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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PC판을 해석한 것입니다. PS2판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텍스트가 분량만 보고 끊자니 내용이 어중간하게 끊기고, 내용만 보고 끊자니 또 양이 너무 적어 그냥 왕-창 올려 버렸습니다(´д`)
이 로그 부분에서의 선택지 역시 맨 처음 나오는 선택지에서 케이스케에게 안 된다고 했을 때만 출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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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이라도 어슴푸레한 골목으로 들어가 유흥가 근처를 지나서 비스키오의 『성』이 있는 쪽을 향했다.
몸 마디마디가 삐걱대는 듯한 통증을 호소하고 있었으나 무시하고 발길을 재촉했다.
오른쪽 모퉁이를 돌아 똑바로 뻗은 외길로 나온다.
이제 큰길까지 나아가기만 하면 되는 곳에 다다르자 이상한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아까부터 희미하게 느끼고는 있었지만 여기로 오자 갑자기 강해졌다.
그러나 그것도 토시마에서는 드문 일이 아니다. 여기저기에 핏자국이 튄 도시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개의치 않은 채 걷기 시작한다.
외길인 골목에는 좁은 옆길이 더 산재해 있었다.
지나가면서 가볍게 들여다 본다. 그 대부분은 막다른 길인 듯했다.
몇 번째인가의 옆길을 보았을 때 아키라는 발을 멈추었다.
안쪽 벽에 기대 주저앉아 있는 사람 모습이 있었다.
힘이 완전히 빠진 손발이나 고개를 숙인 정도로 보아 이미 숨이 끊어져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마도 이 이취(異臭)의 정체.
손상 정도는 가늠할 수 없었지만 시체 주위에 떨어져 있는 검은 얼룩……혈흔의 양은 엄청났다.
가슴에 택은 걸려 있지 않다. 무차별 살인의 비참한 희생자인가, 이그라에 패배한 참가자의 말로인가…….
그다지 오래 보고 싶지도 않다.
얼굴을 돌리고 걸어가려 했으나 갑자기 걸리는 것을 느끼고 바로 시체 쪽을 돌아보았다.
풍모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까지 거리를 좁힌다.
아키라 「…………」
내려다보고는 말이 막혔다.
새파랗게 물든 머리카락, 검은 재킷.
―――완전히 변한 타케루의 모습이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탓에 잘 알 수 없었지만 두부와 얼굴이 현저히 파손되어 있는 듯했다.
택을 걸고 있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그것은 지금 아키라의 손안에 있으니까.
부패하기 시작하려는 피의 농밀한 냄새.
무심코 반대쪽 벽까지 뒷걸음질쳤다.
눈은 타케루의 시체에 못 박힌 듯 돌릴 수 없었다.
―――케이스케가, 한 것일까.
결판을 냈다고 말한 듯한 기분이 든다. 아마도 틀림없으리라.
그래도 아직 마음 어디에선가 믿지 못하는 자신이 있었다.
클럽의 참상도, 타케루를 죽인 방식도, 너무나……잔인했다.
간신히 기억하고 있던 예전의 케이스케의 모습이 가차없이 짓밟혀간다.
그리고 다시―――「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동요하기 시작한 자신을 깨닫는다.
깨끗이 처리된 잠자는 듯한 사체.
CFC에 있던 때는 「죽음」은 언제나 처음부터 그 모습으로 아키라 옆에 가로놓여 있을 뿐, 비참하지도 더러워져 있지도 않았다.
사람이라기보다도 물체로 보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사람으로서의 생생함을 사체에서 느낀 적은 없었다.
기계 부품이 정지하는 것과 같이 심장이 멈추고, 호흡이 멈추고, 뇌의 회전이 멈춘다.
그렇지만. 사람에서 물체로 변하는 과정에는, 처리된 사체에서는 헤아릴 수 없는 여러 가지 생각이 뒤얽혀 있다.
토시마로 오기 전까지는 타인도 자신도 죽든 살든 관계없다고 생각했다.
엠마와의 거래에 응한 것도 납득할 수 없는 불합리한 대우에 응하는 것이 싫어 조금이라도 발버둥쳐보려 했기 때문이다.
이그라에도 단순히 흥미가 있었다. 질 생각은 없었지만 어떻게 해서든 이기고자 하는 기개도 없었다.
그것이 지금은―――죽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확실히.
케이스케를 그대로 둘 수는 없다.
아키라 스스로 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인지 의문이었다.
그렇지만, 케이스케가 없어져 초조함을 느낀 것 또한 사실이었다.
분명……케이스케의 존재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자신 안에 깊이 들어와 있었던 것이리라. 깨닫지 못했을 뿐.
일이 이렇게 되지 않았다면 영원히 깨닫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공기처럼 잃고 나서 처음으로 뼈저리게 느낀다.
모든 것이 지금까지와는 다르다. 모든 것이 아키라가 모르는 변화를 보이고……그렇게 홀로 남겨지고야 간신히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생과 사, 그리고 「존재」의 의미를.
마치……우물 안 개구리 같다. 자조감에 사로잡힌다.
타케루도 분명 양보할 수 없는 마음을 품었음에도 원통하게 죽어가지 않았는가.
그렇기 때문에 다른 참가자와는 다른 강한 심지를 느꼈던 것일 지도 모른다. 그 원통함을 생각하면 마음이 괴로웠다.
아키라는 재킷 주머니에 손을 넣어 택과 십자가를 조용히 움켜쥐고는 타케루의 유해에 등을 돌리고 옆길을 빠져나갔다.
『성』으로는 가지 않고 호텔 쪽으로 나아갔다.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이 너무 많이 일어나 혼란하다. 알비트로와 이야기를 하기 전에, 진정하고 싶었다.
중립지대인 호텔이라면 비교적 위험도 적으리라.
그러나 안으로는 들어가지 못했다.
아무래도―――케이스케를 떠올리고 만다.
호텔과 골목 사이, 길에서는 보이지 않는 위치로 몸을 숨기고, 아키라는 그대로 하룻밤을 보냈다.
다음날, 눈을 뜨고 큰길로 나오자 길을 낀 반대쪽에 작은 군중이 있었다.
환성이나 욕지거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 한 부분만 공기가 얼어붙은 듯한 심상치 않은 긴장감에, 둘러싼 구경꾼들의 얼굴은 굳어져 있다.
이그라 시합이 아닌 듯했다.
이전에도 이런 광경과 조우한 적이 있다.
멈추어 멀찍이 둘러서서 바라보며 더듬어 찾은 기억은 짜랑짜랑한 노성에 꼼짝없이 끌려나왔다.
??? 「야아아아아아아!!!」
남자 「아아아아아아……!!」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이어지고, 다시 그것을 완전히 지우는 듯한 단말마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겁먹은 구경꾼들이 뒤로 물러나 원이 흐트러져, 중심에 처형인 2사람……
키리오와 군지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군지가 오른손에 낀 구조(鉤爪)에서 방울져 떨어지는 피를 핥고는 얼굴을 찌푸리고 침을 뱉었다.
군지 「우웩……, 아―, 이래서 마약 중독은―. 너 너무 많이 했어. 피에서 냄새 난다고」
키리오 「남 말할 처지냐. 너는 태어났을 때부터 더럽잖아……, 피가」
군지 「시끄러워―――피도 말라 빠진 영감은 닥치고 있어」
2사람 옆에 얼굴을 감싼 남자가 웅크리고 있었다.
손가락 사이로 피가 흐르고 있다.
군지의 구조에 베인 것이리라.
룰 위반으로 단속받고 있는 것인가, 처형인의 변덕과 조우한 불운한 희생자인가.
군지 「앙? ……어이, 저거」
갑자기 군지가 아키라 쪽을 구조로 가리켰다.
키리오 「……아아? 아~……, 그거다, 그거」
2사람이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긴 발을 던지듯이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다가왔다.
벨트와 쇠 파이프에 단 택이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낸다.
룰을 위반한 기억은 없지만, 처형인에게 쫓기고 있는 타케루에게 말려들었을 때에 아마도 얼굴을 보였다.
그래서 찍혔나―――?
아키라는 그 자리에 멈추어 서서 다가오는 2사람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떨어져 있어도 느껴지는 위압에 고동은 마구 울리고 있었다.
그러나 상대는 광견(狂犬)이다. 겁먹으면 뒤쫓아온다.
가까이에서 보는 거구의 위압은 상당했으나 긴장이나 살기 같은 날카로운 기색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느슨한 공기가 도리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를 불안을 부채질했다.
키리오 「너 말이야……」
아키라 「……!」
다가오자마자 키리오가 아키라의 턱을 잡고 힘껏 위를 향하게 했다. 어린 아이 같은 호기심을 띤 날카로운 눈동자가 꿰뚫는다.
키리오 「왕자님이 불렀지……? 빨리 가 주라고. 애타게 기다리고 있어」
군지 「너무 애타게 기다려서 우리가 떠밀려 나왔단 말이야. 끌고 갈 테니까 빨리 가. 가 버려」
아키라 「……, ……왕자?」
키리오 「알비트로 말이야. 도착했지……, 초대장. 네 앞으로 말이야……」
『개』가 갖고 온 카드를 뜻하는 것인가.
애타게 기다린다고 해도, 아직 그 후로 시간도 많이 지나지 않았다.
역시 단순한 초대가 아닌 것이리라. 무언가 의도가 있다.
키리오 「어쨌든 우리는 데리고 오라는 명령을 받았을 뿐이다. ……산 상태로 말이야」
키리오가 우스운 듯 두 눈을 가늘게 뜨고 목으로 낮게 웃었다.
아키라 「……이거 놔」
턱을 잡고 있던 키리오의 손을 뿌리친다.
주위의 침묵이 얼어붙는 것이 느껴졌다.
숨을 죽이고 두려움과 호기심과 동정의 눈빛으로 살피고 있다.
키리오 「……너 재미있군」
아키라가 뿌리친 손을 든 채 키리오가 히죽이는 미소를 깊이 지었다.
군지 「뭐가」
키리오 「잘 보라고, 그 얼굴에 두 개 뚫려 있는 옹이구멍 크게 뜨고 말이야……. 이 녀석 안 했어……」
군지 「그러니까 뭐가 말이야」
상당히 기분이 안 좋은 듯한 군지가 아키라의 턱을 잡고 위를 향하게 했다.
아키라 「…………」
군지 「……아? ……헤에, 아아―, 으―음」
턱을 잡은 손을 다시 뿌리쳤으나 군지는 의외라는 얼굴로 기묘한 신음 소리를 낼 뿐이었다.
군지 「뭐―우리도 그런 쓰레기는 안 쓰지만. 그런 거 없어도 충분하고」
키리오 「대부분 대드는 건 맛이 갔으니까……. 라인 없이 대드는 너는……, 아무 생각이 없는 건가……」
아키라 「……윽」
어깨로 쇠 파이프를 튕기며 히죽이던 키리오가 갑자기 아키라의 앞머리를 한 손으로 움켜쥐고 얼굴을 가까이했다.
크게 뜨인 홑꺼풀의 눈……케이스케나 라인 중독자가 지닌 그것과는 다른, 더 맑은 광기가 보인다.
키리오 「가면 자식의 명령만 아니면 머리에서부터 먹어 치웠을 텐데, 아깝군……」
아키라 「…………」
키리오는 얇은 입술을 옆으로 길게 늘이고 밀치듯이 아키라에게서 손을 뗐다.
입가에서 보인 송곳니는 맹수의 그것처럼 날카롭고 뾰족했다.
군지 「장난치지 말고 빨리 끌고 가자고. 비트로의 명령은 툭하면 버럭 해서 죽겠어―」
남자 「윽, 으! 그……」
인내심이 바닥난 군지가 얼굴을 베여 신음하던 남자의 배를 힘껏 찼다.
키리오 「자, 그럼……. 왕자님이 애타게 기다리시는 공주님을 연행할까……」
아키라 「……읏, ……건드리지 마」
군지 「시끄러」
군지가 웅크린 채 숨도 끊어질 듯한 남자의 배를 다시 걷어찬 후 억지로 아키라의 팔을 잡고 걷기 시작했다.
팔이 부서질 듯한 악력에 얼굴을 찌푸린다.
아키라는 두려움과 호기심과 동정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면서 마치 죄수처럼 『성』으로 연행되었다.
『성』 앞의 계단을 오르자 처형인을 본 경비원들이 일제히 긴장했다. 아키라 일행이 찾아왔을 때에는 느긋했던 태도가 마치 거짓말인 것처럼 두려워하고 있다.
경비원들이 향하는 호기심 어린 시선은 아까의 구경꾼들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현관에 도착하자 키리오가 턱으로 가리켰다.
