강하게 누른다.
막는 것이 없어진 입에서는 짐승처럼 혀가 늘어져 헥헥 하고 숨을 헐떡여 아키라의 얼굴에 타액을 똑똑 떨어뜨린다.
마치 꼬리를 흔들며 장난을 치는 개의 동작 그 자체로, 『개』는 아키라의 쇄골 주위와 얼굴에 코를 들이대고 냄새를 맡고, 뺨과 입술, 코에 이르기까지 축축한 혀로 핥아댔다.
아키라 「……, 그만해……!」
생리적인 혐오가 치밀어 『개』의 머리를 밀어낸다.
손가락이 안대 부분에 닿자 걸리는 것이 없이 움푹 들어갔다.
그곳에 있어야 할 것이, 없다.
안구가……없다.
순식간에 밀쳐내고 일어서 낮게 자세를 잡으며 허리의 나이프로 손을 뻗었다.
『개』는 몇 걸음 뒤로 날쌔게 물러서 아키라의 반응을 즐기듯이 혀로 입술을 핥으며 고개를 기울였다.
다시 이쪽으로 다가올 기색은 없이, 한 걸음, 또 한 걸음 골목 안으로 물러서, 이윽고 달려가는 발소리와 함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아키라 「…………」
아키라는 초조감으로 질주하는 고동소리를 들으며 『개』가 달려간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이프 자루에 댄 손끝에는 눈구멍의 위화감이 뚜렷이 남아있다.
……알비트로의 취미를 이해하는 것은 아마도 평생 불가능하리라.
눈앞의 지저분한 길에는 흰 봉투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주워들고 뒷면을 확인한다. 받는 사람도 보내는 사람 이름도 쓰여 있지 않다.
봉인을 뜯자마자 농후한 장미향이 감돌았다.
안에는 카드가 한 장 들어있었다.
『이그라에서의 상황은 어떤가? 갑작스럽기는 하지만 자네를 꼭 식사에 초대하고 싶네.
아주 잠시만 소중한 시간을 내게 할애해 주지 않겠나? 자네가 동행했던 친구에 대한 정보도 교환하며……. 언제든지 방문해 주기를.
단, 반드시 혼자서. 기다리고 있겠네. 알비트로』
여성적으로도 보이는 선이 가는 필적.
거드름피우는 문장 중 한 구절이 눈길을 끌었다.
―――자네가 동행했던 친구에 대한 정보도 교환하며―――
이 도시에 친구다운 친구는 없다. 린이나 모토미를 친구라 부르는 것은 어폐가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렇다면―――케이스케를 뜻하는 것이 아닌가.
케이스케가 이그라 등록 때문에 『성』에 갔을 때, 아키라는 동행으로 알비트로와 만났다. 그것도 2번.
……아니. 설령 그렇다 해도, 그 남자가 케이스케의 무엇을 알고 있다는 말인가.
일부러 불러내서까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란 무엇인가.
덫일지도 모른다.
덫을 치는 이유는 짐작도 가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부자연스러운 이야기였다.
그렇지 않으면 설마―――지금의 케이스케에 관한 것일까.
모토미에게 들은, 이그라와는 무관하게 일어나고 있는 무차별 살인.
그것이 케이스케의 범행으로 밝혀진 것은 아니나, 이그라를 관리하는 입장의 알비트로라면 무엇인가 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함께 있던 「친구」인 아키라에게 이야기를……
―――거기까지 생각하고 그만둔다.
무슨 이유로든 이상한 이야기이다. 여기에서 아무리 생각한다 한들 결국은 그저 추측일 뿐, 확인하기 위해서는 이 초대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덫일 가능성은 충분히 생각할 수 있으나 선택지는 받아들이느냐, 마느냐 2가지밖에 없다.
지금 아키라에게는 달리 케이스케를 찾을 유효한 수단이 없다. 목표도 없이 헤맬 바에는 덫이 아닐 가능성……즉, 케이스케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작은 가능성에 걸어 보는 것도 하나의 수단이라 볼 수 있었다.
아키라는 편지를 상의 주머니에 넣고 골목에서 나와 바로 옆의 호텔을 돌아보았다.
린이나 모토미와 합류하면 어째서 『성』으로 가는지 물을 것이다. 막을지도 모른다.
아키라는 희미한 죄책감을 느끼며 호텔에 등을 돌리고 큰길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2009/05/16 03:05
2009/05/16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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