키리오 「열어」
경비원A 「예, 예!」
완전히 위축된 경비원이 허둥대며 문을 연다.
군지에게 팔을 잡힌 채 안으로 들어간다. 등 뒤에서 문이 닫혔지만 아직도 해방될 기미는 없었다.
아키라 「……이제 됐잖아. 이거 놔」
노려보자 군지는 가볍게 턱을 들고 앞 머리카락 사이로 아키라를 보았다. 큰 입가가 재미있다는 듯이 히죽대고 있다.
군지 「너 말이야, 근육질이지만 좀 마르지 않았어? 살 좀 쪄라」
아키라 「……!」
잡고 있던 팔이 치켜세우듯 끌려 올라가 손등을 물렸다. 반사적으로 잡아 빼자 해방된다.
군지 「맛없네. 햐하핫」
아키라 「…………」
군지는 목에서 공기가 새는 듯한 소리로 웃고는 양팔을 머리 뒤로 두르고 현관 쪽으로 돌아갔다.
키리오 「여기에서 기다려」
키리오도 쇠 파이프를 어깨에서 튕기면서 현관으로 가, 처형인들은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천장이 높은 현관 홀에 조용히 울린다.
아키라는 무심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위압은 거구 탓만이 아닌 것을 곁에 다가가 보고 알게 되었다. 공격적이면서 묘하게 느슨한 긴장감에는 아마도 기복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 2사람에게 비일상적, 혹은 비현실적인 일 따위는 애초에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사람을 죽이는 것도 하나의 놀이로밖에 파악하지 않을 것이다……떨어져 있는 돌멩이를 차는 듯한 가벼운 감각으로.
인간적인 무언가가 누락되어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이그라에서 처형인으로 두드러진 존재가 될 수 있었으리라.
변함없이 악취미적인 내부 인테리어에 둘러싸인 채 움직일 생각도 들지 않아 아키라는 윗눈으로 천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윽고 대리석을 두드리는 경질의 발소리가 들려오고 복도 안쪽에서 경비원 1명이 모습을 나타냈다. 경비원은 아키라 앞에서 정중히 머리를 숙였다.
경비원B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알비트로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안내하겠습니다」
경비원은 아키라에게 따라오라는 듯이 가볍게 눈짓을 하고 현관 홀 중앙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2층 인테리어는 1층과 거의 같고, 정면과 좌우로 이어지는 복도가 있었다.
중앙에 있는 공간에는 테이블 세트 외에 벽에 회화가 몇 점, 그리고 역시 소년 석고상이 여기저기에 놓여 있었다.
경비원은 정면 복도를 똑바로 걸어간다. 가장 안쪽에는 1층과 같은 검은 쌍바라지문이 있고 튼튼한 쇠사슬이 손잡이에 감겨 있었다.
아마도 콜로세움 2층석 입구이리라.
복도 왼쪽에 있는 흰 쌍바라지문 앞에서 경비원이 멈추어 서 노크를 했다.
경비원B 「모셔왔습니다」
??? 「들어와라」
흐릿한 목소리가 울리자 경비원이 문을 열고 아키라에게 안으로 들어가길 재촉했다.
넒은 방 중앙에는 흰 천을 깐 테이블에 앉아 미소를 띤 알비트로가 기다리고 있었다.
가구는 모두 앤틱조로 장식되어 있고 아무리 보아도 고가인 융단이 깔려 있었다. 물론 어디에나 있는 석고상도 있다.
테이블에는 생산연도가 오래된 듯한 와인병과 2세트의 와인 글래스, 식기류가 놓여 있었다.
알비트로의 등 뒤에는 총을 든 부하들이 정연하게 대기하고 있다.
알비트로 「어서 오게. 갑작스런 호출임에도 응해 주어서 정말로 기쁘네. 자, 앉게」
강제로 응하게 해 놓고 잘도 말한다.
아키라는 내심 악담을 하면서 가리킨 자리에 앉았다.
온 이상은 카드에 쓰여 있던 「친구」에 대해 철저히 정보를 끌어낼 생각이었다.
알비트로 「그럼……, 성급해서 미안하지만, 협력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 있네. 괜찮을까?」
알비트로는 아키라의 답을 기다리지 않고 갑작스럽게 말을 꺼내고는 부하에게 눈짓을 했다.
부하가 끄덕이고는 다가온다.
장갑을 낀 손에는 주사기가 들려 있었다.
의아하게 생각해 얼굴을 들자, 알비트로는 천천히 고개를 흔들었다.
알비트로 「자네의 혈액을 채취하고 싶네. 아주 조금이면 되지」
아키라 「……, ……무엇에 쓸 생각이지?」
알비트로 「후후, 나는 혈액 컬렉터야. 특이하지? 개인적인 취미라네」
알비트로는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며 답했다.
명백한 거짓말. 본인도 통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말투였다.
아키라 「당신의 악취미 상태를 보면 절로 납득이 될 것 같지만 믿을 수 없어」
알비트로 「악용은 도저히 불가능할 정도의 양밖에 받지 않을 걸세」
아키라 「혈액 채취인 척하면서 라인이라도 놓는 것은 아닌가」
알비트로 「무엇을 위해?」
아키라 「노예를 만들기 위해, 라든가」
도전적인 시선으로 알비트로를 노려보자 낮은 웃음소리가 되돌아왔다.
알비트로 「꽤 자의식 과잉이로군. 재미있어. 안심하게. 자네 얼굴은 확실히 취향이지만 노예로 만들고 싶은 타입은 아니야」
뻔뻔스레 내뱉은 말에 오한이 들었다.
알비트로 「후후……. 거절해도 상관없네. 다만, 나도 변덕이 심해서 말이지. 어쩌면 친구 이야기를 하고싶지 않아질지도 모르겠네만……」
가면 안의 눈동자가 도발하는 빛을 띠고 아키라를 응시한다.
아키라 「…………」
부하가 입을 다문 아키라의 오른팔을 잡고 팔꿈치 위까지 옷소매를 걷었다.
알비트로 「협력에 감사하네」
알비트로가 만족스러운 듯한 미소를 띠었다.
소독 알코올에 적신 탈지면으로 환부를 정중히 닦고 가느다란 주사기 끝쪽 캡을 벗긴다.
차가운 감촉이 닿고 작은 통증이 피부를 자극했다.
말대로 주사기는 금세 빠졌다. 환부에 작게 자른 거즈를 대고 테이핑한다.
혈액을 채취한 부하는 가볍게 절한 후 방에서 나갔다.
알비트로 「불쾌하게 해 미안하네. 우선은 건배할까」
아키라 앞에 놓은 글래스에 와인이 채워진다.
알비트로 「자네, 이름은? 물론 국민번호가 아닌 것 말이네. 그런 것은 완전히 넌센스야」
이름 따위는 가르쳐 주기 싫다.
아키라가 침묵을 지키자 알비트로가 부자연스럽게 곤란한 듯이 어깨를 움츠렸다.
알비트로 「이름 정도는 괜찮지 않나? 계속 자네라고 부르는 것도 괴로우니」
아키라 「…………」
알비트로 「자네는 내 손님이다. 자, 말해주게」
아키라는 고집을 부리는 것조차 바보같이 느껴지기 시작해 시선을 돌리고 작게 대답했다.
아키라 「……아키라」
알비트로 「아키라, 라. 고맙네. 좋은 이름이군」
알비트로가 와인 글래스를 든다.
응하지 않았지만 알비트로는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알비트로 「오늘, 이 날, 아키라와의 만남을 축복하며……, 건배」
으스스해질 듯한 말과 함께 알비트로가 글래스에 입을 댔다.
알비트로 「안 마시나?」
아키라 「무엇이 들어 있을지 모르니까」
알비트로가 그 마음을 꿰뚫어 본 듯이 천천히 미소 지었다.
알비트로 「마치 품위있는 고양이 같군, 멋져. 그렇지만, 오늘을 위해 특별한 요리도 준비했네. 뭣하면 자네 몫을 부하에게 먹어보게 해도 상관없네. 만찬을 들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지만……, 뭐, 괜찮겠지」
벽에 걸린 화려한 장식 시계는 저녁때를 가리키고 있었다.
알비트로가 다시 부하 중 1명에게 눈짓을 한다. 부하가 퇴실하고 바로 다른 남자가 은빛 쟁반에 요리를 담아 들어왔다.
호화로운 요리가 차례차례 테이블에 차려진다.
전후, 일반 시민은 볼 수도 없어진 고가 요리들. 공들인 장식은 프랑스 요리인 듯해 보였으나 기억이 흐릿해 확실하지는 않다.
알비트로 「거의 먹어본 적 없겠지. 마음껏 맛보게나」
알비트로가 자신에 넘치는 얼굴로 한 손을 내밀었다.
이르레의 위광을 자기 것처럼 휘두르면서 살인 게임으로 라인을 팔아 폐인을 양산하며 만든 돈 위에 앉아 있는 남자.
겉보기에도 사치를 다하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진심으로 혐오를 느꼈다.
아키라 「……이르레님이 최고로군」
아키라의 비웃음에도 알비트로는 미소를 거두지 않았다.
알비트로 「자, 따뜻할 때 먹게」
온기와 함께 식욕을 자극하는 향기가 피어오른다.
요 며칠 간 제대로 식사를 못한 탓에 의식과는 반대로 텅 빈 위가 자극받는다.
몸 마디마디가 삐걱대는 듯한 통증을 호소하고 있었으나 무시하고 발길을 재촉했다.

이제 큰길까지 나아가기만 하면 되는 곳에 다다르자 이상한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아까부터 희미하게 느끼고는 있었지만 여기로 오자 갑자기 강해졌다.
그러나 그것도 토시마에서는 드문 일이 아니다. 여기저기에 핏자국이 튄 도시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개의치 않은 채 걷기 시작한다.
외길인 골목에는 좁은 옆길이 더 산재해 있었다.
지나가면서 가볍게 들여다 본다. 그 대부분은 막다른 길인 듯했다.
몇 번째인가의 옆길을 보았을 때 아키라는 발을 멈추었다.
안쪽 벽에 기대 주저앉아 있는 사람 모습이 있었다.
힘이 완전히 빠진 손발이나 고개를 숙인 정도로 보아 이미 숨이 끊어져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마도 이 이취(異臭)의 정체.
손상 정도는 가늠할 수 없었지만 시체 주위에 떨어져 있는 검은 얼룩……혈흔의 양은 엄청났다.
가슴에 택은 걸려 있지 않다. 무차별 살인의 비참한 희생자인가, 이그라에 패배한 참가자의 말로인가…….
그다지 오래 보고 싶지도 않다.
얼굴을 돌리고 걸어가려 했으나 갑자기 걸리는 것을 느끼고 바로 시체 쪽을 돌아보았다.

아키라 「…………」
내려다보고는 말이 막혔다.
새파랗게 물든 머리카락, 검은 재킷.
―――완전히 변한 타케루의 모습이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탓에 잘 알 수 없었지만 두부와 얼굴이 현저히 파손되어 있는 듯했다.
택을 걸고 있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그것은 지금 아키라의 손안에 있으니까.
부패하기 시작하려는 피의 농밀한 냄새.
무심코 반대쪽 벽까지 뒷걸음질쳤다.
눈은 타케루의 시체에 못 박힌 듯 돌릴 수 없었다.
―――케이스케가, 한 것일까.
결판을 냈다고 말한 듯한 기분이 든다. 아마도 틀림없으리라.
그래도 아직 마음 어디에선가 믿지 못하는 자신이 있었다.
클럽의 참상도, 타케루를 죽인 방식도, 너무나……잔인했다.
간신히 기억하고 있던 예전의 케이스케의 모습이 가차없이 짓밟혀간다.
그리고 다시―――「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동요하기 시작한 자신을 깨닫는다.
깨끗이 처리된 잠자는 듯한 사체.
CFC에 있던 때는 「죽음」은 언제나 처음부터 그 모습으로 아키라 옆에 가로놓여 있을 뿐, 비참하지도 더러워져 있지도 않았다.
사람이라기보다도 물체로 보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사람으로서의 생생함을 사체에서 느낀 적은 없었다.
기계 부품이 정지하는 것과 같이 심장이 멈추고, 호흡이 멈추고, 뇌의 회전이 멈춘다.
그렇지만. 사람에서 물체로 변하는 과정에는, 처리된 사체에서는 헤아릴 수 없는 여러 가지 생각이 뒤얽혀 있다.
토시마로 오기 전까지는 타인도 자신도 죽든 살든 관계없다고 생각했다.
엠마와의 거래에 응한 것도 납득할 수 없는 불합리한 대우에 응하는 것이 싫어 조금이라도 발버둥쳐보려 했기 때문이다.
이그라에도 단순히 흥미가 있었다. 질 생각은 없었지만 어떻게 해서든 이기고자 하는 기개도 없었다.
그것이 지금은―――죽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확실히.
케이스케를 그대로 둘 수는 없다.
아키라 스스로 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인지 의문이었다.
그렇지만, 케이스케가 없어져 초조함을 느낀 것 또한 사실이었다.
분명……케이스케의 존재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자신 안에 깊이 들어와 있었던 것이리라. 깨닫지 못했을 뿐.
일이 이렇게 되지 않았다면 영원히 깨닫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공기처럼 잃고 나서 처음으로 뼈저리게 느낀다.
모든 것이 지금까지와는 다르다. 모든 것이 아키라가 모르는 변화를 보이고……그렇게 홀로 남겨지고야 간신히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생과 사, 그리고 「존재」의 의미를.
마치……우물 안 개구리 같다. 자조감에 사로잡힌다.
타케루도 분명 양보할 수 없는 마음을 품었음에도 원통하게 죽어가지 않았는가.
그렇기 때문에 다른 참가자와는 다른 강한 심지를 느꼈던 것일 지도 모른다. 그 원통함을 생각하면 마음이 괴로웠다.
아키라는 재킷 주머니에 손을 넣어 택과 십자가를 조용히 움켜쥐고는 타케루의 유해에 등을 돌리고 옆길을 빠져나갔다.
『성』으로는 가지 않고 호텔 쪽으로 나아갔다.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이 너무 많이 일어나 혼란하다. 알비트로와 이야기를 하기 전에, 진정하고 싶었다.
중립지대인 호텔이라면 비교적 위험도 적으리라.
그러나 안으로는 들어가지 못했다.
아무래도―――케이스케를 떠올리고 만다.
호텔과 골목 사이, 길에서는 보이지 않는 위치로 몸을 숨기고, 아키라는 그대로 하룻밤을 보냈다.

환성이나 욕지거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 한 부분만 공기가 얼어붙은 듯한 심상치 않은 긴장감에, 둘러싼 구경꾼들의 얼굴은 굳어져 있다.
이그라 시합이 아닌 듯했다.
이전에도 이런 광경과 조우한 적이 있다.
멈추어 멀찍이 둘러서서 바라보며 더듬어 찾은 기억은 짜랑짜랑한 노성에 꼼짝없이 끌려나왔다.
??? 「야아아아아아아!!!」
남자 「아아아아아아……!!」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이어지고, 다시 그것을 완전히 지우는 듯한 단말마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겁먹은 구경꾼들이 뒤로 물러나 원이 흐트러져, 중심에 처형인 2사람……
키리오와 군지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군지가 오른손에 낀 구조(鉤爪)에서 방울져 떨어지는 피를 핥고는 얼굴을 찌푸리고 침을 뱉었다.
군지 「우웩……, 아―, 이래서 마약 중독은―. 너 너무 많이 했어. 피에서 냄새 난다고」

군지 「시끄러워―――피도 말라 빠진 영감은 닥치고 있어」
2사람 옆에 얼굴을 감싼 남자가 웅크리고 있었다.
손가락 사이로 피가 흐르고 있다.
군지의 구조에 베인 것이리라.
룰 위반으로 단속받고 있는 것인가, 처형인의 변덕과 조우한 불운한 희생자인가.
군지 「앙? ……어이, 저거」
갑자기 군지가 아키라 쪽을 구조로 가리켰다.
키리오 「……아아? 아~……, 그거다, 그거」
2사람이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긴 발을 던지듯이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다가왔다.
벨트와 쇠 파이프에 단 택이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낸다.
룰을 위반한 기억은 없지만, 처형인에게 쫓기고 있는 타케루에게 말려들었을 때에 아마도 얼굴을 보였다.
그래서 찍혔나―――?
아키라는 그 자리에 멈추어 서서 다가오는 2사람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떨어져 있어도 느껴지는 위압에 고동은 마구 울리고 있었다.
그러나 상대는 광견(狂犬)이다. 겁먹으면 뒤쫓아온다.
가까이에서 보는 거구의 위압은 상당했으나 긴장이나 살기 같은 날카로운 기색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느슨한 공기가 도리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를 불안을 부채질했다.
키리오 「너 말이야……」
아키라 「……!」
다가오자마자 키리오가 아키라의 턱을 잡고 힘껏 위를 향하게 했다. 어린 아이 같은 호기심을 띤 날카로운 눈동자가 꿰뚫는다.
키리오 「왕자님이 불렀지……? 빨리 가 주라고. 애타게 기다리고 있어」
군지 「너무 애타게 기다려서 우리가 떠밀려 나왔단 말이야. 끌고 갈 테니까 빨리 가. 가 버려」
아키라 「……, ……왕자?」
키리오 「알비트로 말이야. 도착했지……, 초대장. 네 앞으로 말이야……」
『개』가 갖고 온 카드를 뜻하는 것인가.
애타게 기다린다고 해도, 아직 그 후로 시간도 많이 지나지 않았다.
역시 단순한 초대가 아닌 것이리라. 무언가 의도가 있다.
키리오 「어쨌든 우리는 데리고 오라는 명령을 받았을 뿐이다. ……산 상태로 말이야」
키리오가 우스운 듯 두 눈을 가늘게 뜨고 목으로 낮게 웃었다.
아키라 「……이거 놔」
턱을 잡고 있던 키리오의 손을 뿌리친다.
주위의 침묵이 얼어붙는 것이 느껴졌다.
숨을 죽이고 두려움과 호기심과 동정의 눈빛으로 살피고 있다.
키리오 「……너 재미있군」
아키라가 뿌리친 손을 든 채 키리오가 히죽이는 미소를 깊이 지었다.
군지 「뭐가」
키리오 「잘 보라고, 그 얼굴에 두 개 뚫려 있는 옹이구멍 크게 뜨고 말이야……. 이 녀석 안 했어……」
군지 「그러니까 뭐가 말이야」
상당히 기분이 안 좋은 듯한 군지가 아키라의 턱을 잡고 위를 향하게 했다.
아키라 「…………」
군지 「……아? ……헤에, 아아―, 으―음」
턱을 잡은 손을 다시 뿌리쳤으나 군지는 의외라는 얼굴로 기묘한 신음 소리를 낼 뿐이었다.
군지 「뭐―우리도 그런 쓰레기는 안 쓰지만. 그런 거 없어도 충분하고」
키리오 「대부분 대드는 건 맛이 갔으니까……. 라인 없이 대드는 너는……, 아무 생각이 없는 건가……」
아키라 「……윽」
어깨로 쇠 파이프를 튕기며 히죽이던 키리오가 갑자기 아키라의 앞머리를 한 손으로 움켜쥐고 얼굴을 가까이했다.
크게 뜨인 홑꺼풀의 눈……케이스케나 라인 중독자가 지닌 그것과는 다른, 더 맑은 광기가 보인다.
키리오 「가면 자식의 명령만 아니면 머리에서부터 먹어 치웠을 텐데, 아깝군……」
아키라 「…………」
키리오는 얇은 입술을 옆으로 길게 늘이고 밀치듯이 아키라에게서 손을 뗐다.
입가에서 보인 송곳니는 맹수의 그것처럼 날카롭고 뾰족했다.
군지 「장난치지 말고 빨리 끌고 가자고. 비트로의 명령은 툭하면 버럭 해서 죽겠어―」
남자 「윽, 으! 그……」
인내심이 바닥난 군지가 얼굴을 베여 신음하던 남자의 배를 힘껏 찼다.
키리오 「자, 그럼……. 왕자님이 애타게 기다리시는 공주님을 연행할까……」
아키라 「……읏, ……건드리지 마」
군지 「시끄러」
군지가 웅크린 채 숨도 끊어질 듯한 남자의 배를 다시 걷어찬 후 억지로 아키라의 팔을 잡고 걷기 시작했다.
팔이 부서질 듯한 악력에 얼굴을 찌푸린다.
아키라는 두려움과 호기심과 동정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면서 마치 죄수처럼 『성』으로 연행되었다.
『성』 앞의 계단을 오르자 처형인을 본 경비원들이 일제히 긴장했다. 아키라 일행이 찾아왔을 때에는 느긋했던 태도가 마치 거짓말인 것처럼 두려워하고 있다.
경비원들이 향하는 호기심 어린 시선은 아까의 구경꾼들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현관에 도착하자 키리오가 턱으로 가리켰다.
키리오 「열어」
경비원A 「예, 예!」
완전히 위축된 경비원이 허둥대며 문을 연다.
군지에게 팔을 잡힌 채 안으로 들어간다. 등 뒤에서 문이 닫혔지만 아직도 해방될 기미는 없었다.
아키라 「……이제 됐잖아. 이거 놔」
노려보자 군지는 가볍게 턱을 들고 앞 머리카락 사이로 아키라를 보았다. 큰 입가가 재미있다는 듯이 히죽대고 있다.
군지 「너 말이야, 근육질이지만 좀 마르지 않았어? 살 좀 쪄라」
아키라 「……!」
잡고 있던 팔이 치켜세우듯 끌려 올라가 손등을 물렸다. 반사적으로 잡아 빼자 해방된다.
군지 「맛없네. 햐하핫」
아키라 「…………」
군지는 목에서 공기가 새는 듯한 소리로 웃고는 양팔을 머리 뒤로 두르고 현관 쪽으로 돌아갔다.
키리오 「여기에서 기다려」
키리오도 쇠 파이프를 어깨에서 튕기면서 현관으로 가, 처형인들은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천장이 높은 현관 홀에 조용히 울린다.
아키라는 무심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위압은 거구 탓만이 아닌 것을 곁에 다가가 보고 알게 되었다. 공격적이면서 묘하게 느슨한 긴장감에는 아마도 기복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 2사람에게 비일상적, 혹은 비현실적인 일 따위는 애초에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사람을 죽이는 것도 하나의 놀이로밖에 파악하지 않을 것이다……떨어져 있는 돌멩이를 차는 듯한 가벼운 감각으로.
인간적인 무언가가 누락되어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이그라에서 처형인으로 두드러진 존재가 될 수 있었으리라.
변함없이 악취미적인 내부 인테리어에 둘러싸인 채 움직일 생각도 들지 않아 아키라는 윗눈으로 천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윽고 대리석을 두드리는 경질의 발소리가 들려오고 복도 안쪽에서 경비원 1명이 모습을 나타냈다. 경비원은 아키라 앞에서 정중히 머리를 숙였다.
경비원B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알비트로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안내하겠습니다」
경비원은 아키라에게 따라오라는 듯이 가볍게 눈짓을 하고 현관 홀 중앙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2층 인테리어는 1층과 거의 같고, 정면과 좌우로 이어지는 복도가 있었다.
중앙에 있는 공간에는 테이블 세트 외에 벽에 회화가 몇 점, 그리고 역시 소년 석고상이 여기저기에 놓여 있었다.
경비원은 정면 복도를 똑바로 걸어간다. 가장 안쪽에는 1층과 같은 검은 쌍바라지문이 있고 튼튼한 쇠사슬이 손잡이에 감겨 있었다.
아마도 콜로세움 2층석 입구이리라.
복도 왼쪽에 있는 흰 쌍바라지문 앞에서 경비원이 멈추어 서 노크를 했다.
경비원B 「모셔왔습니다」
??? 「들어와라」
흐릿한 목소리가 울리자 경비원이 문을 열고 아키라에게 안으로 들어가길 재촉했다.

가구는 모두 앤틱조로 장식되어 있고 아무리 보아도 고가인 융단이 깔려 있었다. 물론 어디에나 있는 석고상도 있다.
테이블에는 생산연도가 오래된 듯한 와인병과 2세트의 와인 글래스, 식기류가 놓여 있었다.
알비트로의 등 뒤에는 총을 든 부하들이 정연하게 대기하고 있다.
알비트로 「어서 오게. 갑작스런 호출임에도 응해 주어서 정말로 기쁘네. 자, 앉게」
강제로 응하게 해 놓고 잘도 말한다.
아키라는 내심 악담을 하면서 가리킨 자리에 앉았다.
온 이상은 카드에 쓰여 있던 「친구」에 대해 철저히 정보를 끌어낼 생각이었다.

알비트로는 아키라의 답을 기다리지 않고 갑작스럽게 말을 꺼내고는 부하에게 눈짓을 했다.
부하가 끄덕이고는 다가온다.
장갑을 낀 손에는 주사기가 들려 있었다.
의아하게 생각해 얼굴을 들자, 알비트로는 천천히 고개를 흔들었다.
알비트로 「자네의 혈액을 채취하고 싶네. 아주 조금이면 되지」
아키라 「……, ……무엇에 쓸 생각이지?」
알비트로 「후후, 나는 혈액 컬렉터야. 특이하지? 개인적인 취미라네」
알비트로는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며 답했다.
명백한 거짓말. 본인도 통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말투였다.
아키라 「당신의 악취미 상태를 보면 절로 납득이 될 것 같지만 믿을 수 없어」
알비트로 「악용은 도저히 불가능할 정도의 양밖에 받지 않을 걸세」
아키라 「혈액 채취인 척하면서 라인이라도 놓는 것은 아닌가」
알비트로 「무엇을 위해?」
아키라 「노예를 만들기 위해, 라든가」
도전적인 시선으로 알비트로를 노려보자 낮은 웃음소리가 되돌아왔다.
알비트로 「꽤 자의식 과잉이로군. 재미있어. 안심하게. 자네 얼굴은 확실히 취향이지만 노예로 만들고 싶은 타입은 아니야」
뻔뻔스레 내뱉은 말에 오한이 들었다.
알비트로 「후후……. 거절해도 상관없네. 다만, 나도 변덕이 심해서 말이지. 어쩌면 친구 이야기를 하고싶지 않아질지도 모르겠네만……」
가면 안의 눈동자가 도발하는 빛을 띠고 아키라를 응시한다.
아키라 「…………」
부하가 입을 다문 아키라의 오른팔을 잡고 팔꿈치 위까지 옷소매를 걷었다.
알비트로 「협력에 감사하네」
알비트로가 만족스러운 듯한 미소를 띠었다.
소독 알코올에 적신 탈지면으로 환부를 정중히 닦고 가느다란 주사기 끝쪽 캡을 벗긴다.
차가운 감촉이 닿고 작은 통증이 피부를 자극했다.
말대로 주사기는 금세 빠졌다. 환부에 작게 자른 거즈를 대고 테이핑한다.
혈액을 채취한 부하는 가볍게 절한 후 방에서 나갔다.
알비트로 「불쾌하게 해 미안하네. 우선은 건배할까」
아키라 앞에 놓은 글래스에 와인이 채워진다.
알비트로 「자네, 이름은? 물론 국민번호가 아닌 것 말이네. 그런 것은 완전히 넌센스야」
이름 따위는 가르쳐 주기 싫다.
아키라가 침묵을 지키자 알비트로가 부자연스럽게 곤란한 듯이 어깨를 움츠렸다.
알비트로 「이름 정도는 괜찮지 않나? 계속 자네라고 부르는 것도 괴로우니」
아키라 「…………」
알비트로 「자네는 내 손님이다. 자, 말해주게」
아키라는 고집을 부리는 것조차 바보같이 느껴지기 시작해 시선을 돌리고 작게 대답했다.
아키라 「……아키라」
알비트로 「아키라, 라. 고맙네. 좋은 이름이군」
알비트로가 와인 글래스를 든다.
응하지 않았지만 알비트로는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알비트로 「오늘, 이 날, 아키라와의 만남을 축복하며……, 건배」
으스스해질 듯한 말과 함께 알비트로가 글래스에 입을 댔다.
알비트로 「안 마시나?」
아키라 「무엇이 들어 있을지 모르니까」
알비트로가 그 마음을 꿰뚫어 본 듯이 천천히 미소 지었다.
알비트로 「마치 품위있는 고양이 같군, 멋져. 그렇지만, 오늘을 위해 특별한 요리도 준비했네. 뭣하면 자네 몫을 부하에게 먹어보게 해도 상관없네. 만찬을 들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지만……, 뭐, 괜찮겠지」
벽에 걸린 화려한 장식 시계는 저녁때를 가리키고 있었다.
알비트로가 다시 부하 중 1명에게 눈짓을 한다. 부하가 퇴실하고 바로 다른 남자가 은빛 쟁반에 요리를 담아 들어왔다.
호화로운 요리가 차례차례 테이블에 차려진다.
전후, 일반 시민은 볼 수도 없어진 고가 요리들. 공들인 장식은 프랑스 요리인 듯해 보였으나 기억이 흐릿해 확실하지는 않다.
알비트로 「거의 먹어본 적 없겠지. 마음껏 맛보게나」
알비트로가 자신에 넘치는 얼굴로 한 손을 내밀었다.
이르레의 위광을 자기 것처럼 휘두르면서 살인 게임으로 라인을 팔아 폐인을 양산하며 만든 돈 위에 앉아 있는 남자.
겉보기에도 사치를 다하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진심으로 혐오를 느꼈다.
아키라 「……이르레님이 최고로군」
아키라의 비웃음에도 알비트로는 미소를 거두지 않았다.
알비트로 「자, 따뜻할 때 먹게」
온기와 함께 식욕을 자극하는 향기가 피어오른다.
요 며칠 간 제대로 식사를 못한 탓에 의식과는 반대로 텅 빈 위가 자극받는다.
선택지 →'빵을 집는다'일 경우
망설이는 손이 작은 접시에 놓인 따뜻한 빵으로 뻗다 멈춘다.
그 행동을 보던 알비트로가 가볍게 손가락을 튕겨 부하를 가까이 불렀다.
알비트로 「아키라의 빵의 독을 확인해라」
부하 「알겠습니다. 실례합니다」
부하 남자는 선선히 끄덕이고 아키라의 빵을 집었다.
끝을 뜯어 음미한다.
알비트로 「어떤가?」
어쩐지 진 듯한 기분이 들어 아키라는 시선을 돌리고 천천히 빵으로 손을 뻗었다.
알비트로 「요리를 전부 확인하게 해도 상관없네. 자, 들게나」
조금 뜯어 입 안에 넣는다. 그윽한 달콤함이 퍼져 아키라의 정신적인 굶주림도 채우는 듯했다.
2입 정도 더 먹고 남은 반은 오기로 접시에 돌려놓았다.
알비트로 「더 안 먹나」
아키라 「충분해」
알비트로 「그런가」
아이 같은 아키라의 태도에 알비트로의 목소리에 웃음이 어렸다.
아키라 「그런 것보다, 빨리 본제로 들어가고 싶어」
한시라도 빨리 케이스케에 대해 묻고 싶었다.
알비트로 「본제? ……아아, 친구 이야기 말인가. 조금 더 기다려 주겠나? 이제 슬슬 때가 된 것 같은데」
그때 조심스러운 노크 소리가 울리고 조금 전 아키라의 혈액을 채취한 부하가 들어왔다.
부하 「실례합니다」
곧바로 알비트로 곁으로 걸어와서는 귓속말을 한다.
가면 아래의 눈이 대담한 미소를 띠었다.
알비트로 「수고했다」
부하가 가볍게 절을 하고 퇴실했다.
미소를 머금은 확신에 찬 눈길이 아키라를 향한다.
알비트로 「마침 좋은 타이밍이었군. 원하는 대로 본제로 들어갈 수 있겠네」
알비트로는 와인을 한 모금 마시고는 테이블에 양팔을 대고 양손을 서로 포개서 턱을 괴었다.
알비트로 「우선……, 아까 한 혈액 채취에 대해서네만, 자네가 생각하던 대로 나는 거짓말을 했네. 무례를 사과하지. 뭐, 그렇게 뻔히 보였으니 속인 셈은 아니라 생각하지만. 실은 조금 조사를 했네. 자네의 혈액에 대해」
아키라 「……무엇 때문에」
알비트로 「반복해서 말하지만, 악용하기 위해서는 아니야.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어서 말이네」
알비트로가 짐짓 대단한 체하는 어조로, 다시 와인을 입에 머금었다.
알비트로 「클럽에서의 소동은 알고 있나?」
아키라 「……아아」
알비트로 「그 소동이 일어난 날, 나도 보고를 받고 현장으로 갔었지. 안쪽 방을 조사하고 있을 때 플로어에서 싸움이 시작됐네. ……1명은 타케루 라는 남자였던가」
알비트로는 무게가 있는 체하듯 어미를 천천히 말하고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었다.
아키라의 반응을 살피고 있다―――클럽에서의 사건을 보고 있었다.
이 남자는 아키라가 있던 것도 알고 있으면서 말하고 있다.
알비트로 「우세했던 그가 갑자기 괴로워하기 시작했지……. 약간 부자연스럽게 보였기에 유체를 회수하는 김에 조사해 보았네. 요 전날 그가 죽은 것은 알고 있나?」
마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한 가벼운 말투였다.
알비트로 「그의 혈액에서 그의 것이 아닌 DNA가 검출되었네. 체내에서 이물로 판단되어 격렬한 거부반응을 일으킨 듯해」
알비트로는 거기에서 말을 끊고 아키라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의중을 살피는 듯한 무거운 침묵에 어느새 고동이 빨라지기 시작한다.
알비트로 「그의 체내에서 검출된 DNA. 누구 것이었다고 생각하나?」
아키라 「…………」
알비트로 「아키라, 자네 것과 흡사하다네」
아키라 「……!?」
갑자기 다른 필드에서 끌려나온 기분이었다.
알비트로의 말뜻이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아키라 「……무슨 말이야」
알비트로 「자네는 클럽에서 타케루와 싸웠지. 아닌가?」
아키라 「…………」
알비트로 「아마도 자네의 혈액을 어떤 형태로든 섭취해 거부반응을 일으킨 것이겠지」
아키라의 피를 섭취한 것에 의한, 거부반응―――?
정말로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이해불능이었다.
애초에 타케루가 아키라의 피를 먹은 적이 있었던가.
천천히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 떠올린다.
―――입술을 물어뜯긴 듯한 기분이 든다.
무의식적으로 입술 끝에 손가락을 댄다.
확실히 그 직후……, 타케루는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면 아키라를 습격한 은발 남자도 아키라의 팔을 찌른 나이프를……피를 핥지는 않았던가. 그 후 상태가 이상해졌다―――
둑이 터진 것처럼 기억이 선명하게 넘쳐 흐르기 시작한다.
알비트로 「안색이 안 좋군」
아키라 「…………」
알비트로 「나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네. 이야기를 계속하지」
느긋하게 미소를 띠는 알비트로는 명백히 아키라의 반응의 변화를 즐기고 있었다.
알비트로 「아까 한 혈액 컬렉터라는 말은 거짓말이었지만, 옛날에 비슷한 연구에 관여한 적이 있었지. 타케루는 라인을 사용했다. 이것도 맞나?」
잠깐의 침묵 후 희미하게 끄덕여 답한다.
알비트로 「……과연. 아무래도 자네 피는 라인 복용자에게 작용을 하는 듯하군」
아키라 「……작용?」
알비트로 「라인이 투여된 피를 중화하는 작용을 한다. 하지만, 효과가 지나치게 강한 것이겠지. 거부반응이 일어나면 죽음에 이르게 하는 듯하네」
실감이 전혀 나지 않는 말이었다.
그러나 확실히 타케루도 아키라를 덮친 은발 남자도 라인 복용자였다.
그리고 아마도 2사람 다 아키라의 피에 접촉했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이야기였지만, 아키라의 피에 거부반응을 일으킨 것이라 한다면……설명은 되었다.
라인 복용자를 중화하는 작용―――중화.
그것은 어쩌면 케이스케를 도울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일념으로 변한다.
아키라 「……거부반응을 억제하고 잘 쓸 수 있는 방법은 없나」
알비트로 「없지는 않겠지. 다만……, 친구를 생각하고 있는 거라면 이야기는 다르네」
알비트로는 꿰뚫어 보듯 엷게 미소 짓고 아키라를 보았다.
알비트로 「그에 대한 이야기는 당연히 내 귀에도 들어왔네. 꽤 흥미있는 행동을 하고 있는 듯해 한동안 부하에게 지키게 하고 관찰하고 있었지.
이제까지 그 정도로 라인에 적응성을 보인 사람은 없었네. 적응에 개인차가 있다 해도 미미한 것이었으니.
타케루도 나름대로 적응한 듯하지만 평균치 이내에 들어가지. 우리 조사 통계를 뒤엎을 정도의 완전히 새로운 부분은 보이지 않았네.
그러나 자네의 친구는 좀 다른 듯하네. 전례가 없어. 자네의 피의 작용이 어느 정도 유효할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친구에 대해서는 뭐라고도 할 수 없군. 바이러스로 말하자면, 아종 같은 것이지」
확실히 타케루도 충분히 강해졌지만 케이스케 쪽이 훨씬 웃도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종―――
돌연변이이기라도 하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중화가 작용하는지 어떤지는 모르는 것이 된다.
희미한 빛이 멀어져 간다.
알비트로 「뭐, 어디까지나 예측에 지나지 않네. 조금 더 조사할 수 있다면 무언가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만……」
알비트로가 힐끗 곁눈질로 아키라를 보았다.
알비트로 「정직하게 말하면, 나는 자네의 피에 굉장히 흥미가 있네. 라인의 중화작용……. 만약 용도를 잘만 발견할 수 있다면 여러 가지 가능성이 넓어지지」
아키라 「……어차피 돈벌이를 위해서겠지」
알비트로는 재미있다는 듯 미소를 깊게 지으며 양팔을 가볍게 벌렸다.
알비트로 「그렇군. 물론 돈도 되겠지」
아키라 「그 외에 뭐가 있나?」
알비트로 「있지. 예를 들어……」
알비트로가 와인 글래스를 치켜든다.
알비트로 「내가 자네에 대해 갖고 있는 개인적 흥미를 만족하기 위해, 라든가……」
아키라 「…………」
무심코 자리에서 일어섰다.
순간, 다리가 휘청거렸다.
아키라 「……!?」
무릎에서 힘이 빠져 무너져 내릴 것 같아 의자에 손을 대고 몸을 지탱했다. 시야가 불안정하게 흔들린다.
알비트로 「약기운이 돌기 시작했나」
……당했다.
역시 아까 그 빵에 뭔가 넣어 놓았다.
제대로 눈도 못 뜰 것 같은 감각에 이를 악문다.
알비트로 「부하에게는 약물의 면역을 높이는 훈련을 시키고 있지. 어지간한 양의 약으로는 꿈쩍도 안 해」
알비트로 재미있다는 듯 목을 울리며 웃으면서 천천히 일어섰다.
알비트로 「나는 자네를 원해. 자네의 피도, ……자네 자신도」
가까이 다가온다. 등에 팔을 둘러 아키라를 일으켜 세웠다.
저항하려 해도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아키라 「……건드리, 지, 마……」
알비트로 「……역시 아름답군……」
감탄의 한숨이 흘러나온다.
바로 앞에서 아키라를 바라보는 눈동자에 황홀과 욕망이 섞인 빛이 번뜩이고 있었다.
알비트로 「자네가 조금만 더 어렸다면 사상 최고의 걸작이 되었을 텐데……. 정말 아쉽군」
무엇이 최고 걸작이란 말인가.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알비트로 「아키라를 지하실로 옮겨라. 정중하게」
부하 「예」
흐릿한 시야 때문에 무엇 하나 확인할 수 없다.
몸이 가볍게 공중에 뜨는 느낌이 들었다.
어딘가로 끌려간다.
검고 무거운 소용돌이 안으로 빨려들어가는 것처럼 세상이 멀어져 가는 것을 느꼈다. 최악의 기분이었다.
문이 닫히는 소리를 마지막으로, 아키라의 의식은 단절되었다.
눈을 뜨자 주위를 어렴풋이 떠도는 빛이 시야에 들어왔다.
심한 두통에 얼굴을 찌푸린다. 목에 이상한 갈증을 느꼈다.
몸을 움직이려 하다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을 깨닫는다.
아키라 「……!?」
멍하던 의식이 확실히 각성한다.
손목에 위화감.
검고 두꺼운 철제 수갑이 채워져 쇠사슬로 매달려 있었다.
주위를 떠도는 빛은 벽에 고정되어 있는 촛불의 불꽃이었다.
어슴푸레하고 공기가 눅눅한 두터운 돌벽 방. 천장에서부터 수갑 고정용 쇠사슬이 몇 개 늘어져 있다. 벽 쪽에 책상과 의자가 놓여 있고 어쩐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무구나 약품이 늘어서 있다.
고문실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듯한 기분이 들었으나, 묘한 분위기였다. 그다지 지저분한 인상이 들지 않는다. 「연출한 느낌」이 있다.
어쩌면 그 악취미적인 남자가 영화 세트처럼 일부러 준비한 방일 지도 몰랐다.
알비트로 「깨어난 것 같군」
목소리에 시선을 향하자 알비트로가 미소를 띠고 서 있었다.
촛불의 불꽃이 가면에 짙은 그림자를 떨어뜨리며 흔들리고 있다.
아키라 「……, ……무슨 속셈이야」
낮게 내뱉으며 노려보자, 알비트로는 아키라의 말에는 답하지 않고 자랑스러운 듯 양팔을 펼쳤다.
알비트로 「꽤 좋은 방이지? 중세 유럽 고문실 이미지다.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실내를 한 바퀴 돈 시선이 다시 아키라를 향한다.
알비트로 「이 방은 작품을 만드는 전단계에서 사용하는 방이네. 우선 통각에 길들여 고분고분하게 만들고 나서 가공을 하지. 필요 없는 것은 최대한 없애 놓지 않으면 제작하기 어려우니 말이야」
기분 나쁜 말이 귀를 때린다. 등줄기에 오한이 흘렀다.
아키라 「……무슨 소리야?」
알비트로 「말 그대로이네만? 자네를 작품으로 만들 거네. 그러기 위해 여기로 데리고 온 거지」
―――작품으로 만든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의미 따위는 알고 싶지도 않았다.
알비트로가 아키라 쪽으로 걸어와 턱에서부터 뺨을 검지로 더듬었다.
알비트로 「카우(개)와 짝을 지어 주는 것도 재미있을지도 모르겠군」
아키라는 이제야 말의 의미가 몸 안으로 스며들어 정말로 오한을 느꼈다.
아키라 「……이거 풀어!」
발버둥쳤지만 몸을 매달고 있는 쇠사슬은 단단히, 그저 날카로운 소리를 울릴 뿐이었다.
아키라의 모습에 알비트로의 입술이 새디스틱한 미소로 일그러진다.
알비트로 「후후, 더 날뛰어 봐라. ……제작에 들어가기까지의 과정이 무엇보다도 가장 즐거운 한 때지」
알비트로가 벽 쪽 책상으로 다가가 무엇인가를 꺼내 돌아온다.
헛수고라는 것을 알아도 저항했다.
아키라 「그만 해, 가까이 오지 마!」
알비트로 「두려워하는 얼굴도, 목소리도, 한층 더 아름답군」
도취한 듯한 목소리와는 반대로 강한 힘으로 턱을 잡힌다.
억지로 입이 벌려져 무엇인가가 밀어넣어 졌다.
아키라 「……읏! 으……」
순간적으로 내뱉으려 하나 알비트로의 입술에 막힌다.
강제로 밀고 들어온 혀가 입에 머금게 한 무언가를 목 안으로 밀어넣으려 꿈틀댄다. 그 반동으로 삼키고 만다.
녹아서 퍼지는 쓴맛. ―――약이다.
아키라 「그, 콜록……」
입술이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격렬하게 기침을 했다.
타액이 떨어질 정도로 기침을 해도 토해낼 수는 없었다.
아키라 「……뭐야, ……」
알비트로가 입술을 훔치며 요염하게 미소 짓는다.
알비트로 「자네와는 가능한한 오래 즐기고 싶네. ……아주 조금, 기분이 좋아지는 약을」
그 말에 소름이 돋는다.
위 안의 것을 전부 역류시켜 쏟아 버리고 싶었다.
머릿속이 흔들리기 시작하고 시야가 흐릿해진다.
희미하게 느껴지는 구역질 속에서 기묘한 감각이 치밀어올라, 아키라는 몸을 흔들었다.
아키라 「……읏, ……아……?」
알비트로 「벌써 듣기 시작했나. 즉효성이니 말이야. 그리고 자네 자신도 또한……민감한 몸이야」
심장이 이상한 속도로 리듬을 자아낸다.
몸속에 생겨난 불길이 핥듯이 기어오른다.
간지러움은 급격한 통증으로 변했다.
알비트로의 손가락이 턱을 어루만졌다. 그것만으로 달콤한 한숨이 입술을 적셨다.
아키라 「……아, ……, 하……」
알비트로가 웃는다.
몸속이 욱신거려 미칠 것 같았다.
진정시키고 싶다. 정신이 나가고 말 것 같다.
간지러운 곳에 손이 닿지 않는 듯한 답답한 감각.
안쪽까지 손을 쑤셔넣어 욱신대는 곳을 있는 대로 긁고 싶다.
격렬한 굶주림처럼 그런 것을 생각하는 자신에게, 머리 한편에서 놀란다.
아키라 「……아, 큿……」
알비트로 「굉장하군……」
황홀하게 중얼거린 알비트로의 손에 날카롭게 빛을 반사하는 가느다란 나이프가 쥐여 있었다.
알비트로 「자, 자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색을 칠해 주지」
목소리와 함께 알비트로가 팔을 휘두르자 아키라의 가슴에서 배에 걸쳐 비스듬히 붉은 선이 생겼다.
날카로운 통증. 흘러넘치는 붉은 체액.
알비트로의 손가락이 막 생겨난 상처를 어루만진다.
―――뜨겁다.
손가락이 상처로 숨어든다.
아키라 「……윽, 으, 아……앗……!」
몸이 떨렸다. 그것만으로 절정에 달해 버릴 것 같아진다.
의식도 사고도 질척한 액체가 되어 흘러넘쳐 버릴 것 같았다.
필사적으로 저항을 계속하는 이성도 서서히 녹아들어 간다.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다.
전신이 자극을 원하는 감각 덩어리가 된 것 같았다.
알비트로 「숨기지 말고 전부 보이게. 자네 안에 숨어 있는 짐승의 천성을 남김없이 끌어내 주지. ……그것이야말로 아름다운 진정한 자네의 모습이야」
말의 의미 따위는 더 이상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더,
더, 더할 나위 없이 달콤한.
정신이 미쳐버릴 정도로 달콤한 고통을―――원한다.
「축하합니다. 희망은 이미 전해들었습니다. 자, 이쪽으로 오시지요」
알비트로는 그렇게 말하고 정중하게 머리를 숙이며 한 손을 내밀었다.
상품을 받으러 온 참가자가 긴장한 얼굴로 개조 노예들이 기다리는 컬렉션 룸으로 들어간다.
질이 좋은 보랏빛 비로드 위에는 살아 있는 인형들이 몇 명 누워있다.
참가자는 장렬하다고도 할 수 있는 광경에 먼저 압도되어 숨을 삼키고, 이어서 쭈뼛쭈뼛 자기 취향의 노예를 시선으로 찾기 시작한다.
여유로운 미소를 띠고 사랑하는 컬렉션들을 자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던 알비트로는 비로드 커튼으로 가려진 저편의 기척에 무심코 작게 미소 지었다.
참가자 남자가 의아한 듯 시선을 향한다.
알비트로 「……아아, 이거 실례했습니다. 급한 용무가 생겼군요. 저를 대신할 사람을 바로 보내겠으니 마음껏 마음에 드시는 상품을 골라 주십시오. ……단, 절대 손은 대시지 마시길」
알비트로는 못박듯이 천천히 말을 해 둔 후 남자를 남겨두고 커튼 안쪽으로 사라졌다.
얌전하게 앉아 있던 그것은 주인의 기척을 알아채고는 튕기듯이 고개를 들었다.
알비트로 「방에 있으라고 그렇게나 말했건만, 나쁜 아이로구나……. 그렇지 않으면, 내가 그렇게 보고 싶었나?」
부드럽게 말을 하며 손을 뻗자, 그것은 기쁜 듯이 머리를 가까이 댔다.
기뻐 견딜 수 없다는 듯한 모습에 알비트로도 가면 아래로 미소 짓는다.
충실한 눈동자가 흔들림 없이 주인을 올려다보며 촉촉이 젖어 있었다.
그 몸에는 피부가 융합한 후까지 계산된 흉터가 곳곳에 새겨져 있다.
목과 손목에 채워진 가죽 수갑이 아름답다.
알비트로의 기호였다. 그편이 작품으로서의 완성도가 높아진다 판단했다.
알비트로 「이따가 얼마든지 귀여워해 줄 테니 기다리고 있거라. 그건 그렇고……. 설마 나도 네가 손에 들어올 줄은 몰랐다, ……아키라」
이름을 부르자 그것……아키라는 움찔하고 떨고는 대답하듯 주인의 손을 살짝 핥았다.
애처로운 몸짓에 알비트로는 그의 예전 모습을 떠올리고 작게 웃는다.
살얼음 같이 날카롭고 깨지기 쉬운 공기를 띠고 주위를 멀리하고 있었다.
지금은 그런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알비트로 「그렇지. 오늘은 네 파트너를 소개해 주마」
예의범절 교육이 끝나면 『개』와 짝을 지을 생각이었다.
최고의 작품이 서로 뒤얽히는 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등줄기가 떨린다.
알비트로 「그 아이는 너를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더군. 아주 기뻐하겠지」
알비트로는 그렇게 말한 후 견디지 못하고 웃었다.
아키라는 주인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 손을 다시 핥았다.
〔Bad End〕
그 행동을 보던 알비트로가 가볍게 손가락을 튕겨 부하를 가까이 불렀다.
알비트로 「아키라의 빵의 독을 확인해라」
부하 「알겠습니다. 실례합니다」
부하 남자는 선선히 끄덕이고 아키라의 빵을 집었다.
끝을 뜯어 음미한다.
알비트로 「어떤가?」
어쩐지 진 듯한 기분이 들어 아키라는 시선을 돌리고 천천히 빵으로 손을 뻗었다.
알비트로 「요리를 전부 확인하게 해도 상관없네. 자, 들게나」
조금 뜯어 입 안에 넣는다. 그윽한 달콤함이 퍼져 아키라의 정신적인 굶주림도 채우는 듯했다.
2입 정도 더 먹고 남은 반은 오기로 접시에 돌려놓았다.
알비트로 「더 안 먹나」
아키라 「충분해」
알비트로 「그런가」
아이 같은 아키라의 태도에 알비트로의 목소리에 웃음이 어렸다.
아키라 「그런 것보다, 빨리 본제로 들어가고 싶어」
한시라도 빨리 케이스케에 대해 묻고 싶었다.
알비트로 「본제? ……아아, 친구 이야기 말인가. 조금 더 기다려 주겠나? 이제 슬슬 때가 된 것 같은데」
그때 조심스러운 노크 소리가 울리고 조금 전 아키라의 혈액을 채취한 부하가 들어왔다.
부하 「실례합니다」
곧바로 알비트로 곁으로 걸어와서는 귓속말을 한다.
가면 아래의 눈이 대담한 미소를 띠었다.
알비트로 「수고했다」
부하가 가볍게 절을 하고 퇴실했다.
미소를 머금은 확신에 찬 눈길이 아키라를 향한다.
알비트로 「마침 좋은 타이밍이었군. 원하는 대로 본제로 들어갈 수 있겠네」
알비트로는 와인을 한 모금 마시고는 테이블에 양팔을 대고 양손을 서로 포개서 턱을 괴었다.
알비트로 「우선……, 아까 한 혈액 채취에 대해서네만, 자네가 생각하던 대로 나는 거짓말을 했네. 무례를 사과하지. 뭐, 그렇게 뻔히 보였으니 속인 셈은 아니라 생각하지만. 실은 조금 조사를 했네. 자네의 혈액에 대해」
아키라 「……무엇 때문에」
알비트로 「반복해서 말하지만, 악용하기 위해서는 아니야.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어서 말이네」
알비트로가 짐짓 대단한 체하는 어조로, 다시 와인을 입에 머금었다.
알비트로 「클럽에서의 소동은 알고 있나?」
아키라 「……아아」
알비트로 「그 소동이 일어난 날, 나도 보고를 받고 현장으로 갔었지. 안쪽 방을 조사하고 있을 때 플로어에서 싸움이 시작됐네. ……1명은 타케루 라는 남자였던가」
알비트로는 무게가 있는 체하듯 어미를 천천히 말하고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었다.
아키라의 반응을 살피고 있다―――클럽에서의 사건을 보고 있었다.
이 남자는 아키라가 있던 것도 알고 있으면서 말하고 있다.
알비트로 「우세했던 그가 갑자기 괴로워하기 시작했지……. 약간 부자연스럽게 보였기에 유체를 회수하는 김에 조사해 보았네. 요 전날 그가 죽은 것은 알고 있나?」
마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한 가벼운 말투였다.
알비트로 「그의 혈액에서 그의 것이 아닌 DNA가 검출되었네. 체내에서 이물로 판단되어 격렬한 거부반응을 일으킨 듯해」
알비트로는 거기에서 말을 끊고 아키라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의중을 살피는 듯한 무거운 침묵에 어느새 고동이 빨라지기 시작한다.
알비트로 「그의 체내에서 검출된 DNA. 누구 것이었다고 생각하나?」
아키라 「…………」
알비트로 「아키라, 자네 것과 흡사하다네」
아키라 「……!?」
갑자기 다른 필드에서 끌려나온 기분이었다.
알비트로의 말뜻이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아키라 「……무슨 말이야」
알비트로 「자네는 클럽에서 타케루와 싸웠지. 아닌가?」
아키라 「…………」
알비트로 「아마도 자네의 혈액을 어떤 형태로든 섭취해 거부반응을 일으킨 것이겠지」
아키라의 피를 섭취한 것에 의한, 거부반응―――?
정말로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이해불능이었다.
애초에 타케루가 아키라의 피를 먹은 적이 있었던가.
천천히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 떠올린다.
―――입술을 물어뜯긴 듯한 기분이 든다.
무의식적으로 입술 끝에 손가락을 댄다.
확실히 그 직후……, 타케루는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면 아키라를 습격한 은발 남자도 아키라의 팔을 찌른 나이프를……피를 핥지는 않았던가. 그 후 상태가 이상해졌다―――
둑이 터진 것처럼 기억이 선명하게 넘쳐 흐르기 시작한다.
알비트로 「안색이 안 좋군」
아키라 「…………」
알비트로 「나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네. 이야기를 계속하지」
느긋하게 미소를 띠는 알비트로는 명백히 아키라의 반응의 변화를 즐기고 있었다.
알비트로 「아까 한 혈액 컬렉터라는 말은 거짓말이었지만, 옛날에 비슷한 연구에 관여한 적이 있었지. 타케루는 라인을 사용했다. 이것도 맞나?」
잠깐의 침묵 후 희미하게 끄덕여 답한다.
알비트로 「……과연. 아무래도 자네 피는 라인 복용자에게 작용을 하는 듯하군」
아키라 「……작용?」
알비트로 「라인이 투여된 피를 중화하는 작용을 한다. 하지만, 효과가 지나치게 강한 것이겠지. 거부반응이 일어나면 죽음에 이르게 하는 듯하네」
실감이 전혀 나지 않는 말이었다.
그러나 확실히 타케루도 아키라를 덮친 은발 남자도 라인 복용자였다.
그리고 아마도 2사람 다 아키라의 피에 접촉했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이야기였지만, 아키라의 피에 거부반응을 일으킨 것이라 한다면……설명은 되었다.
라인 복용자를 중화하는 작용―――중화.
그것은 어쩌면 케이스케를 도울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일념으로 변한다.
아키라 「……거부반응을 억제하고 잘 쓸 수 있는 방법은 없나」
알비트로 「없지는 않겠지. 다만……, 친구를 생각하고 있는 거라면 이야기는 다르네」
알비트로는 꿰뚫어 보듯 엷게 미소 짓고 아키라를 보았다.
알비트로 「그에 대한 이야기는 당연히 내 귀에도 들어왔네. 꽤 흥미있는 행동을 하고 있는 듯해 한동안 부하에게 지키게 하고 관찰하고 있었지.
이제까지 그 정도로 라인에 적응성을 보인 사람은 없었네. 적응에 개인차가 있다 해도 미미한 것이었으니.
타케루도 나름대로 적응한 듯하지만 평균치 이내에 들어가지. 우리 조사 통계를 뒤엎을 정도의 완전히 새로운 부분은 보이지 않았네.
그러나 자네의 친구는 좀 다른 듯하네. 전례가 없어. 자네의 피의 작용이 어느 정도 유효할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친구에 대해서는 뭐라고도 할 수 없군. 바이러스로 말하자면, 아종 같은 것이지」
확실히 타케루도 충분히 강해졌지만 케이스케 쪽이 훨씬 웃도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종―――
돌연변이이기라도 하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중화가 작용하는지 어떤지는 모르는 것이 된다.
희미한 빛이 멀어져 간다.
알비트로 「뭐, 어디까지나 예측에 지나지 않네. 조금 더 조사할 수 있다면 무언가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만……」
알비트로가 힐끗 곁눈질로 아키라를 보았다.
알비트로 「정직하게 말하면, 나는 자네의 피에 굉장히 흥미가 있네. 라인의 중화작용……. 만약 용도를 잘만 발견할 수 있다면 여러 가지 가능성이 넓어지지」
아키라 「……어차피 돈벌이를 위해서겠지」
알비트로는 재미있다는 듯 미소를 깊게 지으며 양팔을 가볍게 벌렸다.
알비트로 「그렇군. 물론 돈도 되겠지」
아키라 「그 외에 뭐가 있나?」
알비트로 「있지. 예를 들어……」
알비트로가 와인 글래스를 치켜든다.
알비트로 「내가 자네에 대해 갖고 있는 개인적 흥미를 만족하기 위해, 라든가……」
아키라 「…………」
무심코 자리에서 일어섰다.
순간, 다리가 휘청거렸다.
아키라 「……!?」
무릎에서 힘이 빠져 무너져 내릴 것 같아 의자에 손을 대고 몸을 지탱했다. 시야가 불안정하게 흔들린다.
알비트로 「약기운이 돌기 시작했나」
……당했다.
역시 아까 그 빵에 뭔가 넣어 놓았다.
제대로 눈도 못 뜰 것 같은 감각에 이를 악문다.
알비트로 「부하에게는 약물의 면역을 높이는 훈련을 시키고 있지. 어지간한 양의 약으로는 꿈쩍도 안 해」
알비트로 재미있다는 듯 목을 울리며 웃으면서 천천히 일어섰다.

가까이 다가온다. 등에 팔을 둘러 아키라를 일으켜 세웠다.
저항하려 해도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아키라 「……건드리, 지, 마……」
알비트로 「……역시 아름답군……」
감탄의 한숨이 흘러나온다.
바로 앞에서 아키라를 바라보는 눈동자에 황홀과 욕망이 섞인 빛이 번뜩이고 있었다.
알비트로 「자네가 조금만 더 어렸다면 사상 최고의 걸작이 되었을 텐데……. 정말 아쉽군」
무엇이 최고 걸작이란 말인가.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알비트로 「아키라를 지하실로 옮겨라. 정중하게」
부하 「예」
흐릿한 시야 때문에 무엇 하나 확인할 수 없다.
몸이 가볍게 공중에 뜨는 느낌이 들었다.
어딘가로 끌려간다.
검고 무거운 소용돌이 안으로 빨려들어가는 것처럼 세상이 멀어져 가는 것을 느꼈다. 최악의 기분이었다.
문이 닫히는 소리를 마지막으로, 아키라의 의식은 단절되었다.

심한 두통에 얼굴을 찌푸린다. 목에 이상한 갈증을 느꼈다.
몸을 움직이려 하다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을 깨닫는다.
아키라 「……!?」
멍하던 의식이 확실히 각성한다.
손목에 위화감.
검고 두꺼운 철제 수갑이 채워져 쇠사슬로 매달려 있었다.
주위를 떠도는 빛은 벽에 고정되어 있는 촛불의 불꽃이었다.
어슴푸레하고 공기가 눅눅한 두터운 돌벽 방. 천장에서부터 수갑 고정용 쇠사슬이 몇 개 늘어져 있다. 벽 쪽에 책상과 의자가 놓여 있고 어쩐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무구나 약품이 늘어서 있다.
고문실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듯한 기분이 들었으나, 묘한 분위기였다. 그다지 지저분한 인상이 들지 않는다. 「연출한 느낌」이 있다.
어쩌면 그 악취미적인 남자가 영화 세트처럼 일부러 준비한 방일 지도 몰랐다.
알비트로 「깨어난 것 같군」
목소리에 시선을 향하자 알비트로가 미소를 띠고 서 있었다.
촛불의 불꽃이 가면에 짙은 그림자를 떨어뜨리며 흔들리고 있다.
아키라 「……, ……무슨 속셈이야」
낮게 내뱉으며 노려보자, 알비트로는 아키라의 말에는 답하지 않고 자랑스러운 듯 양팔을 펼쳤다.
알비트로 「꽤 좋은 방이지? 중세 유럽 고문실 이미지다.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실내를 한 바퀴 돈 시선이 다시 아키라를 향한다.
알비트로 「이 방은 작품을 만드는 전단계에서 사용하는 방이네. 우선 통각에 길들여 고분고분하게 만들고 나서 가공을 하지. 필요 없는 것은 최대한 없애 놓지 않으면 제작하기 어려우니 말이야」
기분 나쁜 말이 귀를 때린다. 등줄기에 오한이 흘렀다.
아키라 「……무슨 소리야?」
알비트로 「말 그대로이네만? 자네를 작품으로 만들 거네. 그러기 위해 여기로 데리고 온 거지」
―――작품으로 만든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의미 따위는 알고 싶지도 않았다.
알비트로가 아키라 쪽으로 걸어와 턱에서부터 뺨을 검지로 더듬었다.
알비트로 「카우(개)와 짝을 지어 주는 것도 재미있을지도 모르겠군」
아키라는 이제야 말의 의미가 몸 안으로 스며들어 정말로 오한을 느꼈다.
아키라 「……이거 풀어!」
발버둥쳤지만 몸을 매달고 있는 쇠사슬은 단단히, 그저 날카로운 소리를 울릴 뿐이었다.
아키라의 모습에 알비트로의 입술이 새디스틱한 미소로 일그러진다.
알비트로 「후후, 더 날뛰어 봐라. ……제작에 들어가기까지의 과정이 무엇보다도 가장 즐거운 한 때지」
알비트로가 벽 쪽 책상으로 다가가 무엇인가를 꺼내 돌아온다.
헛수고라는 것을 알아도 저항했다.
아키라 「그만 해, 가까이 오지 마!」
알비트로 「두려워하는 얼굴도, 목소리도, 한층 더 아름답군」
도취한 듯한 목소리와는 반대로 강한 힘으로 턱을 잡힌다.
억지로 입이 벌려져 무엇인가가 밀어넣어 졌다.
아키라 「……읏! 으……」
순간적으로 내뱉으려 하나 알비트로의 입술에 막힌다.
강제로 밀고 들어온 혀가 입에 머금게 한 무언가를 목 안으로 밀어넣으려 꿈틀댄다. 그 반동으로 삼키고 만다.
녹아서 퍼지는 쓴맛. ―――약이다.
아키라 「그, 콜록……」
입술이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격렬하게 기침을 했다.
타액이 떨어질 정도로 기침을 해도 토해낼 수는 없었다.
아키라 「……뭐야, ……」
알비트로가 입술을 훔치며 요염하게 미소 짓는다.
알비트로 「자네와는 가능한한 오래 즐기고 싶네. ……아주 조금, 기분이 좋아지는 약을」
그 말에 소름이 돋는다.
위 안의 것을 전부 역류시켜 쏟아 버리고 싶었다.
머릿속이 흔들리기 시작하고 시야가 흐릿해진다.
희미하게 느껴지는 구역질 속에서 기묘한 감각이 치밀어올라, 아키라는 몸을 흔들었다.
아키라 「……읏, ……아……?」
알비트로 「벌써 듣기 시작했나. 즉효성이니 말이야. 그리고 자네 자신도 또한……민감한 몸이야」
심장이 이상한 속도로 리듬을 자아낸다.
몸속에 생겨난 불길이 핥듯이 기어오른다.
간지러움은 급격한 통증으로 변했다.
알비트로의 손가락이 턱을 어루만졌다. 그것만으로 달콤한 한숨이 입술을 적셨다.
아키라 「……아, ……, 하……」
알비트로가 웃는다.
몸속이 욱신거려 미칠 것 같았다.
진정시키고 싶다. 정신이 나가고 말 것 같다.
간지러운 곳에 손이 닿지 않는 듯한 답답한 감각.
안쪽까지 손을 쑤셔넣어 욱신대는 곳을 있는 대로 긁고 싶다.
격렬한 굶주림처럼 그런 것을 생각하는 자신에게, 머리 한편에서 놀란다.
아키라 「……아, 큿……」
알비트로 「굉장하군……」
황홀하게 중얼거린 알비트로의 손에 날카롭게 빛을 반사하는 가느다란 나이프가 쥐여 있었다.
알비트로 「자, 자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색을 칠해 주지」
목소리와 함께 알비트로가 팔을 휘두르자 아키라의 가슴에서 배에 걸쳐 비스듬히 붉은 선이 생겼다.

알비트로의 손가락이 막 생겨난 상처를 어루만진다.
―――뜨겁다.
손가락이 상처로 숨어든다.
아키라 「……윽, 으, 아……앗……!」
몸이 떨렸다. 그것만으로 절정에 달해 버릴 것 같아진다.
의식도 사고도 질척한 액체가 되어 흘러넘쳐 버릴 것 같았다.
필사적으로 저항을 계속하는 이성도 서서히 녹아들어 간다.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다.
전신이 자극을 원하는 감각 덩어리가 된 것 같았다.
알비트로 「숨기지 말고 전부 보이게. 자네 안에 숨어 있는 짐승의 천성을 남김없이 끌어내 주지. ……그것이야말로 아름다운 진정한 자네의 모습이야」
말의 의미 따위는 더 이상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더,
더, 더할 나위 없이 달콤한.
정신이 미쳐버릴 정도로 달콤한 고통을―――원한다.
「축하합니다. 희망은 이미 전해들었습니다. 자, 이쪽으로 오시지요」
알비트로는 그렇게 말하고 정중하게 머리를 숙이며 한 손을 내밀었다.
상품을 받으러 온 참가자가 긴장한 얼굴로 개조 노예들이 기다리는 컬렉션 룸으로 들어간다.
질이 좋은 보랏빛 비로드 위에는 살아 있는 인형들이 몇 명 누워있다.
참가자는 장렬하다고도 할 수 있는 광경에 먼저 압도되어 숨을 삼키고, 이어서 쭈뼛쭈뼛 자기 취향의 노예를 시선으로 찾기 시작한다.
여유로운 미소를 띠고 사랑하는 컬렉션들을 자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던 알비트로는 비로드 커튼으로 가려진 저편의 기척에 무심코 작게 미소 지었다.
참가자 남자가 의아한 듯 시선을 향한다.
알비트로 「……아아, 이거 실례했습니다. 급한 용무가 생겼군요. 저를 대신할 사람을 바로 보내겠으니 마음껏 마음에 드시는 상품을 골라 주십시오. ……단, 절대 손은 대시지 마시길」
알비트로는 못박듯이 천천히 말을 해 둔 후 남자를 남겨두고 커튼 안쪽으로 사라졌다.
얌전하게 앉아 있던 그것은 주인의 기척을 알아채고는 튕기듯이 고개를 들었다.
알비트로 「방에 있으라고 그렇게나 말했건만, 나쁜 아이로구나……. 그렇지 않으면, 내가 그렇게 보고 싶었나?」

기뻐 견딜 수 없다는 듯한 모습에 알비트로도 가면 아래로 미소 짓는다.
충실한 눈동자가 흔들림 없이 주인을 올려다보며 촉촉이 젖어 있었다.
그 몸에는 피부가 융합한 후까지 계산된 흉터가 곳곳에 새겨져 있다.
목과 손목에 채워진 가죽 수갑이 아름답다.
알비트로의 기호였다. 그편이 작품으로서의 완성도가 높아진다 판단했다.
알비트로 「이따가 얼마든지 귀여워해 줄 테니 기다리고 있거라. 그건 그렇고……. 설마 나도 네가 손에 들어올 줄은 몰랐다, ……아키라」
이름을 부르자 그것……아키라는 움찔하고 떨고는 대답하듯 주인의 손을 살짝 핥았다.
애처로운 몸짓에 알비트로는 그의 예전 모습을 떠올리고 작게 웃는다.
살얼음 같이 날카롭고 깨지기 쉬운 공기를 띠고 주위를 멀리하고 있었다.
지금은 그런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알비트로 「그렇지. 오늘은 네 파트너를 소개해 주마」
예의범절 교육이 끝나면 『개』와 짝을 지을 생각이었다.
최고의 작품이 서로 뒤얽히는 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등줄기가 떨린다.
알비트로 「그 아이는 너를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더군. 아주 기뻐하겠지」
알비트로는 그렇게 말한 후 견디지 못하고 웃었다.
아키라는 주인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 손을 다시 핥았다.
〔Bad End〕
선택지 →'빵을 집지 않는다'일 경우
하지만, 아까와 같은 말을 반복했다.
아키라 「무엇이 들어 있을지 몰라」
알비트로는 질렸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고 양손을 펼치며 고개를 흔들었다.
알비트로 「이런 이런, 완강하군. 그럼 돌아갈 때 싸서 갖고 가게」
아키라 「그런 것보다, 빨리 본제로 들어가고 싶어」
한시라도 빨리 케이스케에 대해 묻고 싶었다.
알비트로 「본제? ……아아, 친구 이야기 말인가. 조금 더 기다려 주겠나? 이제 슬슬 때가 된 것 같은데」
그때 조심스러운 노크 소리가 울리고 조금 전 아키라의 혈액을 채취한 부하가 들어왔다.
부하 「실례합니다」
곧바로 알비트로 곁으로 걸어와서는 귓속말을 한다.
가면 아래의 눈이 대담한 미소를 띠었다.
알비트로 「수고했다」
부하가 가볍게 절을 하고 퇴실했다.
미소를 머금은 확신에 찬 눈길이 아키라를 향한다.
알비트로 「마침 좋은 타이밍이었군. 원하는 대로 본제로 들어갈 수 있겠네」
알비트로는 와인을 한 모금 마시고는 테이블에 양팔을 대고 양손을 서로 포개서 턱을 괴었다.
알비트로 「우선……, 아까 한 혈액 채취에 대해서네만, 자네가 생각하던 대로 나는 거짓말을 했네. 무례를 사과하지. 뭐, 그렇게 뻔히 보였으니 속인 셈은 아니라 생각하지만. 실은 조금 조사를 했네. 자네의 혈액에 대해」
아키라 「……무엇 때문에」
알비트로 「반복해서 말하지만, 악용하기 위해서는 아니야.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어서 말이네」
알비트로가 짐짓 대단한 체하는 어조로, 다시 와인을 입에 머금었다.
알비트로 「클럽에서의 소동은 알고 있나?」
아키라 「……아아」
알비트로 「그 소동이 일어난 날, 나도 보고를 받고 현장으로 갔었지. 안쪽 방을 조사하고 있을 때 플로어에서 싸움이 시작됐네. ……1명은 타케루 라는 남자였던가」
알비트로는 무게가 있는 체하듯 어미를 천천히 말하고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었다.
아키라의 반응을 살피고 있다―――클럽에서의 사건을 보고 있었다.
이 남자는 아키라가 있던 것도 알고 있으면서 말하고 있다.
알비트로 「우세했던 그가 갑자기 괴로워하기 시작했지……. 약간 부자연스럽게 보였기에 유체를 회수하는 김에 조사해 보았네. 요 전날 그가 죽은 것은 알고 있나?」
마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한 가벼운 말투였다.
알비트로 「그의 혈액에서 그의 것이 아닌 DNA가 검출되었네. 체내에서 이물로 판단되어 격렬한 거부반응을 일으킨 듯해」
알비트로는 거기에서 말을 끊고 아키라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의중을 살피는 듯한 무거운 침묵에 어느새 고동이 빨라지기 시작한다.
알비트로 「그의 체내에서 검출된 DNA. 누구 것이었다고 생각하나?」
아키라 「…………」
알비트로 「아키라, 자네 것과 흡사하다네」
아키라 「……!?」
갑자기 다른 필드에서 끌려나온 기분이었다.
알비트로의 말뜻이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아키라 「……무슨 말이야」
알비트로 「자네는 클럽에서 타케루와 싸웠지. 아닌가?」
아키라 「…………」
알비트로 「아마도 자네의 혈액을 어떤 형태로든 섭취해 거부반응을 일으킨 것이겠지」
아키라의 피를 섭취한 것에 의한, 거부반응―――?
정말로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이해불능이었다.
애초에 타케루가 아키라의 피를 먹은 적이 있었던가.
천천히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 떠올린다.
―――입술을 물어뜯긴 듯한 기분이 든다.
무의식적으로 입술 끝에 손가락을 댄다.
확실히 그 직후……, 타케루는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면 아키라를 습격한 은발 남자도 아키라의 팔을 찌른 나이프를……피를 핥지는 않았던가. 그 후 상태가 이상해졌다―――
둑이 터진 것처럼 기억이 선명하게 넘쳐 흐르기 시작한다.
알비트로 「안색이 안 좋군」
아키라 「…………」
알비트로 「나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네. 이야기를 계속하지」
느긋하게 미소를 띠는 알비트로는 명백히 아키라의 반응의 변화를 즐기고 있었다.
알비트로 「아까 한 혈액 컬렉터라는 말은 거짓말이었지만, 옛날에 비슷한 연구에 관여한 적이 있었지. 타케루는 라인을 사용했다. 이것도 맞나?」
잠깐의 침묵 후 희미하게 끄덕여 답한다.
알비트로 「……과연. 아무래도 자네 피는 라인 복용자에게 작용을 하는 듯하군」
아키라 「……작용?」
알비트로 「라인이 투여된 피를 중화하는 작용을 한다. 하지만, 효과가 지나치게 강한 것이겠지. 거부반응이 일어나면 죽음에 이르게 하는 듯하네」
실감이 전혀 나지 않는 말이었다.
그러나 확실히 타케루도 아키라를 덮친 은발 남자도 라인 복용자였다.
그리고 아마도 2사람 다 아키라의 피에 접촉했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이야기였지만, 아키라의 피에 거부반응을 일으킨 것이라 한다면……설명은 되었다.
라인 복용자를 중화하는 작용―――중화.
그것은 어쩌면 케이스케를 도울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일념으로 변한다.
아키라 「……거부반응을 억제하고 잘 쓸 수 있는 방법은 없나」
알비트로 「없지는 않겠지. 다만……, 친구를 생각하고 있는 거라면 이야기는 다르네」
알비트로는 꿰뚫어 보듯 엷게 미소 짓고 아키라를 보았다.
알비트로 「그에 대한 이야기는 당연히 내 귀에도 들어왔네. 꽤 흥미있는 행동을 하고 있는 듯해 한동안 부하에게 지키게 하고 관찰하고 있었지.
이제까지 그 정도로 라인에 적응성을 보인 사람은 없었네. 적응에 개인차가 있다 해도 미미한 것이었으니.
타케루도 나름대로 적응한 듯하지만 평균치 이내에 들어가지. 우리 조사 통계를 뒤엎을 정도의 완전히 새로운 부분은 보이지 않았네.
그러나 자네의 친구는 좀 다른 듯하네. 전례가 없어. 자네의 피의 작용이 어느 정도 유효할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친구에 대해서는 뭐라고도 할 수 없군. 바이러스로 말하자면, 아종 같은 것이지」
확실히 타케루도 충분히 강해졌지만 케이스케 쪽이 훨씬 웃도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종―――
돌연변이이기라도 하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중화가 작용하는지 어떤지는 모르는 것이 된다.
희미한 빛이 멀어져 간다.
알비트로 「뭐, 어디까지나 예측에 지나지 않네. 조금 더 조사할 수 있다면 무언가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만……」
알비트로가 힐끗 곁눈질로 아키라를 보았다.
알비트로 「정직하게 말하면, 나는 자네의 피에 굉장히 흥미가 있네. 라인의 중화작용……. 만약 용도를 잘만 발견할 수 있다면 여러 가지 가능성이 넓어지지」
아키라 「……어차피 돈벌이를 위해서겠지」
알비트로는 재미있다는 듯 미소를 깊게 지으며 양팔을 가볍게 벌렸다.
알비트로 「그렇군. 물론 돈도 되겠지」
아키라 「그 외에 뭐가 있나?」
알비트로 「있지. 예를 들어……」
알비트로가 와인 글래스를 치켜든다.
알비트로 「내가 자네에 대해 갖고 있는 개인적 흥미를 만족하기 위해, 라든가……」
아키라 「…………」
무심코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 이상 상대할 수가 없다.
알비트로가 개의치 않고 말을 계속한다.
알비트로 「아키라, 자네만 좋다면 조금 더 피를 조사하고 싶네. 피해가 가게는 안 하지」
아키라 「…………」
이야기의 내용은 진실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 남자는 행동도 언동도 전부 다 허구인 듯해 보여 점점 짜증이 더해진다.
한 대 정도 후려갈겨 줄까 하고 테이블로 몸을 내미는 순간 일제히 금속음이 울렸다.
부하들이 아키라를 향해 조용히 총을 겨누고 있었다.
알비트로 「그만두게. 아키라는 내 손님이다」
알비트로가 미간을 찡그리고 제지하듯 한 손을 추어올렸다.
부하들이 총을 내린다.
알비트로 「큰 실례를 했군. ……뭐, 또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 오게. 환영하지」
아키라 「…………」
흘낏 보고는 등을 돌리고 바로 방을 나왔다.
현관으로 걸으면서 상의 소매를 걷어 팔에 붙인 채혈 테이핑을 잡아 뜯어 버린다.
화는 금세 조금 전에 들은 이야기로의 의심으로 대체된다.
사실이라 해도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전부 거짓이라고도 생각할 수 없다.
아키라는 동요한 채 현관을 지나 『성』을 뒤로했다.
아키라 「무엇이 들어 있을지 몰라」
알비트로는 질렸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고 양손을 펼치며 고개를 흔들었다.
알비트로 「이런 이런, 완강하군. 그럼 돌아갈 때 싸서 갖고 가게」
아키라 「그런 것보다, 빨리 본제로 들어가고 싶어」
한시라도 빨리 케이스케에 대해 묻고 싶었다.
알비트로 「본제? ……아아, 친구 이야기 말인가. 조금 더 기다려 주겠나? 이제 슬슬 때가 된 것 같은데」
그때 조심스러운 노크 소리가 울리고 조금 전 아키라의 혈액을 채취한 부하가 들어왔다.
부하 「실례합니다」
곧바로 알비트로 곁으로 걸어와서는 귓속말을 한다.
가면 아래의 눈이 대담한 미소를 띠었다.
알비트로 「수고했다」
부하가 가볍게 절을 하고 퇴실했다.
미소를 머금은 확신에 찬 눈길이 아키라를 향한다.
알비트로 「마침 좋은 타이밍이었군. 원하는 대로 본제로 들어갈 수 있겠네」
알비트로는 와인을 한 모금 마시고는 테이블에 양팔을 대고 양손을 서로 포개서 턱을 괴었다.
알비트로 「우선……, 아까 한 혈액 채취에 대해서네만, 자네가 생각하던 대로 나는 거짓말을 했네. 무례를 사과하지. 뭐, 그렇게 뻔히 보였으니 속인 셈은 아니라 생각하지만. 실은 조금 조사를 했네. 자네의 혈액에 대해」
아키라 「……무엇 때문에」
알비트로 「반복해서 말하지만, 악용하기 위해서는 아니야.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어서 말이네」
알비트로가 짐짓 대단한 체하는 어조로, 다시 와인을 입에 머금었다.
알비트로 「클럽에서의 소동은 알고 있나?」
아키라 「……아아」
알비트로 「그 소동이 일어난 날, 나도 보고를 받고 현장으로 갔었지. 안쪽 방을 조사하고 있을 때 플로어에서 싸움이 시작됐네. ……1명은 타케루 라는 남자였던가」
알비트로는 무게가 있는 체하듯 어미를 천천히 말하고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었다.
아키라의 반응을 살피고 있다―――클럽에서의 사건을 보고 있었다.
이 남자는 아키라가 있던 것도 알고 있으면서 말하고 있다.
알비트로 「우세했던 그가 갑자기 괴로워하기 시작했지……. 약간 부자연스럽게 보였기에 유체를 회수하는 김에 조사해 보았네. 요 전날 그가 죽은 것은 알고 있나?」
마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한 가벼운 말투였다.
알비트로 「그의 혈액에서 그의 것이 아닌 DNA가 검출되었네. 체내에서 이물로 판단되어 격렬한 거부반응을 일으킨 듯해」
알비트로는 거기에서 말을 끊고 아키라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의중을 살피는 듯한 무거운 침묵에 어느새 고동이 빨라지기 시작한다.
알비트로 「그의 체내에서 검출된 DNA. 누구 것이었다고 생각하나?」
아키라 「…………」
알비트로 「아키라, 자네 것과 흡사하다네」
아키라 「……!?」
갑자기 다른 필드에서 끌려나온 기분이었다.
알비트로의 말뜻이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아키라 「……무슨 말이야」
알비트로 「자네는 클럽에서 타케루와 싸웠지. 아닌가?」
아키라 「…………」
알비트로 「아마도 자네의 혈액을 어떤 형태로든 섭취해 거부반응을 일으킨 것이겠지」
아키라의 피를 섭취한 것에 의한, 거부반응―――?
정말로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이해불능이었다.
애초에 타케루가 아키라의 피를 먹은 적이 있었던가.
천천히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 떠올린다.
―――입술을 물어뜯긴 듯한 기분이 든다.
무의식적으로 입술 끝에 손가락을 댄다.
확실히 그 직후……, 타케루는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면 아키라를 습격한 은발 남자도 아키라의 팔을 찌른 나이프를……피를 핥지는 않았던가. 그 후 상태가 이상해졌다―――
둑이 터진 것처럼 기억이 선명하게 넘쳐 흐르기 시작한다.
알비트로 「안색이 안 좋군」
아키라 「…………」
알비트로 「나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네. 이야기를 계속하지」
느긋하게 미소를 띠는 알비트로는 명백히 아키라의 반응의 변화를 즐기고 있었다.
알비트로 「아까 한 혈액 컬렉터라는 말은 거짓말이었지만, 옛날에 비슷한 연구에 관여한 적이 있었지. 타케루는 라인을 사용했다. 이것도 맞나?」
잠깐의 침묵 후 희미하게 끄덕여 답한다.
알비트로 「……과연. 아무래도 자네 피는 라인 복용자에게 작용을 하는 듯하군」
아키라 「……작용?」
알비트로 「라인이 투여된 피를 중화하는 작용을 한다. 하지만, 효과가 지나치게 강한 것이겠지. 거부반응이 일어나면 죽음에 이르게 하는 듯하네」
실감이 전혀 나지 않는 말이었다.
그러나 확실히 타케루도 아키라를 덮친 은발 남자도 라인 복용자였다.
그리고 아마도 2사람 다 아키라의 피에 접촉했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이야기였지만, 아키라의 피에 거부반응을 일으킨 것이라 한다면……설명은 되었다.
라인 복용자를 중화하는 작용―――중화.
그것은 어쩌면 케이스케를 도울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일념으로 변한다.
아키라 「……거부반응을 억제하고 잘 쓸 수 있는 방법은 없나」
알비트로 「없지는 않겠지. 다만……, 친구를 생각하고 있는 거라면 이야기는 다르네」
알비트로는 꿰뚫어 보듯 엷게 미소 짓고 아키라를 보았다.
알비트로 「그에 대한 이야기는 당연히 내 귀에도 들어왔네. 꽤 흥미있는 행동을 하고 있는 듯해 한동안 부하에게 지키게 하고 관찰하고 있었지.
이제까지 그 정도로 라인에 적응성을 보인 사람은 없었네. 적응에 개인차가 있다 해도 미미한 것이었으니.
타케루도 나름대로 적응한 듯하지만 평균치 이내에 들어가지. 우리 조사 통계를 뒤엎을 정도의 완전히 새로운 부분은 보이지 않았네.
그러나 자네의 친구는 좀 다른 듯하네. 전례가 없어. 자네의 피의 작용이 어느 정도 유효할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친구에 대해서는 뭐라고도 할 수 없군. 바이러스로 말하자면, 아종 같은 것이지」
확실히 타케루도 충분히 강해졌지만 케이스케 쪽이 훨씬 웃도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종―――
돌연변이이기라도 하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중화가 작용하는지 어떤지는 모르는 것이 된다.
희미한 빛이 멀어져 간다.
알비트로 「뭐, 어디까지나 예측에 지나지 않네. 조금 더 조사할 수 있다면 무언가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만……」
알비트로가 힐끗 곁눈질로 아키라를 보았다.
알비트로 「정직하게 말하면, 나는 자네의 피에 굉장히 흥미가 있네. 라인의 중화작용……. 만약 용도를 잘만 발견할 수 있다면 여러 가지 가능성이 넓어지지」
아키라 「……어차피 돈벌이를 위해서겠지」
알비트로는 재미있다는 듯 미소를 깊게 지으며 양팔을 가볍게 벌렸다.
알비트로 「그렇군. 물론 돈도 되겠지」
아키라 「그 외에 뭐가 있나?」
알비트로 「있지. 예를 들어……」
알비트로가 와인 글래스를 치켜든다.
알비트로 「내가 자네에 대해 갖고 있는 개인적 흥미를 만족하기 위해, 라든가……」
아키라 「…………」
무심코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 이상 상대할 수가 없다.
알비트로가 개의치 않고 말을 계속한다.
알비트로 「아키라, 자네만 좋다면 조금 더 피를 조사하고 싶네. 피해가 가게는 안 하지」
아키라 「…………」
이야기의 내용은 진실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 남자는 행동도 언동도 전부 다 허구인 듯해 보여 점점 짜증이 더해진다.
한 대 정도 후려갈겨 줄까 하고 테이블로 몸을 내미는 순간 일제히 금속음이 울렸다.
부하들이 아키라를 향해 조용히 총을 겨누고 있었다.
알비트로 「그만두게. 아키라는 내 손님이다」
알비트로가 미간을 찡그리고 제지하듯 한 손을 추어올렸다.
부하들이 총을 내린다.
알비트로 「큰 실례를 했군. ……뭐, 또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 오게. 환영하지」
아키라 「…………」
흘낏 보고는 등을 돌리고 바로 방을 나왔다.
현관으로 걸으면서 상의 소매를 걷어 팔에 붙인 채혈 테이핑을 잡아 뜯어 버린다.
화는 금세 조금 전에 들은 이야기로의 의심으로 대체된다.
사실이라 해도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전부 거짓이라고도 생각할 수 없다.
아키라는 동요한 채 현관을 지나 『성』을 뒤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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